!@#… 현 정부의 첫 대국민담화 (전문 읽기). 뭐 내용에 담긴 진심이니 사과의 수위니 정책적 알맹이가 빠졌다느니 하는 누구나 다 하는 이야기는 그렇다치고. 전략적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담화는 진정한 자폭선언이다. 대국민 소통 역시 하나의 ‘협상’이나 ‘거래’로 볼 때, 거의 뭐 쇠고기 협상 만큼이나 어설픈 협상이고 한 쪽 카드만 모두 납세한 꼴 되겠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바로 한미FTA.
!@#… 보다시피 담화문은 앞에 약간 쇠고기 이야기가 있고, 그 뒤에 아무런 논리적 연결고리를 삽입하지 않고 그대로 나머지 중후반전을 고스란히 FTA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형접합은, 그냥 문장 맥락 차원을 넘어서는 몇가지 큰 문제가 있다.
첫째, 청중이 섞여서 메시지가 이상해진다. 쇠고기는 대국민 설득, FTA는 대국회 으름짱. 국민 여러분 흥분하지 마세요,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FTA 당장 인준 안해주면 너희들 나쁜 놈들 만들어버릴꺼야. 그런데 대국민담화에서 FTA를 메인에 걸어서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국민 여러분의 성원으로 FTA 통과시키자는 것인가? 그 전에 국민들이 FTA를 그렇게 대단히 반대한 것도 아니다. 전임정부부터 나름대로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여론의 과반은 얻어냈던 것 아닌가.
둘째, 돈 프레임에 다시 갇힌다. 국민 건강 운운하며 이야기를 꺼냈으나, 바로 다음 순간 모든 논리는 FTA의 핵심을 이루는 돈 이야기로 다시 치환된다. 광우병 타령 = 쇠고기 개방 지연 = FTA 비준 지연이라는 현 상황에 대한 세계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결국 정부가 이 사안을 돈문제로만 계속 보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화시켜줄 뿐이다. 국민 설득이 안된다고! 물론 고개 좀 숙인 걸로도 우와 대통령 각하가 고개도 숙였어 우왕ㅋ굳ㅋ 하면서 감동할 어떤 애국심 넘치는 자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말이다.
셋째, 이게 가장 중요한데, 이런 식으로 결합시킴으로 인해서 이제부터 한미FTA에 대한 의견이 본격 나빠질 수 있다. 그 어떤 반FTA 단체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FTA를 이루려고 혈안이 된 그 정부가 이루어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지가 연결이 되어버렸으니. 이야기를 보면 어디로보나, FTA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같은 범주로 묶인다. 문제는 FTA 역시 쇠고기 문제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대상이고, 무역 협상이라는 안건이다. 같이 이미지가 묶이면, 당연히 같이 부정적으로 도배되는 것이다. 쇠고기는 국민을 팽개친 굴욕, 따라서 쇠고기와 비슷한 FTA도 그런 국민을 팽개친 굴욕. 없던 부정적 맥락도 모락모락 생겨난다!
!@#… 만약 현 정부의 실무팀이 조금이라도 소통에 대한 지능이 있다면, 즉 비서실이 야매꾼 집단이 아니라 정말 프로페셔널한 전략적 소통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담화에서 쇠고기와 FTA는 최대한 분리했어야 한다. 분리해서 이야기했어야 했고, 실제로 협상하고 올때까지도 원래 분리해서 이야기했다. 쇠고기는 원래 하려던 거다, FTA와 관계없다. 그런데 여론의 펀치를 좀 세게 맞더니 그로기 상태가 되어, FTA를 인질로 삼아서 쇠고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FTA 결렬이 두려워서 쇠고기 문제를 덮어줄까? 두 안건이 동등하게 돈 프레임 안에서만 이루어졌더라면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미 목숨 프레임으로 볼 때 쇠고기협상은 나쁜 것으로 각인이 된 상태에서, FTA도 쇠고기와 비슷해요라고 하면 결과는 뻔하다. 한마디로 FTA를 말아먹기 위한 최고로 효과적인 수사를 구사했다는 말이다. 무려 대통령이 나서서. 이로써 FTA 조기 인준을 반대할 야당에 더욱 명분을 만들어주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솔직히 이렇게까지 의지를 보여주니, 좀 다른 방향에서라도 한미FTA가 진심으로 두려워진다. FTA 자체의 효과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쪽 정부 팀이 너무너무너무 전략적 소통에 야매인지라 FTA의 링에 올라가자마자 떡이 될 것 같아서 말이다. 며칠전 대통령의 30개월 미만 미국 쇠고기 수입 안하겠다는, 그리고 업체들이 그렇게 하기로 결의했다는 발언만 해도 그렇다. 정부에 의한 압력 행사, 업체들의 담합… FTA시대라면 국가 제소로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 사안이다! 국제소송은 BBK특검 마냥 물렁하지도 않고 말이다. FTA의 장단점 웬만큼 다 알고 있으니까, 닥치고 4년 10개월만 모든 결정을 미루자. 뭐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오늘의 결론: 소통의 필요성을 알겠다는 깨달음은 가상하지만, 전략적 소통의 기본도 없는 이들이 나라를 운영한다니 걱정이 앞선다.
—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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