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을 외치는 현 청와대의 세계관이 얼마나 도를 넘게 후졌는지 굳이 새로운 근거를 찾는 것이 귀찮을 지경지만, 가끔은 너무나 막강한 것이 저절로 나와준다.
<靑 `광우병 괴담' 진화 총력전>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5-04 15:29
한 참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캠페인의 배후에는 잘못된 사실을 유포하는 조직적인 세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상대가 조직적으로 나오고 있는데도 우리는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지 못했다.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는 지난 2일 뒤늦게 정부 합동기자회견을 연 것이 고작”이라고 지적했다.
조직적 세력!!!
뚜렷한 적이 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그리고 뚜렷한 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적이 조낸 킹왕짱 대단한 녀석들이기 때문에라고 설명하는 방식은 참 직관적이고 쉽다. 전쟁광 정치가들의 방식이자, 동시에 음모론 대중들의 방식이기도 하다. 많은 경우 의도가 뻔한 구라, 종종 구라를 치다가 정말로 스스로 믿어버리기까지 하는 구라라서 문제지만 말이다. 게다가 전염적이어서,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정신줄을 놓고 있을수록 효과가 크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이 어떤 부분은 민주주의적 문제제기로, 또 어떤 부분은 우려스러울 수준의 과장된 공포의 폭주로 복잡다난하게 동시다발 전개되어 폭발하고 있는 것은, 정작 이 분들의 멍청한 이야기와 정반대의 흐름으로 갔기 때문이다. 조직적 세력이 무언가를 해서 아래로 담론이 널리 퍼지는 것이 아니라, 분산된 공포와 분노에 의한 움직임들이 담론을 만들어 그것이 점차 조직화되고 있는 것. 즉 하향식 구축이 아니라 상향적 발생(emergence)이라는 것이다. 아 물론 언론사인 프레시안의 기사들도 있고 어떤 정파,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정보를 뿌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 그 과정은 더 조직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원래 광우병 떡밥들은 최소한 2003년 미국 쇠고기 금수조치 당시,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90년대말의 영국발 광우병 공포 끝물 당시부터 차고 넘쳤다. 조중동하고 대충 팀짜서 다른 정보 차단하고 한쪽으로만 마구 몰아서 영웅 하나 만들던 세계관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정보가 이미 차고 넘치는 세계에서는 조직적 배후 세력 없이도 다른 특정한 조건들에 의해서 얼마든지 어느 누구들이라도 나서서 담론을 조직화하는 것에 성공할 수 있다. 심지어 현재 주류 담론이 쥐고 있는 막강한 프레임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롭고 강한 녀석을 발굴해내는 것 만으로라도 말이다. 이런 전혀 다른 역동을 같이 고려할 수 있는 ‘선진적’ 세계관이야말로 아직 조직적 세력 세계관에 갖혀있는 그들에게 (다행히도? 불행히도?) 결여된 것이다.
!@#… 그렇다. 돈 프레임으로 절대권력을 얻어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는, 새로운 강력한 프레임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바로… 목숨 프레임. 현재 우리 사회 담론의 힘 속에서는, 건전하고 상식적인 사회보다 돈이 강하다는 것이 증명된 바 있다. 그런데 돈 보다 강한 어쩌면 유일한 것, 사실 따지고 보면 가장 원초적으로 강한 것이 바로 (자기) 목숨.
처음에 그 단초에는 의료보험 민영화가 있었다. 의료비용이라는 돈 프레임을 중심으로 하기는 하지만, 의료라는 행위가 지니는 목숨에 대한 연계가 슬슬 드러났다. “돈 없으면 죽으란 말이냐!” 로 압축되는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의 변에, 돈 프레임은 각종 경제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다른 수많은 영역에서 승리한 돈 프레임이 여기서만큼은 기본적으로 밀릴 수 밖에 없던 것은, ‘죽으란 말이냐’ 부분 때문이다. 여하튼 살아있어야 돈을 벌기라도 하지. 그런데 그 때 목숨 프레임의 대두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계속 돈 프레임에 올인한 이명박정부는 결국 쇠고기 건에서 쪽박을 차고 말았다. 이번에는 “돈이고 자시고 간에 광우병으로 95% 죽는다”로 이야기가 흘러갔기 때문이다(과학적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개인적 성공으로 돈을 벌어봤자 급식과 짬밥과 조미료와 설렁탕과 화장품과 알약캡슐의 공포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처음에 이 분들은 또다시 자신들의 전가의 보도 돈 프레임을 썼다가 죽을 쒔다. “소비자들이 알아서 안 먹으면 된다”는 명언을 남기자, 결국 목숨프레임 앞에 처절하게 거꾸러졌다. 그래서 이제야 부랴부랴 한나라당이 나서서 우리도 국민 건강 생각해염 하면서 수습에 나섰으나, 어쩌면 좋나. 이미 사회 담론 속에서 ‘목숨 챙겨주는 이들’의 자리는 좌로는 진보세력, 우로는 선진한국당, 하지만 그 어떤 정치세력보다 바로 일반 국민 자신들이 벌써 차지해버렸는데. 이거이거, 이후 향배가 주목된다.
!@#… 물론 목숨 프레임은 워낙 극단적이어서, 돈 프레임만큼 여기저기 쑤셔넣고 써먹기에 편하지 않다. 하지만 던져준 떡밥을 굳이 모두 버릴 필요 또한 없다. 현재 중요한 것은 “미국 쇠고기가 우리를 모두 죽인다!”는 것이 아니라(팩트와 거리가 있으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가 우리가 죽어도 상관 안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 그렇기에 그들에게 브레이크를 채워야 하고, 더 안전하고 상식적인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는 당위로 이어가는 것이다. 제도를 건너뛴 분노에 의한 탄핵 주장에 몰입하기보다 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역설하고, 다양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언론 제도를 강변하고, 원외에서도 요건을 갖추면 법안을 상정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대변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 즉 한마디로 민주주의를 강화하자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명박 나쁜놈을 때려주자가 아니라, 선진적 민주주의의 필요성 말이다.
이왕 공포와 불안의 분노로 조성된 분위기 속에서, 목숨프레임을 민주주의로 이어주는 담론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이번 광우병 파동이 사람들이 공포로 오버한 난리쑈가 아니라, 뭔가 사회적 발전의 계기가 되어주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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