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오늘에서 ‘저널리즘의 혁신’이라는 소재로 무언가 또 재미있는 것을 기획중인 듯 한데, 관련 설문에 간단한 답변을 붙인 내용. 쓰고보니 얼추 내 시각을 잘 반영하는 듯 하여 여기에도 백업.
(추가) 나 말고 다른 분들의 답변도 물론 훌륭한게 많다.
– 최진순님: http://www.onlinejournalism.co.kr/1196231158
Q0. 저널리즘이 퇴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원래 그랬던 건가. 퇴행하고 있다고 본다면 그 판단의 근거는.
A0. 전체가 퇴행한다고 보기에는 섣부르고, 퇴행하는 영역은 분명히 있다. 바로 언론사가 던지는 의제설정의 품위 및 저널리즘적 품질에 입각한 구심력이다. “Unbundle”되어가는 미디어환경에 적응한다면서, 일관된 품질의 의제설정을 포기 또는 후순위로 밀어내버린 것. 현상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포털 어뷰징, 낚시 전문 “디지털팀”, 사실검증 부실한 속보 경쟁 등.
Q1. 진짜 뉴스를 가로막는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A1. 품질 좋은 뉴스의 생산/유통을 가로막는 것은 워낙 많은데, 외부 시장 요인, 내부 조직 요인, 사회적 맥락 요인으로 나누어 하나씩만 꼽자면
1) (그저 지지자를 즐겁게해주는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적으로) 품질 좋은 뉴스의 수익화에 대한 실험 부족
2) 사츠마와리에서 시대착오 데스크 인력까지, 기존 언론사의 노후한 인력 관행
3) 시민들에게 필요한 총체적 사회정보의 지도를 그려서 빈 부분을 채우기보다, 당장의 개별 사건에 집중하는 뉴스 초점.
Q2. 좋은 콘텐츠가 돈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진짜 뉴스를 만들기 위한 조건(환경)이 뭐라고 생각하나.
A2. 수익 강화와 비용 감축, 내부 개혁, 그리고 사회적 연결성 강화에 대해서 수많은 방법이 있겠으나 몇가지만 들어보자면,
– 공익재단 등을 통한 취재 프로젝트 사전 지원.
– 협회 차원 및 법적 절차를 통해서 우라까이에 대한 엄격한 상호 견제, 어뷰징에 대한 엄중한 불이익.
– 슈피겔온라인의 경우처럼, 동등 이상의 권한을 지닌 더 유연한 신규조직 결성.
– 지역 단위의 체계적 산학연계 저널리즘 프로젝트. 전국의 차고 넘치는 신방과들이 무의미하게 따로 놀고 있다. 개별분야별 탐사뉴스룸으로 발전시킴.
Q3. 누구나 혁신을 말한다. 저널리즘 혁신의 핵심은 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A3. 원활한 민주제에 필요한 정보 제공, 토론 유도, 사회적 평판 구축이라는 규범적 목표를 위해서, 동시대의 미디어도구와 사용문화를 십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뉴스 생산을 하는 것. 규범적 목표를 잃은 혁신은 당사자의 밥벌이 문제일 뿐이고, 지속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단발성 실험 또한 혁신이 아니다.
Q4.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A4. – 디지털퍼스트입네 모바일퍼스트입네 만트라만 화려하게 내거는 행태.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팀을 허용하여 돈과 고용권한을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 연합뉴스를 전재하는 것으로 충분한 대부분의 사회 단신 뉴스 분야, 그리고 그것에 수반되는 사츠마와리식 관행. 그 대신 자체 심층 취재를 위해 팀을 꾸려야 한다. 그런 전문화, 차별화 없이는 경쟁력 있는 틈새를 이 미디어환경에서 찾기 어렵다.
– 데스크형 논설위원들. 직급이나 입김이 강하고, 사실 검증을 잘 안 받은채로, 가장 선명한 주장으로 언론사의 전문성을 갉아먹기 좋다.
Q5. 온라인 저널리즘의 한계와 기회 요인을 각각 요약한다면.
A5. 한계: 없음. (‘온라인’ 저널리즘이라서 오는 한계가 아님)
기회요인: 표현되고 연결될 수 있는 그 모든 것.
Q6. 테크놀로지가 저널리즘을 구원 또는 보완할 수 있다고 보나. 어느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나.
A6. 테크놀로지가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제작과 유통의 몇가지 공정을 좀 더 쉽고 싸고 연결성 좋게 만드는 것 뿐이다. 왜 어떤 뉴스를 만드는 것인지에 대한 규범과 방향성을 정하는 것은 애초부터 종사자들의 몫이다.
(추가) PS. 사츠마와리나 우라까이 같은 일어 용어를 고스란히 쓴 이유는 당연하게도, 없애야할 구태임을 한층 강조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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