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벽두부터, 한국의 저널리즘에 관한 몇가지 생각 토막들. 개김성과 KBS 제야의 종소리쑈와 네이버 뉴스 개편과 역사에 대한 중구난방 파편들 몇 마디.
!@#… 토막 하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저널리즘의 가치는 바로 불굴의 개김성에 있다. 특히 오늘날이라면, 개기지 않는 ‘그냥 정보’는 각종 홍보자료의 형식으로 넘치고 또 넘치기까지 하니까. 다만 문제는 훌륭하게 개기기 위해서는 돈과 힘이 필요한데, 바로 그것을 공급해주는 자들은 자신에게 만큼은 개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권도, 대자본도, 그 언론사의 사장도, 심지어 뉴스소비자들도.
사실 문제는 언론사를 민간 기업이 운영하냐 재단에서 운영하냐 국가에서 직영하느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얼만큼 오로지 저널리즘의 품질에 대한 자존심 하나만 기준으로 삼은 채로 마음껏 개길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는가다. 이런 경우 이상적인 균형이란, 다른 넘들 빽 믿고 이 넘한테 개기고, 아까 그 넘들에게 개겨야 할 때는 방금 개김의 대상으로 했던 넘을 빽으로 삼을 수 있는 것. 그런데 정권이 사장을 낙하산 태우고, 대자본과 사바사바 결탁해서 한 패가 되고, 뉴스소비자들은 침묵으로 방조하면… 못 개기는 거지 뭐. 개기는 척 폼만 잡지만 사실은 약자만 적당히 공격하거나 어렴풋한 투정만 부리는 허풍선이들만 남고.
바로 당신이 나서서, 개기는 언론에 통쾌해하며 지지해줘야하는 이유는 이렇게도 간단하다(말해놓고 보니 딱 락음악 이야기군). …아, 물론 저널리즘의 품질이 개판이면 이유여하 막론하고 까야지.
!@#… 토막 둘. KBS의 2008 제야의 종소리 방송이 여러모로 화제다. 보신각 현장에는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만발했는데 그걸 조작에 가까운 방송기법들을 다량 동원해서 무려 생방송으로 모두 외면했다는 것. 그 사건 자체의 논점이야, 그 프로를 저널리즘 기준에서 판단하는 ‘시사프로’로 볼 것인지, 아니면 오락적 깔끔함으로 판단하는 ‘예능프로’로 볼 것인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물론 KBS의 정권방송화를 우려하는 분들 및 현장에서 자신들의 모습이 어떻게 실시간으로 차폐되는지 목도한 분들은 전자의 입장. 반면에 해당 프로의 제작진 및 촛불 어쩌고 하면 우선 알러지 반응부터 보이는 분들은 후자의 입장. 당연히도 실제로는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예능국에서 제작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거리의 풍경은 이렇습니다”라고 저널리즘적 주장을 하는 순간에는 저널리즘적 잣대를 들이대야 하기 때문에 후자의 입장은 좀 많이 뻘쭘한 소리인데, 뭐 여하튼. 시청각적 상징으로서 워낙 뚜렷해서 많은 이들이 여기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데, 현 KBS의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그 이후의 뉴스 프로들에서도 보신각 시위 보도가 제로에 가깝다는 것.
정초에 전의경이 만 명 출동하고, 자기네들이 실시간으로 방송 수습하느라 진땀 흘려야할 정도로 큰 사건을 뉴스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지는 못할텐데 말이다. KBS 이병순 사장이 그토록 주장하는 “공정성”이 그냥 문제 이슈로부터 피해가는 것으로 발휘되는 것이라면, KBS의 뉴스파트는 역시 보도국보다는 홍보실로 스위치하는 것이 낫겠다. 정파적 언론은 전문적 역량에 따라서 그래도 저널리즘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 하지만 도망치는 언론은 아예 그냥 무가치하다.
!@#… 토막 셋. 연초의 네이버의 메인페이지 및 뉴스페이지 개편이 이리저리 불만을 사고 있는 듯 하다. 뭐 대충의 불만은 이 기사로 요약되는 듯 한데(기사내용의 불만사항들과 기사에 달린 네이버 리플들이 논조도 거의 일치), 그러니까 결국 젖먹이들에게 이유식을 내미니까 우아앙하고 투정부리는 격. 이미 여러 차례 아웃링크야 말로 가두리 양식장을 깨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주장한 capcold로서는 환영하는 개편인데… 여튼 이런 변화가 탐탁치 않으신 분들에게 약간의 가이드.
– 아웃링크로 간 해당 기사를 담은 신문사닷컴 사이트의 ‘천박한’ 광고가 싫으면, 그 문제가 개선될 때까지 그따위 신문 보지 마세요. 그래야 그 신문이 당신의 취향(…)을 반영해줍니다. 아마, 종이신문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셨겠죠. 그리고 애초에 아웃링크 별로 안 늘어났습니다. 오히려 네이버 메인페이지 말고 실제 뉴스홈이나 개별 섹션으로 가면 이전보다 더욱 본격적으로 아웃링크를 없애고 네이버 내 뉴스 페이지로만 가도록 바꿔서 문제구먼.
– 한번만 로긴하면 쉽게 리플 달 수 있기에 네이버 리플에 뉴스 기사에 대한 반응들이 잔뜩 몰려 있는 것이 그립다면, 그런 거 그리워하지 마세요. 지금도 같은 기사의 리플들이 미디어다음, 네이버, 야후코리아뉴스, 엠파스 뉴스 어쩌고로 다 흩어져있죠. 게다가 2008년의 촛불 정국 이후로 좀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미디어다음으로 활동무대를 이동해서, 네이버 정치뉴스의 리플들이 얼마나 저능알바 시궁창화되었는지 못느꼈다고 하시지는 않겠죠. 게다가 하나의 기사에 대한 반응이 진짜로 한 곳에 모이려면, 언론사닷컴의 사이트에 모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단기적으로도 바람직합니다.
– 언론사에서 편집하는 그날의 뉴스 편집이 번거롭고 그냥 이슈 단위로만 네이버가 편집한 헤드라인을 보고 싶으시다면, 관심을 1mg만 더 할애해서 네이버 메인화면 말고 뉴스 메인화면 news.naver.com 으로 가세요. 뉴스 제시 방법에 대해서 좋고나쁨을 따지실 정도로 관심이 있다면, 그 정도는 껌.
capcold의 불만이라면 역시 오히려 개편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 이슈 단위 맞짱 붙이기도 여전히 없고, 상세 검색 기능도 여전히 나아진 것이 없고, 관련 정보 참조 연동 기능도 없다. 즉 단순히 개인화 기능으로 골라먹을 수 있는 장치만 약간 주었을 뿐, 하나의 이슈에 더욱 풍부한 맥락을 만들어가면서 뉴스를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여전히, 포털사이트는 저널리즘적 관점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기야 언론사들도 잘 신경 안쓰는 것 같을 때가 많지만.
!@#… 토막 넷. 최근 문제의 핵심인 “7대 언론 악법”의 실제 내역을 참조하기가 영 불편하다는 점에서 저널리즘의 문제를 지목하신 민노씨의 포스팅에 달아놓은 리플.
“원문 소스 없는 저널리즘, 이거 한국 언론계에서 대단히 고질적인 문제죠. 특히 사법 판결 기사에서 판결문을 찾을 수 있는 번호를 명시하지 않고, 법안 기사에서 정확한 법안 명칭을 종종 명시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치명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시 저널리즘의 역할은 법안의 예측되는 영향들을 기사화한 후 원문의 출처를 알려주는 것까지고, 관심을 기울이고 싶어하는 개인들이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씩 자료를 더 찾아봐야죠.
이것은 비단 제도화된 저널리즘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저널리즘적 효과를 누리는 여러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꽤 고질적인 사안이다. 맥락화와 확장성을 생각하기보다, 그냥 단순히 순간적인 화제성의 공감만을 노리는 것. 안건들을 좀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백 투 더 소스’ 캠페인을 올해 언젠가 좀 주창할 생각. 문제는 여러 층위의 사용자들이 각각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행동지침 목록인데, 혹 관심 있는 분들은 개발과정에 참여 대환영.
!@#… 토막 다섯. 초록불님의 ‘권력과 역사 서술‘이라는 포스팅을 읽다가 문득. 그 글에서 ‘역사 서술’을 ‘저널리즘’으로 바꾸고 과거형 시제를 현재형으로 일괄 바꾸기를 하면 저널리즘의 사회적 규범론으로 곧바로 치환 가능하다. 여하튼, “저널리즘은 역사의 초벌 원고” (by Donald Graham)니까.
—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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