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레진코믹스와 관련된 여러 논란이 벌어졌는데(급작스런 웹소설 부문 폐업의 매우 미숙한 처리 과정, 일련의 작가들과의 작업 소통 갈등, 수익배분 방식과 비율 문제, 나아가 경쟁업체 검색어 어뷰징까지), 그 중 소위 “지각비” 논란 관련으로만 짧게 몇 마디. 그냥 개인적 오지랖으로, 갈등의 끝에서 무엇을 만들어볼 수 있을지 한 가지 냉정한 셈법.
전제1. 용어. ‘지각비’라는, 실제 계약에서는 사용되지도 않은 용어는 우선 폐기하고 이야기를 시작(2016년 계약서를 읽어본 바, “벌칙금”). 지각비라는 세간 통칭에서 비롯된 작가 격하 논란은, 논의에 매우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전제2. 제작공정. 플랫폼이라고 쉬크한 사업용어로 붐을 키운 덕에 그저 사람들 원고 실어주고 커미션 떼는 것으로 오해하기 좋은데, 그건 ‘오픈마켓'(그렇다면 오픈마켓을 지향하는 플랫폼이라면 완벽한 사업이 되겠다!라고 생각이 들 때는, ‘코믹타운’을 구글링해보시길). 흔한 만화서비스 작업방식의 근간은 여전히, 종이 잡지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편집부가 사업에 적합한 작가를 물색하고, 작가는 연재라는 방식의 사업 협력을 결정하며, 일정한 방향설정/수위조절/생산량점검/편집교열/마케팅 등의 흔한 제작과정을 거치고 독자들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상품 제공.
전제3. 노동. 장기간 정시연재라는 포맷 때문에, 작가는 그 과정에서 독립된 프리랜서로서의 위치와, 규격화된 작업관계 때문에 유사 임노동자로서의 속성이 더해진다. 안정적 수입관계를 포기하고라도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어디까지나 상업 시스템의 일원으로서의 역할. 그렇기에 수익을 선인세로 만들고 다시금 월급처럼 포장해낸, “미니멈 개런티(MG)” 제도 같은게 생긴 것.
이런 메커니즘에서, 원고 납품 지연이란 무엇인가.
a)일정 수준 이내의 지연이면, 나머지 작업공정이 고생함으로 완충이 이뤄진 후, 고객에게 정시에 최종상품 납품. 레진계약서에 “지연”으로 규정.
b)일정 수준 이상의 지연이면, 최종상품 진열 실패. 레진계약서에 “무단휴재”로 규정.
c) 완충을 시도했으나 부분실패하여, 지각 서비스.
각각의 경우 피해 내역은 이렇다.
a)의 경우: 편집진의 추가노동 (많은 경우, 야근). 스케쥴 재조정 작업, 대기와 독촉 외.
b)의 경우: 해당 회차의 수익 소실. 작품 전체의 신인도 하락으로 인한 차후 매출 감소.
c)의 경우: b보다는 가볍지만, 정시 제공을 대기하고 있던 독자만큼의 수익 소실 및 신인도 하락.
그런고로, 가장 대등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원고 납품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주고받는 방법은 분명하다.
a)의 경우: 추가노동에 대한 배상.
: 실제로 발생한 담당 편집진의 야근 등 초과근무수당을 작가의 수익분에서 제한다. 완성 업로드 시간이 기록되므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
b,c)의 경우: 소실된 수익에 대한 배상.
: 먼저 영업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이 제공되어야 한다. 모든 작품들의 수익 등급을 흑자권 / 적자권으로 나눈 후, 그 안에서 각각 다시 n개 층위로 나누어, 해당 층위에 있는 작품의 수익성이 지연시 / 휴재시 어느 정도 비율 또는 중간값 액수가 하락하는지 매해 데이터를 산출하여 작가진에게 공개(세부 실적 전체는 물론 영업비밀이라고 치고). 해당 데이터에 의거, 비율 또는 액수 가운데 하나로 사전합의 후 작가 수익분에서 차감.
한편 반대급부로, (흔하지는 않지만) 편집진의 귀책으로 정상적 시간에 제공되지 못했을 때 작가가 보상받아야할 몫에 대한 장치도 계약에 적용해야한다. 대등한 계약관계를 지향하기 위해서라면 당연한 조치인데, 편집자 개인이야 회사에서 상벌을 받지만, 작가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b)c)의 데이터에 기반해서 해주면 된다.
!@#… 현실적으로 시나리오 따져보시는 분들은 쉽게 눈치채겠지만, 선인세(그러니까, ‘MG’)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높은 비율의 작가군에게는 – 특정 작가들이 실력없다고 비하하는게 아니라, 소수의 성공작과 대다수의 범작으로 갈리는 오늘날 문화산업의 기본 패턴이다 – 이런 정밀한 접근은 오히려 금전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손실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편집진과의 콜라보가 지금보다 나빠지며, 그만큼 작업물의 상품성이 저하되는 위험요인도 당연히 무겁다. 그 결과 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경우도 꽤 생길테고 말이다. 그렇다보니 위의 방식을 밀어보자고 강하게 ‘추천’할 수는 없고, 그저 더 ‘옳다’라고 슬쩍 던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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