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뛰어난 완성도와 망한 흥행력으로 침몰중인(…) 취향적격 영화, [블레이드런너 2049] 관련으로 남겼던 몇가지 단상과 약간의 첨언을 여기 모아놓음. 당연히 스포일러 포함.
!@#… 한국 개봉 일주일전, 미국 개봉 주말에 아이맥스로 관람 후 남긴 첫 트윗 단평:
블레이드런너 2049: 강추. 원작의 화두인 “종의 경계”를 확장계승한 후, “개체의 고유성” 화두를 얹음. 화면과 연출은 SF방망이 깎는 노인급 퀄리티 (다만 매트릭스 이후 영화들의 속도감과는 거리가 먼 편).
1편에서 종의 경계, 2편에서 개체 고유성 성찰이라니, 이건 왠지 딱… 토이스토리.
화면 속 풍경의 디테일과 구도, 조명이 모두 이야기와 감정 전개의 일부라서, 관객이 그걸 훑어보도록 기다려주는 옛스런(=원래의 블레이드런너스런) 접근. 당연히 그만큼 느리고, 그만큼 강하다. 다만 스콧이 눅눅한 검정이라면, 빌뇌브는 희뿌연 회백색.
또한 2049에서 계속 띄는 코드는 이민자에 대한 은유로, 각기 다른 권리 수준을 지니고 복종을 하되 뭉뚱그려 차별당하는 각 다른 세대의 리플리컨트들. 아 그리고 여성신체의 객체화가 1편보다 더욱 기술적으로 진화한(=사회가 더욱 퇴행한) 세계.
여튼 보는게 나은 경우: 영화적 장면 구성, 야심찬 SF, 다층적 역설에 관심 1그램 이상 있는 모든 이 // 보지않는게 나은 경우: 속도와 박진감 없으면 잠들거나, 블런너의 모호함을 귀신씨나락스럽다고 느꼈거나, 폭력적 세계관이 거부감 드는 이.
덧: 블2도 원작과 같이 첫 씬의 설명문이 모호한 편. 간단설명: 현세대 합법 레플리컨트(월레스 제)는 명령권자에게 거역 불능하도록 설계(죽으라면 죽음). 그 기능 없는 이전 모든 세대는(전작의 인간수명 레이첼 이후 양산한 타이렐 제) 폐기 대상.
!@#… 한국 개봉 후 일주일쯤 지나고, H모님의 페북 감상에 덧글로 남긴 단상. “고전적 자본-제국주의” 언급은, 얼추 대항해시대 떠올리면 됨. 타르코프스키 언급은 당연히 화면의 정교함과 지루한 속도의 전설적 존재라서. :
저도 어쩌다보니 약간 장문 댓글을… 워낙 우주명작이라고 감동했는데 흥행이 망하고 있다보니 어딘가 이야기를 더 풀고 싶네요.
영화가 대놓고 만들어진 계급과 차별을 통한 사회유지의 화두를 던지는데 그쪽 감상이 많이 안나와서 안타까운 사람 1인입니다(하기야 이건 제가 미쿡 외노자 입장이다보니 더 빨리 선명하게 보이는 부분이겠지만). 전작에서 묘사된 2019년보다 훨씬, 지구에 남아있는 평범한(=가난해서 이민도 못간) 대중들이 차별의 행위자들이라든지요. ‘차이’가 이미 없다는 것을 너도알고나도아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인위적 구분을 만들어 매달린다는 것이 고작 “넌 어디에서 태어났느냐”랄까요.
조이를 그려낸 건 기본적으로, “인간성은 어디에서 오는지를, 만들어진 불완전한 존재를 통해서 거울삼기”라는 원작의 모티브를 확장계승하는 장치라고 봅니다. 살다보면 노가다용 합성육체에서도 감정은 생기고 기억은 채우듯(원작), 살다보면 뻔한 에로게 알고리즘 속에서도 일정한 개체 고유성이 생기는 이야기니까요. 인간관계에 매마른 소비자들이 갈구하는 손쉬운 이상형인지라, 당연히 여권 측면으로는 시대착오적인 순종캐릭의 면모로 설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러브플러스에서 여성인권 담아주기를 기대하는 오덕 유저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조이도 그렇고 K도 그렇고, 존재의 부족을 알기 때문에 쓸데없이 계속 집착하는 것은 촉각. 스스로에게 존재를 확증받기 위한 일정한 앵커로, 원작의 사진 같은 역할인 셈이죠.
월레스의 특징은 원작의 타이렐과 달리, 정말로 자본가의 면모가 차고넘치는 점입니다. 둘다 신콤플렉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타이렐은 호기심만 가득한 미친과학자에 가깝게 묘사되었는데, 월레스는 자기 영역의(넥서스9들은 명령권자를 거역하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으니 – 그래서 계속 인간과 달리 신을 거역 못하는 “천사” 드립을 – 새로운 종의 세계를 원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게 또한 레플리컨트해방전선과의 차이고) 무한 확장. 그야말로 고전적 자본-제국주의의 신이죠. 온갖 신놀음, 성서 인용 이면에 결국 타이렐의 과학력에 대한 묘한 질투와 결국 자본가 면모로 가득한 얄팍함이 재밌었습니다.
비주얼의 구성과 연출의 호흡에 대해서는… 아 이거 한 학기 분량 영화론 수업 나올 것 같습니다. 반면 한 샷에서 공간을 관객들이 훑어보고 몰입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다 보니(!) 포스트-매트릭스 세대에게는 새 시대의 타르코프스키.
!@#… 그리고 이 영화가 잘 만들었다고는 해도 노잼이라는 소신을 강경하게 수호하시는 Y모님과 대화 중 일부:
(K의 성장에 관하여)
-블런너2는 오덕이 제정신 차리는 이야기고.
-“으아아 나만으 한정판 조이짜응” => 깨달음
(월레스의 동기와 행동에 관하여)
-내가 가꿔낸 노예들을 세상 곳곳으로 퍼트리는게, 그야말로 대항해시대 아닙니까
-전작의 타이렐은 미친과학자, 이번의 월레스는 미친자본가.
-타이렐은 로이배티가 찾아왔을 때도 같이 과학 토론
-한번 시작한 4년제 세포 퇴화 과정을 어떻게 되돌릴까
-결론: 못함
-넵 (월레스는) 짝퉁스런 면이 있죠
-그 얄팍함이 월레스의 매력
-신놀음은 더 본격적인데, 본질은 더 얄팍하다
-타이렐이 잡스, 월레스가 팀 쿡 같은겁니다
-사회리더 놀음은 막 업그레이드, 제품은 걍걍
(반전 연출에 관하여)
-블런2 는 딱히 반전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
-모든 복선이 나올 때 마다, 세상이 그렇게 편하게 자기 생각대로 굴러갈리가 없잖아! 라고 K에게 외치고 싶었음
-(감독의 반전 연출 스타일 한계인가에 대하여, 전작) 어라이벌은 당연히 과거 회상인줄 알았던게 함정
-넵 그렇게 관객이 중반에 알아차리고, 캐릭이 알아차리기를 기다리게 되죠-그런게 사실 좋은 반전.
-쇼크를 주려는 식의 반전이 아니라(나이트샤밀란),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아감
(이후의 전망)
-여튼 블런2는 흥행이 워낙 망한지라, 향후 30년은 속편 이야기도 못 꺼내고
-온갖 영화강의에서는 맨날 예시 나오고 뭐 그렇게 전작의 수순을
!@#… 말 꺼낸 김에 몇가지 첨언. 전작과 이번 2049의 큰 차이 중에 하나는 사실, 이야기를 주인공 K에 대해 최대한 집중하느라 주변인들을 그들이 품은 상황적/캐릭터적 매력만큼 충분히 못살린 것. 전작에서 데커드의 수사와 별개로 레플리컨트들이 따로 모여서 주고받던 대화와 행동, JF세바스챤과의 에피소드들… 이런게 이번에는 그만큼 많이 다뤄지지 않는다 (월레스의 응접실 정도만 예외). 대부분의 조연들이, 양가적, 모순적인 경계선 매력이 넘치는데 말이다.
– 새퍼 모튼. 기적(!)의 새 희망을 지키기 위해 신형에 의한 죽음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있으면서도, 그 희망을 들통낼 위험이 있는 매립묘를 어쨌든 간직. 인간적 감정이 만드는 모순.
– 러브. 새로 태어난 “실패작” 리플리컨트가 처분되는 모습에, 꼿꼿이 서서 눈물만 흘리는 그 장면 같은게 훨씬 많이 다뤄졌더라면. 각인된 명령거부불가 장치, 최고의 ‘천사’이고자 하는 충성, 같은 종에 대한 연민, 인간이라는 차별만 앞세운 열등종에 대한 경멸, 그 모든게 섞인 캐릭터 아닌가.
– 조시 국장. 벽 드립을 대사로 쳤지만, 나름 우호적이되(나를 위해 충성했고 내 마음에 드니, 아마도 폐기당하기 전에 48시간 주마 도망가봐라 물론 나는 네 위치를 계속 파악하고는 있을거다) 기본적으로 인종차별 쩌는 섬세한 묘사가 은근히 부족. [겟아웃]과 비교해봅시다.
– 프레야 대장. 기적의 출산 그건 상징적 가치로서 리플리컨트들을 규합할 수 있는 장치임을 알지만, 데커드 처형 의뢰 같은 운동으로서는 그럴듯하지만 기본적으로 쓰잘데기 없는 짓을 (이미 자기 눈도 뽑고, 자료도 날아간지라, 데커드에게서 딱히 연결되어 나올 정보가 없…) 하는 뭔가 컬트교단스러운 과격성.
– 스텔린 박사. 유전자 결함으로 탈지구 금지당한, 전작의 JF세바스찬의 비애로움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너무 안 비애롭게 넘어감.
그런 고로, 그 모든 것을 담아내는 확장판을 만듭시다. 런닝타임 3시간 30분, 디렉터스컷을 빙자한, 방광파괴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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