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Grand Budapest Hotel’ 단평.
– 기본적으로 웨스 앤더슨의 그간 모든 장기의 총합에(모형스러운 질감과 특유의 색감, 대칭 화면 구도 같은 시각적 요소, 챕터형 서술, 유사 부자관계, 천재적 미성숙, 횡횡히 달려가는 사람들, 기타 등등) ‘타인의 삶’을 연상시키는 인간 존중의 주제까지 추가된 모습이다. 역대급으로 훌륭한 영화. 물론 화면의 집요함이야 아예 애니로 만든 미스터 폭스, 이야기의 추진력이나 감정의 다채로움은 문라이즈 킹덤, 중년의 멜랑꼴리는 스티브 지소우 등 작가의 전작들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지만, 이번에는 인간관이 유별나게 매력적.
사실 표현방식은 정반대임에도 주제 측면에서 ‘타인의 삶’을 연상한 이유는, 어떤 현실이라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고수하는 이. 그 자세를 바라보며 이뤄지는 유대. 모험 뒤 해피엔딩은 없는 후일담, 그러나 수십년 뒤 결국 기록되고 널리 나눠지는 이야기. 뭐 이런 요소들 때문이다. 그리고 막판의 대사 하나가 어쩐지 “Das ist für mich”와 비슷한 울림을 줬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게 바로 “After all, we shared a vocation.” 이 대사를 한국어 자막에서 어떻게 번역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품에서 표현하는 인간성과 유대에 대한 건조하고 함축적이며 무엇보다 완벽한 설명이라고 본다. 구스타브가 파시즘 야만으로부터 작은 판타지 공간을 지켜내는 수단은 (당시에도 이미 시대착오적인) 인간에 대한 예의, 그리고 (허세와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품위인데, 그것이 그가 추구하는 소명으로서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가 가는 곳은 감옥조차 호텔이 되고, 그가 자리를 비우자 호텔은 전쟁 막사가 되어버린다.
그런 소명을 함께 나누는 이들이 구스타브의 당대에는 호텔지배인 비밀결사 ‘교차열쇠단’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쇠락한 이후에도 무스타파를 통해서,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전달받은 소설가를 통해서, 또 그 후 그의 책을 읽고 그의 동상에 호텔 카운터처럼 열쇠를 걸어놓으며 뜻을 기리는 어떤 독자들을 통해 이어진다. 그 다음에는 어쩌면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관객들을 통해서.
!@#… 기타:
– 무려 3중 액자 구조인데 (작가 동상이 있는 공원 -> 작가의 생전 회고록 작업-> 젊은 시절 작가와 무스타파의 만남 -> 본 이야기인 무스타파의 젊은 시절) 사연과 가치의 전승이라는 주제 맥락을 강화하며 동시에 모형틱한 형식미를 서사에서도 구현한다.
– 레이프 파인즈(추: 중세영어 발음 기준으로 이렇게 발음하도록 되어있다고 한다)는 그러고보니 20년전 쉰들러리스트에서는 소수민족을 배제하고 탄압하는 나치 장교역이었는데, 이번에는 나치(가상의 유럽이다보니, 그것 비슷한)들로부터 그런 이를 지켜내는 양심인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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