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과 흐름: 마영신 단편집 추천사 [책내서평 / 180330]

!@#… 올해 봄에 나왔던 마영신 단편집 [연결과 흐름]의 책내 서평. 단편집 특유의 원형적 아이디어들이 좋음.

김낙호(만화연구가)

한심함을 작품에 제대로 그려내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드물다. 거리를 약간만 잘못 조절하면 손쉽게 단순화한 조롱 또는 자학이 되거나, 반대로 어설픈 정당화와 동정의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모습, 그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사에 정말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어떨까. 자신의 선택과 남들이 내린 선택의 연결, 필연과 우연이 대충 섞인 세상의 흐름 속에서, 한심함은 마냥 아름다울 수도 마냥 추할 수도 없는 현실의 입체적 단면 그 자체일 따름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작품들은 엮여 들어가는 세상사와 각자의 한심함에 대해, 다양한 정서적 방향과 표현방식으로 이야기한다. 출세에 눈 먼 속물 지식인이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속물 세상 속에서 일이 잘못 엮여 들어가는 과정을 그려낸 [빅맨]은 블랙코미디다. 생계를 목표로 길 위에서 즉석 만화 인형을 만들고 주문 만화를 그렸던 실패 경험을 희망적 에세이풍으로 풀어낸 [길상]도 있다. 무력감 속에서 허망하게 육욕을 갈구했다가 조직적 괴롭힘 속에 파멸하는 해병 이야기를 종교 모티브의 실험적 형식으로 풀어낸 [욕계] 또한 독특한 암울함을 전한다. 가차 없는 풍자, 세심한 사연, 실험적 연출 모든 것이 합쳐지며, 다양한 각자의 방식으로 진상을 부리는 ‘개저씨’들을 촘촘하게 엮어내는 역작 [연결과 흐름]이 대미를 장식한다.

어떤 한심함은 나름 잘해보려고 했는데 비틀어진 욕망의 민폐가 되고, 어떤 한심함은 시원찮아도 자신의 생활은 꾸려나가는 생활력이 된다. 공장 노동의 현장, 중년 아주머니들이 챙기는 자신들의 삶, 심지어 반려견과의 성장담을 그려낼 때에도 늘 입체적 한심함을 직면해온 마영신 작가의 모든 장점을, 고농축 상태로 즐겨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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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은 매우 마이너한 관계로, 여러분이 추천을 뿌리지 않으시면 딱 여러분만 읽고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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