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뒤져보자(2): “PD수첩 야매론” – 미디어전의 진국

!@#… 황랩 사건과 미디어, 이것이 궁금하다 2탄. 이번에는, “피디수첩 야매론”의 스토리를 한번 쫒아가 봤다. 잠시 한 일주일 어치 기억을 되돌려보자. 피디수첩이 취재과정에서 협잡을 해서 질타를 받고 낙마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예 진실을 까놓고 이야기해버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 전부터 직살나게 욕먹고 있었지 않던가. 그 중 결정적으로 많이 언급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피디수첩은 일개 언론에 불과하고, 과학적 성과를 검증하기에는 턱도 없는 것들이 지들 언론의 권세만 밑고 졸라 쌈마이처럼 덤벼들었다는 것. 한마디로, 피디수첩의 검증 자료들은 야매라는 것, capcold식 조어법으로 고치면  “피디수첩 야매론”.

이번 사건이 다루어진 ‘과학 저널리즘’이라는 관점에서, 구도는 원튼 말든 어느 틈에 과학팀과 언론 사이의 미디어전이 되어버렸던 때가 있다. 그런데 과학팀이 상대우위를 점하고 있는 필살기가 바로 과학 그 자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이 어떻게 포장되어서 다루어졌는가가 이번 미디어전의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에 있어서 도움이 좀 될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파봤다. 1탄만큼 재밌지는 않지만, 그러려니 하자. 여하튼 미디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입장이니 만큼, 또 한번 순서대로 흐름을 추적해봤다. 이번에도 사회과학적 분석이고 뭐고 없이, 스토리만 정리해본다.

피디수첩이 진위검증에 착수했다는 것이 맨 처음 알려졌을 때, 언론의 첫번째 관심사는 바로 세포의 출처였다. 메인스트림 언론들이 국익을 해치는 내부 고발자가 누구냐라는 ‘간첩색출 작전’을 지속적으로 벌이는 과정의 일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자료에 대한 과학자로서의 자신감이 강조된다. 12월 1일의 보도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PD수첩“가짜 논란 줄기세포는 황 교수팀서 준 것”…“제3기관 의뢰사실 없다”
[국민일보 2005-12-01 00:49] 

…황 교수팀의 이병천 교수는 이에 대해 “PD수첩에 검증 차원에서 줄기세포를 건넸지만 PD수첩팀이 제대로 검사를 하지 못해 결과 자체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또 제공된 줄기세포는 여러차례 검증에서 환자들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편,황 교수팀과 PD 수첩팀이 공신력 있는 제3의 실험기관을 통해 DNA 검증을 해본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이 서울대 안규리 교수측 관계자로부터 제기됐다…

MBC “연구팀에게서 직접 받았다” 황교수팀 “시달리다 할수없이 줬다”
[조선일보 2005-12-01 03:07] 
[조선일보 신동흔 기자]

…이에 따라 황 교수팀이 이런 중요한 자료를 왜 PD수첩팀에 제공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교수팀의 한 관계자는 “PD수첩팀이 집요하게 우리에게 요구했고, 시달리던 끝에 할 수 없이 (줄기세포와 모근세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반면 PD수첩측은 “연구팀이 자신이 있으니까 내어준 것 아니냐”고 했다…

여기서 큰 틀들은 자명하다. 세포를 준 것은 시달리다 귀찮아서 준 것. 즉 피디수첩은 세포를 달라고 과학자들을 괴롭힌 존재. 그리고 이병천 교수가 먼저 프론트로 나서서 과학 대 비과학 구도를 시작한다. 이에 비해서 PD수첩측의 입장은 무엇이었냐 하면,

줄기세포 ‘DNA진위’ 공방
[경향신문 2005-12-01 07:30] [이은정 과학전문기자·송형국기자]

…한편 PD수첩측은 “황교수팀의 많은 공동저자들이 줄기세포 ‘의혹’에 대해 당당하게 검증받자고 의견을 모아 (PD수첩에) 줄기세포를 제공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 황교수측이 지명한 변호사 1명과 안교수가 보낸 과학자 1명이 검사를 참관했다고 PD수첩측은 덧붙였다. PD수첩은 이같은 검사결과 등을 담은 내용을 조만간 방송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이미 변호사와 황랩측 참관자가 있었다는 것이 언급이 되는데, 신기하게도 이 부분은 며칠 후까지 많은 주류 언론에서 일언반구 언급도 안된다.

[연합뉴스 2005-12-01 07:53] 

…배아줄기세포 DNA 검사 ‘진위 논란’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30일 “MBC ‘PD수첩’과 황우석 교수팀이 제3의 검증기관에서 줄기세포 DNA 검사를 한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는 서울대 모 교수가 안규리 교수의 말을 인용해 ‘”PD수첩 팀과 황 교수팀, DNA검사기관 등 3자가 함께 모여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대조 검사를 실시한 결과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 것에 대한 해명이다…

제한된 정보로,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문제가 없었다느니, 절차가 이랬다느니 저랬다느니. 절차가 확실하지 않고 애매해 보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딩동댕. 과연 이것들이, 제대로 실험한 건가, 하는 의문.

황우석-PD수첩, ‘줄기세포 진위’ 논란
[SBS TV 2005-12-01 08:20] 

황우석 연구팀은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의 DNA 확인 절차를 거쳐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는 반응입니다.

[성명훈/세계줄기세포허브 기획협력부장 : 진위에 대한 논란은 이미 사이언스에서 다 확인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허술하게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것을) 논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 드디어 사이언스 등장하신다. 권위는 있지만 그래봤자 일개 학술 저널인 사이언스가 한국에서 완전히 무슨 성전처럼 받아들여진 것 자체가 웃기지만, 뭐 그러려니 하자. 참고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중학교 국어시간 논술시간에 이런 표현을 가르쳐준다: “권위에 대한 의존의 오류“.

황 교수팀 “수십 명 연관됐는데 사기 쳤겠나”
[중앙일보 2005-12-01 09:29]  

황 교수에게 연구용 난자를 제공했던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불일치로 나온 것은 검증기관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불일치로 나온 것은 판독 불능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샘플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은 “걱정도 안 한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 황 교수와 공동연구자인 서울대 의대 안규리 교수도 주변 사람을 통해 “결과를 지켜봐라. 수십 명이 연관돼 있는데 전 세계를 상대로 어떻게 사기를 치느냐. 사이언스가 검증한 것이다. 수십 명이 사기꾼이란 말이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 줄기세포 연구자는 “황 교수 측이 직접 줄기세포를 전달했다면 진짜임을 입증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줬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황교수팀 “PD수첩 `DNA검사’ 신뢰 못해”
[연합뉴스 2005-12-01 10:26]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MBC PD수첩이 황우석 교수팀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가짜의혹’을 주장하며 DNA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 황 교수팀 관계자는 “검증작업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1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DNA 검사 자체가 예민한 데다 검사결과도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면서 “국과수에서 검증하고, 사이언스지에서 재차 검증한 것을 PD수첩이 자체 검증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DNA 검사에서 판독 불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검사 자체에 에러가 있었던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도 “줄기세포가 배양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변형이 계속 일어난다는 사실은 이미 (내가) 학계에 보고했던 것”이라며 “이런 기초적인 내용을 모른 채 검증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노 이사장은 또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팀에 파견된 K모 연구원이 PD수첩에 `중대한 진술’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PD수첩측에서 자신들의 취재내용을 제시하면서 `황 교수가 처벌받을 수 있다’, `양심에 걸리는 것 아니냐’ 등의 질문을 하니까 이 연구원이 `그것은 과학자의 양심에 달려있는 것’ 이라고 답변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PD수첩 주장처럼 `중대한 진술’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구원이 취재를 당하는 과정에서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 역시 `가정’으로 답한 것뿐”이라며 “최근에도 (K연구원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고, 신변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자, 이제 키 플레이어들이 등장하신다.

– (노성일) 불일치는 곧 판독불능이라는 말까지도 서슴치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존경스럽다.

– (안규리) 사이언스가 검증했단다. 그리고 어떻게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치겠냐는 순박한 원론. 후에, YTN 기자 데리고 미국 갔다온 여걸 되시겠다. 아 참고로 황교수 입원시 주치의도 맡았다.

– (관계자/논지의 일관성으로 볼 때 이병천)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단다.

덤으로 노성일 이사장은 피디수첩과 K연구원과 서로 ‘가정’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글쎄, 지금 드러난 녹취록은 전혀 가정형이 아니던데. 뭐, 모르겠다.

DNA 검사 신뢰성 공방으로 이어질 듯
[YTN 2005-12-01 12:43]  [이승은 기자]

…피디수첩팀이 강하게 의혹을 제기한 배경에는 미국 피츠버그대에 있는 미즈메디병원 출신 연구원의 말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연구원은 지난 10월 20일 피디수첩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중대한 증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즈메디 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이와 관련해 ‘PD수첩측이 이 연구원을 만난 자리에서 ‘신상에 이상이 있을 줄 알라’며 협박했다’고 정황을 말한 바 있습니다.

[질문]

황우석 교수팀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배아줄기세포 DNA 일치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을 거쳤다죠?

[답변]

지난해 2월과 올해 5월 두차례 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황 교수팀이 체세포 핵이식 복제기술을 이용해 만든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DNA분석을 비공식적으로 의뢰해 체세포 DNA와 배아줄기 세포의 DNA가 서로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해 준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황 교수팀이 공식 공문을 보내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의뢰한 것은 보안 문제 등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 YTN 납셨다. 황랩은 국과수도 거치고 과학적으로 다 증명했다, 라는 논증되겠다. 비공식으로 한 것에 대한 추측성 이유도 친절하게 붙여줬다. 국과수에 세포가 아니라 DNA 추출한 것만 준 것이라는 사실은 한참 뒤에야 밝혀지지만.

줄기세포연구`원군`얻었다
[헤럴드경제 2005-12-01 14:53] 
사이언스誌”복제 가짜 아니다”…PD수첩 일부주장과 차이 주목

…실제로 사이언스가 수정 발표한 논문의 `표` 부분에 따르면 황 교수팀이 발표한 11종의 복제배아줄기세포는 모두 체세포를 제공한 11명의 환자 DNA와 면역반응이 각각 일치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결국 배아줄기세포가 인체의 모든 조직과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를 검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초 발표와 일부 차이가 있지만 복제 자체가 가짜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이언스의 이 같은 판단은 MBC 주변에서 돌고 있는 이야기(PD수첩이 황 교수팀에서 받은 줄기세포 5개 중 일부와 체세포의 DNA가 불일치하거나 줄기세포 전체가 판독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설)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 최상현 기자(paquapa@heraldm.com)

아하, 사이언스가 황랩을 지지한단다. 피디수첩이 검증한 부분인 세포-데이터과 사이언스가 검증한 데이터-데이터가 서로 다른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비교해서 피디수첩을 망가트려주는 센스.

줄기세포 진위 논란 “DNA 재검사가 해결책”
[연합뉴스 2005-12-01 15:42]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이정빈 교수는 “양측이 이제 갈데까지 간 것 아니냐”며 “다시 검사하는 방법 밖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팀이 과학자 집단의 자존심을 내세우기 보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체세포 핵이식복제기술로 만든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에 대해 공신력 있는 검사기관을 통해 DNA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아직 이런 시각도 약간은 기사를 타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뿐.

DNA 검사 신뢰성 공방·여성 연구원 연락두절
[YTN 2005-12-01 17:42]  [김명우 기자]

아아 이 기사 걸작이다. 신뢰성에 문제가 있고, 아마도 그건 어떤 여성연구원이 제보했고, 그 여자는 연락두절. 굉장한 흐름이다. 두 뉴스를 하나로 묶어서, 아주 신뢰성을 깎아준다. 역시 YTN.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역시 본심이 마구 드러날 때 일 것이다.

[데스크 칼럼―문일] PD수첩의 진실
[국민일보 2005-12-01 18:21] 

…그러나 진실의 소재와는 별도로 이번 사건을 통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방송 권력을 실감한다. 수십년 공력이 축적된 생명과학의 첨단연구를 PD들이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독선에는 전율한다. 무엇이 이들의 눈을 충혈되게 했을까.특종?사회정의?진실?장기적 국익?  …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의 요즘 생각’에서는 황교수에 대한 호감이나 동정이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글에 “좋은 학교 나오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에 대한 반감이 깔려있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문일 [국제부장] norway@kmib.co.kr

어이, 부장님, 그런 오버는 민폐라구요. 여튼 YTN, 조선일보와 더불어 국민일보가 이번 건이 이 정도로 개판이 되는 것에 공헌한 바는 지대하다. 알려져 있다시피 온라인으로 뉴스 공급을 하기 위한 ‘쿠키뉴스’ 서비스 역시 이들의 것인지라, 사실상 포탈 뉴스에 국민일보발 기사들은 양적으로 두 배 뻥튀기되어서 도배를 해버리거든. 그런데 논조는 이모양이니.

!@#… 뭐, 여기까지는 1부에 불과했다.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아주 대박으로 PD수첩 야매론 퍼트리기. YTN, 장난 아니다. 이승은 기자가 또 보도한다.

DNA 검사 신뢰 공방 계속
[YTN 2005-12-01 19:43]  [이승은 기자]
…이러다가는 국제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지가 이미 검증한 논문을 두고 국내에서 재검사까지 벌어지는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피디수첩이 검사를 맡긴 한 업체는 튜브에 담긴 액체 상태의 시료 15개를 넘겨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고 자신들은 판독까지 의뢰받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DNA 검사 업체 연구원] “13개는 판독을 내릴만한 데이터가 안나왔구요. 2개만 나왔는데 (판독하지 않고 넘겨줬어요).”

피디수첩은 또다른 기관에도 DNA분석을 의뢰했으며 판독을 거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건넸습니다.

[인터뷰:국립과학수사 연구소 관계자] “리뷰만 부탁받았습니다. 검사 진행법이 맞는 것인지, 결론을 내리게 된 과정이 바른지 판정해달라는 것이죠.실험은 아닙니다.”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은 줄기세포가 배양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변형이 계속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DNA 판독을 할만한 데이터 자체가 나오지 않은 것은 세포를 샘플로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줄기세포를 키우는 배지로부터 다른 DNA가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법의학 관계자] “(제가 이번 건과 관련해 상황은 모르지만) 줄기세포 배양을 잘 아는 분과 법의학을 하는 분들이 토론하면서 실험을 진행해야 일치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DNA 검사 신뢰 공방 계속 
[YTN TV 2005-12-01 21:28]  이승은 기자.

PD수첩팀 취재로 불거진 황우석 교수팀 줄기세포 진위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국제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지가 이미 검증한 논문을 두고 국내에서 재검사까지 벌어지는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업체는 판정 내린 적 없다, 라는 헤드라인들 난무. 당연하다. 판정 내린 적 없는데, PD수첩이 마구 우겨서 유죄라고 한다는 의미망을 만드는 거지. 여론조작의 아주 기본중 기본이다. 물론 업체 입장에서는 다른 자료 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받은 입장이라, 방어적으로 나올 수 밖에. 잘못해서 자기들이 뒤집어 쓰면 큰일이니까. 몰라요 몰라, 로 나가야지 뭐. 여튼 결과가 안나왔다, 라는 것이 이제부터 구축될 논지의 핵심이다. 그것도 다 피디수첩 탓이다, 라는 의미망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집요한 작업도 동반되면서.

“PD수첩이 가짜라고 하기에 하도 기가 막혀 줄기세포 내줘”
[중앙일보 2005-12-02 05:30]

황 교수는 1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PD수첩에서 줄기세포가 가짜라고 해서 ‘아무거나 가져가라’고 했으나 처음에는 가져가지 않다가 다시 와서 다섯 개를 줬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며칠 뒤 PD수첩이 검사 결과를 가져왔으며 PD수첩 측이 ‘네 개는 부서졌고 한 개는 다르게 나왔다. 이 한 개를 다른 전문가에게 맡겼더니 판독불능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줄기세포 네 개는 변질됐거나 손상돼 DNA를 추출할 수 없었고 나머지 한 개에서도 DNA가 일부 나왔으나 체세포의 주인공과 일치하는지를 따지기 힘든 상태였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자, 드디어 나오기 시작한다. “부서졌다”. 한마디로 결과가 안나온건 피디수첩이 샘플을 망가트려서.

“줄기세포 국과수ㆍ사이언스서 이미 검증”
[매일경제 2005-12-02 07:17] [위정환 기자 / 이은지 기자]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복제와 세포 배양을 연구하는 학자들이라면 실 험실의 연구원들이라도 현미경을 통해 복제된 줄기세포에 대한 진위 여부를 쉽 게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연구성과를 보다 완벽하게 입증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통해 인간배아복제 줄기세포와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생산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식 공문을 보내 DNA검사를 요청하지 않고 국과수 본원이 아닌 장성지소에 비공식적으로 의뢰한 것에 대해 “특허권 보호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PD수첩 ‘DNA검사’ 신뢰 못 해”
[KBS TV 2005-12-02 07:46]

…<인터뷰> 이병천(서울대 수의대 교수):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다른 요인으로 재점검한다는 것은 과학자의 한명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아, 이제는 그냥 ‘관계자’가 아니라 실명으로 나오시네. 이병천 교수. 총대를 맨다. 반복할 필요도 없겠지? 피디수첩은 과학자들이라면 졸라 쉽게 할 수 있는 검사도 잘못해서, 결과도 못냈다라는 명제가 만들어진다.

황 교수팀, “검증 신뢰할 수 없어”

[YTN 2005-12-02 11:35]  [이승은 기자]
…황 교수팀은 피디수첩이 판독을 의뢰한 법의학자도 판독불가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증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황우석 교수팀 주변에서는 황 교수측이 공개 재검사를 꺼리는 것은 논문을 실은 사이언스측의 항의를 의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망가졌고 판독도 안됐는데 무슨 신뢰냐, 그런 것. 게다가 검사를 안받는 것에 대한, 친절한 이유설명도 붙여주신다. YTN의 이후 뉴스는 항상 이 말로 끝난다. 사이언스측의 항의를 의식해서,라고.

“국제적 학문성과 모독 재검사 있을 수 없는 일”
[문화일보 2005-12-02 14:02] 
…황교수팀은 “국제적인 학문성과를 모독하는 것”이라 며 “재검사는 응할 수 없다”고 강하게 거부하고 나섰다. 정확 한 줄기세포를 제공했는데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검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과학적 검증을 거친 논문결과를 민간에서 재검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황교수팀의 일원인 서울대 이병천 교수는 “검증작업 자체를 신 뢰할 수 없다”면서 “2차 검증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 학적 검증을 국제적으로 이미 받은 결과를 다시 검증한다는 것은 한국과학계를 위해서도 말이 안된다”며 “(PD수첩에) 시달리다 가 줄기세포를 검사하라고 내줬지만 제공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줄기세포를 내줬는데 이런 결과 가 나왔다는 것은 검사업체나 검사중간에 문제가 있지 않고는 있 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한국 생명공학연구원 유향숙 박사는 “일반인의 유전자 검사와 달리 배아줄기세포는 분화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단계에서 비교했는지 에 따라 DNA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실험경과와 실험 상황을 정확히 따른 다음에 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누가 그 전문가들이고, 얼마나 의견이 보엿길래 지배적인지는 모르겟지만. 이런 기사는 정신나간 편집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퇴짜다. 아 여기서부터 유향숙 박사가 보이시는군. 훗날 트라졸과 파라포름알데히드 소동의 주인공되시겠다(일설에는 짜깁기로 악용당했다는 말이 있다). 여튼 이후 보도에서 표현은 기본적으로 항상 4개가 ‘부서졌다’다. 부서졌다고 아무도 단정 안했는데. 황박사가 이야기한 것만 있을 뿐. 그게 어느틈에 기정 사실화. 무서운 일이다.

!@#… 그리고 기자회견. 지금까지가 헤드락이었으면, 이제부터는 저먼 스플렉스다.

PD수첩 “검사결과 100% 확실하진 않아”
[SBS 2005-12-02 16:01]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진위여부와 관련해 PD수첩 담당 PD는 2일 기자회견를 갖고 “줄기세포 검사결과가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PD수첩이 요구하는 것은 2차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PD수첩 “100% 확실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다”   노컷뉴스   2005.12.02 오후 16:36

PD수첩 “2차검증 받자…가짜라는 증거는 없어”(상보)   헤럴드 생생뉴스   2005.12.02 오후 16:38

PD수첩 “검사결과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연합뉴스   2005.12.02 오후 16:39

PD수첩 “1차 검사결과 100% 확실한 것 아니다”(종합)   연합뉴스   2005.12.02 오후 16:39

‘PD수첩’ 한학수PD, “사이언스는 실제 검증은 하지 않았다”   마이데일리   2005.12.02 오후 17:05

“황교수팀 줄기세포 검사결과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서울경제   2005.12.02 오후 17:57

PD수첩, “사이언스, 실제 검증 안 했다”   업코리아  2005.12.02 오후 17:59

그냥 쉽게 말해서, 피디수첩이 자기네들 결과도 스스로 확신못하고 있으며, 덤으로 감히 사이언스님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는 하룻강아지짓을 하고 있다는 논조의 제목들 되겠다.

“DNA업체, 샘플 2차례 검사..결과는 각기 달라”
[연합뉴스 2005-12-02 18:57] 
…DNA와 환자의 DNA가 확실하게 `불일치’ 했다고 밝혔지만 이 줄기세포는 동일 검사기관에서 2차례에 걸쳐 실시한 검사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온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이는 2번 줄기세포에 대한 `확실한 불일치’를 주장했던 PD수첩의 주장과 다른 것으로 새로운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PD수첩의 의뢰를 받아 DNA 검사를 했던 아이디진(IDGnee) 관계자는 2일 “PD수첩으로부터 15개씩 들어있는 시료를 2차례에 걸쳐 검사했다”면서 “처음에는 15개 시료 중 1개만 판독이 가능했지만 두 번째 검사에서는 이 시료도 판독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차 검사결과를 넘겨준 뒤 얼마 후 다시 한번 검사를 의뢰받았다”면서 “검사결과만 놓고 보면 2차례의 검사결과가 서로 달랐다”고 말했다.

오오, 이거 쎄다. 실상은 지금을 잘 알려져있다시피, 아이디진에서 검사한 첫번째 것과 두 번째 것은 같은 샘플을 배양복제한 다른 세트였다. 첫째에서 하나밖에 안나와서, 두번째는 피디수첩 보관분으로 재차 검사한거지. 뭐, 밑에도 3쌍이야기가 나오니 사실 거짓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으니까 같은 세트를 두번 돌려서 나왔다 안나왔다 한 느낌으로 읽혀지지, 안그런가? 깜빡이냐, 들어왔다 꺼졌다 하게. 즉 신뢰성 무한추락.

‘황우석 사태’ 한국 과학도들 의견은…
[동아일보 2005-12-02 19:13] 

…현직 연구원, 이공계 석·박사과정 대학원생 등 국내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들이 참여해 만든 ‘한국과학기술인연합’ 회원들은 2일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많은 회원들은 “PD수첩에서 검증할 능력이 있느냐. 한마디로 코미디”라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재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조선일보의 영원한 찌라시 라이벌, 동아일보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신선한 접근을 시도하려고, ‘과학도’들을 끌어들인다. 사이엔지가 이런 식으로 보도될 줄이야… 싸이엔지 들어가서 당시 분위기 살펴보면, 이 기사가 얼마나 지조때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황 교수팀 “국제적 모독…있을 수 없는 일”
[KBS TV 2005-12-02 22:16] 
…<인터뷰> 이병천(서울대 수의대 교수) : “결과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까지 그분들을 충족시키지 위해 계속 샘플을 주어야 하느냐.”…

아아… 너무 본심이 드러나지 않습니까, 이병천 교수님. 그런데 누가 들으면 피디수첩이 한 12번쯤 쳐들어와서 연구실의 세포란 세포는 다 뜯어간 줄 알겠수. 흥분은 금물이라니까. 뭐, 분노하는 과학자의 모습이 대중 동원에 효과적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MBC, 복제 소 ‘영롱이’도 의심 갖고 추적
[KBS TV 2005-12-02 22:16]  김혜송 기자
<녹취>이병천(서울대 수의대 교수): “시료 요구할때 줄기세포뿐 아니라영롱이 혈액과 엄마의 체세포를 요청했습니다. 그 체세포와 영롱이 혈액을 채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롱이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검증과정을 거쳤다는 논의는 원래 하나도 없었다. 어느 순간 이렇게 갑자기 툭 튀어나오더라고. 자 맥락을 합쳐보자. 피디수첩 그마들이, 체세포도 야매로 망쳐놓고, 이거저거 뭐 하나라도 꼬투리 잡아볼려고 다 쑤시고 다닌다, 라는 의미가 머리 속에 조립되지 않나? 즉, 황 죽이려고 왔다, 는 의미가 되어주지.

이병천 교수 “2차 검증 있을 수 없는 일”
[동아일보 2005-12-03 03:09]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황우석 연구팀의 일원인 서울대 이병천(李柄千) 수의대 교수는 2일 MBC PD수첩 팀이 2차 검증을 주장한 데 대해 “한국 과학계를 위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언제까지 (MBC에) 휘둘릴 수는 없다”며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과학자들이 순진한 마음에서 준 것이다. 사이언스 측에서 ‘줄 필요가 없었는데 왜 줬느냐’면서 불만을 표시해 왔다.”…―PD수첩은 ‘계약서’에 황 교수 측이 필요하면 2차 검증을 하겠다고 명시했다던데….“계약서에는 ‘2차 검증’이란 말이 없다. 검사 결과가 연구팀의 것과 다르게 나오면 합의하에서 제3의 기관이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럴 의사가 없으므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PD수첩 팀의 유전자 분석 결과는 어떻게 보나. “대부분 판독 불능이어서 데이터에 신뢰가 안 갔다. 줄기세포에서 DNA 추출을 잘못하거나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사이언스의 그 불만, 나도 졸라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서신을 줬는지 공개좀 해주시오. 그것도 비밀인가? 원문을 보고 싶다고, 원문을. 여튼 지금 이시점에서는 이 말도 심히 구라스러워. 왜냐하면 이런 뉴스가 나중에 드러났거든: “진저 핀홀스터 <사이언스> 대변인은 10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본 언론보도들과 달리, 우리는 황 박사가 언론의 문의에 응답하지 말도록 만류한 적도 없고, 황 박사가 자신의 발견물에 대해 (제 3자가) 독립적인 복제를 (통해 검증하도록) 의뢰하는 것도 만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2월 10일). 아 그리고, “합의 하에 제3의 기관이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 보통은 할지말지 합의한다는 것이 아니라 할 때 제3의 기관을 어디로 정할지 합의한다는 거 아닌가, 상식적으로?

2번 줄기세포 DNA 불일치 국과수 결론 통보받았다”
[한겨레 2005-12-03 07:57] 이근영 김양중 기자
…이윤성 서울대의대 법의학과 교수도 “검체에 이상이 있었거나 오염 또는 변질됐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줄기세포의 진위에 대해 쉽게 판단할 수 없다”며 “그러나 한 번 결과가 나온 것이 줄기세포의 디엔에이라면 하나의 검사 결과라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게 재밌는 것이, 보통 다른 신문 기사들에서는 이윤성 교수의 말을 ‘없다’까지만 잘라서 항상 인용해왔단 말이다. 검사결과가 꽝이라는 근거로 인용되었다는 말이다. 진짜 엑기스는 는 이 뒷부분, 즉 충분히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있는데 말이지.

MBC가 DNA검사 의뢰한 곳-중소기업
[조선일보 2005-12-03 10:13]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MBC가 최종판정을 의뢰한 곳-전남대
[조선일보 2005-12-03 10:14]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역시 조선일보! 제목부터 포스가 다르다! 민족의 평안과 기득권의 수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쫒는데, 심지어 대중의 지지까지 받는 신기한 신문은 뭔가 비결이 있는 법.

노성일 이사장 “과학의 승리 믿는다”
[노컷뉴스 2005-12-03 13:11]   CBS경제부 정재훈 기자
floyd@cbs.co.kr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은 오늘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PD수첩의 의혹제기’에 대해 “과학이 승리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노 이사장은 자체 확인작업을 벌였느냐는 질문에 대해 “과학이 승리한다는 것을 믿는다”며 DNA일치 여부에 대한 재확인 작업을 마쳤음을 시사했다.노 이사장은 “4일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의혹을 밝힐 것”이라며 “황교수와 만나 모든 내용에 대해 협의했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것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왜 경제부 기자가 이쪽을 취재중인지는 모르겟지만 사소한 건 넘어가자. 여튼 피디수첩 이제 끝, 과학 승리, 기자회견 이라는 시나리오를 암시.

!@#… 자꾸 이병천 교수만 뜨니까, 강성근 교수도 뭔가 한 껀 하고 싶었나보다. 자, 총대의 세대교체.

황 교수팀 `PD수첩 의뢰 DNA 분석결과 과학적 오류`
[mbn 2005-12-03 16:32] 
황 교수팀의 강성근 교수는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PD수첩이 DNA 검사결과를 토대로 분석을 의뢰한 데이터는 과학적 오류 투성이’라고 밝혔습니다. 강 교수는 그 이유로 우선 PD수첩측에 제공한 영양세포 5개의 경우 동일한 쥐에서 추출한 세포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결과가 같게 나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PD수첩이 보낸 결과를 보면 이들 5개 세포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강 교수는 PD수첩에 건넨 영양세포는 모두 같은 쥐에서 추출된 점을 들어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부분에 대한 검사결과는 같아야 하는데도 차이를 보인 것은 실험 자체가 오류가 있었던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니, 왜 갑자기 쥐? 여튼 이 이야기는 다른 매체에서도 그대로 복사해서 사용. 그것도 그래프 섞어가면서. 졸라 사실적이다. 과학적이다. 설득력 만빵이다. 황랩이 피디수첩에 준 쥐 영양세포는 일종의 트로이 목마였다. 녹취된 황박사 음성으로는 인간 체세포를 줬다고 되어있거든. 즉 피디수첩이 야매라고 주장하기 위한, 바로 이 순간을 위한 함정이었던 셈이지. 그런데 문제는:

우선 강교수는 피디수첩에 발표한 결과 내용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피디수첩은 15개 샘플 중 줄기세포 1개 말고는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쥐의 세포를 가지고 사람의 유전자 지문 검사를 하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게 정상입니다.
따라서 피디수첩의 발표대로면 쥐의 영양세포에 대한 검사결과는 모두 제대로(예상대로) 나온 것입니다. 강교수는 쥐의 유전자 지문이 안나온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사람과 쥐의 유전자 지문을 같은 키트로 검사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no=9604

물론 이런 이야기는 이 때 절대 주류 미디어에서 같이 안다뤄졌지만.

국과수, “PD수첩에 ‘DNA 불일치’ 통보한 적 없다”
[노컷뉴스 2005-12-03 19:01] 

이런 것도 들어온다. 즉 국과수가 구두통보를 안했다고. 그럼 국과수에서도 확인해줬다고 전에 보도나온 건 뭐냐? 그것도 몽땅 피디수첩의 구라로 각인되는거지.

[건강과학] [세상보기]② “줄기세포 100% 진짜다!” 

[KBS 2005-12-04 08:08] 홍사훈 기자 (클릭)

12월 4일 아침, KBS에서 11분 기획 보도. 여기서 드디어 트리졸과 파라포름알데히드 나오신다. 피디수첩의 결과가 제대로 안 나온 것은 고정시료를 야매로 써서 그랬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실수이고, 야매스러운가. 아아, 야매론의 진정한 완성형이다. 하지만 그 보도가 도대체 왜 많은 “그나마 좀 주워들은 것이 있는 사람들”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는지, 전에 capcold가 이전에 쓴 것을 참조하시면 되겠다(클릭).

!@#… 그리고 12월 4일 오후. YTN에서 특종을 터트린다. 안규리 교수가 YTN 기자 대동시켰고, 같이 K 연구원을 만나서 증언 번복, 협잡 폭로. 아아… 이제 피디수첩은 그냥 야매일 뿐만 아니라 쌈마이 깡패 야매가 되어버렸다. 게임오버.

———————————–

!@#… 내가 봐도 쓸데없이 기니까, 간단히 다시 줄거리 요약해보자. 일명, PD수첩 검증 야매화 프로젝트.

(1) 시작: 피디수첩이 졸라 귀찮게 굴어서 세포를 강탈해갔다 -> 절차가 도무지 갈피가 안잡힌다

(2) 취재일지 공개 후: 피디수첩이 나선다니 사이언스님이 진노하신다 -> 그런 쉬운 걸 결과도 못냈다니 야매다, 덤으로 검사마다 다를 수 있다 (이병천 교수 메인 총대)

(3) 피디수첩 기자회견 후: PD수첩이 지들 스스로도 확신 못하더라 -> 억지로 뭐라도 잡아보려고 영롱이도 쑤시더라 -> 업체도 야매다

(4) 자신만만 마무리: 쥐 영양세포의 결과 봐라. 역시 야매다 (자신들의 함정 자랑. 후일 자충수가 됨 / 강성근 교수 총대) -> 피디수첩은 고정 시료도 잘못썼다.

즉, 피디수첩은 과학의 ‘ㄱ’자도 모르면서, 졸라 이것저것 쑤시면서 꼬투리 잡으려고 고매한 과학자 선생들과 세계 과학의 권위에 깝쭉거렸다는 이미지 구축 성공.

!@#… 오오, 아주 집요할 정도로, 거의 예술적일 정도로 철저하게 모든 차원에서 피디수첩의 검증과정을 야매로 만들어버렸다. 기승전결이 무척 뚜렷하다. 도발-잽-스트레이트-마무리 어퍼컷으로 이어지는 훌륭한 여론조작 4단계 방법론이다. 과학자들을 괴롭혔다 – 실력이 없으면서 과학의 권위를 부정한다 – 아무튼 뭐라도 얻으려고 필사적이다 – 그러데 과학적으로 야매인 증거들이 더 있다. 그리고 그런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고는 곧바로 취재 협잡 폭로. 이 모든 게 단 며칠만에 일어났다는 것이 상상이 안갈 정도다. 괴벨스가 지금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 물론 나중에 드러난 바에 의하면 피디수첩(측의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검증실험설계는 포지티브-네거티브-비교그룹까지 갖추고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충족시킨 철저히 과학적인 절차였다. 그렇게 얻어맞던 DNA 결과도 충분히 유의미하다는 것, 이제는 다 드러났다. 고정시료 어쩌고 문제는, 생물학쪽 사람들은 차라리 웃고 싶어한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피디수첩은 여전히 야매로 남아있다. 물론 상당수의 대중들에게 있어서는 어차피 이미 피디수첩을 미워하고 있는데 그 미워함에 대한 근거를 이것으로 사후 보충 받은 것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위의 “피디수첩 야매화 프로젝트”는 PD수첩의 증언확보 과정 협잡사실이 드러난 12월 4일 오후 이전에 이미 거의 완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에는 언론 전반의 찌라시성에 대한 사람들의 평소 실망도 덧붙여졌을 테지만.  여하튼 위의 스토리를 주욱 다시 읽어보고 있자니 참 모골이 송연해진다. 여론조작, 졸라 쉬운 거 였구나, 라고. 

!@#… 이후 이야기. 뭐, 5일 BRIC에 anonymous 제보로 뽀샵질이 드러나서 과학자 커뮤니티에서 다시 의혹이 지펴지기 전까지는. 그리고 6일 프레시안에서 피디수첩의 자료를 입수, 2번 줄기세포의 실제 검증 수치와 과정을 열어주자, 이제 슬슬 분위기가 전환되기 시작. 야매가… 아니었나보네? 하는 기사들도 하나둘씩 나타났다. 물론 이미 엠비씨 공식 사과하고, 피디수첩 개작살나서 낙마했지만. 뭐 ‘피디수첩 야매론’은 그런 스토리였다는 것이다. YTN, 국민일보, 조선일보, 열심히 뛰었다. 아 KBS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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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이버덧글 백업]
    – 玄武 – 괴링이 아니라 괴벨스 아닌가요?; 2005/12/11 14:57

    – 캡콜드 – !@#… 현무님/ 제가 좀 가끔 두 괴씨형제들을 거꾸로 씁니다. 옙, 괴링은 게슈타포 및 군사공작, 괴벨스가 선전선동 맞습니다. 본문 고쳤습니다…-_-;; 2005/12/11 15:06

    – 쥬팜 – 딱 절반만 정리했는데도 이정도라니..정말 폭풍같은 10일간이군요. 다이너마이트 코리아-; 2005/12/11 22:10

    – 햄토리 – 여기 오니, 이번일에 대한 꽤 흥미진진한 접근법을 보게 되는군…근데 공부는? ^^ 2005/12/12 14:23

    – 캡콜드 – !@#… 햄토리님/ 뭐, 다행히도 이게 저에게는 공부의 일부분이기도 하니까요. 2005/12/12 15:12

    – lx___xl – 다음까페 아이러브황 운영진 중 한 명이 문제의 전 YTN 기조실장 윤태일 씨라는 미디어오늘 기사가 떴습니다. 과학적 진위여부 외에 웬만한 곁가지는 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 이건 좀…, 언론플레이는 그냥 재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스케일이 다르군요. 2005/12/12 16:42

    – mirugi – 이번 사태의 쟁점에 대한 친절한 설명문
    http://haime.egloos.com/1202662

    황우석 논문진위논란 – 디씨과갤판 그것이 알고 싶다!!
    http://board6.dcinside.com/zb40/zboard.php?id=science&no=15517 2005/12/12 18:28

    – pinksoju – mirugi/위의 글들 잘 정리는 되어있습니다만. 현재 스코어는 조금 더 심각합니다.
    2005/12/12 23:45

    – 강한딸기 – 이야 고생하십니다…(긴글 읽느라 혼났음..^^)
    그나저나…”의혹! 무한한 의혹!”이군요 OTL 2005/12/13 00:05

    – 캡콜드 – !@#… mirugi님/ !@#… 음 디씨겔 잘 정리되어있으나 약간씩 더 수정하면 좋을 부분이 있군요. (1) 11월 21일 노성일씨 기자회견 당시는 자료 진위 검증 문제는 노출시키지 않았습니다(난자매매 이야기만 함). 23일 CBS에서 노출시킨것이 확인가능한 첫 사례. (2) 실험 데이터가 부정확하게 나온 이유에 대해서 지적하는 언론… 프레시안이 줄기차게 달려들었죠. 영향력이 미비해서 그렇지. -_-; (3) 11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의 기고문에서 강압취재 건이 제기되지만, 실제로 확인된 것은 12월 4일. 그 전까지는 ‘소문’ 또는 ‘주장’ 불과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기꺼이 근거없이 그것을 열심히 믿어줬죠. (4) 황랩이 12월 3일 기자회견을 취소한 이유는 자신들이 밝힌 바로는 ‘황 교수가 직접 나서려고’, ‘내부조율이 안끝나서’ 등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5) 강압취재의 정도에 대해서는 물론 아직도 뚜렷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YTN이나 조선일보 주장처럼 ‘죽이러 왔다’ 레벨인지, 아니면 피디수첩 주장처럼 ‘이거 드러나면 황교수 구속된다’ 레벨인지. 물론 사람들은 기꺼이 전자를 믿었지만. (6) 12월 5일 드러난 사진 문제는, ‘중복’도 중복이지만 의도된 ‘뽀샵질’이 더 문제였죠. 2ch에서 나중에 지적된 것 역시 모아놓고 찍어버리고는 또다른 뽀샵질 기술을 발휘했다, 라는 근거였고. 2005/12/13 01:21

    – 캡콜드 – !@#… 윤태일씨 건에 대해서는… 음. 좀 더 결정적인 자료(YTN에 보도를 사주했다! 라든지)가 나와줄 때까지는 아주 잠깐만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지 ‘누군가’의 여론공작 그 자체보다는, “여론 조작 의지와 사람들의 자발적 동의가 합쳐지는 부분”입니다만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2005/12/13 02:04

    – 정석환 – 멋지구리한 정리 잘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저렇게 황랩과 그 지지언론 측에서 공세적으로 나오는데야 PD수첩 측이 웬만큼 작심하고 언론플레이에 나서지 않는 이상 뒤집기는 힘들었을것 같군요. MBC측의 방법론만을 일방적으로 문제삼은 제 판단이 틀렸던것 같습니다. 2005/12/13 17:39

    – 기린아 – 저도 요즘 MBC가 카드를 다 까지 않는걸 매우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까는 순간 여론전쟁에서 패배!! 2005/12/13 23:23

    – 캡콜드 – !@#… 하지만 어디까지가 의도였고 어디까지가 우연인지, 그리고 의도의 경우 정확히 누구 누구들의 의도인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죠. 다만 결정적인 순간에 황랩측이 항상 도화선에 불을 당겨주었고, 결과적인 진행과정 자체가 대단히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 뿐. 2005/12/13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