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은, 이번 미국 연말시즌 토이 분야의 승자라고도 할 수 있다(Ultimate Wall-e가 당초 예정가격보다 거의 100불이나 비싸게 출시되는 등 쟁쟁한 경쟁자들마저 알아서 밀려나주고…). 다만 너도나도 만들기 때문에 하나의 업체만 초대박나지는 않는 듯.
화면 밖의 3차원 공간을 휘젓기: 미니RC헬기
김낙호(만화연구가)
컴퓨터 게임이든 만화 속 세상이든, 가상 속의 세계와 현실세계의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력이다. 적어도 지구 위에 살고 있는 한(혹은 인공중력이 작용하는 스페이스 콜로니에 살아도 별반 다를 바 없겠지만) 모든 물리적 세계는 중력의 한계에 속박되어 기본적으로 2차원의 움직임을 전제로 하게 된다. 공간을 3차원적으로 만들더라도, 사람은 그 공간에 있어서 바닥을 기어다닌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약간 달라서, 오히려 한쪽으로 균일하게 모든 것을 떨어트리는 중력을 적용하는 것이 더 귀찮아서 수많은 비행기 오락의 근간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부러 따로 ‘현실성 있도록’ 지정해주지 않는 한, 제한된 유선형 움직임을 필요로 하는 현실세계의 비행보다는 중력의 영향을 따로 받지 않은 공중부양, 3차원적 움직임에 가깝다. 비행이라는 행위는 인류에게 있어서 그렇게도 낭만의 대상이고 자유의 표상이 되곤 했는데, 가상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너무도 쉽게 이루어진다. 그 쪽 세계에 감동할만한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가상이 가상으로만 머무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현실에서도 가상 세계에서처럼 3차원적인 움직임을 마음껏 구현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궁극의 크로스오버 세계관, 사이버 유희에 익숙한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현실세계의 오락행위일지도 모른다. 버추얼 리얼리티가 아니라 리얼 버추얼리티로 불러도 무방하다(말장난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중 정지와 수직 운동이 가능한 헬기 방식의 비행체가 필요하다. 또한 이입효과가 가능한 귀여움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제한된 공간에서도 민첩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느낌의 소형화가 필요하다. 더불어, 전문 비행사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저렴하고 단순해야 한다. 일반적인 RC헬기들은 이런 조건들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했지만, 기술의 발전은 이런 즐거운 쪽으로도 발전하곤 한다. 최근 수년간의 전기식 미니 RC헬기 계열 장난감의 전성시대가 이를 증명해준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헬기 모양의 헬기다. 다만 꼬리에 프로펠러를 다는 보편적인 실제 헬리콥터들과 달리, 미니RC헬기들은 스티로폼 계열의 가벼운 기체 위에 간단하게 안정적 공중부양과 조종이 가능한 이중 역회전 프로펠러 구조를 지닌다. 두 프로펠러의 각도를 조절함으로써 방향전환을 할 수 있고, 회전 세기를 조절해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헬기 모양 제품은 고가의 RC헬기의 기쁨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이미지에 효과적이며, 나아가 이 장난감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놀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어차피 이중 프로펠러 구조 같은 것이 가능하다면, 굳이 현실세계의 헬기 모습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프로펠러들 간의 조율로 부양을 할 수 있다면, 꼬리는 장식에 불과하다(헬기와는 다르다, 헬기와는!). 기체가 가볍고 출력이 충분하다면 생선 같은 유선형의 모습도 굳이 필요 없다. 그렇게 얻은 모양에 대한 자유도가 있으면 좀 더 다양한 장난이 가능하다. 우선 모든 공중부양 비행체의 낭만, 비행접시는 어떨까. 아담스키형 원반 비행체가, 아래에 달려 있는 프로펠러들의 힘으로 자유롭게 공중에 떠오른다. 바깥에 프로펠러가 노출되어 있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공중부양의 초현실적 느낌은 더욱 돋보인다. 야광 잉크를 뭍혀서 밤에 이웃집 창문 앞에 날려보내면 더욱 효과만점. 프로펠러가 바깥에 노출되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캐릭터성에 집중하고 싶은 분들도 미니RC헬기의 세계에서는 대환영이다. 예를 들어 공중부양 도라에몽은 어떨까. 전혀 새 같이 비행형으로 생기지 않은 동그란 캐릭터가 중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늘을 움직이며 다니는 비현실성이야 말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아름답게 무너지는 순간이다. 적어도 가지고 노는 사람의 상상력에서는 말이다. 혹은 좀 더 본격적으로 비행체에 이입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공중부양 보드를 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라면 약간의 상상력만 주입하면 꽤 멋질 듯 하다. 스파이더맨3의 그린고블린2세가 되든, 날아라 슈퍼보드의 미스터 손이 되든, 백투더퓨쳐2의 마티 맥플라이가 되든 말이다. 물론 그런 아이템도 이미 나와서 판매중이다.
혹은 그냥 날아다니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 게임을 생각해보면, 그냥 날아다니는 것보다는 역시 날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쏘고 격추시키는 것이 종종 더 즐겁다. 그렇듯 대결과 승리의 요소가 주는 쾌감은 크다. 기술적으로는 별로 많은 것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단지 헬기의 모양을 우주전투복 입은 미래병사의 모습으로 바꾸고, 레이저 신호기와 수신기를 달면 된다. 그리고 한 쪽에서 쏘면, 다른 한 쪽에서 신호를 받을 경우 격추로 처리되고 말이다. 미래병사 미니RC헬기는 긱들에게 내린 축복이다.
미니RC헬기의 오락성은 무궁무진하다. 비록 현재의 배터리 기술력으로는 10-15분여 정도의 비행시간 밖에 보장할 수 없고 전파 수신의 범위가 사실상 실내 규모로 제한되어 있는 등 몇 가지 한계가 있지만, 생각해보면 어차피 그런 식의 장난감을 좋아할 만한 이들은 방안에서 잘 나가는 성격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로 자랑한다). 방안에서 가지고 노는 것이라면 재충전을 하는 동안 다른 짓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배터리 제한 시간도 상대적으로 덜 불편하다. 약간의 ‘오타쿠’스러움만 장착하면(오타쿠라는 용어의 뜻 자체가 ‘집에 머문다’는 말에서 나왔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살짝 허물어보는 쾌감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본격적으로 SF틱한 반중력 장치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이쪽이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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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 ‘백도씨’에 연재중인 토이/아이템 칼럼. 뽐뿌질 50% + 아이템 소개를 빙자한 놀이문화의 본질적 측면 살짝 건드려보기 50%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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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저렇게 작은 RC장난감이 있었다니 놀랍군요. 은근히 탐이 납니다. 저 정도라면 10-20년 뒤엔 파리나 모기 사이즈가?
– 이중 프로펠러(이중 반전 로터)는 실제헬기에서도 쓰는 기술입니다. 기체만 작다면 꼬리가 없어도 될껄요? 옛날 군에서 쓰던 무인헬기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꼬리가 없더군요.
!@#… 지나가던이님/ 파리나 모기로 할 수 있는 ‘놀이’가 생긴다면 분명히 그런 아이템이 나와줄겁니다. (단호)
무인헬기까지 아니라도, 1980년대에 이미 러시아(당시 소련)에서 동축반전식 로터 헬기 “카모프”를 운용했었지요. 꼬리로터가 없답니다. 참 그 계열 헬기 우리나라 공군이랑 산림청에서 들여와서 운용도 하고 있어요! 그런 구조가 강풍 속에서도 안정적인 호버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조 및 소방헬기로 적역이라능. (갑자기 신이 난 밀리터리 오타쿠 1인?!)
!@#… 박진석/ 헉 밀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