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만화연대에서 발간하는 종이잡지 ‘월간우리만화’에 실리고, 민예총의 컬쳐뉴스에 재송신된 글. 수 년 전에 ‘두고보자’에서 인디/언더만화 특집을 다루었을 때와 한국 대안만화판도 좀 많이 사정이 바뀐 부분들이 있는 만큼, 언제 한번 그쪽에 대한 글도 새로 써야할텐데… 뭐 기회가 닿으면.
북미권 대안만화의 흐름과 현재
김낙호(만화연구가)
주류 만화의 전망이 불투명할수록, 혹은 너무나 주류 만화가 주류화되어 새로운 발전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종종 다른 종류의 만화에 대한 관심과 희망을 건다. 그것은 작가주의 만화, 언더만화, 인디만화 등 다양한 명칭을 거치곤 하는데, 새로운 다른 시도가 하나의 선택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는 측면에서 거칠게 ‘대안만화’로 일컫어진다. 이렇게 볼 때, 세계에서 가장 주류만화의 특정 장르에 대한 편중이 심했던 바 있는 북미권의 대안만화의 경험은 대안 장르를 통해서 만화문화의 질적 성장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확실한 참조사례가 되어줄 법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 글에서는 간단하게나마 북미권 대안만화의 지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현실에 곧바로 일대일 대입을 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쓸 만한 함의 몇 가지 정도는 건져낼 수 있으리라.
대안의 의미를 주류에서 찾다
대중문화에서 대안이란 기본적으로 주류에 대한 반정립이기 때문에, 모든 대안에 관한 이야기는 주류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우선 담아내는 정서의 측면에서의 주류를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담아내는 이야기가 주류적 감성, 즉 사회가 해당 매체에서 기대하는 보편적 방향성과 수위를 충족시켜주는지에 대한 것이다. 혹은 산업적 의미에서의 주류, 즉 주류적 생산양식을 꼽을 수 있다. 만화의 경우라면 특정한 방식의 생산 및 유통 방식과 그에 따른 작품 표현이 그것이다. 미국 대형 만화출판사들의 올컬러 40페이지 중철 제본 ‘코믹북 이슈’ 방식을 통해서 섬세한 장편 일상물을 히트시키는 것은 무척 어렵다. 농축된 스토리 전개, 코드화된 전개와 화려한 시각적 임팩트에 최적화되어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물론 어떤 요소들은 항상 그랬던 것이 아니다). 또한 이를 위해 만들어져 있는 기능별 세부 분화에 의한 작품 제작 방식, 즉 스토리작가, 밑그림 데생, 펜선, 채색, 식자 작업 등이 모두 팀제로 분화되어 있고 출판사가 그들을 각각 고용하여 관리하는 협업 시스템은 사적인 탐구보다는 코드화된 보편적 오락성을 추구하도록 만든다 – 제작비용이 늘어남도 물론이다. 만약 작가 개인의 사적 성찰을 중시하고, 오락성을 희생하더라도 깊이를 탐구하며, 코믹북 이슈의 방식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연출을 구사하고 싶다면 그 주류에 속할 수 없다.
미국 언더그라운드 코믹스
북미권 대안만화의 시초는 정서적 측면의 주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었다. 즉 주류 보수 기독교적 도덕성의 문화에 대한 대안이었던 셈이다. 5-60년대 기성세대의 불안감, 기득권층의 정치적 및 문화적 이해관계 등은 호황으로 인한 분방함을 도덕적 혼란과 타락, 나아가 사회에 대한 배반으로 규정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이런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모든 종류의 “청소년에게 부정적일 수 있는” 표현들을 제거해야만 받을 수 있는 코믹스 코드에 의한 허가제가 강요되었다. 이 코드에는 배급력을 지닌 사실상 모든 출판사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미국만화는 그대로 박제된 건전함에 갇혀 버렸다. 이렇게 미국에서 만화는 가장 건전하고 유치한 저연령층 매체가 되어갔다.
하지만 변화는 젊은 세대의 주류문화에 대한 반항, 반문화가 한층 가속도를 지니며 성장하던 60년대 후반에 나타났다. 점점 혁신적인 시끄러움과 분방함을 자랑하게 된 락앤롤, 동서양의 신비주의를 미묘하게 흡수한 히피문화, 마약과 자유 섹스 등 반문화의 분방한 실험정신은 부모 세대의 경악 속에 점점 세력을 키워나갔다. 만화는 이런 상황에서 다시 각광을 받게 되었는데, 매체 본연의 자유로운 표현력과 넓은 친화력이 한 쪽이라면, 도덕적 박제의 대표 상징에 대한 우상파괴 욕구가 다른 쪽이었다. 즉 반문화의 핵심 정서를 만화를 통해서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면서, 주류 만화의 방식으로는 그런 내용을 도저히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한층 ‘지하’로 들어간 생산 및 유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코믹스의 시대가 도래했다.
작가들은 성적 금기의 타파, 마약 복용 상태에서 생겨나는 왜곡된 감각, 기성 도덕과 정부 시스템에 대한 끝없는 조롱, 낙천성과 자기 모멸감의 공존 등을 본격적으로 실험했다. 언더그라운드 코믹스 작품들은 주로 소형 인쇄소에서 만들어져서, 담배 가게를 중심으로(물론 이런 가게에서는 마리화나도 같이 취급했다) 유통되었다. 창작을 분업화하기에는 지나치게 영세한 규모 등 제한된 제작조건 덕분에 당시 미국에서는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았던 잡지형 모음집으로 만들어졌는데, 덕분에 여러 다양한 작가들이 데뷔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주었다.
이런 잡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잽 코믹스(Zap Comix)는 로버트 크럼Crumb이 1968년에 처음 제작했다. 표지에 코믹스코드 심의필 마크 대신 “정당한 경고: 성인 지성인들만 보시오”라고 적혀 있는 이 잡지의 대형 히트는 언더그라운드 코믹스의 입지와 기반을 일거에 확대시킨 바 있다. 히피적 낙천성을 묘사한 “계속 트럭질 하시오”(Keep on Truckin’) 시리즈는 당대 반문화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로 수도 없이 인용당하고, 크럼 특유의 신경질적 독백과 적나라한 성적 열등감, 사회에 대한 폭넓은 불평은 그를 이 분야의 대가로 만들어주었다. 클레이 윌슨, 로버트 윌리엄스, 스페인 로드리게즈, 빌 그리피스, 릭 그리핀 등 여러 스타 작가들 역시 잽을 통해 세상과 만났다. 현재까지도 잽은 공식적으로 폐간한 적이 없어서, 2005년에 통산 15호가 출시되기도 했다. 이 잡지는 물론 기성의 도덕을 깔보기 위해서 각종 부도덕한 내용을 다루어 악명을 쌓았는데, 결국 여러 지역에서 판매금지를 당했다(그래도 계속 어디선가는 구할 수 있었기에, 언더그라운드라는 용어를 더욱 빛내주었다). 이후 잽의 전례를 따라 이런 방식의 잡지들이 계속 나왔는데, 퍼니 애니멀즈(Funny Animals)의 편집자였던 테리 즈위고프는 훗날 크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95년도에 선댄스를 포함 각종 영화제를 휩쓸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 코믹스와 락음악의 교류는 역시 활발했다. 인기 싸이키델릭 및 블루스 락 음악가들이 유명 언더만화가에게 앨범 표지를 의뢰했는데, 크럼이 그린 Big Brother and the Holding Company(재니스 조플린이 보컬을 맡았던 밴드)의 Cheap Thrills 앨범 표지는 이 분야의 전설급으로 남아있다. 또한 미국에서 펑크 락 운동을 주도한 잡지 펑크 매거진 역시 편집자 홀스트롬과 언더그라운드 만화가들의 교류를 통해서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미국에서 언더그라운드 코믹스는 박제된 도덕성의 상징인 주류만화를 뒤집어 반문화의 중심으로 만화를 세워낸 큰 공이 있지만, 전위를 부르짖는 성향 덕분에 미학적 측면의 장인적 완성도라든지 세련된 오락성 등의 요소들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된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음악의 경우 반항의 락 장르들이 대형 상업적 성공 속에서 제도권에 편입되는 과정을 겪었지만,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만화는 정상 유통으로 가기 위해서는 내용적으로나 생산의 영세성에서나 장애물이 너무 컸다. 이런 와중에 70년대 중반부터 마약 용품의 거래가 불법화되어 기존의 유통망도 무너졌다. 언더그라운드 코믹스의 흐름은 사실상 70년대로 사실상 끝났으며(비록 로버트 크럼은 80년대에는 위어도Weirdo라는 잡지를 통해서 계속 자신의 성향을 이어나갔지만), 80년대부터 미국의 대안만화는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독립’ 만화의 시대
언더그라운드 코믹스의 시대가 저물기는 했지만, 80년대에도 북미권 만화계의 청소년 친화적인 대형 출판사 위주의 슈퍼히어로 장르의 굳건한 주류 점유는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안 만화에 대한 필요성은 여전했는데, 6-70년대의 통일된 반문화 정서보다는 좀 더 다양한 관심사의 만화가 화두에 올랐다. 점차 인기가 쇠락하면서도 제작 및 유통 시스템의 경직성은 변할 줄 몰랐던 주류 만화 산업에 대한 반발, 그리고 만화의 예술적 성취를 좀 더 진지한 수준으로 올려놓고 싶었던 순수한 작가적 열망 등의 요소들이 동시에 제기되었다. 이런 시대에 대안만화가 저항하고자 한 주류는 자본의 경직성으로부터의 독립이었고, 이것은 기존 대기업 위주의 독점적 유통망을 이용하지 않는 소규모 ‘독립’ 출판사 운동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 성향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서, 북미권에서 흔히 대안만화라고 부를 때는 이들을 지칭하곤 한다.
어떤 작가들은 문자 그대로 대형 출판사로부터 독립했다. 북미권의 일반적인 주류 대형 출판사들은 창작자 권리에 무척 인색했는데, 분업화된 공정 속에 자신들이 대부분의 저작권 수익을 가져가고 또한 작품의 방향 역시 전권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자신에게 사업 수완이 있다고 판단한 데이브 심은 77년에 직접 출판사를 설립, ‘세레부스’ 시리즈로 주류 시장에서 대형 히트를 기록했다. 이런 방식은 제프 스미스의 ‘본’ 등으로도 이어졌는데, 에피소드식 슈퍼히어로물 일변도에서 소외받았으나 사실은 여전히 수요층이 확실했던 선 굵은 장편 판타지 모험물이 많았다. 장르적 오락성의 감성, 나아가 상업적 성공까지도 분명히 주류적이었으나, 장르의 선택과 출판 방식은 독립출판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80년대 독립만화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잡지로는 ‘로’RAW와 ‘헤비메탈’를 꼽을 수 있다. 로는 언더그라운드 코믹스와 80년대식 인디만화의 교량 역할을 한 작가 아트 스피글먼과 프랑스 출신 부인 프랑소와 몰리가 만든 잡지로, 만화의 표현적 가능성을 최대한 탐구하여 만화의 예술적 잠재력을 마음껏 실험했다. 나아가 자끄 따르디 등 섬세한 예술적 표현력을 지닌 유럽 만화들을 실어냄으로써, 전위성을 조악함이 아닌 품격으로 승격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들은 뉴욕의 출판 및 예술계에 영향력을 확대해나갔고, 잡지에 연재했던 스피글먼의 ‘쥐’가 만화로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함으로써 입지를 확실히 했다. 현재까지도 스피글먼은 표현력이 좋은 인디만화 성향 작가들을 발굴하고 주류 미디어와 연결시켜주는 강력한 다리가 되어주고 있다. 이에 비해 ‘헤비메탈’은 장인적 필력을 바탕으로 성인 지향 오락성을 강조하는 성향을 이끌어주었다. SF만화가 뫼비우스가 만든 프랑스 잡지 ‘메탈위를랑’의 미국 번안판인데, 에로틱함과 판타지 SF의 결합을 핵심 정서로 하며 그 분야 프랑스 대가들의 단편들을 본격적으로 미국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언더그라운드 코믹스의 때로는 조잡한 방향으로 나타난 분방함과 대비되는 정제된 스타일과 세계구축, 하지만 돋보이는 하위문화 애호 기질은 새로운 세대의 대안만화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러한 시도들이 늘어나고 성공사례가 발생하자, 보다 여러 작가들이 과감한 시도를 했다. 주류와 인디의 대형 성공작들에 힘입어 80년대말 이래로 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한층 올라가고, 기술 발달에 따라서 인쇄 비용 역시 상대적으로 내려가자 작가 자신만의 만화잡지를 내는 시도가 이어졌다. 일부는 독립만화를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와 의기투합하기도 했고, 다른 이들은 독립만화의 출판을 장려하는 후원단체인 크세릭Xeric 재단의 지원금을 통해서 출판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작가가 여러 자신의 단편과 습작, 때로는 장편 연재물을 모아서 직접 코믹북 이슈 형식으로 묶어서 지역 만화 전문점에 배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 대안만화계의 가장 대표적인 스타들이 이런 식으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고스트월드’, ‘데이빗 보링’ 등 시니컬한 잡담으로 미국 현대사회의 불안을 그려낸 댄 클로우즈의 작품들이 바로 그의 개인 잡지 에이트볼Eightball 을 통해서 연재되었던 것들이다. ‘지미코리건’에서 아이콘화된 그림체와 복합적 흐름의 문법으로 미국만화계 최고의 카드로 평가받곤 했던 크리스 웨어 역시 애크미 노벨티 라이브러리Acme Novelty Library라는 1인 출판물로 활동하고 있다. 웨어의 경우 코믹북 이슈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매번 새로운 크기와 제본방식을 실험하는 재기까지 발휘한다. 소심한 아시아계 루저를 그리는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옵틱 너브Optic Nerve, 미묘하게 건조한 성장담을 즐겨 그리는 캐나다 작가 체스터 브라운의 여미 퍼Yummy Fur 등도 이 부류에 포함된다.
작가주의 성향 독립만화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며 고품격 출판물로 만들어주는 전문 출판사들 역시 대두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는 70년대 말에 설립된 판타그래픽스Fantagraphics와 91년에 설립된 캐나다의 드론앤쿼털리Drawn and Quarterly가 가장 먼저 꼽히곤 한다. 이들은 언더/인디 만화운동에 깊숙이 개입된 작가와 편집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고, 비평 혹은 만화 연재 잡지와 단행본을 같이 제작해왔다. 판타그래픽스는 멕시코 출신 헤르난데즈 형제의 러브앤로켓Love and Rockets 시리즈를 발굴한 것은 물론, 앞서 언급한 크리스 웨어와 댄 클로우즈의 개인잡지들도 출판하고 있다. 이에 비해 드론앤쿼털리는 캐나다를 위시해서 유럽권 만화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은 작품군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 3인방 세쓰, 체스터 브라운, 조 매트를 위시해서 ‘베를린’ 시리즈의 제이슨 루츠, 페미니즘적 성향의 언더그라운드 코믹스 성향이 강한 줄리 두셰 등이 포함된다. 물론 이런 출판사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자주 처하곤 하지만, 고전카툰의 재발간 등 여러 수익사업을 통해서 근근히 버티고 있다. 이외에도 2000년대에는 대형 출판사들이 만화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들이 늘어나서, 퍼스트세컨드First Second 등의 출판사들이 새로 뛰어들기도 했다. 이들은 더 이상 엄밀한 의미에서 ‘독립’ 만화로 보기는 힘들지만, 그 계열 작품들의 성향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
북미권 대안만화의 오늘
오늘날 북미권 대안만화는 사실 90년대라는 부풀은 희망의 성장기에 비하면 많이 차분해진 상태다. 하지만 전망은 나쁘지 않다. 시장성에 대한 성장 전망은 과도한 기대를 접었지만, 반면에 정제된 그래픽노블의 형태로 만들어낼 경우 만화 전문점이 아닌 서점 중심으로 유통을 시키는 것이 더 용이해진 상황이다. 또한 우수작에 대한 사회적 시선 역시 훨씬 나아졌으며 독립출판 만화들의 박람회인 Small Press Expo (SPX) 역시 매해 성공적으로 열리고 있다. 나아가 웹을 통해서 한층 새로운 대안 만화 유통 창작 및 유통의 길이 열렸고, 새로운 세대의 젊은 작가들이 그 덕분에 데뷔했다. 만화적 연출과 세밀한 코미디로 섬세한 성장물을 만들어내는 ‘다르면서 같은’의 데릭 커크 킴이 대표적이다. 이 부류의 작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파스텔풍 환타지를 그리는 카즈 키부이시가 주도하며 비행이라는 소재로 그린 단편을 모아서 출판하는 ‘플라이트’ 모음집 시리즈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웹을 통해 등단했다는 것 말고도, 일본만화의 영향권 하에서 성장했다든지 성장물 코드의 섬세한 심리묘사에 능하다든지 하는 여러 공통점을 지녔다. 이들은 주류적인 본격 장르오락물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성향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독립만화로서의 대안만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바라보는 북미권 대안만화
북미권의 대안만화 환경은 한국과는 무척 역사가 다르다. 비록 모양새 자체로 놓고 보자면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언더그라운드만화 운동이라든지 독립만화 논의들이 적지 않지만, 주류의 응집력 자체가 미국의 경우처럼 강력하지도 않았고 대안만화 씬의 자가발전 동력 역시 탄탄한 반문화나 전위미술계의 기반을 지니고 있던 그들에 비해서 크게 열악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 일정 지분을 유지하고 또 계속 성장을 노리는 한국의 작가주의 성향 만화출판에 있어서는 미국의 대안만화가 상황에 대처하며 성장한 방식이 몇 가지 지점에서 참조사례가 될 법하다.
첫째는 작가/작품의 ‘스타’화다. 미국의 대안만화계는 주류문화와 적잖이 교류하면서 아트 스피글먼, 댄 클로우즈 등 대안만화의 대표주자들을 주류 문화에서 일종의 고급 취향으로 자리매김시켜서, 부족한 상업성 대신 문화적 품격으로 가치를 만들어냈다. 둘째는 여하튼 계속 작업하곤 하는 긴 호흡의 문화다. 상업적 성공이 오지 않은 동안은 다른 직업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그럴 때 만화를 접느냐 아니면 조금씩 오래 계속 하면서 버티느냐는 큰 차이다. 크럼의 잽이나 위어도는 월간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아무리 드문드문 내더라도 결국 계속 내면서 전설이 되어 있다. 이런 면에서 비교해보면, 한국의 대안만화 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작가들의 재능이 아니라 전략과 생존의지인 셈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에 소개되고 있는 북미권 만화들은 최근 붐을 이룬 슈퍼히어로 만화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런 대안만화의 영역에 속한 것들이다. 대안으로서의 의미보다, 그저 좋은 만화로서 들어온다는 의미다. 대안이라는 맥락도, 좋은 작품이라는 본질을 위한 구실일 뿐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결국 지향해야할 지점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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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도판] (각각 클릭)
-‘계속 트럭질하세요‘
-언더그라운드 코믹스 특유의 혼란스러운 조형감각(그림: 스페인 로드리게즈)
-댄 클로우즈의 ‘에이트볼’ 잡지
-크리스웨어의 ‘애크미 노벨티 라이브러리’ 중
-드론앤쿼털리 출판사의 신인 작가 모음집
-데릭 커크 킴의 ‘다르면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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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데릭 커크 킴 같은 부류가 북미에 은근히 많은가 보네요. 예전에 ‘같으면서 다른’이 번역출간 되었을 때 교포(?)만화라고 해서 나왔나보다 했거든요. 만화 자체야 재미있었지만.
음……뭔가 심오하면서도 쉽게 읽히고…..그러면서도 그 안의 생각들이 머리속에는 잘 안들어오고….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 s.e.c.님/ 그런 ‘부류’는 은근히 많지만, 그런 ‘수준’까지 도달한 경우는 좀 한정되어 있죠. 그리고 ‘다르면서 같은’ 국내출간 당시, 출판사를 설득하는 것에 교포(…)라는 요소도 사실 좀 플러스가 되었죠. (에에, ‘지나가던이’ 닉은 더 안쓰시나요?)
LieBe님/ 사실 이런 건 도판 빠방하게 해서 비디오캐스트를 해야 하는 건데, 그냥 글로 때운 감이 있죠;;; 사실 마지막의 “한국의 대안만화 씬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작가들의 재능이 아니라 전략과 생존의지인 셈이다”와 “대안이라는 맥락도 좋은 작품이라는 본질을 위한 구실일 뿐이다”라는 부분을 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좋았겠지만, 의뢰받은 글의 주제와 분량을 넘어서게 되어 아쉽게도 다른 기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