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학원신문 시론 코너 기고. capcold는 현재 미디어/저널리즘 주제에 관한 고정연재 지면을 아쉽게도 가지지 못한 관계로(개인적으로는, 플로우차트 같은 논리적 도해로 풀어내는 연재칼럼 형식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이런 원고의뢰는 꽤 반갑다.
탐사보도는 언론사의 생존 조건이다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오늘날 언론계, 특히 신문과 잡지 등 인쇄 저널리즘 업계가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정보화 시대가 어떻다느니 하면서 뉴스 자체의 가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하필이면 언론사들이 기존 수십년간 돌려왔던 사업모델들이 급격하게 쪼그라들거나 아예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뉴미디어에 적응해서 멀티미디어를 추구한다느니, 매체 간 겸영을 한다느니, 포털과 신경전을 벌이며 저작권을 강화한다느니 하는 논의는 많이 나오고 있지만, 신기하리만치 저널리즘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드문 편이다. 언론사가 살아남고 그들의 보도가 사회적 기능을 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그들의 저널리즘의 방향을 가다듬어야 할지 말이다.
언론계의 위기는 한쪽으로는 광고든 판매수익이든 기존의 직접적인 수익원들이 망가지고 있고, 다른 쪽으로는 이 사회에 대한 뉴스 공급원이라는 역할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목할 만한 사건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속보성 취재 혹은 그런 속보를 자기 매체가 없는 뉴스통신사로부터 구입해서 뿌리는 것은 신문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반면 방송은 비실시간 유포는 어렵지만 영상의 힘과 폭넓은 배포력으로 뉴스 영향력을 나누어 가졌다. 하지만 온라인이 보편화되자 판세는 달라졌다. 단신 속보는 연합뉴스 등 뉴스통신사들이 직접 뿌릴 수 있게 되었고, 방송도 자기 뉴스를 독자가 원하는 순간에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생겨서 판세는 혼란스러워졌다. 그리고 가장 큰 도전은 바로 아마추어들의 대공습, 즉 시민저널리즘으로부터 왔다. 비록 수준은 악플급에서 퓰리처급까지 천차만별이지만, 현장성, 저돌성, 물량으로 무장한 수많은 이들 앞에 이들 언론사들의 뉴스에 대한 독점적 권위는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빠르게 무너졌다.
언론사가 직업으로서 조직화했기에 가지고 있던 우위는 결국 정보의 선별력, 배포력, 그리고 취재력으로 요약되는데, 그 중 선별력과 배포력에 대한 거의 독점적 지위는 이미 상당 부분 붕괴 진행중이고 매체 기술의 발전방향으로 볼 때 거스를 방법이 별로 없다. 결국 남은 것은 취재력인데, 경쟁 상대인 뉴스통신사나 소식을 뿜어내는 시민 일반들이 따라올 수 없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탐사보도다.
탐사보도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 누구나 지목할 수 있는 단편적 팩트의 발굴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깊이와 맥락을 부여해서, 그저 정보를 얻는 수준을 넘어서 전체 줄거리를 이해하게 만드는 입체적인 이야기 작성이다. 당연히 취재하는 기자가 사안의 다각적인 배경을 공부하고 수많은 취재원들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교통 정리해야 하며, 사건을 보다 큰 사회적 맥락 속에 적용하여 풍부한 의미를 끌어내어 독자들에게 화두를 던져서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한국의 기존 저널리즘에서도 탐사보도의 역사가 아쉽기는 해도 결코 짧은 것인 아니며, 인지도 측면에서도 (지금은 상당히 곤란한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현역 기자시절의 조갑제가 작성한 일련의 사회고발성 탐사보도들은 그 분야의 모범으로 남아있을 정도다. 전문적인 취재 훈련을 받았고 언론사의 재원이 뒷받침되는 직업 기자들만이 동원할 수 있는 고급 정보원, 사회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는 상황의 종합적 구성, 그것을 독자들에게 감정적이지 않으면서 평이한 언어로 전달하는 표현력이 만날 때 언론은 자랑스럽게 자기 명함을 내밀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듯, 탐사보도는 공을 들여야 한다. 제작하는 입장에서 볼 때, 취재과정에 돈이 들고 시간이 필요하며 그 동안 인력을 온전히 전담시켜야 한다. 그런데 온라인 시대를 맞이하며 24시간 속보 경쟁을 하고 있다 보면, 즉 일간지 기자가 하루 수차례씩 단신을 마감하는 체제라면 그런 것을 추구하기 힘들다. 원래부터도 한국의 탐사저널리즘은 인력 배치의 문제 때문에 일간지보다는 시사 주간지나 월간지에서 주로 이루어졌고, 일부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집단기획취재 방식을 취하곤 했다. 그 결과 여러 논점을 끌어들이는 장점과 유기적인 흐름의 총체적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단점이 종종 지목되곤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여러 시각의 단편을 끌어들여 큰 상을 만들어내는 방식 자체는 온라인에서는 비교우위가 적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독자들도 긴 글을 읽는 것을 점점 더 낯설어 하고, 주 수익원인 광고를 배치하는 것 역시 기사 내용과 조화시키기 쉽지 않다(탐사보도는 사회고발성인 경우가 많은데, 비싼 광고주는 주로 주류 사회의 대명사인 대기업이니 말이다).
즉 이런 환경에서 효과적인 탐사보도를 하려면 언론사의 몸집을 키워서 일정 기간 동안 인력을 하나의 사안에 전담시킬 수 있는 여력도 만들어야 하고, 독자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한 문법도 새로 고민해야 하고, 광고주를 끌어들이는 매력포인트도 바꿔야 한다. 그러느니 차라리 손쉽게 선정적인 인터넷 펌질 가십성 기사 백 가지를 더 뿌리고 말지. 당장 쉽지만 조만간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길과, 들어가기는 험난하지만 결국 전문 언론사의 고유한 사회적 기능 확보라는 확실한 목표지점이 인도하는 길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는… 뭐 각자 판단할 일이다.
몰라서 그런다기보다 뻔히 알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는 개념, 어쩐지 대단히 고급 미덕 같은 어감이 있지만 이제는 사실은 언론사의 생존 조건이 되어버린 개념인 ‘탐사보도’를 강조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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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외 추가) 사실 언론사들의 돌파구로서 탐사보도의 중요성 이야기는 정기적으로 한번씩 제기되곤 한다. 가까운 예로 2005년 즈음 한겨레가 좀 강하게 그쪽으로 분위기 조성을 하며 고급지로 대변신 선언…을 하긴 했으나, 정작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전략적 조직/인력 개편과 예산(!) 확보였기에 결국 뭐 희지부지. 여튼 한층 언론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된 요새 시점인 만큼, 다시금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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