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문화부의 한예종 무력화 시도의 한 축으로 휘말리는 바람에 그쪽을 진지하게 응대하겠다 선언한 진중권. 그런데 그가 운영하는 다음 블로그의 여러 글들이 변여옥희재의 신고에 따라 차단처리되었고, 블로그를 구글이 운영하는 블로그스팟으로 이전하는 ‘사이버망명’으로 응대. 여기에 대해서 변희재는 자신이 운영하는 칼럼공간 빅뉴스에서 정신승리 선언(트래픽 주기 싫어서, 관련뉴스로 링크). 솔직히 액면상으로 보자면 별로 진지하게 생각할 만한 구석이 없는 평범한 병맛크리지만, 그쪽으로 관심 있는 분이라면 약간만 머리를 더 굴려서 온라인 상의 논쟁 소통 및 그것과 연관된 제도들에 관한 몇가지 흥미로운 화두를 읽어낼 수 있다. 그런 토막들 몇가지.
!@#… 토막 하나. 격한 논쟁과 명예훼손의 경계는 어디쯤.
우선 이 사안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슈 가운데 하나는 역시, 인터넷 논쟁에서 상대를 ‘듣보잡’ 운운하는 정도의 발언 수위가 명예훼손인가 아닌가의 문제다. 이에 대한 정답은…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 논쟁의 참여자들이 서로 평소에 얼마나 강한 말들을 주고 받았는지라든지, 특히 해당 용어들에 대해서 당사자가 어떤 식으로 응수했는지가 관건. 이 케이스의 경우, 변씨 자신이 ‘듣보’라는 지칭에 대해서 그것이 긍정적 의미의 평가로 변모했다고 스스로 주장한 순간, 사실 게임오버 직전이다. 게다가 자신도 타인에 대해서 별 생각없이 쓰고 다닌 용어라는 것이 드러나면 더욱 더.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듣보라는 명칭에 대해서 나름 담론의 전장에서 의미 재구축이라는 기술로 이겨보고자 시도를 했다가 그것에 실패하자 차단과 법적 조치 시도라는 수로 바꾼 것인데, 권투시합에서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는 폭행죄로 고소하는 거나 다름없다. 즉 논쟁의 룰으로 정상적인 승부를 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함을 드러낸 셈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흥분해서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오히려 정신적 피해의 입증에는 good이다. 대신 논객으로서는 패배의 현장. 반면 자신이 그 표현을 맞받아칠 정도로 맷집이 된다고 논객으로서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순간,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기는 급격하게 힘들어진다.
!@#… 토막 둘. 논객으로서 부족한 이들을, 왜 논쟁으로 눌러버리고 끝내지 못하나.
항상 capcold가 지적하는 점이 바로 담론꾼과 실제 실행가의 층위의 차이다. 이번 케이스에서 착각하기 쉬운 것이, 변씨의 경우 ‘논객’으로 시작하기는 했지만 지향점이나 현재 위치는 이미 ‘정치꾼’을 향해 가고 있다. 주장의 논리와 설득력이 생명이기에 그 부분에서 격파를 당하면 매장당하는 논객의 룰에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논리고 설득력이고 간에 포지션을 점유하는 것이 바로 성공의 잣대이며 위세를 떨치는 수단인 정치꾼의 룰. 비슷한 커리어 패턴으로 먼저 고지를 점령한 전여옥 의원이 아무리 저열한 발언으로 욕을 먹어도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는 이치다. ‘논객 변**’는 그냥 허상이다. 법적 문제로 타격을 입힘으로써 정치꾼의 입장에서 손해를 입게 하지 않는 한(예를 들어 진중권씨가 제대로 변호사를 대동하여 으름짱이 아닌 실제 고소를 한다든지), 변씨의 기이한 출세(?)는 계속 된다. 조선일보가 그에게 쓴소리 한마디 남겼다고 팽당했다느니 하는 건 택도 없는 오버다. 젊고 공격적인 우익 미디어계통 담론꾼이라는 포지션만 살아있다면 여하튼 정치적 이용가치가 살아있고, 따라서 건재하다. 이것이 비단 변씨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님은 이미 눈치채셨겠지.
!@#… 토막 셋. ‘사이버 망명’하면 만사형통인가.
현재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규정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게 콘텐츠 차폐에 대한 적극적 책임을 물리고 있다(네이버 운영정책의 관련법령 모음 참조). 즉 누군가 항의하면 차단하게 하는 것. 뭐 그거야 당연하다. 하지만 차단은 ‘즉시’하게 되어 있으나, 차단당한 내용에 정말로 문제가 있는지 소명하는 절차 그리고 문제가 없다면 언제 다시 살려내는가에 대한 기준은 사실상 부재하다. 덕분에 사실상 항의자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고, 그 역할을 서비스제공업자가 해버린다. 포털 서비스가 아닌 개별 웹호스팅일 경우도 원칙적으로는 호스팅업체가 마찬가지의 의무를 지니는데, 사이트만으로 호스팅업체를 알아내기가 좀 더 힘들다보니 서비스업체라는 중간자를 즉각 동원하기가 좀 더 힘들다 뿐이다(하드코어 포르노 사이트들의 예에서 보듯, 하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서비스에 의탁하는 경우 서비스제공업자가 한국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에, 굳이 한국법 기준에 따라서 차폐를 할 의무가 없어진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 보장이 한국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뚜렷한 판단 원칙으로 법제도에 적용되고 있는 미국 같은 국가의 서비스를 사용한다든지 하면, 그런 식의 봉변을 당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보통 중간자가 당사자보다 더 몸을 격하게 사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명예훼손에 걸릴만한 것이 아니라도 마구 없앨 수 있는데, 그것을 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가 하면 그건 아니고,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서 해당 문건을 작성하는 개인은 여전히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같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한마디로, ‘사이버망명’이라는 것은 상대로부터의 도망이 아니라 중간자를 생략하고 상대와 직접 맞붙자는 의미다. 혹 사이버망명에 대한 과장된 환상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 명심하시길.
!@#… 토막 넷. 해외기업이라도 한국법으로 처벌하는게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또 뭔가.
어차피 외교와 사업으로 묶여있는 나라들 사이의 제도 적용인데 불가능이란 뭐 있겠나. 다만 케이스바이케이스고, 고려해야할 변인들이 무척 복잡하다는 것. 정말로 이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7년여를 끌고 결국 흐지부지된 LICRA v. Yahoo (이후 Yahoo v. LICRA) 사건 같은 거 당연히 접해봤을테고 따라서 온라인의 사법 영역 문제가 얼마나 쉽게 해답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알테니, 경솔하게 자신있답시고 포부를 터트리지 못할 것이다. 다만 소수 판례에서 읽을 수 있는 최소한의 원칙은… 그런 국제적 스케일로 가려면 고작 단순한 개인 모욕같은 것으로는 택도 없고, 보편적 인륜적 문제로 국제적 공감대를 살 정도는 되어야 판결 거리라도 된다는 정도다. 다만 저작권 침해 부분이라면, FTA 같은 국가간 무역협정을 빙자한 제도융합(!)의 영향을 받지만… 그건 또 한참 커다란 다른 이야기.
!@#… 토막 다섯. 한국 포털의 확산기능이 문제였고, 해외로 쫒아내면 그런 기능이 없어졌다는 변씨의 승리선언은 일리가 있는 것인가.
그것은… 이번 사안에 개입된 실제 매체환경에 대한 이해보다는 그냥 포털에 대한 어렴풋한 이해에 기반한 듯한 아Q 정신승리라고 단언해도 안전할 듯 싶다. 진중권 블로그의 글들은 다음블로거뉴스(현재 다음뷰)로 직접 발행되어 히트치는 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포털 블로그라서 얻는 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독자들과 기자들이 자신들이 평가한 화제성 가치 때문에 알아서 퍼날랐을 뿐. 특히 지난 1년여 진중권의 주요 논평 발표 공간은 정작 다음블로그도 아니라 진보신당의 당원 게시판이었는데, 명성/악명에 비해 정작 조회수는 그다지 높지 않다. 다만 꼬박꼬박 기자들에 의해 기사화되고, 블로거들이 퍼날라서 부각되었을 뿐. 그런데 그것을 블로그가 구글의 블로그스팟으로 옮긴다 한들 별 차이가 없다. 즉 유통이 포털을 거치는 것과, 소스가 포털 산하 서비스에 있는 것 사이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포털에서 쫒아내고” 싶다면, 펌을 해오는 다른 블로거들, 그것을 그대로 인용해서 기사화하는 언론매체들을 죄다 포털에서 “쫒아내야” 할 것이다. 그게 안되니까 결국 싸우려면 소스와 싸워야 하는 것.
!@#… 사실 여기까지 이야기는 다 밑밥. 토막 여섯. 뜬금 없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은 표현의 자유 억압 법안들의 6월 입법 정국.
중간자의 책임이 커질수록 그들은 검열자의 역할로 들어갈 수 밖에 없고, 결국 자의적(!) 표현 억압은 빈번해진다. 중간자 책임을 키우기보다, 해결을 더 빠르고 원활하게 하는 중재위 확장이 정답. 개인들 역시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각자 맷집 한도 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논쟁은 논쟁의 장에서 논쟁의 룰로 풀 수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즉 원천봉쇄가 아닌 사상의 자유시장과 개별 중재를 지향해야 하고, 여러 변인 고려하여 유연하게 케이스바이케이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H당이 지향하는 정통망법 개정안은 중간자의 책임을 더욱 더 키워서 원천봉쇄와 위축효과의 박제된 평온함을 끌어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아가 이런 박제된 평온함의 컨셉은 오프라인 차원에서는 집시법 악화로, 제도화된 담론유통 차원에서는 저널리즘의 주류기득권 감시 기능을 무너뜨리는 미디어법 악화로 연동되어 있다.
즉, 이 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좀 H당이 강행하려는 6월 입법정국에 관심을 가져줘야할 필요가 있다. 제도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고 나는 사람 승부가 좋아 뭐 그런 식이라면, 앞선 토막들에서 이야기한 허풍스러운 논리와 탁월한 비전문성을 구현하는 인물이 바로 H당의 미디어 국민위 ‘전문가’로 활동중이라는 사실에 경악이라도 해주자. 연초 입법정국에서 쌩난리통을 거치며 겨우 만들어낸 미디어 국민위는, 어떻게든 아무 일도 안일으키고 조용히 접어버리려는 – 즉 그렇게 함으로써 한나라당의 미디어악법 패키지를 통과시키려는 – H당 추천 위원들의 겐세이질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변씨 열폭 같은 떡밥의 오락적 가치를 즐기고 끝날 일이 아니라, 당장 변씨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화려하게 개판으로 굴러가고 있는 커다란 제도적 사건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니까.
굉장히 상식적인 문제다.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1백일간 여론을 수렴한 후 6월 국회에서 표결처리한다”라는 룰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걸 “국민일반과 전문가들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고 반영해서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여론수렴 따위는 내가 훼방놔서 개판 만들겠음, 여하튼 닥치고 6월에 내맘대로 처리해야할거임”이라는 뜻으로 읽어야 할까. 이것을 후자라고 주장하는 실로 비상식적인 이들이 국회의 과반수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은, 액면상 대단한 희극이자 실상 엄청난 비극이다.
소위 ‘노빠’라면 노빠의 입장에서, 진보라면 진보의 입장에서, 민주당 지지라면 민주당 정도의 위치에서, 합리적 우파라면 합리의 위치에서, 다들 H당의 비상식에 저항하고 막아내야할 명분과 전략적 이유가 있다. 서로 얼싸안고 합체 융합을 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열심히 서로 경쟁적으로라도, 지금 형태의 미디어악법 패키지, 정보통신망법/집시법 등 표현의 자유 억압 시도들을 막아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것이야 연초부터 이미 다들 알고 있겠지만, 각하의 꿈인 대운하도 여차저차 막아냈는데(적어도 대운하라는 포맷만큼은)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겠지. 압도적 여론의 압박으로, 그리고 제도적인 꼼수로, 혹은 기타 어떤 방법으로라도 당장 이 코 앞의 현안에 주목하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진영논리로 열올리는 것이나 개개인들이 벌이는 싸움 구경하는 것이나 각하의 각종 실수 퍼레이드를 욕해주는 것보다는 물론 재미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사안을 퍼트리고 여러 방식으로 떠들어줘야 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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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뜻도 맘대로 바꾸는 희한한 나라…
부제: 독해 능력이 너무 낮아 난독증이라 불린다. + 말장난 + 궤변질 / 한국어도 모르면서 맘대로 글 쓰는 이들을 보며… / 진중권씨의 블로그 글을 Daum에서 블라인드 처리를 한 사태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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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kxer http://capcold.net/blog/3670 ^^;;;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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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eka 캡콜님이 쓰신 글 http://capcold.net/blog/3670 중 토막 셋을 보시면 싸이버 망명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부분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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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력을 욕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겠지. !@#… 그럼 이제 이 다음에는? 이전 글에서 그냥 그대로 재인용하도록 하겠다. 굉장히 상식적인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