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이 되고 쓸모도 있는 실용문을 쓰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뭐, 사실 정식으로 잘 가르쳐주는 경우가 별로 없으니까. 그나마 잘 쓰는 사람들은 그냥 그럭저럭 짬밥으로 쌓아온 것이거나, 아니면 원래 그쪽으로 재능이 출중하거나. 덕분에, 어느정도 훈련을 받았다는 전문 언론인들의 결과물도 바보같은 수준미달의 지면낭비에 불과한 것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누구나 자기 지면을 꾸리는 시대 아니던가. 물론 멱수함수의 법칙에 의거하여 잉여급 찌질활동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해도, 뭔가 제대로 자신만의 소식과 감상과 주장을 펼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쓸만한 실용문을 작성하기 위한 가이드 시리즈.
!@#… 그런 취지에서, capcold가 생각하는 약간의 체크리스트 (관점에 따라서는, 시민저널리스트 기초교재?). 좀 더 ‘잘 갖추어진’ 실용문, 즉 언론 스타일이든 문학적 소양의 평론이든 뭐든 제대로 쓰기 위해서 한번쯤 기억하고 점검하며 지나가야할 몇가지 요소들에 대한 몇가지 정공법이다. 당연히, 개인적인 글이 아니라 뭔가 전달하고 읽는 상대나 그쪽 판 일반에 의미를 남기고 싶어하는 글들을 말하는 것이다. 시나 소설이나 개인 수필을 어떻게 쓰든지 말든지 내가 상관할 바 아니니까. 소식 소개글(‘소식’), 소개형 감상글(‘리뷰’), 주장글(‘칼럼’) 이렇게 3가지에 대해서 각각 하나씩 살펴볼까 한다.
!@#… 우선, 한국어 문법이니 철자법이니 하는 것은 그냥 기본으로 간주하자. 외계어를 남발하지 말자 뭐 그런 것도 그냥 밑바닥에 깔고 들어가자. 6하원칙에 의거해서 정보가 들어가 있어야 한다느니 하는 뻔한 이야기도 따로 설명할 이유가 없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워낙 당연한 것이니까. 이것은 그보다 좀 더 전체적인 방향성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각각 딱 10가지씩만. 팁들은 목표, 기본방향, 내용갖추기, 금기, A/S 등으로 묶고. 뭐 대단한 금과옥조라기보다, 그저 한번쯤 미리 생각해두고 들어가야할 10가지의 점검사항 체크리스트다.
[] 쓸만한 소식글을 위한 10가지 팁:
팩트 플러스 알파
…소식글, 혹은 업계용어를 동원하자면 가장 기초적인 의미의 ‘스트레이트 기사’. 문자 그대로 소식을 전하는 것인데, 가장 간단히 이야기해서 뭐하러 그런 소식을 전달하고, 소식이 사실이기는 한지, 그리고 소식이 전달이 제대로 될 만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세부적으로 이런 식이다.
(목표)
1. 굳이 보도할 이유가 있는가: 세상사의 수많은 소식 가운데, 바로 이 소식을 골라서 전달한다. 그것은 거꾸로 이야기하자면, 전달하지 않은 소식들은 묻혀진다는 것이기도 하다. 즉 아무리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믿더라도, 전할 소식을 골라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선택과 가치가 들어간다. 게다가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자신의 시간과 노동이 들어가는 일이다. 물론 ‘글 꼭지 수를 늘린다’는 뚜렷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왠만하면 그런 것을 알고 싶어할 사람이 있기는 있는지 정도는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좋다. 양을 채우는 것 보다, 필요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도 안시켰는데 하루종일 짜장면만 만들고 있으면, 그냥 “이왕 열심히 만들어서 비축해놓았구나”가 아니다. 다 불어터진다.
2. 보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식을 전달하면서, “나는 단지 팩트를 전달했을 뿐이야”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멍청한 짓이다. 만약 ‘보도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보도한’ 소식이라면, 당연히 그 소식의 전달로 인한 어떤 ‘결과’가 나타난다. 물론 모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예측할 수 있는 데 까지는 예측해보는 것이 좋다. 누군가를 지랄같이 보이도록 하는 사건 소식을 전달하면, 그 당사자가 상당히 열받아서 나를 공격해올 수 있다는 정도는 예측하는 것이 좋다. 좋든 싫든 모든 소식의 전달에는 딱 그 영향력 만큼의 결과가 따르고, 그 중 상당부분은 ‘책임’으로 돌아온다. 자신이 올린 소식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 전혀 가늠하지 못할 정도라면… 님하 자제염.
(기본방향: 사실확인)
3. 누구의 주장/정보인가: 소식이 과연 사실인가를 검증하는 첫번째 관문. 누구의 주장이고, 정보인가. 스스로 알아낸 정보? 누군가의 주장을 받아적은 것? 출처가 모호한 인터넷 괴담? 출처를 명시해라. 출처가 없으면 찾아내라. 출처가 모호하면 확인해라. 아니 출처가 모호하지 않아도, 한번 확인해보라. 처음 주장한 소스가 나올 때 까지, 구글과 네이버 한번씩 돌려보라니까. 워낙 구라 정보가 많고, 많은 이들이 출처를 뻥치는 것에 일말의 거리낌이 없으니 말이다. 전형적인 구라증폭나선의 구조에 빠져들지 말자 (B: “난 A에게 들었어염.” C: “난 B에게 들었어염.” A: “난 C에게 들었어염”). 확인하기 힘들면 출처 확인 못했다고, 즉 웬만하면 믿지 말라고 명시라도 해주기를. (See 백투더소스 캠페인)
4. 언제적 정보인가: ‘누구’와 함께 대단히 중요한 팩트 검증이 바로, ‘언제’ 정보인가 라는 것이다. 단지 뒷북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한때 진실로 받아들여진 정보는 언제나 천년만년 진실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미 줄기세포를 만든 적이 없다는 사기가 다 드러난 다음에 줄기세포는 330조 국익의 지름길 어쩌느니 해봐야 안습이라니까. 만화대여점이 이미 기울기 시작한 한참 후에야 대여점 때문에 한국만화 다 망하고 있다 충격 소식을 전달해 봐야 부질없다. 정보의 시점을 고려한다는 것은 바로 그 정보를 둘러싼 맥락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바뀌었나, 지금 현재에 얼마나 아직 유효한가.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을 때도 유통기한을 확인하는데, 정보에 대해서는 유통기한을 확인 안해서야 되겠는가.
(내용갖추기)
5. 의견과 사실은 분리하라: 현대 저널리즘의 금과옥조. 사실은 사실, 의견은 의견. 의견을 완전히 배제해야할지 어떨지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의견을 사실인척, 사실을 의견인 척 하는 것은 야매 중의 쌩야매다. 보통 아무리 소식글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은 원래 자기 의견이라는 것이 항상 뇌리를 맴도는 만큼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의견 부분을 의견으로 분리하지 않으면 사실마저 신뢰성에 금간다. 의견을 사실처럼 보이도록 섞어버리는 가장 기초적인 구라기술이 바로 “수동태 주어 생략” 비법이다. “**은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같은 전형적인 문장을 한번 보자. 도대체 누가 언제 무슨 목적으로 평가했는데? 많은 경우, 필자의 의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대상인 ‘**’을 주어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마치 팩트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가 생긴다. 혹은 “의미없는 주어 만들기” 비법도 꽤 흔하게 사용된다. “네티즌들의 여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같은 것들 말이다. 결국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과 동의어일 뿐이다. 어디로보나 주장 그 자체인 논설문이라면 모를까, 소식 보도글에서 그런 얍삽한 기술을 구사하면 너무나 천박해진다. 의견 부분을 점잖게 쓰든 험하게 쓰든 하는 것과 관계없다. 의견은 의견, 팩트는 팩트.
6.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하라: 소식글이라면, 그 소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이 글로 던져주었다고 자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더 많은 정보가 있으니 찾아보라는 자세를 통해서, 그 소식글 안에 담긴 소식이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취재하면서 참조한 (공개 가능한) 소스를 밝혀주는 것도 좋다. 관련 기사를 연동시키는 것도 좋다. 그 사안에 대한 다른 측면을 다룬 다른 글로 링크를 해주는 것도 좋다. 후속 심층보도를 직접 해주는 것도 좋다. 물론, 사안과 관련된 핵심 키워드들을 명확하게 던져주는 것이 가장 기초작업이다.
(금기)
7. 인용을 핑계로 거짓말하지 말아라: 다른 곳에 먼저 주어진 정보를 인용한답시고 사실은 임의로 요약하고 왜곡하는 경우, 참 많다. 많은 경우 자신이 왜곡하고 있는 줄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다. 인용은 인용 자체로 주고, 그 인용에 대한 자신의 해석은 엄격하게 분리해서 따로 하라. 일부분만을 인용해야할 때는, 인용 부위와 함께 실제 전문의 소스를 링크 걸어야 한다. 한번 인용할 때마다 왜곡이 쌓이고 그것이 한 두세바퀴 사람들 손을 거치면, 엄청난 것이 되는 경우가 있다. ‘아파트촌 소문’ 현상 같은 것이다. “글쎄, 20#동 아저씨가 왠 젊은 남자와 어깨동무를 하고 웃으며 걸어가더라고.” 라는 이야기가 1층에서 돌기 시작하면, 15층에 갈 때 쯤이면 “20#동 아저씨가 게이 살림을 차리고 밤마다 BDSM을 즐긴데”가 되어 있다. 인용을 활용한 가장 저열한 의미 변질 비법이 바로 ‘겹따옴표 제목’이다. 생각해보라. 제목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원문이 아닌 내용 요약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겹따옴표를 쓰는 것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말은 실제로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을 있는 그대로 옮기고 있다는 약속이다. 이미 모순 아닌가. -_- 즉 왜곡된 인용으로 사실을 비틀고 선정성을 높이는 모범기법되겠다. 황우석 설레발 당시, 혹은 고 노무현 전대통령 연설 때마다 숱하게 겪어왔지 않던가. 인용을 조심하자, 인용을.
8. 원소스를 베끼고 있지 않는가: 거꾸로, 원래의 정보 소스를 그냥 그대로 옮기기만 한다면 소식글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 그냥 원래의 정보 소스를 그대로 주면 되지 않겠는가. 여러 소스를 종합해서 보다 확실한 정보로 만들어낸다든지, 그 정보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해준다든지, 해외의 소스를 이쪽 언어로 번역해준다든지, 등등 나름의 정보 가치를 더해주지 않으면 굳이 종이/바이트 낭비를 할 이유가 없다. 소식글과 RSS 피드를 착각하지 말자.
9. 사건의 맥락을 빼먹지 말아라: 모든 소식이 이야기하는 ‘사건’은 특정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맥락이 바뀌거나 다르게 바라보는 방식이 생기면 사건의 내용조차 달라진다. 하지만 어떤 조건 하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명시해주라는 말이지, “왜 그렇게 됐는지 알려주마”라고 오버해 가면서 해석을 넣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건에 관련된 주요 플레이어들과 그들의 관계, 시기, 공간, 관련된 제도나 관례 등에 대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A/S)
10. 논쟁의 문을 열어둬라: 그리고 소식글을 위한 마지막 점검사항. 이 소식의 사실성 여부, 이후 경과과정에 대한 덧붙이기와 문제가 생겼을 경우 수정할 여지, 등등 모든 논쟁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 사실 이것은 개별적인 글의 차원보다는, 지면의 운영방침과 관계되어 있다. 피드백을 받고 문제가 있을 경우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 의하여 소식의 수정이 필요할 경우, 수정전의 버전을 무조건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 왜 수정했고, 수정 전의 버전도 필요시 찾아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센스. 블로그에서는 보통 가운데 줄긋기 기법을 많이 쓰기도 하는데, 좀 더 편하게 가자면 그냥 글 자체에서 어디어디를 언제 수정했다고 명시하는 것도 깔끔. 혹은 그냥 수정 전 기사를 백업해서 따로 링크를 제공하는 것도 온라인에서는 충분히 가능하기는 한데… 마냥 수정전 버전을 있는 그대로 방치해놓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이, 누군가는 그것을 사실로 착각하고 퍼갈 수 있으니까. 문제가 생긴 글을 정작 본문은 그대로 내버려두고는 고작 리플에 “저는 제 실수를 항상 반추하기 위하여 이 글을 그대로 놔두겠습니다”라고 선언하고 방치하는 것은 에러(일일이 리플까지 다 읽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수두룩한데…). 정보의 수정이 발생했을 경우, 반드시 본문에 수정사항을 명시해야 한다. 여튼 중요한 것은 논쟁에 대해서 문호를 개방하고, 그 소식글이 확실한 참조자료로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
!@#… 물론 이런 것 안지키고도 쓸만한 글이 되는 경우가 없을 리 없지만, 이왕이면 갖추는 쪽이 상쾌. 본 가이드에 새 아이디어를 추가하든지 삽화를 넣든지 만화화를 하든지 기타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으신 분은 언제나 환영.
(*주: 원래 다른 계기로 2년쯤 전에 작성한 것이었으나, 이후 회차의 내용 뼈대 잡아놓은 것에 살을 붙여 완성하기 귀찮아서 오랫동안 방치했던 가이드. 즉, 여기저기 링크 퍼지며 호응 넘치지 않으면 2편 “리뷰”, 3편 “칼럼”은 토끼머리 뿔날 때 즈음에나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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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용문을 위한 10가지 팁(2/3): 리뷰 2009. 08. 22. 9:00 am !@#… 호응 폭발은 없었으나 그래도 2탄. 쓸만한 실용문을 위한 가이드, 그 두번째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