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식이 이루어지면서 충격파보다 이제 담론들이 피어오르며 명실상부한 ‘정국’으로 가기 시작하는 서거정국. 현재 스코어, 대중적 대세는 서거정국 속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을 일시적으로나마(…) 다시 깨닫고, 상주 역할을 한 민주당을 반대급부로 지지하는 것. 수년간 지배해온 경제 프레임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민주당으로 흡수되는 일이 신기할 만큼 없었지만, 서거정국에서는 타자로서의 가해자와 정서적 이입을 하는 피해자의 구도가 뚜렷하게 나와주니까.
!@#… 하지만 이런 흐름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부류가 있으니, 바로 참 순수한 분들이다. 노빠 진영 가운데 순수하다 못해 신도화된 부류들은 민주당을 깐다. 진보진영 가운데 선명성에 몰두하는 부류들도 또 민주당을 깐다*. 한나라당 지지파 일반은 대체로 현재 상황에서 잠시 버로우를 타고 있지만, 순수하게 나서기 좋아하는 분들은 한나라당이 혼자 까이면 불리할 것 같으니 양비론 앞세우며 민주당을 깐다.
그런데 그런 부류의 핵심 논리는 “그놈이 그놈이다”론. 이게 참 슬픈 일인 것이, 그놈이 그놈이다 논리에 수긍하는 대중이라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그런데 우리는 다르니까 순수한 우리를 지지해라”에 포섭되는 것이 아니라, “너네를 포함, 정치는 그놈이 그놈. 그러니 우리는 관심 끔, 참여 안함. 끗” 루트를 타기 쉽다는 것. 모든 이들이 무언가는 반드시 지지하는 완전포화 상태에서 지지자를 상대진영에서 빼앗아오는 것이라면 모를까, 누구나 기권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 접근은 자폭 그 자체다.
!@#… 가장 단순하게 말해서 필요한 것은 정밀한 좌표를 주어 각자가 자신의 의지로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작업. “현재 민주당은 **분야 **정책에서 **만큼의 것을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진보신당은 **까지 할 수 있으며, 둘이 해당 정책에서 손을 잡으면 **까지 관철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같은 것들 말이다. 다만 솔직히 그건 고인에 대한 슬픔과 애도 같은 걸 대입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것이고, 선거의 경우 후보단일화라는 정치적 야합(!)에 대한 것이지. 그것이 바로 ‘조문’ 정국이라는 감정적인 대처상황 그 다음 단계, 즉 향후 정책활동을 위해 그 비극적 서거으로 모인 정치적 관심을 각자 활용하는 ‘서거’정국을 열심히 거론해야하는 당위다. 아, 물론 실제 정당들의 지도부는 뇌사상태가 아니라면 당연히 이미 그런 것 치열하게 하고 있으리라 보지만, 이왕 풀뿌리 상향 정치참여 그런 것 열심히 칭송한다면 기저의 여론에서도 그런 담론형성을 노려봐야지.
그런 목표를 지향하고 그런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하나의 당을 지지하기 위해 다른 당들을 모두 닥치고 까야할 필요따위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진보신당 지지하는 당원이면서도, 민주당 까지 않아도 된다. 혹은 민주당 지지하면서 진보계열 당들을 듣보잡 취급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들의 방향과는 A지점까지 같이 갈 수 있겠군요, 그럼 A지점까지 힘을 모아 협력합시다. 우선 죽어도 그쪽으로 가기 싫고 B로 가다가 절벽으로 뛰어내리겠다는 이들을 좀 막아내고 말이죠. 여튼 A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 당신들은 C방향, 우리는 D방향으로 계속 가겠음.” 최소한, 자리를 놓고 다투는 선거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이야기라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미FTA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싫든 어쩌든, 이라크 파병의 반평화성에 열받든 어쩌든, 살아 생전 고 노무현 전대통령을 깠든 어쩌든, 지금 6월 입법정국으로 코앞에 닥친, 비판적 언로를 원천봉쇄하는 한나라당-이명박정권의 미디어악법, 정보통신악법, 집시법 개악 패키지를 힘을 합쳐 막아내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들어는 봤나, 사회적 연대라고.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까야 할 소재가 있는데도 까면 안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연대와 협력을 전제로 하고 세부적으로 까는 것과, 졸 순수한 우리들이 이 쉐키들 없애버리고 새 판을 만들겠음 이넘들이 표를 갉아먹어서 되는 게 없음 하고 닥치고 울분을 토하는 것은 좀 많이 다르니까 구분 좀 하고 살자는 이야기다.
!@#… 그러니까 이런 말이 하고 싶은거다.
–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뜻을 기리고 의지를 이어받고 싶다면, 6월 악법정국을 저지해서 그분이 그나마 가꿔놓기 시작하신 “되어서는 안될 정책은 결국 강행하지 못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이후 선거 결과로도 그것을 강화하길.
– 고인과 직접 연결짓지 않아도 제1야당인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해주는 정치시스템이 그립다면, 악법정국을 저지하는 소중한 임무를 지지로서 부여해주기를.
– 더 좌측의 입장이라면 6월 악법정국을 저지해서 표현의 자유 및 기타 진보정치의 필수 도구들을 보전하고, 이후 선거에서 그 성과를 득표로 인정받기를.
– 좀 우측이라도 제정신이 좀 박혀있어서 한나라당/이명박 정권의 심히 현명하지 못한 독주가 민폐라고 느낀다면, 문제적 법안 패키지로 자신들을 위한 판을 까는 것을 막아내고 그 반감을 이후 선거에서 보여주기를.
그러니까, 공통고리가 좀 보이지 않나. 각자 얻을 것이 있어서 연대하고 또 연대해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울분에 겨워 실제 이상으로 연대 대상을 철천지 원수로 포장하며 화려하게 까는 자신들에 도취되는 애석한 루트로 빠지지 말자는 말이다. 갈 길 무척 바쁘다.
… 뭐 각자 해석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유서 속의 ‘원망하지 마라’로 화합이니 통합이니 뭐니를 논할 것이라면 이런게 핵심이 아닐까, 라고 억지로 이어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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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와 협력을 전제로 하고 세부적으로 까는 것과, 졸 순수한 우리들이 이 쉐키들 없애버리고 새 판을 만들겠음 이넘들이 표를 갉아먹어서 되는 게 없음 하고 닥치고 울분을 토하는 것은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