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한겨레21 문화면에 나온 기사 “병맛 만화, 루저들의 코딱지를 후벼주는 맛!” 작성과정에서, 기자분의 취재에 응대한 내용이 문답형식이라서 따로 포스팅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올려둔다(보통 이 정도로 답변을 하면 그 정도가 기사에 남는다는 것도 비교해보면 재미있음). 여튼, 소위 ‘병맛만화’ 계열의 유행에 관한 한 두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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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김낙호입니다. 어느덧 병맛만화라는 용어가 하나의 장르처럼 사용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이래도 되는 것인가!” 싶으면서도 내심 무척 즐거워하고 있는 1인입니다(…). 문의하신 부분들에 대해 간단하게 제 견해를 밝히자면,
– 병맛 만화의 시작은 언제, 누구의 만화로 봐야 할까?
=> 프로와 아마가 뒤섞인 이런 경향에서, 어떤 하나의 작품이 최초니 원조니 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주로 00년대 초부터 형성된 몇가지 흐름들이 만나면서 진화한 것으로 봅니다.
1) 디씨, 오유, 루리웹에 포함된 유머/만화게시판을 중심으로 유행한 공감툰 (미숙한 표현기술과 달리 다분히 허무하고 사소한 공감에 바탕한 유머코드에 의지하는 아마추어 만화. 관련이야기: 클릭).
2) 만화 유통에서 온라인 만화의 손쉬운 주류화 성향. 게시판에서 히트를 치고 그치던 것이 게시판 자체의 대형주류화, 포털사이트, 단행본으로 손쉽게 이어지며 대중적 파급력이 늘어났습니다. 초기 메가쇼킹만화가(고필헌) 역시 디씨를 발판삼아 유명세.
3) 90년대 후반 ‘멋지다 마사루’, ‘이나중 탁구부’ 등으로 대표되는 부조리 개그만화들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자라난 세대들의 대두. 창작에서도, 향유에서도. 이전에는 유머만화의 코드가 명랑모험이나 풍자 위주였으나, 일련의 이런 만화들을 통해 부조리와 파격이 개그코드로 새롭게 인식.
– 병맛 만화 분류하는 기준이나 특징은?
=> 저는 4가지 조건을 상정합니다: 1) 부조리와 2)파격을 3)개그코드로서 4) 의식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4가 중요한 이유는, 123만 있으면 그냥 못만든 만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 병맛 만화가 인기있는 이유는?
=> 사회 돌아가는 꼴이 점점 병맛이라서… 라면 너무 쉬운 – 하지만 남발되는 – 설명이겠죠. (그보다는 개그코드 역시 여느 예술과 장르코드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한 쪽이 거의 노쇠할 정도로 충분히 발달을 해버리면, 오히려 잔뜩 형성된 의미와 약속들을 오히려 부수는 쪽이 새로운 자극이 되어줍니다. 여기에 온라인의 공감 커뮤니티 속성,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선 흐려지기 등이 힘을 실어주고.
– 병맛 만화의 등장과 확산을 가져온 유의미한 변화들이 있을까?(인터넷 놀이 문화의 변화, 만화 즐기는 세대의 변화 등등)
=>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 패러디성이 강하고, 19금 요소도 강하다. 병맛의 소재나 형식의 제한은 없나?
=> 없습니다. 소재나 형식의 제한이 없이 어이없게 틀어버려야 병맛이죠.
– 통상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어이없는 것들이 개성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 싸구려 b급 문화?
=> 싸구려나 B급 같은 서열척도 자체를 비웃는 것들입니다. 병맛만화에서 완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이라면 역시 얼마나 일관되게 확실하게 어이없이 웃길 수 있는가 그것입니다.
– 대표 병맛 작가들의 작품을 평가해본다면?
=> 현재 시점에서 스스로 ‘병맛’작품을 그린다는 정체성을 자각하고 있는 대중화된 스타들 중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마사토끼, 카라멜/네온비, 이말년, 귀귀 등입니다. 그 중 가장 병맛의 내공이 튼튼한 것은 이말년의 ‘이말년시리즈’, 적극적으로 다양한 병맛의 가능성들을 실험하는 것은 마사토끼의 단편들, 정파에서 사파를 배우듯 넘어와서 멋진 적응력을 보여주는 것은 카라멜/네온비의 ‘셔틀맨’, 그와 반대로 병맛 속에 사실은 정극의 요소들을 녹이는 것이 귀귀의 ‘정열맨’.
– 만화계 흐름에서 병맛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 사실 보기보다 별로 크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파격만큼 엄청난 재능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드무니까요(다만 성공적인 파격말고 그냥 파격이라면 차고 넘치지만).
– 병맛 만화의 유통기한이 있을까?
=> 작품 내적: 파격과 부조리를 계속 하기란 힘들기에, 인기와 분량이 쌓이다보면 동어반복에 빠지기 쉽습니다(예: 현재 시점의 조석의 ‘마음의 소리’). 작품 외적: 다시금 개그에서도 파격보다는 정극 접근법을 원하는 유행이 올 수 있겠죠. 물론 그 유행도 다시 또 차면 기울겠지만.
— Copyleft 2010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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