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에도) 이리저리 오가는 공인이 어쩌니 공익이 뭐니 하는 내용들을 보다가, 애매한 범주를 조금 간편하게 합의할 수 있는 어림짐작법을 한마디 남겨두면 좋겠다 싶다.
!@# …공공 public 이라는 개념은, 세부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학계에서 여전히 논쟁중이지만, 큰 맥락은 꽤 좁혀져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사회학적 개념으로서 공공이란 그저 “많은 사람들의 사안”이라는 말이 아니다(아직도 최대다수최대행복 같은 수백년전 사회의 가치관에 묶여 있으면 얼마나 슬플까). 그보다는, “그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시스템에 관계된 것“에 가까워졌다. 즉 공동체의 이해관계이기는 한데, ‘공동체의’ + ‘공동체에 대한’이라는 의미가 둘 다 들어있다 – 달리 말해, 메타적 측면까지 내포한다. 당연하게도, 이것은 물론 자기 욕심에 일터의 자원/인력을 동원하지 말라는 의미의 “공사를 구분하라”는 말에서 쓰는 ‘공’과는 좀 거리가 있다.
그런데 그런 속성을 지닌 ‘사람들’을 지칭하는 명사로서의 공중 the public 은, 실제로는 그냥 그 사회의 사람들이면 아무나 다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공공사안에 관여된 사회성원들로 이뤄진다. 모든 성원들이 항상 모든 사안에 똑같이 100% 관여될리 없는 복잡한 현대사회 아니던가. 그렇기에 듀이 같은 이들이 이야기하던 ‘상황적’ 혹은 ‘사안별’ 공중 개념들이 만들어진 것이고(사실 이런 식으로 분리를 하기에, 비로소 근현대사회에서 “사적 영역 privacy” 또한 보호될 근거를 확보할 수 있었기도 하지만 말이다). 여튼, 개인들의 합이 반드시 공중인 것이 아니며, 어떤 공중이 공공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다.
!@# …간편하게 가자고 해놓고 이런 설명질이라니, 무슨 짓인가. 이렇게 응용하기 위한 것이다.
– 공익. 공공의 이익이란, 단순히 많은 개인들의 이익이 아니다. 힘 있는 개인들, 혹은 그들이 스스로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어렴풋한 지배적 집단(예: 국가)의 이익도 아니다. 민주 사회에서, 함께 사는 것을 관장하는 사회시스템의 발전에 기여하는 이익을 말한다. 재벌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그 자체는 그냥 그들 사익이지, 결코 공익이 아니다. 그 수익을 세금으로 전환시켜, 사회 성원이라면 누구라도 더 기본적으로 나은 생활을 누리는 장치를 만드는 공공사업에 사용해야 공익이지(그런 사업이 무엇인가? 공원? 아니면 생활 보조금? 공론으로 정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 공공의 알 권리. 모두가 알고 싶어한다고 해서 공공의 알 권리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회 성원들에게 널리 공개함으로써 사회 시스템이 더 합리적으로 조율되고 공명정대하게 굴러가는 곳이 되어야만 한다. “(_좋아하는 남자/여자 연예인 이름)의 누드 공개”는 많은 이들이 보고 싶어하지만, 그게 딱히 사회시스템에 도움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정치인의 뇌물 같은 것은, 뇌물 뒷거래에 의해서 사회적 의결구조가 왜곡되면 안되기에 확실한 제재가 필요한데 그런 제재가 이루어지는가를 시민들이 함께 감시하도록 하기 위해 공개를 해야한다.
– 공인. 공인은 단순히 유명한 사람, 영향력이 큰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운영되는 틀에 비교적 강하게 관여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책임자급의 입법/사법/행정 종사자. 거대 기업 회장(돈은 사회틀을 움직이는 힘이 세다). 굳이 연예인이라면, 단순히 ‘청소년에게 문화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 실제로 정치적 권력을 지녔고 행사하고 있음이 드러난 연예인.
– 공공질서. 그냥 많은 이들이 지켜야할 질서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 운영을 위해 필요한 질서. 쓰레기를 함부로 바닥에 버리지 않는 것은 도덕이 아니라, 쓰레기 방치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아끼기 위한 공공질서다. 시끄러운 시위나 갈등을 막기 위한 막걸리식 규제에 집회원천봉쇄? 만약 지향하는 ‘더 나은 사회’가 다들 닥치고 조용히 사는 곳이라면 그게 공공질서를 위한 수단이 되어주겠지. 하지만 ‘더 나은 사회’가 현대적 자유권의 원칙들이 지켜지고 다양성과 합리적 조율이 이뤄지는 민주 사회라면, 오히려 공공질서에 해악이 되는 방식들이고.
– 공공장소. 사람들이 공동으로 속하거나 이용하는 장소…지만, 그 중 사회적으로 필요에 의해 지정했다는 의미가 강하다. 즉 무주공산이 아니라, 원활한 사회 운영을 위해 특정 성원에게 귀속시키지 않고 함께 쓰기로 약속했다는 뜻.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개념적인 비유라고 할지라도, “공공저작권영역”(public domain)에서 보듯 비슷한 기조.
– 공론. ‘다수의 의견’이 아니라, 사회를 더 잘 굴러가게 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천만명이 토론에 참여한들, “아이유와 소녀시대 중 누가 좋은가”는 공론이 될 수 없다. 무언가를 공론화한다는 것은 그 사안에 담겨있는 사회적 함의를 캐서 그것을 사회 운영에 적용해야한다는 전제를 담는다(예: “선거기간 외 선거운동성 발언 허용 문제를 공론화하자”). “아이유를 지지하여 같은 음반을 10장 이상 사는 사람들에게는 세금혜택을 줘야한다” 정도면 얼추 세이프. (…그럴리가)
– (12.9.22.추가) 공공재. 단순히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회적 기능을 전제하며 향유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리소스다. 즉 “맘껏 가져가세요”가 아닌 “우리 가족 냉장고” 같은 것이다. 얼추 자율적으로 꺼내 먹지만, 가족이 함께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만큼씩 채워진다. 또한 다른 가족성원 몫 생각 않고 혼자 퍼먹으면 엄마한테 먼지나게 맞는게 당연한 것. (비유를 풀어 서술하자면, “공공재 향유의 지속을 위해서는 공동체라는 이해관계가 성원들에게 공유되어야하는데, 그것을 위한 두 가지 조건이 자각된 공동 생산, 그리고 남용시 처벌 기제다”)
!@# …’공’이 들어가는 여타 다른 개념들도, 어떤 기조인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비슷한 방식으로 응용 가능하리라 본다. 공공을 정의내리는 유일하거나 최고로 독창적이거나 혹은 가장 훌륭한 설명은 아니지만, 아마 약간은 더 건설적인 세상인식을 위해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위의 설명들을 한번 뒤집어보자. “공익이란, 조국의 이익. 공공의 알 권리란, 누구나 다들 궁금해 하는 것. 공인이란, 내가 보기에 유명한 사람. 공공질서란, 장유유서 같은 것들. 공공장소란, 주인 없는 곳. 공론이란, 나와 내 동조자들이 화제로 올리는 이야기.” …좀 우울하잖아.
— Copyleft 2011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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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읽어봅시다. 캡콜드 님의 ‘공공’에 관하여. http://t.co/k9JiCRO via @capc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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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deModel: 공공 개념을 잘 설명한 캡콜드 옹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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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에 관하여. http://t.co/5OcaVhD via @capcold 캡콜드님이 '공공'(public)의 개념에 대해 해설한 글. 개념이 충전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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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으로 멋진 글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꼭 씹어 읽어서 소화시켜야겠다. RT @Joyh0 언제나처럼 정밀함을 지향하는 @capcold 님의 글 ‘공공’에 관하여. http://j.mp/oc9ENM 모두들 쟁여두고 여러번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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