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여나 스스로 설정한 홀드백 기간이 지나고(유료 원고의 경우 글쓰고 난 후 지면 발표된 후 일정 기간 뒤에야 이곳에 백업… 시사성 중심의 글에는 한 마디로 쥐약) 여기 올릴 타이밍에는 이 사안이 완벽한 뒷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으나, 불행히도 아직도 같은 자리에서 삽질 중인 듯. 어째서인지 두 회 연타석으로 언론 이야기. 한창 성사되느니 마느니 하고 있는 소위 ‘맞짱토론’까지 보고 나서 좀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꺼내볼 생각이지만, 우선은 이 정도 이야기부터. 참고로 이 사안에 대한 capcold의 기본 입장은 서명덕 기자분이 올린 이 생각과 거의 일치하고, 주변에 누가 물어보면 yy님의 이 포스트부터 추천하고 있음.
언론자유와 기자실, 혹은 명분의 상상력
김낙호(만화연구가)
체계에 대한 모든 종류의 변화는 이미 그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의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 변화가 액면상은 지극히 작은 것 같지만 사실은 큰 변화를 가져올 단초라면 더욱 그렇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 근본적인 변화의 ‘진실’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내야 하는 과제까지 주어지는 만큼, 더욱 열심히 변화에 대한 반대의 기치를 올릴 수 밖에. 그 와중에서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치고 싶은 욕망 덕분에, 종종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거창한 가치들이 거의 자동적으로 마구잡이로 동원되곤 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명분 붙이기에 대한 집착과 빈곤한 상상력은 꽤 보편적이다. 래리 고닉의 걸작 만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에 의하면, 태고적 이래의 인류 문명사가 온통 그 패턴으로 가득하다. 이 작품은 인류의 역사를 사람들의 세속성, 그리고 그것을 덮기 위해서 사람들이 스스로 지어내고 또 믿어버린 명분들의 측면에서 신랄하게 꼬집어내는 작품이다. 알렉산더 대제든 징기스칸이든 로마인들이든 이집트의 파라오들이든, 하염없이 큰 명분을 붙이기에 바빴다. 인류 평화든, ‘문명’의 전파든, 자유든 말이다. 그리고 참 편리하게도, 바로 그들의 방식만이 그 거대한 명분을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이야기하고. 이런 위선은 처음에 잘 통하지만, 이내 속에서부터 골병들어 간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최근, 여러 언론사들과 노조, 일부 연관 시민단체들이 사활을 걸기라도 하듯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 기자실 통폐합 논쟁이 한창이다. 당초 사안의 핵심은 정부가 정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좀 더 엄밀하게 조율한다는 점이었는데, 정제되지 않은 중간 단계의 정보 유출에 대한 관리 강화가 여러 형식으로 포함되었다. 이것 자체만 놓고 보면 충분히 합리적인 홍보채널 경영관리인 셈이고, 현 정부가 애초부터 추진해오던 언론 정책과 그다지 위배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 결과 기자들이 공무원들을 취재원으로 삼아 정보를 얻어내는 취재방식에 있어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기자실은 정부기관에 거점을 마련하고 개별 공무원들의 사무 공간으로 일상적으로 파고드는 기존 취재관행에 대한 일종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즉 주류 언론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변화된 환경 속에서 다시 한 번 지켜내야 하는 피곤한 일이다. 이들과 지금까지 맺어온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계속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취재 대상들에게도 그 피곤함이란 매한가지다. 그러나 이런 세속적인 목적들을 폄하하는 사회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어느 틈에 여러 소위 주류 언론과 이들을 지지하는 정치세력들은 별다른 고민의 흔적 없이 그저 ‘언론 자유’를 외치고 있다. 언론통폐합과 보도지침의 유산 위에 서 있는 당의 사람들이 언론 자유를 논하는 것의 희극성은 물론, 고작 3-4년 전에 언론 자유라는 논지로 기자실 문화 청산과 취재 주체에 대한 차별 없는 공개적/공식적 정보 제공을 주장했던 이들마저도 난데없이 반대의 기치를 올리며 다시금 언론 자유를 운운하는 것을 보니 명분의 상상력의 빈곤이 느껴진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 언론 취재 역시 결국 변화의 물결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는 쪽이 자기 몫을 확보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협상을 하며 정보접근권이나 밀고자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보장 확보라든지, 브리핑 자료의 효율적인 분석 기법 개발과 부실 자료에 대한 책임소재 추궁 체계 확립 등을 신경 쓴다든지 말이다. 상상력 없게 기자실 폐쇄에 집착하며 언론자유나 외치지 말고, 그 거대한 구조개혁에 합당한 ‘공부’를 해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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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팝툰>. 씨네21 발간.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양상을 보여주는 도구로서 만화를 가져오는 방식의 칼럼.)
PS. 요새 보면 기자실 어쩌고 했다가 대중들에게 욕만 직살나게 먹어서 그런지, 주류언론의 주장이 “먼저 정보공개부터 한 뒤에 기자실 개혁”으로 바뀌고 있다만… 아 씨바, 그 두 가지는 어차피 둘 다 각각 추진해야 하는 것이지 무슨 협상카드로 내밀어서 빅딜 치는 게 아니거덩? 절망스럽다, 그 쌈마이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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