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를 교육이라고 미화하는 버릇에 대하여 [팝툰 만화프리즘/10호]

!@#… 한 사회의 ‘개념’ 함양은 공공 교육에서부터. 교육이 지난 수십년간 이 모양인데, 오늘날 담론 수준이 이 꼬라지인 것은 사실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호 팝툰 칼럼.

입시를 교육이라고 미화하는 버릇에 대하여

김낙호(만화연구가)

한국에서 교육이라는 주제만큼 사람들을 상시적으로 진지하게 일희일비시키는 것이 있을까. 그나마 정치는 (유감스럽게도) 선거철에만 진지하게 시끄럽지만, 교육은 최소한 매해 대학 입시철마다 난리블루스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굵직한 사안들도 어찌나 많고, 사교육이라는 형태로 일반 시민들의 가계 부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얼마나 무지막지한지.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는 차기 대학입시제도에서 내신 성적 반영의 비율을 50%로 하겠다느니 30%로 타협한다느니 난리다. 실제 효과는 어떻든 간에 교육 평등권을 위한 안전장치라는 3불 정책의 정당성은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논란의 대상이 되고, 최근에는 아주 이상하게 변형된 사학법 개정안이 마침내 통과되기까지 했다. 누구나 진지하게 목소리 높이며 개입하는 다이나믹한 교육정책 담론이야말로 이 나라의 진정한 특산품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 담론 생각보다 영양가 없다. 알고 보면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설전과 정책다툼의 대부분은 진짜 교육 자체보다는, 정작 교육이라는 큰 작용의 한 부분에 불과한 대학교에 들어가는 방법 – 바로 ‘입시’에 대해서만 논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배우느냐, 왜 배우느냐, 교육이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 등 근본적인 질문마저도 오로지 대학입시라는 하나의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위한 장식품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전문기능을 빙자하여 사실은 입시학원을 차린 어떤 소위 ‘특목고’들이 오로지 합격점수 커트라인이 높은 대학들의 합격률을 내세우며 명문이랍시고 활개를 치고 다닐 정도다. 국내의 소위 명문대로 경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지고 나니 심지어 외국대학 보내는 것으로 한층 레벨업을 하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무려 미국에 미국대학 입시를 위한 한국인 특목고를 세우려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교육도 아니라 입시로 명문이라니, 세상에 이런 코미디가 다 있을까… 수험생, 그들의 학부모, 그리고 그 제도 덕분에 밥먹고 사는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안 웃기겠지만 말이다. 아니 그러고 보니 굉장히 많은 이들이 제외되는구나.

김규삼의 『입시명문 사립정글고등학교』라는 만화는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 상황을 웃을 수 있는 코미디로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정글고의 세계관은 이미 현실 속에서도 익히 익숙한 대학입시에 목숨 거는 고등학교 세상이다. 그리고 정글고는 그나마 현실세계에서는 교육이라는 허울 아래 적당히 가려놓으려고 하는 여러 치부들을 그냥 노골적으로 드러내버림으로서 통쾌한 풍자와 웃음을 선사한다. 돈만 밝히고 학생들의 노동력을 수탈하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 이사장, 손에 잡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쥐고 학생들을 패는 한때 미소년이었던 선생, 부두교 미셔너리 스쿨의 피라미드 모양 학교 건물, 있으나마나한 학생회와 괴상한 동아리 활동. 한마디로, 대학 입시를 향한 열망 하나만 있고 학교 생활의 나머지는 거의 모두 엉터리 야매다.

훌륭한 통찰이다. 입시결과라는 하나의 지상과제를 위해서라면 다른 모든 것은 관심도 없고 따라서 대충 야매로 때울 수 있는 발상, 그것이야말로 한국에서 아직까지도 ‘교육’ 담론을 지배하는 대세다. 사회생활을 위한 교양을 쌓게 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민주주의적 의사결정과 합리적 문제해결의 훈련을 최우선시하든지, 혹은 졸업 후 직업 또는 고등교육 수료를 위한 전문분야 지식을 축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정말로 “학문의 추구”를 훈련시키든지. 그게 아니라 그저 입시 같은 부수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들을 왜 학교에서 책임지고 또 학교에서 성과로 생각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입시명문’ 고등학교는 만화 속 패러디의 용어여야지, 교육을 하겠다고 진지하게 폼 잡는 교육기관이 스스로 자랑스러워해야할 것이 아니다. 고작 입시를 무려 교육으로 포장하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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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팝툰>. 씨네21 발간.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양상을 보여주는 도구로서 만화를 가져오는 방식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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