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생활정보지 ‘젠틀멘’ 지난 호, 힐링 특집 가운데 한 꼭지인 ‘나만의 힐링’ 글들 중 하나.
해석과 유머의 치유력
‘힐링’과 한 쌍을 이루는 대구, 즉 그것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계기는 바로 ‘멘붕’이다. 납득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비틀어져 있는 상황을 접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급격하게 좌절의 느낌을 받아 마치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것 말이다. 힐링이라고 불리는 것은 “노조를 만들어 권리를 쟁취하세요”가 아니라 인식의 스트레스 부분만 완화하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정서적 공감대를 통해서, 또는 종교적 신뢰의 평안을 통해서 그런 완화를 얻어내신다. 그런데 내 경우는 비틀어진 상황이 어떻게 비틀어졌는가 설명해보고, 그것을 직면할 때 오는 ‘깊은 빡침’을 유머로 우회해 본다. 굳이 기법에 이름을 부여하자면, 생각 실험을 개그로 설명하기 정도일 터이다.
사실 별로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먼저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문제들이 어떤 요소의 결합 및 과정으로 이뤄지는가 곰곰이 쪼개보고, 그들 사이의 세부적 어긋남을 분노보다는 건조한 유머로 건져낸다. 거시적인 사회문제일수록 더 적합한데, 힐링이 필요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사안은 원래 거시적인 경우가 흔하니 대략 훌륭하다. 개인사 차원의 고난이라면 어차피 힐링이 아니라 친구의 조언이나 전문 심리 상담이 더 필요할테니 말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이상한 사람들 장관 임명하는 짓이 하도 괴상해서 막 불안하고 정신이 나갈 것 같다고 치자. 어떤 정치인이 ***입네 찰지게 욕할 수도 있지만, 순간의 열기를 배출하기 위해 더 열을 내는 꼴이라서 종종 스트레스만 더 쌓인다. 하지만 그런 정치 과정을 해부, 각 단계마다 미숙하고 이기적인 판단이 가득함을 풍자하여 꼬집고 플로우차트로 재구성한다면 어떨까(이 사례의 결과물은 이렇다: https://capcold.net/blog/9712). 널리 공개해서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면, 함께 열을 받기보다는 함께 웃다가 “맞아, 이런 부분이 정말 이상하지”라고 나름 발전적 생각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내 해석에 다른 이들이 이견이 있다면, 서로 유머를 주고받으며 고쳐나갈 수도 있다. 세상이 납득할 수준 안에서 이상하며, 잘 생각해보면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얻게 되는 것이 바로 내게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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