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속 300km 전력질주의 사회에서, 정신줄을 놓지 않기 위한 핵심 가운데 하나는 겉보기를 넘어선 실제에 대한 판단이다. 그러니까, 알고 보니 훌륭한 넘, 알고보니 못써먹을 넘 뭐 그런 것을 판별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당연히 그런 판별의 과정에는 온갖 왜곡과 착시가 끼어들어서, 그 착시를 지배하는 자가 우뚝서고 그것에 놀아나는 자가 깔개가 된다. 그런 착시 중 가장 보편적인 것 한가지가 바로… “자이언 효과“다.
!@#… 자이언 효과의 자이언은, ‘자이언트’의 줄임말이다. 그리스 신화 속 거인의 시선… 뭐 그런 원형신화적 비유는 아니고, 인기 일본만화 도라에몽 (한국에서는 옛날에 ‘동짜몽’이라고 흔히 알려진)의 등장인물이다. 미래에서 온 둥그런 로봇고양이 도라에몽의 도움을 받는 주인공 노비타(진구)를 괴롭히는 덩치 크고 힘 세고 성격 나쁜 조연 다케시(퉁퉁이)의 별명. 이 녀석이 바로 그 유명한 “내것은 내것 네것도 내것” 격언의 주인공이다. 이 녀석은 원래 만화책에서나 TV시리즈에서는 못되쳐먹은 캐릭터의 대명사인데, 어째서인지 유독 극장판 도라에몽에서는 알고보니 진구에게 속깊은 우정을 느끼는, 즉 외관은 심술맞지만 근본적으로는 선한 녀석으로 나온다. 그러자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원래 무척 나쁜 놈인데, 그런 식으로 한번 착한 구석을 살짝 보여주니까 어째서인지 굉장히 착한 놈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걸 보고 나면 심지어 TV판을 다시 볼때도 저 자식이 나쁜 짓을 하는게 사실은 다 속 깊은 선의가 있겠지라는 식으로 재해석까지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이언 효과는 여기에서 착안한 심리효과인데, 항상 글러먹었다가 반짝 좋은 일 하나 하면 매우 근본적으로 좋은 녀석으로 보이고, 반대로 항상 착하다가 삐긋 한 가지 잘못하면 매우 근본적으로 못된 놈으로 보인다는 현상. 심리학의 귀인 이론에서 당연히 이미 더 학술적 설명과 용어를 만들어놨겠다 싶지만, 이미 케로로, 은혼, 크로마티고교 등 걸출한 개그만화들에서 인용되곤 할 정도로 꽤 대중문화적으로 보편화된 이 용어가 딱 좋다.
!@#… H당의 삽질 수십년, 그 정점인 2MB정권의 삽질 1년 반. 이 정도로 열심히 ‘글러먹은 놈’ 밑밥을 깔아두면, 길 가다가 깡통 하나 주워서 휴지통에만 넣어도 성자의 후광이 느껴질 만한 상황이다. 게다가 잊지 말자. 천만명이 현 정권을 원해서 표를 던졌고, 또다른 천만명이 현 정권이 되어도 상관 없다며 표를 방치했다. 자이언 효과에 아주 악성으로 빠져들어갈 분들, 즉 현 정권이 삽질을 잠시라도 그만두기만 해도 만세 외치며 지지자가 되어줄 분들이 최소 2천만이라는 말이다.
안하던 짓을 해서 좋은 쪽으로 깜짝 놀랄 때, 그 사건이나 행위 자체를 환영해주는 것은 좋다. 다만 그걸 “상황 끝 개과천선 완료”라고 결론짓지 말고 더욱 냉정하게 계속 관심 기울여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순간 잘한 일이 있으면 단호하게 칭찬해서 매듭짓고, 다시 원래의 압도적인 삽질들에 대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식으로 대처해야만 하는 이유다. 내 뒷통수는 소중하니까. 여튼 정신줄을 다잡고 싶다면, 뭔가 반짝하면 그때가 오히려 조심할 때다.
–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비리백화점 인사라도 끝까지 밀어붙이곤 하던 각하가, 어느날 반짝하고 문제적 검찰총장 후보 한명을 낙마시킨다든지.
– 부유층 대기업 지역유지들 등 기득권 편들어주기에 올인하고 그들에게 불리한 법이란 법은 죄다 파토냄으로써 권력을 누려온 H당이, 어느날 반짝하고 부유층 증세 관련 떡밥을 던져본다든지.
– 날치기와 직권상정으로 토론과 견제과정을 건너뛰는 것이 일상인 H당 국회의장이, 어느날 반짝하고 여야가 미디어법을 합의했으면 좋겠다라고 언론보도에서 간지나게 한마디 던진다든지.
– 자기들의 장사질에 유리한 가부장적 수구 공안 사회를 위해서라면 저널리즘의 비판적 품격 따위는 깨끗하게 시궁창에 흘려보내는 조선일보가, 어느날 반짝하고 비리요소 넘치는 검찰총장 후보를 반대한다든지.
…롯데가 승리한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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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gback by 자이언 효과에 속지 말자: 공직자 자진사퇴 열풍(?)에 즈음하여
[…] 지난 정권에 대해 수년 전에 썼던 http://capcold.net/blog/4071 내용의 재활용인데, 위화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