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유통기한 지난 디빠 놀려먹기지만 미국 개봉을 앞두고 끝물 개그가 나와주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있던 터, 포털사이트들을 오늘 수놓은 화려한 기사 덕분에 하루 일용할 폭소를 하고 말았다. 덤으로,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던 모 ‘취향논쟁’에 대해서도 한 마디 다시 해볼 계기가 되어버렸다.
NYT “디워, 설명 필요없는 영화” 호평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 2007/09/10]
!@#… 아니, 정말? 무려 뉴욕타임즈가?! 아아… 이런 감동이 다 있나. 뭐 보통 capcold가 그러듯, 한번 NYT 기사를 직접 찾아봤다. 기자 이름도 맞고, 날짜도 맞고, 이 기사 맞구나.
Get Set: Alaska, Saudia Arabia, London Calling
[By DAVE KEHR / Published: September 9, 2007]
그냥 금주 개봉 영화 각각 짧게짧게 일괄 소개하는 코너. 비평, 리뷰 뭐 그런거 없다. 그냥 누가 출연하고 어떤 내용이고 그런 것만 한 문단 짧게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글. 금요일 개봉 중간 쯤에 DRAGON WARS 나온다. 아아… 잠깐 좀 좌절하고 계속하자.
(잠깐 좌절)
(…)DRAGON WARS Encouraged by the international success of “The Host,” the Korean film industry has turned out another expensive special effects movie — though with no pesky subtitles. (…)
디워: ‘괴물’의 국제적 성공에 고무된 한국의 영화 산업이 또다른 비싼 특수효과 영화를 탄생시켰다 – (이번엔) 성가신 자막은 없지만.
!@#… 끝물 디빠심을 발휘해서 디빠갤 공지사항에 등극하고 싶은 이재원 기자분의 넘치는 열정은 이해하겠지만, 가끔은 중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때의 순수한 마음(그런게 있었나?)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위의 문장은 설명이 필요없다는게 아니라, 이전에 ‘괴물’은 자막 넣어서 상영했는데 디워는 영어로 촬영했기 때문에 자막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다. 그냥 그거야. 디워 팬카페에 낼름 펌질당해 있던데, “미국 3억 인구가 울었다!”류의 설레발에 부푼 가슴들, 바람 빼세요. 건강에 안좋아요.
아참, 지난주에 나온 NYT 대서특필 예정이라던 기사에서 언급된 그 기사도 여기에 방금 막 떴네… 문화예술 섹션이 아니라, 비지니스 섹션의 기사. 당연히 영화에 대한 평가 그런 거 없고(아, 수정. 평가가 별로 안좋다더라,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현지 배급사인 프리스타일은 인터뷰를 거부했다는 대목이 있다) 그냥 이런 시도를 하는구나! 라는 내용.
!@#… 아니 그보다, 당신들은 평론가(직업평론가라기보다, 공식 지면에서 영화를 전문적으로 평하는 것 같아 보이는 이들 일체)를 싫어하고 그들의 평가를 도저히 인정못하겠다는 입장 아니었나? 미국 ‘평론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마시길. 그냥 스스로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즐기도록 하세요. 좋은 영화라서 즐기는게 아니라, 당신들이 좋아하니까 즐기는거라니까.
한 시대를 풍미한 칼럼니스트 김규항씨가 요새 디워를 가지고 취향이 어쩌니 하면서 평론가 권력에 대해서 한 십수년은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혐오감을 터트리는 뻘타를 날려서 비웃음을 사고 있던데(시리즈로 주욱 일독하면 재밌음)… 세상에나. 왜 김규항씨도 그렇고, 그 직전에 강준만 교수도 그렇고, 대중문화에서 이야기하는 ‘취향’의 본질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많으면서도 그렇게까지 무지한 것일까(부르디외식의 다분히 계급론적 취향 말고, 고만고만한 하위문화에서의 취향, “남의 취향가지고 시비걸지마” 할 때의 그런 종류의 취향 말이다). 아마 그런 식의 취향을 스스로 가져보고 그것에 고민하면서도 또 즐겨본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짐작하기는 하지만, 실상이야 물론 모르지. 여튼 딱 한가지만 이야기하자: 대중문화에서 취향은, 억지로 명분과 정당화와 적들을 만들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선호가 ‘취향’임을 인정하는 만큼씩만 지켜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안경로리 취향인 A군이 있다고 치자. 그것이 자신의 취향이라고 그냥 인정하지 못하고, “안경로리물의 정수인 작품, ***만이 한국만화산업을 지켜낼 진정한 방향이며 안경로리가 등장했기 때문에 작품의 품격이 3포인트 올라가며 아울러 헐리웃도 지배할 것이고,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이들은 대중의 취향을 인정하지 않는 조낸 평론가 먹물 지식인들”이라고 우긴다면 어떨까. 그 상태가 되면 그건 ‘취향’이 아니라 이미 작품성,상업성, 산업기여 등의 기준으로 봐달라고 그쪽 판단 기준의 경연장에 내놓은 문화 담론이 된다. 취향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러니컬하게도 소위 ‘평론’과 영역이 겹치는 사태 발생(태고적에, 이런 주제 관련해서 좀 지난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기준으로 평가해서 난도질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거다. 선호라는 것은 평가의 잣대가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불가침 영역인 ‘취향’에 항상 고정되어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담론의 과정 속에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가능한 분야로 얼마든지 보내거나 또는 밀려나갈 수 있고, 거기서는 허벌나게 깨질수도 있다. 취향으로서 보호받는 것은 딱, 자기 영역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부분까지만. 그런데 취향을 취향으로 스스로 인식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그 영역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것 참 큰일이다.
남의 취향을 공격하는 지적 허영꾼들이 너무 많다는 세계관이 싸그리 틀렸다고 말할수야 물론 없겠지만, 진짜 문제는 정작 디빠 중에서야 말로 자신들의 선호를 취향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취향으로 놔두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다. 그리고 그들을 지원사격하겠다는 식자들이 오히려 즐거운 취향 생활에 방해가 된다. 21세기에 들어선지 이만큼이나 지났는데, 멋진 신세계는 아직도 조낸 멀다.
!@#… 오늘의 교훈:
1) 상한 떡밥도 만담개그로서는 썩 나쁘지 않다.
2) 취향, 선호, 그런거 다 자기 스스로 인정하는 만큼씩만 보호받을 수 있다.
3) 진지한 세태 분석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에게 취향이라는 것을 좀 만들어드리자. (이왕이면 오덕스러운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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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gback by 고어핀드의 망상천국
타인의 취향…
* 오해의 여지가 있어 첨언하자면, 본문의 문맥에서 디빠는 “D-war 나쁘게 평하는 평론가는 쓰레기다” 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몰매때리는 사람을 칭하는 말입니다. D-war를 혹평한 영화잡지 기…
Pingback by Nakho Kim
"불량품을 냈던 가게"였는지에 대해서야 의견이 (나름) 갈려도, 그것에 대한 많은 과도한 옹호 논지들은 확실하게 불량했지. 간만에 추억의 포스팅 다시 읽기 http://3.ly/bWvH http://3.ly/uyA2 http://3.ly/QUV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