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아프간 인질들이 석방되면서 봇물터지듯 흘러나오는 각종 분노의 삿대질들. 빠순빠돌이 팬클럽의 추태가 결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물론 분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아니 상당부분 정당하다. 문제는 언제나, 오바질.
capcold는 기독교도가 아닐 뿐더러(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사실 뻔하지 않은가… 심지어 무신론도 불가지론도 아닌, “Don’t Care” 주의자다), 굳이 그들을 변호할만한 이유도 뭣도 없다. 다만 근거없이 오바하는 것에 대해서 경계할 뿐. 그래서, 몇가지 오바질에 대해서 좀 지적해볼까 한다.
*바지일기 시비: 바지에 일기 쓴 것이 수상하다고 한다. 그런데… 흰 나팔바지네 뭐. 허벅지오는데까지 걷어올리고, 위에서부터 써내려가면 오케이. 글자 또박또박한 건, 정렬을 잘 하지 않으면 칸이 모자라잖아. 원래 그런 수감중 몰래일기들은 글씨가 깨알같고 또박또박 잘 정렬해요. 아, 취소. 잘 보면 정렬도 잘 안되어있네. 잉크가 그렇게 많이 번지지 않은 건, 볼펜잉크 생각보다 잘 안번지니까. 그래서 볼펜으로 옷을 찍 그으면 빨래할 때는 고생이다. 안에 써도 밖으로 비치지 않는가하는건, 그 옷 입고 오아시스에서 물놀이를 하지 않는 한 상관 없고. 게다가 여자는 항상 그 위에 천 걸치지, 아마. 볼펜을 어떻게 숨겼는가 하는 건, 솔직히 겁나니까 자진납부를 하지 않는다면 신발속에라도 신체기관에라도 숨기려면 숨기는거고(예: 2차대전 유태인수용소). 물론 조작일수도 아닐수도 있다. 조작을 했다면 그걸 굳이 변호해줄 이유도 없고. 다만, 조작이라는 증거랍시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글들의 수준이 너무 저열해서… 하기야 분노로 눈이 뒤집힌 상태에서 추론하는 ‘증거’들인데, 제대로 된 것들이 나와주기는 좀 힘들지. 아니 그보다, 일기 내용에 뭔가 경천동지할 엄청난 비밀이 담겨있는게 아니라면(탈리반 지도자는 로리콘!이라든지) 바지에 일기를 썼든 말든. 그게 뭐 엄청난 뉴스꺼리라고.
*쇼핑백과 선글라스: 여튼 짐도 다 뺐겼을테니 뭐 옷이든 뭐든 사야지. 그런 상황에서 재래시장을 갈까? 요원들 보호받으며 안전한 대형백화점을 가지. 혹은 그냥 요원들이 대신 가서 대충 비슷한 추리닝 한 다스 사와주거나. 그것도 안전하고 편안한 두바이에 와서 샀다는 보장도 없다(참조). 공항 면세점도 마찬가지. 게다가 온 가족친지들에게 조낸 걱정끼쳤는데, 간단한 선물 정도는 준비해가야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거고(이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대단히 철딱서니 없다는 거야 이미 기정사실 아닌가). 선글라스는,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멋 차원이 아니라 눈 건강 때문에 필수용품이고. 아, 물론 이 사람들이 조낸 막장이어서 에헤라디야 쇼핑스프리를 벌이고 다닌지도 모르지. 다만, 쇼핑백 선글라스로는 아무런 증거가 되주지 못한다는 것 뿐. 덥수룩 수염은… 뭐 요원들이 그리 하라고 시켰겠지. 말쑥한 모습으로 나오면 얼마나 더 욕을 먹겠는가. 별로 고생도 안했나보네, 하고. 비웃어주기는 하겠지만, 이해는 간다.
*강간론: 미국의 ABC뉴스보도에 의하면 강간도 당했단다. 그래서 빨리 풀어줬단다. 그런데 “협상에 참여한 아프간 관리의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신빙성이 없는지 이제는 눈치깔 때도 되지 않았을까. “협상에 참여한 아프간 관리”, “내부의 믿을만한 소식통” 같은 수식어는, 사실 그냥 뜬소문이라는 말과 전혀 다를바가 없다. 이해당사자의 증언은 법정에서도 인정되지 않는다니까. 아프간 정부는 당.연.히. 이해당사자 중 하나다. 아프간 관리들의 입장에서는 탈리반을 반이슬람 짐승들로 만들어야할 필요성이 있지. 물론 사실일수도 있지만, 그건 정작 한국 입장에서는 억류되어있던 분들이든 정부든 일반 시민이든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섣부른 가십거리만 남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 자체를 위해서 밝혀내려면, 진짜 증거를 가지고 확실히 밝혀내든지.
*몸값지불: 몸값거래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당연하다. capcold도 당연히 그런 추측은 한다. 하지만 액수와 전달방식 같은 진짜 데이터가 증거로서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런 가정에 기반해서 분노를 낭비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온갖 소문들이 언론의 필터를 거쳐서 각각 하나의 ‘사실’처럼 떠돌아다니는 건 도대체 뭐냐. 모두 예의 그 ‘아프간 협상 참여자’ 어쩌고의 말을 빌어대며, 2천만 파운드(알자지라. 400억 전설의 시작!)를 줬다고도 하고 200만달러(아사히 신문)를 줬다고도 하고 2000만 달러를 줬다고도(로이터스), 95만 달러(ABC)를 줬다고도 한다. 물론 아무도 자기 정보원의 그 증언 말고는 어떤 근거도 3자 검증도 하나 없고. 앞서 말했듯, 아프간 관리들은 이해당사자다. 탈리반쪽 발언은 더 그대로 믿기 힘든게, 이건 순 뻥쟁이들이니까. 우선 닥치고 납치해놓고 나중에서야 선교단이라서 납치했어염하고 명분을 세우지 않나, 한국인인지 아프간인인지도 처음에는 제대로 구분 못해서 인질 숫자도 파악 못하지 않나… 게다가 탈리반은 점조직화되어 있고 내부의 강경파 온건파 대립도 상당해서, A의 말(안받았다)과 B의 말(2천만 달러 받았고 그걸로 무기살꺼에염)도 서로 다르다. 그들의 발언은 나름대로 귀중한 단서이기는 하지만, 증거도 없는데 곧이곧대로 믿으면 바보다.
*세계적으로 테러지원국 한국에 대한 비난이 쇄도한다: 세계적으로는, 기본적으로 큰 관심 없다. 이태리 기자 납치되서 돈주고 나올 때, 프랑스 인질 석방을 위해 정보부가 협상에 나섰을 때 하다못해 비슷한 시기에 납치된 독일인 인질들에 한국에서 제대로 신경이나 썼던가. 전세계가 항상 한국에 주목하고 있으리라는 자뻑은 한국 사회 특유의 현상일 뿐이다. 물론 협상을 하다니, 향후 테러범들이 그걸 보고 배울까 우려된다고 코멘트는 할 수 있지. 명분이란게 다 그렇지 뭐. 하지만 그런 멘트는 향후에 대한 우려 정도의 수준에서 표현되지, 특정 국가의 결정에 대한 ‘비난’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한국에 외교적으로 불이익 같은 것이 직접적으로 주어지지는 않는다. 국제관계에서는, 결국 필요할 때 돈 대주고 사람 대주는 게 더 중요하게 여겨지니까.
!@#… 하지만, 오바가 아닌 것 (즉 여튼 근거가 있고, 욕이 건설적 비판과 연결될 수 있는 것):
*샘물교회의 대처는 대체로 욕먹어도 싸다: 돌아오는 항공비, 여행길 떠나면서 애초에 참가자들이 낸 돈에 다 포함되어 있었다(이건 당초의 대금 문서와 여행계획서가 확고한 증빙자료). 그런 걸로 생색내지마! 그리고 제발 전향적으로, 요청받는 비용은 저희 능력껏 다 저희들이 책임지고자 노력하겠다라고 한마디만 좀 해줘. 그리고 당신들이 교회니까 하느님의 은총 칭송하는건 당연하다고 보지만, 하느님은 칭송하고 국민과 정부한테는 그냥 미안한건가. 하다 못해 당신들의 신념체계에서 가장 상위클래스의 감사의 표시로, 개고생한 대한민국 정부에게 하느님의 축복 정도는 내려주면 안되겠나. 이런건 욕하는 내용들이 모이다가 일선 교회들의 전략수정에 도움이 될지도.
*개신교 상위단체들의 대처도 대략 욕먹어도 싸다: 당신들의 선교전략에 위기상황이라서 오히려 돌파구가 절실하다는 건 알겠는데, 제발 상황을 좀 읽어줘요. 버로우탈 때와 나설 때를 구분하라니까. 이명박 후보를 위시한 개신교 계통 정치인들 좀 보라니까… 다들 철저하게 몸보신. 이런건 욕하는 내용들이 모이다가 한국 개신교 상위단체들의 전략수정에 도움이 될지도.
*피랍가족단의 대처도 욕을 마구 사들인다: 소방서의 비유나(소요비용은 내야해도, 임무에 포함된 비용을 낼 이유는 없으니) 왜 내가 돈내냐(다 큰 성인들인데, 가족이 굳이 연대책임을 질 이유는 없지) 운운하는 당신들의 말이 법적으로 틀린 건 아니지만, 도덕적 차원으로는 심히 부적절하다고나. 당신들의 발언 하나하나를 어떻게든 나쁜 쪽으로 포장해가며 분노해주고 싶어서 벼르고 있는 사람들이 안보이나요… 기자가 달려들어도, 그냥 부탁인데 노코멘트 하시길. 텔레비젼에 내가 나온다고 좋은 거 아니라니까. 이런건 욕하는 내용들이 모이다가 피해자 가족들의 언론대처능력 함양과 궁극적으로는 평온한 생활에 도움이 될지도.
*찌라시언론도 욕먹어도 싸다: 님들하 제발 근거염. ‘대중’의 분노야 뭐 그러려니 해도(물리적 폭력이나 개인정보 침해, 허위사실 유포 등의 명예훼손 같은 불법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진짜 문제는 차분히 진실을 파고들고 대안을 제시하고 합리적 담론을 이끌어야 할 언론들이 그 분노에 편승하고 확대재생산하는 쌩쑈를 벌일 때. 물론 이럴 때일수록, 제대로 하려고 하는 제대로 언론과 그냥 붐 일으켜 히트수나 올리려는 찌라시 언론을 철저하게 골라내야겠지. 그냥 닥치고 네이버 뉴스라고 하지말고, 상단에 걸려있는 언론사 출처를 확인하는 버릇부터 들여보자. 이런건 욕하는 내용들이 모여야 언론사들이 좀 정신차리지.
*찌라시블로거들도 욕먹어도 싸다: 님들하 제발 근거염2. 스스로 대안언론이니 언론보다 낫다느니 언론의 미래라느니 자뻑하고 있던 블로고스피어. 원래부터 이건 단일한 무언가가 아니라, 프로 기자보다 뛰어난 블로거들부터 허접소문꾼들까지 도저히 하나로 묶기 힘든 다양한 이들의 집합체였을 뿐이다. 그런데 훨씬 더 양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후자들의 경우까지도 전자의 명성과 가능성에 편승하여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곤 했다. 슬슬 현실을 받아들이면 안될까. 대중이 똑똑한게 아니라, 똑똑한 사람들이 대중 가운데에 일부 있는거라니까. 나머지는… 넌헛불(“넌 그냥 헛소문 부풀리는 기계에 불과해”). 성찰 좀 합시다 여러분.
!@#… 여튼 또다시 핵심은 이거다. 근거 없이 단지 소문에 휘둘리는 것을 좀 사양해보면 어떨까. 매번 입소문으로 설레발치며 닥치고 흥분부터 하고 보는 대형사건들을 연타로 겪으면, 이제쯤은 학습을 할 때도 됐으니까. ABC에서 보도했든 CNN에서 보도했든 스타뉴스에서 보도했든 당신이 평소에 존경하는 블로거가 분노의 심정으로 올려놨든 네이버 대세든 간에, 근거가 없으면 소문에 불과하다. 소문으로만 친다면 황우석 줄기세포는 지금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거다. 라엘리안들의 손에서. 분노는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풀리고 사람들에게 경각심도 심어주고 좋은데, ‘닥치고 분노’ 혹은 ‘가정에 기반한 분노’는 결국 남는게 워낙 없다. 하다못해, 분노 10번에 진지한 생각도 1번, 10-1운동은 어떨까. -_-;
PS. 덕분에 완전히 화제에서 묻혀버린 ‘디워’에게 심심한 애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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