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형 캐릭터 개그, 능란한 시트콤 – 꽃가족 [IZE / 131107]

!@#… 게재본은 여기로.

 

조합형 캐릭터 개그, 능란한 시트콤 – [꽃가족]

김낙호(만화연구가)

각각 한 명씩 보면 그냥 좀 특이한 설정의 인물 정도인데, 함께 두면 요절복통 상황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바로 이런 점을 극대화한 경우로, 특정한 시공간 무대를 고정시켜놓고는 그 안에 다양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여러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서로 복닥거리며 만들어내는 코미디를 즐기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꽃가족](이상신, 국중록 / 네이버만화)은 정진정명 시트콤이다. 원래 이 작가 콤비는 전작인 [츄리닝]에서는 2000년대초의 개그만화를 대표하다시피한 여느 스포츠신문 연재작들과 비슷하게, 같은 ‘배우’들이 다른 이야기 설정에 던져진 채로 다른 배역을 맡는 옴니버스 꽁트 개그를 구사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정작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 잘 빚어진 것은 단편적으로 기발한 말장난 에피소드보다는, 시리즈물로 캐릭터가 재등장하는 경우였다. 턱없이 잘생긴 파마머리 아버지, 잘생긴 청소년 아들, 그리고 대충 생긴 막내 꼬마 탱구 가족의 이야기가 바로 그랬다. [꽃가족]은 그 설정의 진화시켜 아예 연속극으로 만들어냈는데, 할아버지 부모님 아들 등 주인공 가족 전원이 눈 부시는 미모의 소유자들이다. 다만 아들과 이란성 쌍둥이인 딸만 평범하게 생겼다는 구성이다.

특이한 소재 하나에 의존하는 개그물이 구조의 반복으로 익숙함을 주고 캐릭터의 허를 찌르는 성장으로 재미를 추구한다면, 시트콤은 반대로 캐릭터들의 일관성과 사건 전개의 의외성으로 승부하곤 한다. 역설적이게도 [꽃가족]은 제목에서 쉽게 연상시킬 수 있는 소재 개그에 탐닉하지 않고, 시트콤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작품이다. 사실 연재 초창기에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라는 소재 개그로 빠질 듯 했으나, 이내 제한된 무대와 캐릭터들 사이의 조합으로 초점을 옮겼다.

다양한 조연들은 학교, 연구소, 집 등의 일상적 무대에서 대거 등장하여 상호작용해 나아간다. 생긴 것 빼고는 모든 잡기에 능숙한 고등학생 국광, 오글거리는 허세 대사가 일품인 어두운 미남 황준, 혼자서 명랑만화 얼굴인 김깐돌, 출중한 무력에 걸맞은 얼굴의 소유자인 여고생 민가은과 서예림, 아버지의 소형 클론인 뀨뀨 5인조 등, 모두 각자 한 가지씩 확실한 핵심 개성으로 규정된다. 그리고 이런 개성들의 다양한 조합 속에서, 나름대로 일상적일 수도 있는 사건들이 코믹하게 과장되며 하염없이 거대해진다. 고등학생들이 인근 학교 축제에 난입하는 이야기가 이런 인물들과 맞물리면 일대 블록버스터 액션 인질극이 된다. 학교를 대표하는 얼굴을 뽑겠다는 경연이 삽시간에 전략과 음모의 경연장으로 커진다.

물론 시트콤 방식에도 재미있는 것으로 판명이 난 특정 상호작용 조합을 지나치게 우려먹으려 하고, 그 결과 어떤 사건이라도 매번 똑같은 해결방식이 반복되는 식으로 관성의 함정은 존재한다. 하지만 캐릭터간 관계망을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면, 그런 관성에 빠지는 타이밍을 꽤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 캐릭터의 도입 또한 자연스러워진다.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은 페이스 조절과 어떤 조합도 논외로 버려두지 않는 자연스러움이다. 바로 여기에서도 이 작품의 장점이 돋보이는데, 100화를 훌쩍 넘은 최근 연재분량에서 미남 주인공 독고모란의 과학자 아버지인 더욱 미남인 독고동백과 허세 미남 황준의 더욱 허세 넘치는 미남 판타지 소설가 아버지가 대면하게 된 것이 좋은 예다. 일반적으로 공간이 겹치지 않는 두 미남 중년의 만남은 중2병 전염이라는 특정 사건 속에서 천천히, 의외지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물론 시트콤 방식에도 다시금 여러 방향이 있기에 그 중 <가우스 전자> 같은 또 다른 우수한 작품들도 존재하고, 아직 연재 중인 작품이 향후에 어떤 식으로 바뀔지 점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양한 조건에 놓인 캐릭터들의 조합을 적절한 과장과 함께 다뤄내는 이 정도의 능란한 재미는, 김진태의 [시민쾌걸] 이래로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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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웹진 ‘IZE’ 연재글. 연재중인 웹툰을 다루며, 얕지 않되 너무 매니악한 선정도 피하며 고루 소개하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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