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는 꿈, 협동이라는 과정 – 트윈스피카 [기획회의 356호]

!@#… 뭔가 감성적인 만화를 위한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나, 그런건 더 감성적인 분들께 양보.

 

우주라는 꿈, 협동이라는 과정 – [트윈스피카]

김낙호(만화연구가)

흔히 한국의 교육제도를 비판할 때 꼽는 지점이 바로 경쟁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이 대학입시라는 행사를 위한 준비과정으로만 치부되다보니 개인의 시험점수, 더 정확하게는 등수 확보가 최대 목표이기 때문이다. 개인별 등수라는 제로섬게임에서는 개인간 경쟁이 기본룰이 되고, 더 투철한 경쟁우위를 자력갱생으로 얻어내기 위해 사교육이 판치는 흐름이다. 이런 현실에서 늘 시기상조 취급 당하면서도 사실은 현대사회의 가장 필수적인 학습 과제 중 하나가 바로 협동이다. 경쟁을 통해 개개인들이 각자의 실력을 키워내는 것과는 살짝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여, 팀을 이뤄서 해내는 결과가 개개인들의 합보다 커지도록 만드는 것 말이다.

그런데 협동이란, 모두가 힘을 합치면 마법처럼 우수해지는 것이 아니다. 우열이 아닌 대등함의 관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이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가치의 공유다. 그런 공유의 시작은, 너도나도 모두 여린 마음도 강한 의지도 함께 있는 그저 그런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깨달음부터다. 꼭 어떤 대단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어떤 때에는 그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회의 모든 이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협력해서 위로하고 치유해주며 나아가는 과정이다.

[트윈스피카](야기누마 고 / 세미콜론 / 3권 발간중)는 우주비행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우주학교에서 생활하는 소년 소녀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협동하는 이야기다. 우주로 나아가고 싶다는 꿈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훈련을 통해서, 서로의 비슷함과 각자의 가치를 깨달아간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유난히 키가 작은 소녀 아스미가 우주항공고등학교에 입학허가를 받으며 시작한다. 십수년 전에 일본은 최초의 유인우주선인 사자호를 발사했으나 실패로 민가에 떨어져서 큰 피해를 남겼던 바 있는데, 그곳이 바로 아스미의 고향인 유이가하마 마을이다. 아스미의 어머니는 당시의 화상으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로켓 설계에 관여했었기에 평생 죄책감을 지니며 살아간다. 그런 아스미에게는, 사자호의 우주비행사였던 한 청년의 유령이 보인다. 그는 항상 사자 인형탈을 쓰고 있고, 하모니카를 불며 아스미의 친구가 되어준다. 그 우정 속에 아스미는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시간이 지나 재개된 우주비행사 프로그램의 일환인 우주고등학교에 진학을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다시금 소수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정진한다.

우주라는 거대한 꿈 위에서 펼쳐지는 것은, 학교를 무대로 하는 성장 드라마다. 아스미와 친구들은, 서로의 차이의 무시하며 일사분란한 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차이 속에서 하나의 팀으로 조금씩 거듭난다. 우주라는 공동의 꿈을 추구하며, 그 안에서 각자의 소망을 치열하게 실현하는 과정이다. 이렇듯 꿈과 성공을 향한 치열한 노력의 과정은 당연하지만, [트윈스피카]는 기본적으로 협동의 힘을 믿는다. 아스미는 학교에서 새침한 마리카, 활달한 케이, 고향 친구 후추야, 대단한 집안 출신인 듯한 슈우 등 여러 친구들과 함께 한다. 처음에는 우연히 편성된 팀이었음에도, 경쟁으로 서로의 발목을 잡거나 팀 단위로 올라가기 위해 서로를 도구화하는 것을 피한다. 아스미는 그들에게 함께 우주에 가자고 독려하며 같이 움직여야만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의지가 모두에게 서서히 공유되며, 우정은 단순한 서로에 대한 오지랖이 아닌 공동의 꿈을 향한 협력이 되어간다. 각자 살아돌아 오라는 개인별 서바이벌 훈련 과제에서조차 결국 서로를 챙기며 정해진 과정을 거스르는, “끝까지 다들 함께 가자”라는 다짐이 “함께 하기에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서로에 대한 깊은 우정과 의지로 바뀌어간다.

이런 이야기와 정서를 표현하는 것은 ‘동화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적합할 둥그렇고 귀여운 그림체다. 항상 둥그런 사자 인형탈을 쓰고 우주에 관한 환상적 이야기들을 아스미에게 들려주지만, 어쩌다 한번씩 인형탈 안에 있는 사람의 턱선이 슬쩍 보이곤 하는 라이온씨의 모습이 이 작품의 특징을 가장 단적으로 압축해준다. 둥글고 귀여운 그림, 그 안에 담긴 착한 사람들의 아련한 모습과 순수한 꿈들이 겉에 보인다. 그런데 그 안에는, 꿈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것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끈질긴 공동의 노력, 큰 비극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래도 계속 살아가는 현실적 애환이 함께 들어있다. 그렇듯, 동화적 모습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세밀하고 고된 우주 훈련 묘사가 함께 펼쳐진다.

함께 하는 것의 중요성은 사실 작품의 제목 자체에 이미 내포되어 있다. 스피카라는 별은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돌아가는 두 개의 별인 것이다. 두 개의 별이 함께 빛나기에, 엄청나게 밝은 별이 되어 밤길의 방향을 비춰준다. 사람들이 서로 함께하기에 난관을 더 잘 뚫고 나아갈 수 있고, 함께하기에 그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도 그것에 함몰되지 않고 같이 전진한다. 임무도, 감정도 마찬가지다. [트윈스피카]는 본편의 줄거리인 아스미와 친구들의 학교 훈련 이야기 말고도, 단편 형식으로 여럿 삽입되어 있는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의 재미가 상당하다. 사자호가 추락했던 당시의 마을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그 다음 삶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여러 사람들의 사연이 그려진다. 그 안에는 라이온씨를 만나서 나아갈 수 있게 된 꼬마 아스미의 이야기도 있고, 살아생전 라이온씨의 연인이었던 초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도 있고,삼도천을 건너며 아버지를 만난 라이온씨의 이야기도 있다. 다들 누군가를 떠나 보낸 빈 자리를, 나름의 꿈과 예전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지금 함께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을 통해서 씩씩하게 채워 넣고는 계속되는 삶을 직면한다. 꿈이란 그것을 바라보기에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고, 그런 의미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원대한 꿈이 어쩌면 우주가 아닐까 한다.

[트윈 스피카]는 원래 2000년대 초에 한국에서도 단행본이 나오기 시작한 바 있으나, 출판사의 도산으로 초반에 중단되어 국내 SF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판본은 단행본 두 권씩을 합본해가며 확실한 완간을 목표로 출시되어, 이제는 결국 아스미와 친구들이 어떤 식으로 협력해가며 성장을 보여줄지 끝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트윈 스피카 1
야기누마 고 지음, 김동욱 옮김/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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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즉, 업계인 뽐뿌질 용.)

다음 회 예고: 수업시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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