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말라는 명령, 야매성의 발견

!@#… ‘충격과 공포’는, ‘재미’라는 동전의 반대면.

청 “노정권 기관장 업무보고 참석마라”
2008년 03월 13일 (목) 15:02:45 | 연합뉴스

자기 사람들 박아넣고 싶어하는 심정이야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런 발상의 정당성이나 유해성을 떠나서, 중요한 것은 과연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어디까지 오바질을 할 것인가 하는 것. 그런데 업무보고를 안받겠다는 것은, 의도야 어쨌든 그 기관의 업무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신경 안쓰겠다는 선포다. 한마디로, (직접) 일 안시킨다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서울시 24시간 학원 허용 방침이야 뭐 골때리긴 하지만, 최소한 사교육시장을 닥치고 키우고 사람들을 죽을 때 까지 조낸 굴리겠다는 삽질 컨셉에 부합하기라도 하지. 그러나 이 경우처럼 SCV 놀려두면서 경기를 이기는 테란 따위, capcold는 본 적이 없다. 뭐가 일하는 정부고 실용 정부야? 아니 그보다, 정부가 맞긴 한거야? 뭐가 이렇게 돌아가는 꼴이 겹겹이 야매인가.

!@#… 야매. 이전에 모 리플에서 언급했다시피 일본어 暗(야미)에서 파생되어 나왔다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실제로는 어떨지 모르지, 국어학자도 아니고) 용어로, 뭔가 편법으로 대충 쓱싹 세워놓은 천박하고 부실한 상태에 대한 속어. 요새는 그 단어나 어감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던데, 이것 참 절묘한 단어인데 무척 아쉽다. 그 중에서도 capcold가 요새 집중적으로 언급하는 사회 속 야매성이란, 대충 시각화하자면 이런 거다. 다양한 품종을 자랑한다는 커피 자판기가 새로 들어왔다. 그냥 밀크 커피를 뽑아먹을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그럭저럭 잘 쓰고 다닌다. 그런데 어느날 한번 율무차를 먹어보고 싶어서 다른 버튼을 눌러봤더니, 뭔가 좀 이상한거다. 기계가 소리도 좀 이상하고, 차도 율무차 비슷하지만 상당히 이상한 액체가 나온다. 컵도 두 개 꼽혀서 나오고. 그래서 어디 나사가 하나쯤 느슨한가보다, 살짝 고쳐보자 하고 기계를 열어본다. 아니 그랬더니 비정규직 알바 고딩이 쪼그리고 앉아서 커피믹스를 타고 있네. 그런데 심지어 알고보니 안에 알바가 들어있었다는 것을 관리인을 포함 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고, 별 문제없다고 판단하며 내버려둬 온 것이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실제 구동되고 있어야 할 시스템은 총체적으로 개판이라서,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도대체 어디부터 뜯어고쳐야 할지 난감해지는 상황. 그런데 꽤 많은 이들은 대충 만족하면서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두는 상황.

사회 곳곳의 야매성이야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그나마 시스템을 생각하기 시작이라도 했던 DJ MH 정권 당시와는 달리, 2MB 정부는 야매야말로 시대정신!이라고 온 몸으로 외치고 있고 상당 비율의 국민들도 역시 야매가 제일 편해! 라며 열렬한 호응을 보내고 있으니… 야매라는 개념을 이 블로그에서라도 남발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야매를 키워드로 치면 구글 검색 1순위가 될 때까지 매진해보자. 큰 야매 덩어리들이라도 좀 척결될때까지.

!@#… 야매척결이란 사실 별로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1) 야매가 야매라는 것을 인식부터 좀 하고
2) 결국 야매가 아닌 방향으로 움직여야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3) 야매가 아닌 정식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틀을 고민하고
4) 야매보다 정식을 택해야 할 만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주는 것.

이런 비슷한 목적의 컨셉으로 ‘명랑사회‘, ‘상존사‘ 같은 것도 있는데, 역시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타파할 것이 있는 쪽이 편하다. 여력이 되면 조만간 정식 캠페인으로 출범시킬까 생각중이다. 배너도 만들고, 십계명도 짜보고. 관련 아이디어 더해주실 분들은 물론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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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일하지 말라는 명령, 야매성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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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니들이랑 일 하기 싫으니까 안 할래.” 가 어떻게 자칭실용정부™ 가 할 수 있는 얘기죠;;

    진짜로 이거 뭐

  2. 공단 축소와 무리한 민영화로 공단소속 수영장 수영 강사인 동생이 몇 달뒤에 실업자가 되게생겼습니다.
    이젠 정말 웃음도 안나오네요….

  3. !@#… 엽기민원님/ 명랑사회도 상존사도 그냥 다 함께 대동단결하면 더욱 해피하죠 :-)

    mike님/ 일하지 않는 일하는 정부… 사실 모순논법이야말로 그 분들의 트레이드마크죠.

    까날님/ 수영장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는 없지만, 과연 합리적으로 기관과 인력들을 조정했을지에 대해서는 우선 크게 의심부터 가는 것을 막을 길이 없군요.

  4. 기업에서 팀장이나 임원짜르기 얼마전에 정기업무보고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는 봤습니다만 정부조직에서 저러니 영 괴상하게 느껴지더군요. 더욱이 정부조직에서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보고 나가라고 유도하는게 쉬운 일도 아닐텐데 업무보고부터 안받겠다고 하는 걸 보면 정말 ‘실용’은 엇따 쓰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이용해먹고 단칼에 잘라야 ‘실용’이 아닌지?

  5. !@#… 지나가던이님/ 저분들에게 실용은, 빨리 빈자리 마련해서 대선 논공행상하고 비명박계 입막음하는 것인 듯 하더군요. 온 세상이 오로지 자기 일파를 중심으로 돌아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