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로 돌아갔다

!@#… 10대들, 2년 동안 또 바빠지겠다. 쇠고기를 매개로 피어오른 소위 이명박 심판 촛불 분노 정국의 유통기한은 고작 보궐선거 한 번 치루고 나니 끝.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 발표. 하기야 이미 의무교육의 기간을 벗어난 수많은 성인 유권자들에게, 초중고 교육 정책 따위 남들의 이야기일 뿐이긴 하지만(자기 자식이야 물론 남들만큼 약간만 사교육 시키면 조낸 우수해질, 잠재적인 착실한 천재 모범생이고). 여하튼, 축 고교입시부활, 축 사교육지옥강화, 축 영어몰입재도전, 축 자유연애금지, 축 미성년성애퇴학…

!@#… 뭣보다, 축 이명박 교육노선 관철. 딱 이 정도가 현재 서울시 유권자들 다수의 교육관 되겠다. 교육은 입시의 단순 도구, 닥치고 붙잡아놓고 조지면 장땡, 인권 같은 건 복잡하니까 논외, 그냥 드립다 돈 퍼붓고 경쟁만 시키면 (적어도 내 자식은) 품질이 나아질꺼야, 나도 한때 다 겪어본 것들인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리 좆같지는 않았어. 액면상은 자기 이득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정작 자기 자식들에게도 스트레스 가고 큰 판도 깨먹는, 야매적 인식이랄까.

덤으로, 이런 짓(클릭)을 해도 무방하다는 사회적 경험을 (또 한 번) 남겼다. 피치못함을 가장한 나태함을 가장한 멍청함의 거대한 산더미는, 이로서 약간 더 높아졌다.

!@#… 사실 capcold는 확신한다. 만약 지금 당장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한다고 할지라도, 또 지금 청와대에 있는 그 분이 당선되고 말리라고. 그 당과 그 정부가 표방하는 그 가치관과 성향, 대충 이거저거 부실해도 자고로 세상은 대박 한 방 야매이즘이 바로 아직까지도 한국사회의 악성 default다. 엄청난 이슈화와 반발 정서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항상 돌아가곤 하는 기본설정이자, 강력한 중력장이다. 갈 길은 멀다.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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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thoughts on “디폴트로 돌아갔다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디폴트와 중력장에 대한 짧은 보충

    […] 우연한 기회에 앞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단상에서 언급했던 ‘디폴트’ 개념이 인용되었길래 좀 살펴봤더니, 진중권씨는 그 개념에서 일종의 […]

  2.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촛불시위 1주년시위 단상 토막들

    […] 높게 치지 않고 있다(클릭, 클릭). 게다가, 원래 시위현장 자체의 기억은 휘발성이거든. 정기적 거리축제든 일상 속 뱃지 착용이든 매체 선전이든 더 […]

Comments


  1. 갈 길이 멉니다… 그래서 슬퍼요… 요즘은 점점 더 멀어지는것 같아요. 어렸을 땐 나이들면 갈 길이 조금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야매이즘이 디폴트라는 인식은 재밌네요. 맞는 말씀이기도 하고…

  2. 정책은 거의 보지도 않고, 각 후보의 정치성향만 들이댄 희안한 선거로..

    투표자를 포함한 모든 선거관련자들이 다 루저가 되버린 사건으로 제 히스토리에 기록되었습니당. 아니 , 공정택씨와 주경복씨를 교육이라는 특수한 잣대를 감안, 둘다 후보박탈해버렸으면 훨씬 좋았을지도.

  3. 아마 공정택씨는 자기가 루저라고 생각 안할거같아요… 그 사람을 뽑은 강남쪽 투표자들도 그럴거구요…

  4. !@#… erte님/ 디폴트, 중력장 이런 개념화를 제가 원래 좀 많이 좋아합니다;;;

    nomodem님/ 정치적 성향과 별개로, 정책과 균형을 꽤 신경써서 내밀었던 이인규 후보 지못미입니다.

  5. 저 역시 미국에 살고, 또 제 자녀들 역시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으니 아무래도 관심이 다른 이슈에 비해 덜 갔던건 사실입니다만… 쩝.. 막상 결과가 저렇게 나오고 나니, 예전에 capcold님이 하신 말씀이 또 생각이 나는군요.

    100 demonstrations << 1 election
    100 elections << 1 regulation

    촛불이니 뭐니 아무리 난장을 쳐도 결국 보궐 선거 한번으로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이 수명을 다 했으니 -.-;; 끙~~~ 촛불 시위에 열심히 참석하신 분들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결국 몸과 마음만 피곤했지, 결론적으로 얻은 건 거의 없다는 셈인데…

    아무리 열 받아도 다시 결론은 돌고 돌아서 “내 의견을 제도로 정착시켜 줄 정치 세력”을 찾아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건데… 저같은 노빠에게는 아주 아주 어려운 선택이 남은 셈이네요. 지금 당장 대구에 칩거한 유시민 머리채를 잡아 끌어내서라도 당장 뭔가 벌이는 게 좋은 일인지.. 아니면 어차피 2-3년 더 이명박이 나라를 망쳐 먹게 내버려 두었다가,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와는 아주 딴판의 선거 결과가 나올 정도로 민심이 끓어 오를 때 까지 기다린 뒤 일을 저질러야 되는 건지…. (그런데 지금보다 더 민심이 끓어 오를 정도면 거의 민란 수준인데.. 그렇다면 IMF 지경으로 나라를 말아 먹었다는 얘기가 될텐데.. 정말 상상도 하기 싫군요… 쩝…)

    쩝…. 그나저나 capcold님 블로그엔 처음으로 댓글을 남깁니다. 좋은 글 늘 즐겨 읽고 있습니다. 뭐랄까 도저히 근접할 가능성조차 찾을 수 없는 비범한 상황인식의 소유자랄까… 많이 배웁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6. !@#… Crete님/ 물론, 당장 벌이는 게 좋습니다. 이번 정부의 특징이, 자신들이 뭔가 대처하면 할수록 상대방을 실질적으로 유리하게 해주거나(외교 통상…) 혹은 명분상으로라도 돋보이게 만들어 주는(쇠고기 시위, 전직 대통령 자료 사건…) 놀라운 재능이니까요. 그리고, 캡콜닷넷에 웰컴입니다. :-)

    미고자라드님/ 총선 당시 서울시 800만 유권자의 45.7% 투표율 가운데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정당지지를 합쳐서 대략 8%, 즉 얼추 30만명 쫌 안되는 정도. 이번은 약 15% 투표율에서 주경복 47만7천여표. 즉 ‘이명박 개판을 보다보니, 진보의 손을 들어줄 정도로 위기를 느낀’ 서울시민은 약 18만명 내외군요. 2-3개월 계속 난리가 난 것 치고는 심히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성과는 성과죠.

  7. – 디폴트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주무시던 아버지가 공정택 됐다는 뉴스에 방에서 나오시는 걸 보고 좀 씁쓸했습니다. 요즘 이명박 되게 싫어하시던데 말이죠. ^^;;; 뭐, 이메가 싫다고 그의 교육철학을 싫어하는 건 아니셨으니까요.

    – 어쨌든 앞으로 고교입시에다 고교등급제 비슷하게 갈 텐데 OTL스러운건 한국사람은 수능등급제는 죽어라 열불내도 고교등급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는 겁니다. ‘좋은학교’ 간 애가 더 이익받는 건 당연하게 여길 것 같아요.

  8. 정말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투표, 대의제로 대표되는 현재의 정치체제에 대한 환멸이 강해집니다. 똘똘하게, 의식적으로 투표하는 사람이 전무한 상황에서 ‘아무생각없이’ ‘고민없이’ 투표하는, 혹은 그조차도 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 그리고 뒤통수 맞는 쳇바퀴가 계속되고 있네요. 젠장입니다.

  9. !@#… 지나가던이님/ 이명박에 대한 분노의 파도가 종종 지니는 부작용이, 이명박’만’ 싫어하면 장땡이라는 식의 인식을 주기 쉽다는 것이죠. 여튼 고교등급제가 아니라 뭐라도, “내 자식은 할 수 있어!”라는 근거없는 맹렬한 믿음만 있으면 뭐라도 받아들일겁니다.

    시린콧날님/ 대의제에서 누가 더 잘 대변되는가의 순환논리가 있죠. “가진자가 자기 권리를 잘 챙기는데, 사실 자기 권리를 잘 챙기니까 가진자인 것” 이라는 냉혹한…

  10. 사실 한국사회에서 교육은 자기 자식이 좋은 대학 들어가면 거기서 수명이 끝난거죠.
    그러니 이런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11. !@#… 수시아님/ 말씅하셨듯, 이상할 것 없죠. 그렇게 하면(아니 그렇게 해야) 자기 자식이 “좋은” 대학 들어갈 수 있다고 굳게 믿는 것 자체가 저는 상당히 의아하지만…;;;

  12. 따지듯이 얘기해서 죄송한데요. 덧글에서 말씀하신 “이인규 지못미”는 뭔 소린지요?

    반 이명박을 축으로 보면 55대 45의 결과를 가져온 싸움이었고 반 전교조를 축으로 보면 61대39의 결과가 나온 싸움이었습니다. 그 중간에서 많이 웃겼던게 이인규 후보였고요. 이 사람이 박사모, 이회창, 문국현 등에 추파를 보내는 등, 아무리 좋게 보아도 기회주의적 행보를 보냈던 걸 아무도 부정하진 못하고요. 정책을 보면 썩 나쁘지는 않지만, 결국 주요 골자에서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부정하거나 넘어서는 정책은 없었죠.

    정책 얘길 더 하면 23일 있었던 전북 선거에서는 두 명의 후보가 정책이 똑같았더랬죠. 현 교육감이 상대편 정책을 카피캣처럼 따라했거든요. 그렇게 정책 위주로 보면 두 후보는 일란성 쌍둥이였습니다. 그런 두 후보는 그러면 정책으로 보아 아무나 되도 상관없는 건가요?

    참 캡콜드 님은 국내에 계신건가요? 아니면 해외에 계신건가요?

  13. !@#… 아큐라님/ 앞서 이야기한대로입니다. 정치적 성향과 별개로(이인규 후보의 중구난방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고, 제 경우는 정치논리를 중요시하는 성향인 만큼 제가 투표권이 있었더라도 그 후보에게 표를 던질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습니다), 정책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현정부의 교육정책이 개판이라는 것을 기본으로 놓은 상태에서 주경복 후보의 경우는 전면 맞짱, 이인규 후보는 협의하며 다르게 나간다에 가깝죠. 물론 제 판단 소스는 관련 언론 보도 일부와 이곳의 질의응답서인 관계로, 현장에서 연설을 듣는다든지 더 종합적 정보를 취득하신 분들의 판단에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여튼 애초의 말은, 현 공정택 당선자가 자신의 헛소리에 걸맞게 기본적으로 듣보잡 취급 당하고 주경복-이인규 사이의 정책 대결이 핵심 이슈가 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PS. 아울러, 제가 현재 해외에 있음을 이곳의 여러 포스팅에서 조금도 드러냄을 주저한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14. 네 저도 위스컨신에선가 공부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떤 때는 한국에 계신 것 아닐까하는 느낌이 들때가 있어서요.

    말씀하신 뜻은 잘 알겠습니다. 제가 이번 선거에 지나치게 연연해하고 있습니다. 털고 한 걸음 가기가 참 힘드네요.

  15. !@#… 아큐라님/ 그건 제가 한국 사회현상 폐인이라서…;;; 여튼 2009년 4월 경기도 교육감 선거도 꽤 빅카드인데, 그 때까지는 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다음 걸음’이 있기에, 푸념 한두마디 던진 뒤에는 그래도 먼 길 계속 나아갈 필요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