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말에 유출되어 언론계에서 읽을 사람은 다 읽어본 뉴욕타임즈의 혁신 보고서에 관해, 그간 몇마디 남겼던 트윗 너머 약간 더 생각을 정리해본다.
우선 보고서의 자세한 분석은 도처에 깔렸고 한국어 소개자료로는 슬로우뉴스에 강정수님이 작성하신 분석 기사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미 다양한 분들이 논의한 몇몇 토픽들에 몇가지 생각들을 붙이자면,
- 홈페이지(웹사이트의 메인페이지를 칭한다) 트래픽 감소 대처 필요: 그런데 이건 메인페이지의 중요성이 떨어진다는게 아니라, 모든 랜딩 페이지를 메인페이지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적극적으로는 LAT처럼 정말 기사 최하단에 섹션메인 또는 전체메인 페이지가 자연스레 로딩되어 딸려나오는 식으로 할 수도 있고, 소극적으로는 사이드바 같은 좁은 면적에 주요 관심 뉴스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치할지 같은 레이아웃 문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페이지 원’을 포기하는게 아니라 더 많은 페이지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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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패키징 전략 필요: 독자의 뉴스 탐색 경로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응한다든지 기법은 이미 여럿 있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 차원에서, 결국 토픽에 담긴 내용의 갱신이라는 지극히 저널리즘적 과제가 다시 부각되어야 한다. 나름 화제작인 Vox의 카드 스택에 대해서 내린 진단과 비슷한데, 사안에 대해 드러난 바가 계속 바뀔 때 그 현황을 반영하여 관련 콘텐츠 패키지를 재구성하고 변경 사실을 명시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인터페이스 측면에서는, 위키피디아 히스토리 기능보다는 훠어얼씬 쉽고 깔끔한 모양새 필요). 하기야 당장 특별기획 연작 기사들조차 효과적으로 한번에 모아서 제시해내지 않는 대다수 한국 언론사 사이트들 입장에서는 매우 먼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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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 강화 필요: 이 부분은 한 가지 과제만으로도 벅차다 – “개인이 선호하는 토픽과, 개인이 덜 선호하더라도 사회적 담론 참여에 필요한 토픽이라는 두 가지 사이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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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을 통한 유입 강화 필요: 프로모션을 모든 종사자들이 보도활동과 데스킹의 일환으로 삼으라는 주문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당장 일이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커뮤니티적 관계들을 어떻게 잘 키우고 유지하면서도 그 팬덤에 도취되며 객관적 거리감의 안목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인가. 각자 알아서들 잘 해봐라가 아니라 ‘최적의 요령'(best practice)를 개발하겠다면, 꽤 맨바닥부터 설계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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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프로젝트보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탬플릿의 개발 필요: 보고서는 툴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이상으로 스토리텔링 자체의 “최적의 요령”을 매뉴얼화해야할 사안이다. 스노우폴을 예로 들자면, 멀티미디어 장치가 아니라 멀티미디어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더 유용한 내용, 흥미로운 줄거리 전개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기법 자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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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퍼스트 전략의 필요성: 온라인에 먼저 공개되는 것 및 그것을 전제로 하고 기사를 쓴 후 종이신문은 좋은 기사들을 모아서 내는 컬렉션으로 접근하자는 컨셉은 당연히 나쁠 것 없다. 하지만 이건 한편으로는 엄살에 가깝고 다른 한편으로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보는데, 디지털퍼스트의 명제에 지나치게 심취하다가 신문으로서 쌓아온 여러 단계의 검증 및 교열, 토픽에 대해 의식적으로 묶음을 이뤄내는 프로세스를 건너 뛰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꽉 짜여진 앨범을 잘 만드는 프로그락 밴드가 디지털 싱글로 경쟁해봤자 무슨 득이 있겠는가. 즉 개별 발간 시점의 온라인 최적화는 오케이지만, 기획 측면에서는 원래 NYT가 하던대로 하는게 나을 것이다. 트래픽을 질투하며 버즈피드와 경쟁하겠다고 나서지 말고.
!@#… 그런데 개인적으로 흥미를 두는 것은 그 안에 담긴 개별 기술 소개 너머, 구성방식과 몇 가지 맥락에 있다.
- 보고서 안에도 담겨있듯 8명 기자를 태스크포스로 편성하여 전담시켜서 6개월간 취재 후 집필. 팀리더는 NYT를 소유한 설츠버거 가문의 차기 사주후보며 그때까지 NYT 메트로부 기자로 있던 아더 G 설츠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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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가 나온 후, 담아낸 냉정한 현실 분석을 받아들인 질 아브람슨 당시 편집장이 디지털 전문가 고위 인사 섭외에 몰두하다가 안그래도 쌓였던 내부 갈등에 불을 지펴서 전격 경질당하는 상황이 발생. 그만큼 보고서는 일회성 연구가 아니라 진지한 플랜으로 조직에 수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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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기술론과 조직론이라는 두 가지 연관된 덩어리로 되어있다. 3분 요약을 하자면 이런 식이다.
1. Growing our audience
– 기술론 부분에 해당. NYT가 이미 지니는 장점을 살리고 여러 매체 기술을 발휘해서, 사람들이 NYT의 콘텐츠를 더 많이 읽게 만들자. 발견, 홍보, 연결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뤄낼 수 있다. 각 항목에는 매체환경의 현실, NYT가 해온 시도들이 담김(주로 언론종사자/연구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이쪽이다).
1.1 발견: 독자가 NYT 콘텐츠를 계속 더 많이 발견하게 만들기.
— 오랫동안 쌓은 기사 아카이브의 효과적 활용.
— 연관 콘텐츠들을 효과적으로 함께 묶어내기. 연관성 추출 기술과 레이아웃 등.
— 개인화 (이슈 전개에 대한 업데이트(‘팔로잉’), 지역기반 추천 등). 메타데이터 구조화 등 기술 요인.
1.2 홍보: 콘텐츠를 프로모션하기.
— 공식 홍보 루트를 통한 프로모션 방식의 개선 필요. (당장 트위터는 뉴스룸에서, 페북은 경영팀에서 관리할 정도로 문제 많음)
— 취재 현장에서 직접 프로모션. 저널리스트 개개인의 역할.
1.3 연결: 독자들과 양방향성의 끈을 만들기.
— 사용자 제작 콘텐츠의 수용.
— 이벤트 개최.
2. Strengthening our newsroom.
– 조직론 부분에 해당. 우리 NYT가 현 매체환경에서 망하지 않도록, 뉴스룸을 깔쌈하게 개편하자.
2.1 편집국과 비즈니스팀이 좀 따로놀지 말고 협업을 하자. 독자경험 향상을 최우선 공동 목표로 함께 연구.
2.2 전략팀을 별도 창설하자. 전략이 좀 있어야지, 다들 마감에만 바쁘면 미래가 없다뉴.
2.3 종이신문의 전통에 몰빵하면 망한다. 디지털이 본판이 되도록 하자. (“Digital First”)
(3분 끝.)
- 사실 개별 내용은 ‘뉴스의 미래‘를 논하는 일련의 업계전문가 동네에서 지난 몇년간 계속 꺼내던 이야기들과 전반적으로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묻혀있는 핵심은 보고서의 작성 맥락과 구성방식 그 자체다. 작성 맥락이란, NYT라는 신문 저널리즘에서 디지털 저널리즘으로 효과적 전환을 이루었다 평가받는 대표적 매체가, 기업 차원에서 이것을 진지하게 의뢰하고 진지하게 적용하려던 자세 말이다. 다양한 담당영역에서 차출한 탄탄한 실무팀을 장기간 투여하고,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는 눈치보지 않는 냉엄한 비판까지도 온전히 담아내고 또 수용한다. 그 덕분에 상당한 트러블까지 발생함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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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세는 구성방식에도 잘 담겨있다. 1부에서 매체환경의 현실과 현재 NYT가 하고 있는 기술적 시도, 더 해야할 대처 등을 열심히 펼쳐놓으며, 특히 그 안에 구조화된 데이터 개념, 전 기능의 유기적 결합 등의 테마를 반복적으로 내놓는다. 그리고 그 떡밥 위에 2부에서 조직론을 논하며 지금 이상의 기술적 돌파를 위해서는 단지 개별 기술 한 두가지 적용이 아니라 아예 조직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한다고 제언을 전개한다. 그러면서도 추상적인 모든 걸 바꾸자 같은 구호가 아니라, 현재 조직 상황에서 딱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부처 협업 강화, 중장기 전략에 대한 조직적 지원, 디지털을 새 본판으로 삼기 위한 총체적 이니셔티브라는 소극에서 적극으로 가는 3가지 내역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스터플랜’이라는 말이 이만큼 적절한 보고서 구성 양식이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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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NYT혁신보고서가 한국의 저널리즘 매체들에게 던져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앞부분에서 몇가지 개별 기술 요인은 논하긴 했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보고서는 “뒷뜰 풀장에 넣는 소독제의 양을 반으로 줄이자” 같은 내용이다. 즉 개별 기술은 어디까지나 뒷뜰에 거대한 풀장이 있는 그 집안에 적용되는 말이다. 즉 큰 원칙은 참조하되, 기본적으로 자기 조직의 모습과 장단점 등을 따로 각자 연구하는게 중요하다. NYT처럼 진지하게, 자기 매체가 처한 매체 환경 현황 속 위치, 자기 조직의 그간 장단점, 해낸 시도와 해볼 시도를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종합해보고, 경영진은 이를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기로 약속해야 한다. 한국일보 사례처럼 경영진의 뒤집힘 같은 극적인 전환기에서 새 기회를 찾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것이 없다한들 이뤄내야할 혁신이기에 바로 그런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8인팀을 6개월 굴릴 스케일이 안된다면, 3명을 2개월 굴려서라도 말이다. 그것도 힘들면 연구인력에게 외주를 주는 것도(라고 해도 반드시 내부 사정에 밝은 내부인은 결합해야 한다) 고육지책이다. 인터뷰하고 분석하고 토의하고 여타 트렌드를 철저하게 공부해서 뼈아픈 제언을 도출하는 마스터플랜을 짜야지, 살아있는 화석 같은 사주의 추상적 훈계 몇마디에 빡쎄게 전략을 궁리하여 끼워맞춰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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