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문희준의 ‘단추구멍인생’을 능가하는 노래가 탄생하였기에, 신나게 들으면서 삘받아 마감한 글.
구리고도 재미있으면 천하무적
김낙호(만화연구가)
최근 화제를 모은 황당한 가요가 하나 있다. ‘날봐귀순’이라는 제목부터 무언가 비범하며, 앨범 이미지에 있는 살인미소를 날리며 손가락을 찌르는 반짝이 복장의 남정네 또한 상당하다. 노래에는 “날봐”이라는 단어가 수십 번 등장하고, 강렬한 꺾기와 애틋한 연호가 필수품이다. 마치 뽕짝의 모든 것을 압축해 넣은 듯 한 이 노래는, 한 번 들어도 귀에 감기는 단순한 멜로디의 절묘한 중독성으로 무장하기까지 했다. 그 절묘한 매력은 뭐랄까, 파티 노래, 노래방 차트를 석권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 이 노래의 탄생에는 재미있는 배경이 있다. 원래 아이돌 힙합 밴드가 쇼프로에서 소개팅 파트너를 상대로 즉흥적으로 읊어본 멜로디였는데, 재미있다고 다들 난리가 나서 결국 밴드 멤버 중 하나를 내세워 진짜 노래로 만들어 취입한 것. 세련된 아이돌 힙합 밴드에서 난데없이 가장 ‘촌스러운’ 컨셉으로 트로트를 만들어서 의외성의 재미를 줌과 동시에, 듣고 보면 그냥 우스개감이 아니라 정말 본연에 충실한 훌륭한 트로트이기에 이렇듯 빠르게 흡수되고 있는 셈이다. (비슷한 발상을 이미 오래전에 시도했던 초난강의 한국어 데뷔 싱글 ‘정말 사랑해요’가 히트치지 못했던 사실이 기억나며 마냥 아쉬워진다)
‘구리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익숙하고 낡은 투박한 것의 저력은, 재미라는 요소와 만날 때 끝없이 펼쳐질 수 있다. 그런 것을 펼칠 때 사람들은 처음에는 시대착오적일 정도의 세련되지 못함에 패러디의 웃음을 보내면서 뛰어들다가, 사실 어느 틈에 재미 자체에 중독된다. 소위 ‘김성모 만화’라고 일컫는 김성모 작가의 성인극화들이 대표적인 예다. 처음에는 무척 이야기 밀도가 낮은 초장편 대여점용 학원폭력 만화 ‘럭키짱’ 등이 대충 그린 듯한 그림, 앞뒤가 맞지 않는 대사 등으로 인터넷에서 유머 소재로 히트를 쳤다. 많은 사람들이 그 구린 스타일에 배꼽을 잡았는데, 더 많은 개그소재를 발굴하기 위해서 너도나도 럭키짱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여전히 구리지만 은근히 재미있는 것이다! 손을 놓지 못하고 87권을 독파하게 만드는 기묘함이 있다. 그것은 결국 좀 더 세련된 모습을 지녔지만 여전히 구린, 그런데 또한 여전히 재미있는 차기작 ‘대털’ 등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어느덧, 김성모만화는 독자들에게 거의 하나의 장르처럼 굳어진 것이다. 작품으로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고도,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재미와 세련됨은 영향은 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별개의 재료다. 세련된 재미라는 것은 물론 있기 마련이지만, 세련됨 자체가 재미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세련됨을 가장한 재미없음은 인류문명에 대한 죄악이고, 구려도 재미가 있으면 매력덩어리다. 김성모 만화가 그렇고, ‘날봐귀순’이 그렇고, 영화에서 소위 ‘B급영화 감수성’이라는 것이 그렇다. 만약 재미의 매력을 장착하고 싶다면 재미의 원형 자체를 파고드는 것이 좋고, 필요하다면 그 어떤 구린 속성이라도 마음껏 들고 오는 것이 좋다. 혹은 아무리 해도 구려질 때, 엉뚱한 쪽으로 노력을 낭비하지 말고 차라리 재미라는 본질을 추구하는 것도 좋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러 가장 구린 속성을 장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구리고도 재미있으면 재미가 더욱 부각되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회적 소통에서까지(심지어 항의시위라고 할지라도!) 재미가 만들어주는 매력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사회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단, 재미도 없고 구리기까지 하면 더 이상 구제할 길이 없다는 점만 명심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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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팝툰>. 씨네21 발간.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양상을 보여주는 도구로서 만화를 가져오는 방식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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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 글에 대찬성! 구리고도 재밌으면 킹왕짱!
!@#… erte님/ 사실 이 블로그도 구리고 재밌…;;; (과연?)
구리고 재미있는걸로 치면 요즘 네이버 만화에 연재되고 있는 정열맨도 빼먹을 수 없지요.
!@#… 네이탐님/ 하지만 웃대에서 처음 올렸을 때 보다 포쓰가 살짝 쳐지는… 네이버로 오면서 좀 덜 구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서 약간 아쉽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