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력을 거꾸로 매달아도 크리스마스는 찾아온답니다. 이번 팝툰 원고는 무려 성탄특집.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찾아서
김낙호(만화연구가)
한 해가 저물어 가면, 그날이 다가온다. 소복히 눈이 쌓인 거리를 연인들이 오붓하게 거리를 오가며 하얀색 위에 빨갛고 초록색으로 장식된 케잌을 고르고, 마음을 담은 선물을 교환하며 뭇 솔로들의 염장을 지르는 날. 잠깐만… 원래 크리스마스는 뭔가 다른 컨셉이 아니었던가? 아 그래. 빨간 옷을 입은 뚱뚱한 할아버지가 무단으로 주거침입을 해가면서 애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전설을 믿는 (척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들이 장난감을 포장해서 몰래 잠잘 때 놓고 가는 날. 아니 그 전에도 뭔가 있었다. 그래, 예수 그리스도라는 초월적 존재가 인간의 몸으로 탄생한 것을 기리며 세상에 평화를 기원하는 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뭐 가물가물하다.
사실 이런 식의 ‘원래 의미가 무엇이다’는 식의 이야기는 넋두리에 불과하다. 물론 이웃을 생각하며 따뜻하게 보내야 하는 날이며 세상을 도와야 한다든지 하는 식의 박애정신을 강조하는 것이 특별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바로 크리스마스의 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좀 생뚱맞다. 크리스마스 자체가 애초부터 진짜로 예수 생신날이라기보다는, 원래 게르만족의 율페스트 같은 토착 신년 축제에 기독교가 그런 의미부여를 붙인 것일 뿐이니 말이다. 즉 기려야할 날이라서 그것에 맞는 풍습을 만들어 적용한 것이 아니라, 신년 축제의 풍습이 있고 그것에 기려야할 날이라는 규정과 의미를 부여한 셈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새롭게 부여된 의미에 맞는 또 다른 풍습들을 원래 있던 것에 섞어 넣었다. 천 몇백년 전에 그런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새 풍습을 섞어 넣었듯, 산타클로스의 선물 공세라든지 길거리 찬송가와 이웃에 대한 봉사활동 같은 것들도 사실은 꽤 근대적인 발명품들이다. 그리고 그 적용은 그렇게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것도 아니어서, 당장 독일만 보더라도 선물을 교환하는 ‘니콜라우스 기념일’은 12월 6일으로 멀찍이 떨어져 있고 크리스마스 자체는 떠들썩함이 없이 가족들과 보내는 휴일이다(게다가 이틀이나 된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라고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지어내지 말라는 법이 있나.
다만, 개인적으로는 크리스마스의 연인 휴일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른 기념할 만한 것들도 많고 연인들 전용 휴일들은 이미 넘쳐나는데, 굳이 그 레퍼토리만 하나 더 늘리는 것은 턱없는 휴일의 낭비니까 말이다. 물론 연인들은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워낙 좋은 컨셉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기를 쓰고 마케팅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돈을 쓰니까. 가족이나 모르는 이웃이나 친구들을 위해서는 쓰지 않을 지출도, 연인이라는 생물학적/사회적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거침없지 않던가.
오히려 그냥 쓸데없이 반복적인 연말 술자리와는 다른 자리를 가지고 싶은 친구들이 같이 모여서 어딘가 놀러갈 수 있는 명절이라면 어떨까. 만화 『우주인』(이향우 작)의 한 에피소드를 보면 그런 편안한 의미부여가 담겨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다른 할 일도 없으니 고물차를 타고 겨울바다로 향하는 백수 친구들. 그리고 모래사장 위에 그린 크리스마스 트리를 불가사리와 조개껍질로 장식한다. 여기에는 예수 탄생도 산타도 땅위의 평화도 없지만, 명절을 훈훈하게 활용하는 확실한 의미 부여가 있다. 하기야 크리스마스 트리 자체가 기독교 상징이라기보다는 그 이전의 토착 축제에서 나온 것으로, 큰 나무를 예쁘게 장식해서 주변에 모여 놀기 위한 상징물이라는 것을 생각하자면 오히려 연말 놀이문화의 근원으로 돌아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거추장스러운 것 다 떼고 결국 소박하게, 즐겁고 편안하게 친구들이 연말에 놀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새롭게 부여된 명절의 의미인 셈이다.
올해는 주변에서 떠드는 어떤 공식에 휘둘리기보다, 당장 각자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나만의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88만원세대라는 꽤 자극적인 키워드가 큰 호응을 받고 유행할 수밖에 없는 한 해, 화려한 사건들을 때로는 오지랖도 넓게 기억하느라 또 잊어버리느라 바빴던 한 해, 게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려 새 대통령이 주어질 연말이기에, 의무적인 연말 준수사항들을 지키느라 더 스트레스를 높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즐기는 것에 적합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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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팝툰>. 씨네21 발간.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양상을 보여주는 도구로서 만화를 가져오는 방식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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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승리의 굽본좌, 크리스마스 특집도 승리하다. (링크)
크리스마스는 고요하고 거룩한 밤을 불태우는 연인들을 위한 날이니까요. 요금을 곱절로 받으면서도 청도도 제대로 해놓지 않는 숙박업소에는 정의의 용사 ‘썬더 크로스 레드’가 찾아가 응징한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 지나가다님/ 과연! 썬더크로스 레드의 응징이 끝나고 나면 그를 돕는 9인의 부하, “더 레인디어즈”가 마무리를 짓는다는 이야기도…
아니! 이런 철저한 공자님 말씀을 하시다니!
!@#…nomodem님/ 고-스트레스 시기를 마무리하려면 역시 좀 평온하고 도덕적인 이야기로…;;; 마음 같아서는, “크리스마스는 무슨! 지금 당장 뛰쳐나가 알바 하나 더 뛰어서 토목주식을 한 주라도 사들여! 그리고 의료보험 한동안 시끄러워질테니 닥치고 가족에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하나 받아들여!” 뭐 그런 이야기를 했을지도.
무려 크리스마스 선물이었군요… 선물은 반품 안되나…
!@#… 진석/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에게는 선물을, 나쁜 아이에게는 석탄 한 조각을 놓고 가신다지, 아마… 뭐 여튼 앞으로라도 하나씩,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책은 반대하는 미덕을 발휘해 준다면 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