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년 vs 주호민, 세기의 작화력 대결 [IZE / 160630]

!@#… 당연히 농담 비율이 높은 글이지만, 작화력을 판단하는 어떤 잣대로서의
“필요한 표현 대비 구현된 표현”은 언젠가 더 세밀하게 설명해야하는데 아무도 원치않을 진지한 이야기. 게재본은 여기로.

 

이말년 vs 주호민, 세기의 작화력 대결

김낙호(만화연구가)

탄탄한 작품세계를 다진 인기 만화작가가 대가에게 “나는 밤을 새워서 그림 연습을 했는데 이건 뭔가 싶어서 화가 나더라”고 언급되거나, 심층인터뷰에서 “주호민 덕택에 강풀이 까이지 않는다는 평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받는다면 어떨까. 물론 만화에서 잘 된 그림은 과연 무엇인지 되짚어볼 화두로 삼을 수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누가 덜 민망한지 승부를 저울질해보고 싶어진다. [무한도전] 릴레이웹툰 특집에 함께 출연해서 서로를 아름답게 디스한 [이말년 시리즈]의 이말년 작가,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가 이 데스매치의 주인공이다.

이말년과 주호민은 대중이 널리 인정하는 재미있는 만화, 그리고 팬들조차 안타까워하는 부실한 느낌의 그림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인다. 하지만 둘은 북두신권과 남두성권과도 같은 근본적 방향 차이가 있는데, 이말년은 대충 막 그린 그림이라는 불성실의 느낌을 전달하는 반면 주호민은 나라도 연습장에 그릴 것 같은 그림이라는 허술함의 느낌이 앞선다. 그렇게 각자의 치명적 매력 내지 치명타를 가진 이들의 우열을 어떻게 가릴 것인가.

만화를 잘 그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훌륭하게 전달한다는 것으로, 그저 단순히 그림이 미형이고 멋있다는 것이 아니다. 담아내는 내용의 장르 관행, 이야기 전개와 미학적 야심 등을 위해 필요한 표현력에 비하여, 얼마만큼 실제로 구현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아주 기본적인 기준을 잡고, 작화력의 적절함을 겨뤄본다.

종목1: 표정. 표정은 이야기 속에 던져진 캐릭터들의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소로, 영화로 치면 연기력의 갈림길이다. 복잡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최규석의 [송곳]처럼 정밀 묘사를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제이슨의 [헤이, 웨잇…]처럼 극단적으로 단순화하기도 한다. 무표정을 제외하자면 먼저 이말년 작품의 대표적 3대 표정은 김성모 만화의 힘이 들어간 눈매로 바뀌는 ‘번뜩’, 힘이 빠지는 ‘시무룩’, 만족의 ‘방긋’이다. 하나의 표정 안에 다양한 감정이 섞이는 것이 아니지만, 단일한 감정 상태가 수시로 널뛰기하는 반전개그에 주력하기 때문에 대략 적절하다. 반면 주호민 작품의 3대 표정은 황당한 상황을 접한 ‘과광’, 분노를 느끼는 ‘부릅’, 드라마틱한 공감의 ‘애잔’이다. 그런데 황당함이나 분노 같은 것은 원래 복합적이고 미묘한 감정 상태기 때문에, 웬만큼 치밀하게 계산된 작화가 아니면 부족해 보이기 쉽다. 짤방으로도 쓰기 좋은 이말년 승.

종목2: 액션. 제스쳐와 구도로 표현해내는 동작과 상호작용의 영역이다. 동세와 각도를 얼마나 정확하게 또는 과장해서 표현하는가에 따라서 이야기의 박진감은 물론이고 캐릭터성이 생긴다. 단순화한 그림체지만 깔끔하고 개성적인 자세가 빼곡한 양영순의 [덴마]를 생각해면 된다. 이 요소는 둘 다 워낙 대놓고 방치해버려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데, 그 안에서도 주호민 작품은 구부정함, 이말년 작품은 흐느적거림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그렇기에 주호민의 무협물 [검협전기]에는, 민망한 액션이지만 액션장면을 의도했다는 것만은 전달되는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반면 [이말년 서유기]에서 액션은 개그라는 울타리 너머의 모험을 아예 하지 않는다. 무승부.

종목3: 공간.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소의 구체적인 현장감이다. [아키라]의 도시 폐허 같이 밀도 높은 배경그림이든, [고우영 삼국지]의 평야 전투처럼 최소한의 선 몇 개로 상상을 이끌어내든, 어떻게든 공간의 특성이 이야기의 일부로 의식되도록 만드는 것이 만화에서 좋은 그림이다. 이말년 작품은 이야기에서 공간감이 거의 의미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나마 배경설정이 많은 편인 [이말년 서유기]에서 벌어지는 결투조차 동굴이든 산 속이든 성이든 어차피 동선의 제약 없이 기승전와장창이다. 한편 주호민 작품은 종종 공간이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가 되어주는데도, 공간의 특성이 잘 전달되지는 않는 편이다. 예를 들어 [신과 함께: 이승편]의 철거촌 판자집도 [안녕 잠수함]의 잠수함 선내 공간도, 좁아 보이지 않는다. 아예 공간을 따지기를 포기한 이말년 승.

사실 기본적으로는 두 작가 모두, 마치 고음이 안 올라가는 싱어송라이터가 낮은 음역에서 매력적 멜로디에 집중했더니 개성적 음색이라고 사랑받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들의 매력적인 이야기 솜씨 안에서 구현하는 한, 작화력이 실제로 아쉽다고 한들 개성적 그림체라고 넘어가도 무방한 것이다. 그만큼 작화를 벌충하고도 남을만한 굉장한 이야기 재미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제약 또한 선명하다. 그래도 기계적으로 판단하자면 이말년의 의미 없을 정도로 미미한 판정승이기는 하다. 다만 작화의 한계에 봉착할만한 장르에 더 야심차게 도전하는 것에 대해, 주호민에게 노력상을 돌린다.

_Copyleft 2016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허_
[이 공간은 매우 마이너한 관계로, 여러분이 추천을 뿌리지 않으시면 딱 여러분만 읽고 끝납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