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스토리가 레진본좌의 블로그(차단 당시 내용들은 이런 것)를 차단해버린 사태에 대해, 역시 재미있는 화두를 건져올려주신 민노씨의 포스트를 보다가 간단한 잡상. 사건의 줄거리나 주요 이슈 등은 그 쪽에 이미 잘 정리되어 있고, capcold는 보통 그렇듯 살짝 비스듬한 이야기.
!@#… 사실 레진 블로그 폐쇄 사건이 드러내 준 가장 중요한 근본 현실은, 티스토리의 미숙한 소통방식이나 표현의 자유의 소중함 같은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바로 현재의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상품적 가치가 없다는 것의 문제다.
영리기업으로서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속된 티스토리가 그런 판단을 내리고 조처를 할 수 있던 것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 돈이 되고 침해하면 돈을 잃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알려져 있듯 블로그 서비스의 사업이란, 쓸만한 블로거들을 입주시켜서 그들 사이의 네트워크,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양질의 콘텐츠를 가지고 상업적 응용을 하는 것이다. 즉 이들의 입장에서 어떤 서비스 요소의 상품적 가치란, 그것을 추구할 때 양질의 블로거들을 얻어서, 그들 사이의 연계망과 콘텐츠를 더 유치할 수 있는지 혹은 그것을 등한시할 때 그들이 떠나는지 하는 것이다. 만약 생산량과 품질이 좋은 양질의 블로거들이 블로그 서비스를 선택하는 가치관이, 서비스가 좀 구리고 커뮤니티가 좀 약소해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곳으로 가는 것이라면? 아마 진보넷은 미어터졌겠지. 하지만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과연 표현의 자유는 내가 블로그 서비스를 선택함에 있어서 몇번째 고려 요소였는가(혹은 고려해본 적이라도 있기는 한가)? 사이트 엔진이 편리해서, 용량을 많이 줘서, 아는 사람들이 다들 쓰니까… 다른 여러 합당한 이유 사이에서 과연 어디쯤에 있을까.
각자 스스로 표현의 자유에 별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업체도 부여하지 않는다. 나아가 사회도 부여하지 않는다. 그게 겹치고 겹치다보면,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운영원칙‘이라기 보다 ‘단순한 개인권‘처럼 취급당하는(언론이나 출판을 통한 표현이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헌법에 규정해버린다든지) 경지가 기다리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뿐더러, 이 험난한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해야만 지켜지기라도 한다.
!@#… 참고로, 구글에서 운영하는 blogspot.com이 좀 삐리리한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블로그에 대처하는 방식은 이렇다.
콘텐츠 경고: 이 블로그의 독자 일부가, 이 블로그의 콘텐츠가 거부감을 일으킨다고 믿기에 본사에 연락했습니다. 구글은 이 곳 혹은 어떤 블로그의 내용도 검토하거나 장려하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계속 보겠습니다] [계속 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미국은 한국의 쌩난리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ISP에 대한 면책 제도가 정비되어 있는 만큼 단순 비교는 무리다. 하지만 왜 이 업체가 그 구리디 구린 블로그엔진으로도 수도 없이 많은 양질의 블로그들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만은 하겠지.
—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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