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전망이 시원찮아도 여하튼 살아가기 [팝툰 43호]

!@#… 이번 화는 ‘무한동력‘(주호민)을 소재로 끌어들임. 1화 마지막, 달동네 사이로 솟아오른 기이한 구조물의 실루엣 장면은 언제 봐도 참 뭔가 마음을 움직인다. 비루한 현실과 폼나지 않지만 해방감있는 일탈의 묘한 공존이랄까. 여튼 오늘 이곳의 이야기로서의 품질은 2008년 최고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뽑혀 마땅하다.

 

만화로 배우는 생존법:
일자리 전망이 시원찮아도 여하튼 살아가기

김낙호(만화연구가)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는 무척 비장한 민중가요의 한 대목이 있다. 노동자 권익에 대한 요구를 계급적 대결구도로 단순화한 비유라서 일하지 않는 자는 ‘자본가’를 지칭하는 노래이기는 하지만, 사회가 좀 더 복잡해진 오늘날에는 지나치게 비정한 감이 있다. 특히 무직 청년 백수가 넘쳐나고, 정상적인 고용관계 속에서 노동자 취급을 받으려면 500일 정도 파업투쟁은 해야 하는 왜곡된 비정규직 제도가 횡행하고, 명퇴 후 자영업으로 스위치하고 내일이라도 다가올 대박의 꿈을 꾸면서 기복신앙적 투표를 했다가 불황 속에 다시 가게를 접고 정치판을 싸잡아 저주하는 분들도 넘쳐나는 이런 시절이라면 말이다. 사회복지를 통한 안정망은 미진하기 짝이 없고 경쟁구도로 부채질하는 사회분위기는 더 없이 각박한데, 하필이면 그 모든 것에 대한 대처가 되어주어야 할 일자리 전망이 정작 무척 시원찮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구했는데 그게 변변찮아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야지 어쩌겠는가. 일자리도 구해보고, 일자리를 구하면 그 속에서 전망이 불투명해도 여하튼 나름의 무언가를 추구하면서 말이다. 그 속에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드라마가 들어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그만큼 오늘날 절박하면서도 일상화된 모습이고 무엇보다 사람이 사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그나마 그럭저럭 살아갈 만 할까. 무척 시원찮은 일자리 전망 속을 살아가는 생활 속에 꿈도 있고 사람도 있는 최근 연재중인 웹만화 가운데 단연 선두주자군에 포함되어 마땅한 작품 『무한동력』(주호민 / 포털사이트 ‘야후’ 연재중)에서 약간의 지혜를 빌려볼 만하다. 『무한동력』의 주인공은 군 제대한 복학생 27살 청년 장선재다. 그런 그가 취직준비를 하며 새로 하숙을 하게 된 집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젊은이들 몇 명이 있고, 철물점을 운영하는 주인집 아저씨가 마당에서 잡동사니를 모아서 무한동력 엔진을 발명하겠다는 꿈을 불태우는 곳. 그들의 대처방식을 보자.

적당하게 취직활동 하기

선재의 목표는 안정적이고 연봉이 좋은 금융계의 사원이 되는 것(특별히 금융에 무슨 목표가 있다거나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취직 스터디도 하고 뭐 그런 흔한 패턴을 거치고 있는 청년이다. 그의 소위 ‘스펙’은 무척… 애매하다. 아예 포기해야할 정도로 확실히 망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 있게 내밀 정도로 출중한 것도 아니다. 뭔가 업종과 관련 있는 경력을 쌓아둔 것은 물론 없고, 전형적인 ‘공채’형 인간이다. 어쩌다가 서류심사를 통과해서 면접까지 가면, 따로 준비한 특출난 개성이 있는 것도 전문분야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금새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뭇 젊은이들의 표상이다. 하지만 그 대신, 수십 군데에 입사원서를 뿌리고 성심성의껏 소설을 쓴 자기소개서를 첨부한다. 약간의 계기로도 어릴 적 꿈이 생각나기는 하지만, 허우대 좋은 일자리를 구해야겠다는 다짐 역시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별로 대단한 근성이나 열정은 없지만, 반대로 아직은 백수폐인화 되지도 않고 삶에 대한 어설픈 고민으로 제2의 사춘기를 맞이하지도 않는다. 적당한 갈등, 적당한 고민, 적당한 목표, 실로 적당한 인생이다. 이런 부류는 한동안 애간장 타기는 하겠지만, 기회가 맞아떨어지면 결국 자리를 잡기 마련이다. 사회는 적당한 사람들을 필요로 하니까.

전문 기능을 표방하기

건너방에 하숙하며 다소 예술관이 의심되는 네일 아티스트 김솔.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는데, 특수한 성향의(하지만 그다지 천재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작업으로 손님들과 가게주인을 긴장시키곤 한다. 여하튼 죽이 맞는 친구가 일을 벌였기에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라서, 인맥이라는 운이 따른 경우다. 다만 가게는 소규모 자영업이 그렇듯 대체로 파리 날리고 있기에 그다지 전망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 즉 풀타임으로 일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빈궁한 ‘워킹푸어’의 시대가 한국에도 완연히 도래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김솔은 나름대로 유리한 상황이다. 가게의 경영상 고민은 주인장의 몫이며, 하고 싶은 표현을 다 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 않은가. 전문 기능을 표방하되 경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그것에 맞추어 생활수준이나 방식을 조율해서 산다는 것은 꽤 현명한 대처다. 무엇보다, 여하튼 일을 계속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옆 방의 노안 폐인 청년 진기한은 공무원 시험 수험생이다. 시험공부보다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시간이 더 많고 실력도 출중하지만 말이다. 97년 IMF 구제금융 정국 이래로, 공무원은 철밥통의 로망이다. 그 전에는 충성을 다 바치면 철밥통을 주는 평생고용이니 뭐니 하는 것이 여기저기 다 있었지만, 충성은 요구하고 밥통은 보장해주지 않는 구조조정이 일어난 후 마지막 보루는 공무원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엘리트 출세코스로 올라탄다는 이미지가 강한 행정/사법/외무고시 등과는 다른, 안정적 취직으로서의 9급 공무원 시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처방식의 장점이라면, 폐인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자기모멸감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수험생은 폐인스러운 것이 당연한 것이며, 가족이라든지 주변에서는 합격의 영광을 누릴 때까지 인내해주어야 한다. 실제 합격 가능성과는 별개로, 무언가 준비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스스로에게 역시 변명거리가 되어준다. 물론, 오래할 만한 것은 아니다.

무한동력 발명에 매진한다

철물점을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장사는 시원찮은 주인집 아저씨. 사실 철물점보다 (사실상 고교생 딸이) 하숙집 굴리는 것이 더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강한 집안이다. 생활고와 가장으로서의 역할 등에 중년의 마음이 편할 날은 없지만, 속 썩으면서도 묵묵히 감내한다. 그리고 가족들도 그런 그를 갑갑해하면서도 감내한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무한동력 엔진을 만드는 것.

“그런데 꿈이 밥을 주지는 않잖아요.”
“지금 자네에게 필요한 것은 밥이 아니야. 죽기 직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아니면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 (38화 중)

물론 밥을 못 먹어서 죽기 직전이라면, 아마 밥이 생각날 듯 싶다. 하지만 역시 꿈은 그 자체가 강력한 가치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다른 시름들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소소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다. 물론 무한동력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지만(주변 인물들은 물론 본인도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닌 듯 하지만), 그렇기에 그만큼 끝없이 추구하고 싶은 꿈이 되어준다. 게다가 묵묵하게 자신의 앞마당에서 정진할 뿐, 만들지도 않은 것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투자받아서 장사를 하는 것은 엄연한 사기라고 여길 정도의 상식은 있으니 그 꿈을 추구할 수 있는 직업이 부품을 취급할 수 있는 철물점이라면, 전망이 시원찮은 일자리라도 해볼 만하다.

***

이렇게 놓고 보면 무한동력 하숙집 사람들의 일자리에 대한 공통점은, 오버하지 않고 나름대로 꾸준하고 적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자기 스펙의 한계를 알고 있고, 세상이 예술혼을 몰라보더라도(?) 일은 계속하며, 고시를 통해서 엘리트 코스로 올라가겠다는 야망을 발휘하지 않고, 묵묵히 꾸준하게 앞마당에서 무한동력의 꿈을 쫒는다. 변변찮은 일자리 전망 속에서 살아가려면, 소시민적 현실감각 장착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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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간 <팝툰>. 씨네21 발간. ‘만화로 보는 생존법’ 칼럼: 험난하고 이상한 세상의 어떤 괴이한 조건에서라도 여하튼 그럭저럭 살아가보기 위한 지혜를 만화에서 빌려보자는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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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oughts on “일자리 전망이 시원찮아도 여하튼 살아가기 [팝툰 43호]

Comments


  1. 후아…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ㅜㅜ
    과찬이십니다 선생님…!

  2. 역시 마이너 블로그! 작가선생님이 오셔서 리플을 단다는…

    딴이야기: 요새 야후 웹툰이 독자들간의 의견소통쪽으로 활성화는 많이 되어가는데 무슨 말을 어떻게 써도 사람들이 치고 박고 싸우는 난리통으로만 변해가는게, 연재만화의 질적인 향상과는 전혀 다른 척도로 아쉽더군요.

    그래서 그냥 독자리플란에 닥치고 별점달아주기 시작..

    다음넷 만화속세상은 게시판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런건지 그 반대여서 그런건지 되게 심각한 고민글들이…작가나 담당자의 공지사항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넘나드는데 그 고민들이 되풀이되는 것을 제대로 공간이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고.

    정말 온라인 퍼블리싱의 방향과 운영에 대해서 한말씀 해주실때가 아닌가용?

    (왠지 이렇게 겨울철에 요상한 질문을 하고 있으니, 80년대 사랑방중계에서 전택부선생을 모시고 우문현답을 기다리는 느낌)

  3. !@#… 주호민님/ 앗, 여기까지 어찌 놀러오셨…;;; (셀프검색을 자주하신다거나… 핫핫) 물론 위의 말은 수자에게 해피엔딩을 주지 않으면 취소입니다(뭔가 어설픈 압박). 아참, 나중에 ‘안녕잠수함’도 언젠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nomodem님/ 옙, 피드백 공간 설계의 문제입니다. 단순 쌈박질, 단평, 좀 진지한 고민 등을 상호연동 가능하기는 하되 기본적으로 여러 층위의 게시판으로 분리수거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사실 그런 지혜는 이미 십수년전 PC통신 만화애니 동호회들에서 이미 꽤 효과적으로 구사하곤 했었죠. 역시 사람은 역사를 기억해야한다니까요.

  4. 오웃. 그렇군요..제가 인터넷 늅이라서 그런지 전혀 모르는(이렇게 넘어가자)….여튼 웹툰들에 대한 총체적이고도 개별적인 요소들을 지적해주고 업데이트 해주는 어떤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참입니다.

    전격 매거진 하나 만들어보시지용?

  5. !@#… nomodem님/ 지난 20여년간의 noob들이 전부 말라버리면 그때 비로소 noob을 자처하실 수 있을겁…;;; // 만약 정식화할 경우(‘만’ 같은 곳에 서브섹션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그런 것에 투자할만한 곳이 현재로서는 포털 사이트들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어떻게 “돈 될 것 같이” 포장할지 딱 아이디어가 없군요. 여튼 궁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