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새로운 고전 10선 [BRUT 4호]

!@#… KT&G 상상마당의 문화잡지 BRUT 4호 특집,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 여러 분야의 필진들에게 70년 이후의 책 가운데 ‘고전’으로 꼽을 만한 것 10편과 간단한 이유를 추천받아 취합했는데, 그 중 한 명으로 참여. 그런데 개인적 기준으로 고전이라고 칭할 정도라면, 당대의 정수를 반영하고 또한 넘어서는 확실한 비전을 제공하며, 이후의 ‘판’을 바꿀 만한 위력을 보여준 저서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역시 자신이 어느 정도 아는 분야에 대해서만 한정지어야 한다(송충이가 솔잎이라면 모를까, 최고의 포와그라를 추천할 수는 없으니까). 따라서 capcold의 경우는 미디어의 사회적 힘, 그리고 만화라는 두가지에 한정해서 뽑아봤다. 대략 이런 책들.

(무순)

드래곤볼 (토리야마 아키라, 1984-1995): 우리가 지금 떠올릴 수 있는 ‘소년만화’라는 어마어마한 세계적 주류 오락장르는, 99% 드래곤볼에 빚지고 있다. 모험여행, 훔쳐보기 에로 개그, 신기한 기계, 성장, 결투, 필살기… 소년의 꿈의 집대성. [원제: ドラゴンボール]

만화의 이해 (스콧 맥클라우드, 1993): 기호화된 연속체의 시각적 내러티브라는 성명을 통해서, 만화를 문화사적 측면 말고도 중요한 시각미디어로서 이해 해볼만한 대상으로 승격시킨 만화. [원제: Understanding Comics]

(아트 스피글먼, 1980-1991): 홀로코스트의 과거와 현재적 의미를 이어주는 위업을, 신파가 아닌 복합적 담담함과 시각적 비유로 완성. 특정 부류 만화들의 새로운 사회적 지위 시작. [원제: Maus]

일지매 (고우영, 1975-1977): 한국 성인만화, 신문연재만화, 장편 연재극화의 틀을 재발명한 일련의 고우영 만화 가운데 첫번째 고점. 진득하고 지독하며 해학적인 인간사.

인터넷 갤럭시 (마누엘 카스텔, 2001): 카스텔의 정보사회 3부작의 임팩트를 정보사회이론의 ‘자본론’에 비유한다면, 이 책은 뒤늦게 나온 ‘공산당 선언’격. 정보사회의 중심 매체가 된 인터넷을 화두로 모든 것을 일목요연 정리. [원제: The Internet Galaxy]

코드 (로렌스 레식, 1999): 고작(?) 크리에이티브커먼스 선언문이 아니다. 정보사회의 구체적 양태를 법, 기술, 문화, 시장라는 기반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파악하는, 입체적 사고전환. [원제: Code and Other Laws of Cyberspace]

김대중 죽이기 (강준만, 1995): 한국에서 정치참여와 저널리즘적 인물비평과 사회과학 연구 사이의 거리를 단숨에 메꿔버린 역작. 다시금 정치담론 연구와 논쟁이 구름 위가 아닌 이 세상의 것이 되었다.

소통행위이론 (위르겐 하버마스, 1981): 열린 소통의 합리성을 통한 사회 구성을 꾀하는 공론장 개념으로 현대사회가 나아가야할 규범론을 제시하는, 20세기 마지막 거대 사회철학의 정수. [원제: Theorie des kommunikativen Handelns]

전태일평전 (조영래, 1977): 노동자도 민주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길고 험한 투쟁. 어떤 노동자가 투쟁의 촉매가 되어주었고, 그 과정에 대한 책이 투쟁이 세상에 인정받는 촉매가 되었다.

딜버트의 법칙 (스콧 아담스, 1996): 턱없이 과소평가된, 현대사회 조직생리의 멍청함에 대한 통렬하고 유머러스한 분석. 세계적으로 조직적 멍청함의 파국적 결과들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가치를 인정받을 책. [원제: The Dilbert Principle]

 

PS. 알라딘 광고채널을 넣어보려고 하니 편집 레이아웃이 자유롭지 못해서 12권을 채워야 한다… -_-; 그래서 원래 목록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던 두 권을 더 집어넣는다면 ‘죽도록 즐기기‘ (닐 포스트먼, 1985 | Amusing Ourselves to Death), 그리고 애초에 무슨 제한조건을 걸었든간에 무한불가능확률에 의해 선정될 수 밖에 없는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더글라스 아담스, 1979-1992 |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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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thoughts on “우리시대의 새로운 고전 10선 [BRUT 4호]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기픈옹달

    http://bit.ly/1GDOS1 이런건 수집해놓아야 한다. ㅎㅎ

  2. Pingback by Nakho Kim

    [캡콜닷넷업뎃] 우리시대의 새로운 고전 10선 http://bit.ly/NP9KH BRUT 커버스토리로 각계에 70년 이후 책으로 10편씩 뽑아달라고 한 것. capcold는 ‘만화’, 그리고 ‘미디어의 사회적 힘’ 분야에서 선정.

  3. Pingback by euimyung's me2DAY

    euimyung의 생각…

    읽을 책이 쌓여 간다. 이야호;ㅁ;…

  4. Pingback by gorekun's me2DAY

    고어핀드의 생각…

    드래곤 볼 – 모험여행, 훔쳐보기 에로 개그, 신기한 기계, 성장, 결투, 필살기… 소년의 꿈의 집대성….

  5. Pingback by 블로거 아거 (我居)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 10선 http://capcold.net/blog/4321 큰 애 생일날 드래곤볼 박스세트를 선물할까?

  6. Pingback by GatorLog

    bad guy에게 투자하기…

    딜버트의 작가 스콧 아담스가 월스트리트저널 주말판에 “Bad Guys에게 투자하기“라는 풍자 에세이를 썼다. 스콧 아담스는 평소 거대기업의 무능과 부조리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의 조작된 모습에 잘 둘리는 현대인들의 멍청스러움을 꼬집어왔는데 이번 글에도 작가의 이런 기본적 풍자 대상들을 향한 조소가 잘 배어있다. 그는 먼저 최근 멕시코만 원유 유출로 세간의 지탄을 받고 있는 BP를 보면서 두가지 생각을 했다면서 글을 열었다: 1) 나는 그들을 증오한다…

Comments


  1. !@#… gyedo님/ 아, 주식시장에서 고점/저점 할 때의 의미입니다. 당대 문화 환경에서 나올 수 있을 최대치를 갱신했다는 느낌이랄까요;;

  2. 또 다시 뽐뿌가…
    그나저나 ‘쥐’의 경우는 저자 이름이라도 제대로 고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 이뤄지기 힘든 일 일까요 그거..

  3. 개인적으로 ‘만화의 이해’ 소개가 너무 짧아서 아쉬었어요. 터치와 쥐도 한 꼭지를 마련해 주었건만!

    하지만 BRUT 같은 잡지가 많지 않으니, 1년 동안 정기구독하면서 잘 보고 있습니다.

  4. 그렇습니다! 바로 위의 책들이!
    미디어관련과의 ‘교재’가 되어야 한다능!

    ….

    음, 꼭 책이라는 제약이 아니라면, ‘제 친구’는 ‘에바’와 ‘은영전’과 ‘건담세기시리즈’를 넣을 것 같군요. ……. 어..어디까지나 ‘제 친구’라면..

  5. !@#… dcdc님/ 하지만 하염없이 확장하는 건 대환영입니다 :-)

    언럭키즈님/ 경험상, 나름대로 관계자의 집요함이 필요하더라구요;;;

    Skyjet님/ 아하 그렇게 나왔군요(저는 정작 아직 잡지판을 못봤는데).

    여울바람님/ 그러게요. 책의 고전을 뽑는다면, 다른 매체도 각각 그런 식으로 꼽아볼만 할텐데.

  6. !@#… 이무기님/ 특히 한국에서는 그것도 그다지 위트있는 번역이 아닌 판본으로 한번 나왔다가 금방 절판;;; OTL

  7. 딜버트 단행본이 국내에 정발된 줄은 미처 몰랐네요. 그나마 절판…
    근데 번역 별로인가요? 번역만 괜찮다면 중고로라도 구해보려고 했습니다만…;

  8. !@#… Noname님/ 한국어판을 보고 내용이 훌륭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중에 영문판을 보고 그게 무지하게 웃기기까지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9. 한권을 제외하고 모두 읽고 좋아하는 것들..그렇다면 캡선생님과 나의 지성차이는 책한권이다.(콰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