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재미교포 인기아이돌이 지망생 시절 마이스페이스에 “한국은 졸 꾸리해(Korea is gay)”라고 남겼던게 새삼 화제를 모아, 뭔가 분개는 하고 싶은데 그 분개 에너지를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에 돌리기는 싫은 뭇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중이다. 한 눈에 봐도 생각없이 사적공간에서 사적으로 뱉은 말에 대해 사적인 분개 이상의 사회적 담론이라도 만들겠다는듯 달려드는 꼴이 좀 막걸리보안법마인드™스러운데, 반면 나라사랑 운운하며 오바하지만 않는다면 자기 손님들을 그지깽깽이 취급한 업주를 보이콧하는 정도의 반발은 얼마든지 오케이. 그런데 이런 별 것 아닌 사건에 굳이 capcold가 관심을 할애하는 이유는… 역시 매체공간과 메시지가 남겨진 속성 때문.
!@#… 소셜미디어라는 개념이 원래 좀 그렇다. 1인미디어 개념에서는 자신의 매체를 만들어 직접 그 속에 담기는 메시지를 관리한다는 의미가 강한 반면, 소셜미디어는 그냥 함께 주고받고 대화하는 느슨한 놀이터를 상정한다. 그런데 이 2가지는 심지어 매체 자체가 기술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다. 당장 블로그라는 것만 해도 1인미디어에 가깝게 꾸리는 캡콜닷넷도 있지만, 거의 커뮤니티 게시판에 가깝게 굴리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소셜미디어의 총아 취급받는 트위터만 해도 그냥 속보전달용 창구로 사용하고도 큰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예: @guardiantech). 그리고 크라우드소싱에 의한 시민저널리즘의 사례처럼, 그 경계가 희미하다는 점이 바로 최대 장점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접근성이 주어지는 한 무엇이든 잠재적으로 ‘공적’ 속성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건 굳이 연예인들에게 공인드립치기 좋아하는(그 공인 도덕성에 대한 열정의 절반만이라도, 정치인들에게 할애해주었으면 좋겠지만) 한국이 아니더라도, 페이스북에 올렸던 술취한 사진으로 직장 면접 물먹는 미국 사례라든지 뭐 나름대로 보편적이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추후에도 계속 열람 가능한 기록으로 남아 소셜미디어의 장점이라 꼽히는 솔직함이 발목을 잡는 현상(via 링블로그), 이젠 뭐 너도나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via 현실창조공간) 같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확실히 있다. 사적/공적 표현 공간이 매체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받아들이는 맥락에 따라서 구분되며, 특히 기록 축적과 접근성 때문에 더욱 더 그 과정의 통제력이 자신보다는 불특정 다수의 남들에게 주어진다. 매체적 경계로부터 더 자유롭게 자신의 뜻을 펼치는 편리함만큼, 그것이 만드는 파장 역시 더 복잡해진 셈이다.
!@#… 자 그럼 메시지를 표현하고 뿌리는 우리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정보 공개 수준 지정 등 매체기술적 해결은 사실 한계가 있는데, 예를 들어 겉으로 공적인 점잖음을 표방하는 이가 ‘이웃공개’로 특정 사안에 대한 거친 본심을 드러냈다는 것이 유출되면 오히려 더욱 위선자로 낙인만 찍히고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하나의 길은, 소셜미디어든 뭐든 무조건 모든 것을 공적 공간으로 상정하고 공적 방식으로 공개하기 위해 정제된 내용만 펼치는 것이다. 사적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가 언젠가 돌아와서 뒷통수 맞을 수 있으니까. 공인드립 좋아하시는 분들이 좋아할 발상이다. 하지만 우선 사회생활의 범위가 온라인 상에서 점점 늘어나면서,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기록을 보존하고 교환하는 영역과 방법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매체 자체들이 마구 융합하고 있어서, 현재 개발중인 구글 웨이브는 인터넷상 ‘사적’ 매체의 대표격인 메일이 게시판, 위키, 실시간 대화 등과 유기적으로 연동이 되어버린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현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터넷상에 ‘사적’영역을 가지지 않는 것은 갈수록 불가능의 경지로 향하고 있다.
두번째 길은 차라리 모든 것을 사적 영역화하는 것이다. 가식은 그만, 솔직함이야말로 시대정신. 이것의 장점과 단점 모두, DC갤러리 중 다수, 네이버뉴스 답글들, 다음 아고라 포스팅 중 다수 등 주로 솔직한 상향식 난장을 장려하는 곳들을 보면 쉽게 떠올릴 수 있다… 특히 막장 삿대질, 반지성 반달리즘 같은 것들 어쩔껀데. “솔직함”을 일정 부분 컨트롤하는 것은 발전된 사회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via Ha-1). 풀뿌리만 너무 강조하다가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애석한 일이겠지.
capcold가 추천하는 것은 덜 간단한 세번째 길이다. 어떤 경우에 사적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고 어떤 경우가 공적 발언에 가까운지, 하나의 발언으로 드러난 의견이 이후에 어떻게 변모하는지, 그 표현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나왔고 또 그 조건이 바뀌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풍부하게 맥락화시켜주는 것. 바로 풍부한 맥락화의 길이다. 순간의 사적인 파편 기록들에도 계속 나름대로 맥락을 부여하고, 이후 상황에 대한 업데이트도 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솔직함을 다른 여러 솔직함들로 정면돌파하는 것이 여기에 속할 수 있다. 몇년전 한국은 꾸리하다고 투정부린 멘트로 문제가 되었을 때, 이상적인 해법은 그 뒤로 살다보니 한국도 나름 재밌더라고 1년쯤 후 다시 올린 멘트를 발견하는 것이다. 본심은 한국비하라는 충격파는, 한국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넘어선 성장 스토리로 바뀐다. 혹은 공적 맥락과 사적 맥락을 둘 다 풍부하게 제시해서 복합적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도 좋다. “노회찬 에어기타 사진”은 액면상으로는 술먹고 쑈하며 노는 사적 즐거움의 기록이지만, 조승수 의원 당선을 통해 진보신당 원내입성이라는 공적 성과의 맥락을 같이 제시할 때 절묘한 명작 인증샷이 되어준다.
!@#… 그런데 이런 길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중요한 습관이 필요하다. 매번 트위터 한 줄 리플 하나 붙일 때마다 새로 고심하는 것은 상당한 뇌력낭비인 만큼, 그냥 기본적으로 습관이 들어있도록 익혀두는 것을 추천한다.
첫째는 어물쩡 넘어가지 않고 자신이 뿌린 떡밥들을 지속적으로 거두는 것이다. 열심히 거두고 다녀도 탈맥락화한 인증샷으로 내 얼굴에 똥칠하려는 이들이 넘쳐날텐데, 거두어들일 근거를 미리 심어두지 않았다면 대략 낭패. 그런데 “난감하면 망각” 습관이 더 보편적이다 보면 나중에 뒤통수를 맞아도 뭐 할 말이 없다.
둘째는 출처표시 습관이다. 맥락을 부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그 메시지가 누구에 의해 어느 공간에서 탄생했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자신의 것에 대해서도, 남의 것에 대해서도 백투더소스.
셋째, 적극적인 기록보관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보여주기 싫다고 논쟁 덩어리를 통째로 삭제하고 다니면 사적/공적 영역 통틀어 자신의 신뢰도만 갉아먹을 뿐이다(어차피 인터넷 캐시의 힘은 강하다). 오히려 기록들을 제대로 공개해서 당시의 상황들을 나중에라도 읽어낼 수 있게 해주고, 그에 대한 적극적 추후 발전 상황을 보여주며 현재의 자신을 맥락화하는 것이 좋다.
넷째, 유머감각이다. 유머는 난감한 솔직함에 대한 좋은 면죄부가 되어주기도 하고, 공적이든 사적이든 읽는 이로 하여금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고 너무 진지하게 분개하면 스스로 바보가 되도록 만들어준다. 아, 물론 유머가 성공하는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제안은 심지어 ‘소셜미디어’ 같은 현 시대 트렌드 키워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더 새로운 매체 기술 속에서 더 자유롭고 보편적인 소통방식이 넘쳐나며 파장과 함의의 경로가 복잡해질수록, 결국 자기 메시지의 적극적 맥락화야말로 모든 것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될 것이다. 세상이 앞으로 그것을 열심히 장려하느냐 아니면 그냥 될대로 되라 냅두느냐는 capcold가 선택해줄 몫은 아니지만(선택해주긴 커녕, 이 이야기조차 메타의 저주 덕에 널리 읽히지도 않는다고…OTL).
PS. 인터넷상에서 찌질인증 좀 때리고 욕먹고 끝날 내용을 언론보도로 확장해서 애국드립으로 확대시켜놓은 병맛들이 과연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어머나 동아일보라고 한다(클릭). 중앙 일간지랍시고 목에 힘주면서도 최소한의 저널리즘적 자긍심도 없는, 미워할 대상이 아닌 하염 없이 폄하해야할 대상.
PS2. 문제의 표현 “gay”를 보도기사에서 ‘역겹다’로 번역한 것 자체도 사안을 애국드립으로 해석하도록 유도한 공이 크다. 뉘앙스를 자기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는 저널리즘 번역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 이전 PD수첩 문제까지 엮어서 따로 한번 다룰…지도 말지도.
—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ingback by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소셜서비스는 시한폭탄, 2PM 박재범 사례…
소셜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내 마음 한 구석에서 조마조마한 느낌이 늘 있어왔다.소셜 미디어가 ‘솔직함’과 ‘대담함’, 그리고 ‘즐거움’이란 키워드를 안고 있는 미디어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소셜 미디어가 세계를 바꿔놓을만한 ‘자격’을 갖춘 매체임에 분명하냐는 논란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매우 일상적인 일을 적고 일부 지인들과의 대화에 불과한 소셜 네트워크 메시지가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셜화(사회화)’되면…
Pingback by Nakho Kim
[캡콜닷넷 업뎃] "한국비하 분개드립, 소셜미디어의 속성에 대처하기" http://bit.ly/owC8E 연예인 공인운운이니 민족주의 이야기 같은 것만 하기에는 좀 아까운 떡밥이라서.
Pingback by ffff0606
RT @capcold capcold님의 블로그님 | 한국비하분개드립, 소셜미디어의 속성에 대처하기 http://bit.ly/owC8E
Pingback by Metabot aka H. Kim
사생활도 거침없이 드러나는 소셜미디어에 대처하는 방식은 적극적으로 기록을 보관하여 자신의 표현들을 풍부하게 맥락화하기. RT @capcold: [캡콜닷넷 업뎃] "한국비하 분개드립, 소셜미디어의 속성에 대처하기" http://ow.ly/oiVe
Pingback by zune
RT @capcold: [캡콜닷넷 업뎃] "한국비하 분개드립, 소셜미디어의 속성에 대처하기" http://bit.ly/owC8E 연예인 공인운운이니 민족주의 이야기 같은 것만 하기에는 좀 아까운 떡밥이라서.
Pingback by foog
유머는 난감한 솔직함에 대한 좋은 면죄부가 되어주기도 하고, 공적이든 사적이든 읽는 이로 하여금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고 너무 진지하게 분개하면 스스로 바보가 되도록 만들어준다. http://3.ly/M9c
Pingback by buckshot
RT @iFoog: 유머는 난감한 솔직함에 대한 좋은 면죄부가 되어주기도 하고, 공적이든 사적이든 읽는 이로 하여금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고 너무 진지하게 분개하면 스스로 바보가 되도록 만들어준다. http://3.ly/M9c
Pingback by U-Sung Um
RT @ReadLead RT @iFoog : 유머는 난감한 솔직함에 대한 좋은 면죄부가 되어주기도 하고, 공적이든 사적이든 읽는 이로 하여금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고 너무 진지하게 분개하면 스스로 바보가 되도록 만들어준다. http://3.ly/M9c
Pingback by 고어핀드의 망상천국
디지털 인간관계…
http://kr.news.yahoo.com/service/cartoon/shellview2.htm?linkid=series_cartoon&sidx=4768&widx=41&page=1&wdate=200805211.아는 사람을 어쩌다 처음 마주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웬 쌩뚱맞은 소리냐 싶겠지만, 나는 그런 적이 두 번이나 있다. 한 번은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에서 정시퇴근 님을 마주쳤을 때이고, 또 한번은 한달 전……
Pingback by Tweets that mention capcold님의 블로그님 | 한국비하 분개드립, 소셜미디어의 속성에 대처하기 -- Topsy.com
[…] This post was mentioned on Twitter by Hyunsoo Kim, Hyungjune Kim, Nakho Kim, ffff0606 and others. Hyunsoo Kim said: 사생활도 거침없이 드러나는 소셜미디어에 대처하는 방식은 적극적으로 기록을 보관하여 자신의 표현들을 풍부하게 맥락화하기. RT @capcold: [캡콜닷넷 업뎃] "한국비하 분개드립, 소셜미디어의 속성에 대처하기" http://ow.ly/oiVe […]
Pingback by 세상을 보는 검은 눈, Skyjet
박재범 한국 비하는 어떻게 확대 재생산 되었는가 : 키보드 배틀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외전…
Curtis – 아리아리랑 님 사이에 벌어진 키보드 배틀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기 직전에,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있는 JYP의 인기 그룹 2PM의 멤버 박재범 씨가 4년 전 지망생 시절 소셜 미디어 사이트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Korea is gay.” 등의 한국을 비하한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한 가수가 철이 없던 시절에 막 쓴 글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이 사건은 단순한 한 가수의 비하 발언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