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대중적 인기와 지속 가능성의 사이에서 [에스콰이어 1107]

!@#… 남성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스콰이어’ 지난 호에 실린 내용(넉넉한 지면 할애해주셔서 감사). 가능성과 현시창 사이 균형맞추기가 늘 그렇듯 참 쉽지 않다.

 

웹툰, 대중적 인기와 지속 가능성의 사이에서

김낙호(만화연구가)

아침에 일어나 메일과 트위터를 체크해보며, 누군가가 공감 만발이라며 올려준 링크를 클릭해본다. 사람들의 유머러스한 사연을 가벼운 필체로 소개해주는 웹만화(속칭 ‘웹툰’) [생활의 참견] 최신화다. 아, 덕분에 이왕 네이버 만화코너에 들어온 김에, 매 회 챙겨보려니 감질맛나서 좀 모아놨다가 보기로 한 장편 연재작 [덴마]를 읽는다. 회사에 나와보니, 부지런한 성격의 동료 직원은 역시나 매일 연재분량이 올라오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를 오늘도 챙겨보고 업무를 시작한다. 기억해보면 그 친구는 5년전 입사했을 때, 아침 신문에서 똑같은 허영만 작가의 일일 연재극화를 매일 읽고 있었다. 옆의 후덕한 다른 부하직원은 요새 [다이어터]를 읽기 시작한 후, 야근할 때 일체의 야식을 끊었다. 내가 가끔 구독하는 깜짝 놀랄 전문성을 지닌 블로거가 오늘 또 새로운 포스팅을 올렸는데, [이말년 씨리즈]에서 오려낸 삽화(속칭 ‘짤방’)들로 긴 내용의 호흡을 재미있게 조절하는 실력이 재치만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5월 18일이다. 이런 날은 퇴근하고 나서 강풀의 [26년]을 또 한번 정주행해야겠다.

2011년 오늘날, 웹툰의 히트에 주목해야 한다느니 만화가 몰라보게 컸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적잖게 남사스럽다. 그냥 이미 당연한 일상의 풍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만화가 위기라고 업계에서 이야기를 꺼내봤자, 일반인들은 직관적으로 납득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매일 웹툰을 사랑하며 즐기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웹툰 히트작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뉴스도 심심할 때마다 한번씩 나오지 않는가. 종이 출판에 매달리는 지난 시대의 공룡들이,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볼멘 소리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당장 네이버나 미디어다음에 그렇게 재미있는 연재작들이 끊이지 않고, 디씨인사이드나 루리웹 같은 커뮤니티들의 만화 게시판에 재치 있는 무명신인들이 계속 등장하지 않나.

문화적 위상을 어떻게 정의하든, 확실히 오늘날 한국에서 웹툰은 공고한 주류문화로서 뚜렷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우선 첫째, ‘히트작’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스노우캣]이나 [순정만화] 같은 초기 히트작부터 요즈음의 [이말년씨리즈]까지, 웹툰 히트작의 맥은 끊긴 적은 없다. 일간신문과 온라인포털에 함께 연재되며 큰 인기를 모은 [식객]은, 종이지면이 연재 종료된 후에 온라인 공간에서만 계속 연재를 지속하기도 했다. 특유의 인간애를 담은 뛰어난 이야기 솜씨 덕분에 작품마다 큰 호응을 받아온 강풀 작가의 경우, 지금껏 거의 모든 작품들이 이미 영상화되었거나 진행 중이다. 검증 여부와는 별개로, 성공적인 웹툰 작품을 홍보할 때 매 회 수십만, 수백만 페이지뷰가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되었다. 둘째는 웹툰이라는 양식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예술적 성취다. 효과적인 표현법의 발달이라는 측면에서는 [1001]부터 [안나라 수마나라] 까지, 웹페이지 특유의 세로 스크롤을 칸 연출에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서, 잘 연출된 웹툰일수록 종이책 단행본의 페이지에서 그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나아가 [무한동력] 처럼 당대의 사회상 및 동세대 독자층의 현실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는 그 방식 역시 [아날로그맨] 같은 담담한 관찰자 시선에서부터 [살인자ㅇ난감]의 숨막히는 스릴러까지 다양하다. 웹이라는 매체공간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더욱 많은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가능함을 알지만, 지난 수년간 이미 꽤 많은 것을 이뤄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셋째, 새 창작자들의 유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문화 분야의 활력이란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자 하는 창작자들이 얼마나 계속 유입되는가에 달려있는데, 창작 커뮤니티들이나 포털사이트의 정식연재를 희망하는 지망생 게시판에 현재는 끝없이 많은 이들이 각자의 솜씨를 뽐내며 크고 작은 호응을 일으키고 있다.

웹툰의 공고한 위상을 종합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는, 포털사이트의 웹툰 섹션이 이전까지 종이 만화잡지가 차지하던 기능의 상당부분을 일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여러 작품들을 연재분량 단위로 자르고 묶는 것은, 개별 작품을 산다는 특별한 계기가 없이도 만화를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게 하고, 독자들에게 일정한 성향 기준으로 정제되었으나 기본적으로 여러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게 해준다. 나아가 창작자들에게도 연재 기간 동안은 지속적인 수익원이 된다. 종이잡지의 쇠퇴를 슬퍼하는 분들도 많지만(필자를 포함), 수십 편의 작품이 요일별로 묶여서 업데이트되는 웹툰 섹션이 그 기능 중 상당부분을 이미 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 성취에서 시선을 산업적 측면으로 돌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웹툰의 성공을 칭송하는 기사들 가운데, 페이지뷰나 판권 또는 인기가 아니라 ‘돈’을 언급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거나 막연하게 시장 총규모 예상치 정도만을 언급한다. 영화만 하더라도 작품의 성공여부를 몇백억 수익으로 치환하는 선정적 기사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데 말이다. 이것은 아직도 웹툰의 인기를 수익으로 치환하는 사업모델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인터넷 문화의 급성장이나 90년대의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 관련학과 범람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창작물 공급이 넘치기에, 산업적 취약함과 별개로 붐이 유지되는 상태다. 하지만 인기와 수익이 연결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면 신규창작자의 유입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서 우수한 작품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수익성의 돌파구를 찾아야만 하는 시점이다. 특히 출판만화가 점점 위축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주류매체로 터를 잡은 웹툰이 충분한 상업적 성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만화 전체의 문제가 된다. 사실 물리 매체에서 온라인으로 주류가 바뀌는 과정에서 수익모델의 구멍이 생기며(원래의 매체에서 줄어드는 매출만큼 온라인에서 새로 창출하지 못하는 것) 위기를 겪는 것은 신문이나 여타 출판물, 혹은 대중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는 현상이기도 한데, 내용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온라인 환경에 적응을 워낙 잘 해낸 웹툰이기에 그만큼 현재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오늘날 웹툰으로 수익을 얻는 방식은 이론적으로는 연재 고료에서 시작해서, 광고 수익, 종이 및 전자 단행본 인세, 2차 활용에 대한 라이센스 수익, 만화 작품을 활용한 광고 프로젝트 참여 등 다양하다. 하지만 대다수 작가들의 현실에서는, 연재 고료가 종착점이다. 그것도 연재 고료를 주는 공간, 즉 대형 포털사이트에 연재 계약을 맺는 경우에 사실상 한정된다. 여러 포털 및 언론사의 웹툰 공간 가운데, 작품에 충분한 인지도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 만큼 만화섹션을 홍보하며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한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그 중 큰 차이로 가장 상위의 인지도와 작품수를 지닌 미디어다음과 네이버만화만 하더라도, 광고 수익 분배를 논할 수 있을 정도로 광고가 배치되지 않는다. 인기작이고 해도 종이 단행본의 판매부수는 종이책 시장 전반의 축소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전자책은 아직 자리잡지 않았다. 2차 활용으로서 캐릭터 라이센싱은 애초에 그런 것을 목표로 하고 기획한 작품이 아니라면 성공확률이 낮고, 매체이식에 대한 원작사용료 역시 드라마/영화로 옮기는 것이 적합한 작품에 한정된다. 광고 프로젝트 참여는 광고만화를 수주받거나, [SETI]의 경우처럼 상품광고의 일환으로 제작하는 이야기를 여러 매체로 나누어 펼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여러 가지 시도에 비해서 아직 확실한 성공사례가 대두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연재지면인 포털에서 지급하는 원고료 이외의 수익원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시장상황인데, 그나마 포털 사이트 역시 아직 웹툰의 상업적 가능성을 활용해내지 못하고 있다. 방문자 수가 많으면 자동적으로 수익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방문을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콘텐츠 유료화를 하든 공격적 광고 배치를 하든 소비자 성향 분석으로 데이터연구비를 절감하든 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십 수년동안, 에로만화를 제외하고는 온라인 만화콘텐츠 유료화의 역사는 곧 사업실패의 역사였다. 광고 배치는 특정 만화의 이미지를 노리는 광고주들이 적극적으로 들어와 주고, 독자들 역시 소비로서 광고효과를 입증해줘야 가능하다. 방문궤적을 통한 소비자 성향 분석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정도의 업체조차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도 만화섹션을 유지하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서, 다소의 무형의 홍보효과를 제외하자면 포털업체의 호의적인 일방적 투자에 가깝다. 경영판단에 의해서 언제라도 뒤집어질 수 있으며,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물론 포털의 원고료 모델을 거치지 않고 개인 홈페이지나 커뮤니티 게시판에 무료 연재를 한 후 출판계약을 맺어서 종이 단행본을 크게 성공시킨 [본격2차대전만화] 같은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 웹툰계에서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창작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은 포털사이트 연재조차 이런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 즉 창작에 대한 보상 및 지망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수익을 확보하는 산업모델이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장 소극적 차원에서는 원고료 보장을 들 수 있다. 웹툰의 연재에 전업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그것에 대한 원고료로 기본 생활이 가능하도록 업계 전반의 고료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다. 진흥기구들의 협력 하에 업계의 작업시간 분석 및 원고료 자료를 수집/공개하며, 창작자들이 길드형 노조를 만들어 직능에 대한 최저 원고료를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 방식은 작가가 수익을 분배받는 시장 자체의 확대다. 예를 들어 해외 판매가 있다. 실제로 한국의 웹툰은 줄거리의 드라마성이나 감각적 유머 등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들이 즐비한데, 진출하고자 하는 문화권을 제대로 파악한 섬세한 번역을 갖추면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단, 미국권을 겨냥한 넷코믹스의 사례에서 보듯, 한국웹툰 전용의 단독 서비스 사이트는 큰 호응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은 만큼, 대형 서비스업체와 결합하는 것이 낫다. 한국식 포털사이트와 비슷하게 일정량의 콘텐츠를 자체 유치하는 서비스는 해외에도 드물지 않기에(심지어 미국권의 경우도 야후!가 그런 형태에 가깝다) 충분히 콘텐츠 신디케이션 사업모델을 시도할 수 있다. 혹은 페이스북에 유료 아이템 판매나 광고와 연계시킨 서비스 페이지를 만들 수도 있다.

현재의 매체산업 추세를 보자면, 당연히 가장 신경 쓸 부분은 디지털 시장의 확대다. 여러 연재작들을 다양한 선택형 패키지로 정기 구독하는 앱-잡지 모델에 대한 고민은 기본이다. 혹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유럽의 스포티파이가 하고 있듯, 광고 없는 유료 열람과 사이사이 광고가 적잖이 들어가는 옵션 가운데 청취자가 선택하도록 할 수도 있다. 하다못해 미국신문 뉴욕타임즈가 최근 시도하고 있듯, 일정량까지는 무료 열람, 그 이상을 계속 볼 때는 유료회원이 되어달라고 계속 당부 메시지로 괴롭혀서 회원으로 만들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 만화만을 보기 위해 전문사이트를 방문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일상적 온라인 생활의 동선상에 있어야 읽는다는 점을 감안하여, 더욱 교묘한 방식으로 유입경로를 분산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 과정에서 유입경로에 맞춤화된 광고를 제공하여 광고모델의 효과를 강화하는 것도 해봄직하다. 그러니까, 이미 언론부터 음악, 영화까지 여러 온라인 콘텐츠 업계가 다양한 실험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가끔 빛나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모델들을 적극적으로 참조하고 적용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웹툰의 인기와 산업적 성과 사이에 놓인 커다란 괴리를 극복하며 더욱 좋은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박스]
7-80년대 만화그림이 아닌 스토리만화 자체로 광고를 했던 “진주햄 소세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다시, 웹툰을 통해 이야기만화 광고가 다양하게 늘고 있다. 05년 박카스 광고인 ‘타우린맨’ 시리즈는 곽백수, 고필헌 외 당대 인기 웹툰 작가들이 한 회씩 돌아가면서 그리는 릴레이 방식의 초기 성공사례로, 광고만화 캠페인의 흔한 방식이 되었다. 10년 농수산부의 ‘촌스러워 고마워요’ 같은 공익광고 역시 비슷한 릴레이 방식을 취했고, 결국 주요포털은 아예 만화섹션에 ‘브랜드 웹툰’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 게재 공간 역시 다양해서, 포털에 자사 전용 공간을 만든 후 광고만화를 게재하는 정철연의 인텔칩 신제품 홍보만화, 회사 사이트와 작가 개인 블로그에 함께 게재하는 게임 설명 광고만화 ‘생존왕 원예킹’ 같은 경우도 있다. 구현하는 방식 역시 다양해서, 윤태호의 ‘SETI’는 캐논코리아의 카메라 광고를 위해 만화를 연재하며 그 중 몇 장면들을 실사판 동영상 드라마로 찍어 함께 보도록 하는 기법을 실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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