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사법청탁 폭로, 취재원보호 측면

!@#… 발생 직후 며칠간 개인적으로 트윗상에서 자주 언급했고, 진중권씨의 리트머스 기고글 때문에 좀 더 부각된 사법청탁 의혹과 나꼼수 취재원 공개 문제(아직은 성적소수자에 대한 탄압 의미가 강한 아웃팅이라는 말을, 제발 좀 이 건에 안 썼으면). 영 설명이 지지부진해지기 쉬어서, 좀 논의를 구조화.

A- 해당검사가 취재원인가: 감청이 아니면 당사자만 알 수 있는 내용.
A1 취재원이거나(이 경우 취재원 보호 의무 발생),
A2 취재를 안했거나(이 경우, 전문성의 문제).

B- 대검 공안부 신고 행위의 사전약속이 있었나: 나꼼수측 입장은 있었다(‘우리가 말렸다’), 없었다(‘말 안해주고 혼자 했다’) 상충처럼 보일 수 있으나,
B1 결국 ‘우리가 말렸는데도 몰래 가서 한거다’로 합쳐짐(사전약속은 없었으나 가능성은 상호 인지). 해당검사의 입장은 노코멘트.
B2 아니면, 별로 말리고말고 할 사이도 아니고 모든 것은 허세/과장.

C- 실명공개의 사전약속이 있었나: 밝혀진 바 없음.
C1있거나
C2없거나.

D- 실명공개는 바람직한가:
D1저널리즘 관점에서는, 다른 모든 곳에서 밝혀졌어도 취재원으로 썼던 매체에서는 철저하게 비밀 엄수를 요함(공익 고발을 장려하면서도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D2반면 감동서사 관점에서는, 의로운 일을 밝혀서 감동을 주고 우리가 나서서 함께 돕자, 모여라 원기옥!(당사자에 대한 보호를 불특정 지지자 개인들에게 일임).

!@#… 자, 이제 김빠지게 만들어보자.
A2: 문제발생. 대충 뜬소문만으로 떠든 꼴이 되어버림.
B2: 문제발생. 구라친게 되니까.
그럼 A1+B1일 경우에만 C와 D를 따질 의미가 있는데, D1에 대해서는 C1/C2여부가 애초에 상관 없다. 즉 C는 무척 중요해보이는 외견과 달리, 그냥 뭐 상관 없다. 밝힌 순간 이미 D논란은 발생했고, 바람직한 것은 D1 준수여야했지만 어겼다. 여러 경우의 수 따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단선적인 이야기다.
아, D2의 경우라면 C1은 함께 자랑스러움, C2는 한층 더 알아서 챙겨주는 선의의 감동. 문제는, D2는 그 자체로 이미 뭐 그냥 한심한 루트라는 것. 그나마 있는 시스템을 부수고, 지켜줄 방법도 없다보니 지켜준다고 결의만 다지다가 끝나거든. 한마디로 병만 키우는 야매질이다.

즉, 실명공개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지, 제정신이면. 심지어, 익명으로도 충분히 메시지는 전달 가능했는데 말이다.

!@#… 이게 얼마만큼 큰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배경에 따라서 인식이 다를텐데, 감동의 눈물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저널리즘의 사회적 순기능과 공익성 내부고발의 중요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내 입장에서는 무척 큰 문제다.

 

PS.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법청탁 사건 자체와는 별개의 문제다.

PS2. 관련 내용들을 더 모아 정리하고 계신 neurational님 포스팅의 덧글 대화 도중, 공익제보자 신원공개 문제에 대해 약간 더 부연설명을 했는데, 여기도 옮겨놓는다.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 실명공개는, 저널리즘이 해야할 영역이 아닙니다. 저널리즘은 정보 유통 이상의 것을 책임지지 않고, 책임지지 못한다고 전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익제보자 보호에 직접 개입하는 국가기관 역시, 차후 상황을 고려할 때 익명유지보다 실명공개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상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명공개가 익명보다 보호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볼 이유가 있는 것은 불특정 다수 시민에게 알려서 보호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가들에 한정되는데, 이 경우 도움은 실제로 모일지는 불확실한데 실명공개로 인한 실제/잠재 피해는 당장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공식적 보호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확실한 절망적 상황에서나 선택해야할 방향입니다. 다만 그런 선택을 본인이 직접 내리는 것은 상관없고, 그 경우 저널리즘은 그 자기공개를 취재함으로써 도울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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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ldbowmore 아웃팅이란 말에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이 사안 취재윤리문제는 <나꼼수 사법청탁 폭로, 취재원보호 측면> « @capcold http://t.co/3p05tyNn 를 보세요.제가 직관적으로 "이게 대체 뭐야?!"했던 까닭도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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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utart 그가 얘기하는 나꼼수 보도 문제는 봉주7화만 봐도 확실한 거라 그 부분에선 맞다 해도 무방할듯한데요?진중권도 비판하는 캡콜드 님의 이 글을 참조하세요. <나꼼수 사법청탁 폭로, 취재원보호 측면> http://t.co/3p05t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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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자” 저널리즘? : 나경원-나꼼수-김판사-박검사 관련 기소청탁 의혹 사건 경우…

    어제(6일) 저녁에 쓰여진 나경원 씨 남편 김모 판사 기소청탁 의혹 사건 관련기사들을 보면요. “수사당국자”(X)가 아니라 “수사당국 관계자”(O)의 이야기를 듣고, “~라고 전했다. ~라고 알려졌다”는 기사문장을 쓰는 경우가 꽤 많던데요. 이게 당사자에게 직접 전해들은 게 아니라, 한다리 건너서 들은, 그것도 “당국자”도 아닌, “관계자”에게 들은 ‘전문’에 불과하잖아요. * 참고.’전문증거’ (傳聞證據) : 증인이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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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설의 신앙화 : 진중권, 너마저…!…

    이 글은 딱히 ‘나경원 남편 김판사 기소청탁 의혹 사건’에 관한 글은 아니다. 이 글은 그저 우리시대의 논객 진중권(이 쓴 글)에 관한 글인데, 뭐 소심한 상념에 가까운 글이거나, 혹은 내 판단이 잘못되길 바라는 글에 가깝다. 나는 여전히 진중권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물론 나는 진중권이 재수 없을 때가 아주 많고, 이건 나꼼수의 뻘짓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굳이 비교하면 막상막하랄까. 각설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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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Pingback by jason lee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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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Pingback by Euisoon Ahn 안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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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Pingback by Eugene Taeha Paik

    깔끔한 정리. 읽어보면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나꼼수 사법청탁 폭로, 취재원보호 측면 http://t.co/LRzChWQV @capcold 에서

  30. Pingback by 나꼼수 박은정검사 실명공개 논란 정리. « neurational

    […] 2.  capcold: 나꼼수 사법청탁 폭로, 취재원 보호 측면  (a-1) 최초의 취재원이 박은정 검사고, (e-2) 나꼼수가 박검사의 증언을 말렸으나 박은정 검사가 몰래가서 한 것이 사실이라면 (f-1-1/f-1-2)취재원인 박검사의 동의여부와 상관없이  저널리즘 관점에서는, 다른 모든 곳에서 밝혀졌어도 취재원으로 썼던 매체에서는 철저하게 비밀 엄수를 요함(공익 고발을 장려하면서도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따라서 바람직한 것은 이를 준수해야하는 것이지만 이를 어기게 됨.  저널리즘의 사회적 순기능과 공익성 내부고발의 중요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내 입장에서는 무척 큰 문제다.  […]

  31. Pingback by 이승환 / 나체 / 누듸 /누드모델

    민노씨의 글마따나 http://t.co/erbURpdl 진중권의 관심법은 분명한 문제. 이런식으로 나가면 나꼼수 욕할 게 못 됨. 그보다 시나리오상 취재원보호 문제가 분명함을 드러내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음. http://t.co/HP5v0TAV

  32. Pingback by gorekun

    민노씨의 글마따나 http://t.co/erbURpdl 진중권의 관심법은 분명한 문제. 이런식으로 나가면 나꼼수 욕할 게 못 됨. 그보다 시나리오상 취재원보호 문제가 분명함을 드러내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음. http://t.co/HP5v0TAV

  33. Pingback by 앵크리빈츠

    민노씨의 글마따나 http://t.co/erbURpdl 진중권의 관심법은 분명한 문제. 이런식으로 나가면 나꼼수 욕할 게 못 됨. 그보다 시나리오상 취재원보호 문제가 분명함을 드러내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음. http://t.co/HP5v0TAV

  34. Pingback by DeanDhaseul Kim(김다슬)

    민노씨의 글마따나 http://t.co/erbURpdl 진중권의 관심법은 분명한 문제. 이런식으로 나가면 나꼼수 욕할 게 못 됨. 그보다 시나리오상 취재원보호 문제가 분명함을 드러내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음. http://t.co/HP5v0TAV

  35. Pingback by 붕붕이의 세상만사:D

    기자는 왜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가?…

    기자는 왜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가? 공감 꾸~욱 눌러주세요^^ 취재원 비닉권이란 취재원에 대하여 묵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부조리와 비리의 폭로, 고발 등의 공익제보와 관련된 취재원 특히 내부 고발자의 신상은 철저히 보호돼야 하며 익명보도를 원칙으로 하며, 취재원을 밝히지 않기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Comments


  1. !@#… 민노씨/ ‘건조한 시나리오’라면 이정도는 건조해야죠(핫핫) // 사실 논리’밖에’ 없는 글이라, 많은 분들에게 딱히 잘 소화될 것 같지는 않지만요 :-)

  2. 정리하자면, ①당사자(박은정 검사)가 자기 실명 공개를 하라고 나꼼수 측에 이야기했더라도 공개하지 말았어야한다…는 이야기군요. ②어차피 실명 공개 해봐야 별 도움이 안 된다는 capcold 님의 판단이 그 이유로서 제시되고 있고요.

    그런데 제가 갖는 의문은, 왜 ②에 대한 판단을 당사자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를테면 capcold님)이 내리려 드느냐는 겁니다. 그건 박 검사 본인이 내려야 할 판단이 아닐까요?

    만약 박검사가 실명공개를 해서 사건을 공론화하는 게 본인의 신변보호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나꼼수 측에 공개를 요청했다면, 그녀의 의지대로 실명을 공개한게 왜 욕을 먹어야 하는 일인지 의문입니다. 취재원의 의사를 따르는 게 왜 ‘저널리즘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건지 저로선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사족을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는 나꼼수 측이 박검사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체적인 판단만으로 취재원을 노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물론 검증된적 없는 추측에 불과합니다만). 만일 이런 경우라면 취재원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에 대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보고요. 그런데 제가 굳이 댓글을 남기는 건, ‘취재원이 원했다 하더라도 실명을 공개해선 안됐다’는 주장이 영 이해도 안 되고 동의도 안 돼서 그렇습니다. 그런 결정은 오롯이 당사자의 몫이지, 제3자가 함부로 재단(judge)할 만한 일이 아닌 것 같거든요.

  3. !@#… 흠님/ 실명공개해봤자 도움이 안된다는건 ‘이유’가 아닙니다. 언론의 그런 공개는 그 자체로 안되고, 아울러 도움마저 안된다는 겁니다.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입니다: 본인 직접 발표가 아니면 애초에 본인 의사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힘들고(바로 지금 사례처럼), 따라서 언론의 자의적 잣대로 오남용할 여지가 생깁니다. 그렇기에 아예 본인 의지가 있다한들 언론은 취재원 공개를 “대신 해주면” 안되는 것으로 룰을 가져가는 것이죠. 이건 3자의 재단이 아니라, 기본적인 언론규범입니다. 정말 본인의 의지로 밝히고 싶다면 “취재원이 원했으니 언론이 밝힌다”가 아니라 그냥 그 취재원이 직접 발표하고 해당 언론은 자리만 마련해주어야 합니다(예를 들어 인터뷰 형식을 통한다든지).

    // 다른 이야기지만, 이 정도 사안에 대해서 “실명공개를 해서 사건을 공론화하는 게 본인의 신변보호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만한지는 좀 의문입니다( 참고: 금태섭 변호사의 글 / 클릭). 오히려, 실명공개로 공론화가 된 후에야 사표도 냈죠.

  4. capcold// 부연 설명을 듣고 나니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되는군요. ‘대신 공개하는’ 행위 역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다만, 그것을 ‘기본적인 언론규범’이라 봐야 한다는 데선 여전히도 의문이 남습니다. 적어도 (미국이 아니라) 국내 언론이라는 범위 내에선 그렇습니다. 뭔가를 ‘규범’으로 부를 수 있으려면 그것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와는 별도로, 해당 업계 종사자들의 다수가 그것의 존재를 알고 내면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예 본인 의지가 있다한들 언론은 취재원 공개를 “대신 해주면” 안되는 것으로 룰을 가져가는” 합의가 국내 기자들 사이에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 언론사 윤리강령과 같은 형태로 명문화돼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문율처럼 널리 각인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기자생활 몇년 해본 경험으로는 그렇다고 판단합니다). 언론이 ‘취재원을 대신 공개하는’ 것보다 인터뷰나 기자회견과 같은 형태를 선호하는 경향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건 윤리 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이슈의 파괴력 극대화와 관련된 문제에 가깝습니다. 적어도 한국의 기자 집단 안에서, 주진우의 박은정 실명 공개에 대해 ‘세상에 저게 뭐하는 짓이야?’라며 뜨악해 하는 건 ‘당연한’ 혹은 ‘주류적인’ 반응이 아닙니다 (물론 박검사의 동의가 있었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그보다는 ‘capcold판 ‘기본’이 언제부터 기본이었지?’가 일반적인 반응에 더 가까울 겁니다.

    요컨대 capcold님의 주장이 일리 있는 견해일 수는 있지만, ‘규범’이라는 권위를 획득했다고 보기는 좀 어렵다는 겁니다. 따라서, 취재원 공개에 대한 박은정 검사의 사전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주진우가 ‘기본적인 언론규범’을 지키지 않았다는 식의 비판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5. !@#… 흠님/ 말씀하셨듯 한국 언론관행 범위 내에서 아직 ‘규범’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면, 이제라도 공론화시키고 규범으로 넣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 경악이 주류적인 반응이 아니라는 것은, 그저 아쉬울 따름이죠(그러니까 이런 글도 따로 정리하는 것이고). 현행 기자협회 윤리강령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취재원을 보호한다”와 실천요강 “회원은 비밀리에 정보를 취득했을 경우, 취재원을 철저히 보호한다”는 절대적이며, ‘본인의 의사’조차도 그 원칙을 거스를만한 변명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취재원 공개를 하는게 아니라 취재원이 스스로 공개하는 현장을 취재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정석입니다.

  6. 혹시나 싶어 다시 와봤는데, 아주 재밌는 댓글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네요. : )

    흠 님의 질문도 재밌고, 캡콜드 님 답변도 참 재밌습니다.
    두 번째 댓글에서 흠 님께서 지적한 ‘규범’ ‘주류’ 당연’에 대해 짧은 생각을 첨부하면요.

    1. (지양해야 하는 폐습으로서의) 관습과 (마땅히 지향해야 하는) 규범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흠 님께서는 ‘규범’을 특정 시대의 지배적 관점(지배력,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말씀처럼 특정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어떤 역사적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준칙이라는 차원에서 그 지배력, 실효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그럼에도 규범은 역사성/특수성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마땅히(당위성, 보편성, 합리성) 지켜져야 하는 어떤 준칙’의 의미 역시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봅니다.

    그런 점에서 흠 님께서 댓글을 통해 말씀하신 바는 아래 답글에서 캡콜드 님께서 일부 지적하셨듯, ‘규범’이라기 보다는 어떤 특정한 그룹(기자집단)에만 비합리적으로 일반화된 ‘관행'(폐습)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따라서 그것이 규범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그 규범이 가져야 하는 ‘지배력/실효성’의 측면만 너무 강조하고, 그 규범이 ‘마땅히 지켜져야 하는’이라는 당위성과 합리성의 측면을 다소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2. 아무튼 두 분 대화는 깊이있는 댓글대화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죽은 (블로그) 댓글의 시대’에 아주 반가운 대화네요. : )

  7. capcold/ 고견 잘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하나만 첨언하자면, 인용하신 기자협회 윤리강령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이를테면 ‘보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그렇겠죠. capcold 님의 입장에서라면 취재원 은닉이 보호라고 할테고, 주진우 입장에선 자신의 행위가 보호라고 할테니 말입니다. 그 중 무엇이 ‘진짜’ 보호인지를 가려낼 만한 기준은, 적어도 강령에는 제시되어 있지 않은듯 합니다. capcold 님과 같은 입장을 제대로 관철하려면, 현재보다는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된 강령이 필요하겠지요.

    이만하면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거의 다 나눈듯 하군요.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유용한 통찰을 얻게 되어 기쁩니다.

    민노씨/ 특정한 윤리적 관점을 규범으로 봐야 할지 아닐지의 문제는, 그것이 해당 사회 구성원들에게 규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냐 아니냐와 관련이 있고, 그게 답니다. 해당 관점이 타당한지 아닌지의 여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이건 그냥 기본적인 개념의 문제입니다.

    장기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지요. 장기에서 차(車)는 전후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고 대각선으로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것이 당위적으로 옳은 룰이냐를 따지자면(다른 말로 하자면 ‘폐습’이냐 아니냐’를 따지자면) 당연히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차가 마(馬)나 상(象)처럼 움직이면 안되는 당위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같은 건 존재하지 않거든요.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차를 대각선으로 움직이면 반칙이고 제재를 받게 됩니다. 이미 존재하는 (게이머들 사이의) 약속을 어긴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건 게임 자체의 성립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런게 규범(혹은 규칙)입니다.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이미 존재하는 약속을 어겼느냐 아니냐, 그것만을 따지는 영역인 것이죠.

    그러니까 결론은 이렇습니다. 민노씨 님께서 현재 기자 집단의 관행을 ‘폐습’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리고 주진우의 행위를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신다면 ‘당신들은 틀렸다’라고 비판하시라는 겁니다. 얼마든지 가능한 발언이거든요. 그런데 만일 ‘당신들은 규범을 어겼다’라고 말한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겁니다. 부적절한 개념을 끌어다 쓴 비판이 되는 것이죠. 다시금 강조하지만, 특정인의 행위가 ⓐ보편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타당하지 않다는 말과 ⓑ규범을 어겼다는 말은 완전히 성격이 다릅니다. 대개 ⓐ의 경우는 욕을 먹는 대상이 되고, ⓑ는 법적 제도적 제재의 대상이 되겠지요. 양자를 구분하는 건 그래서 중요합니다. 대충 뭉뚱그려 섞을 만한 문제가 아니란 거죠.

  8. !@#… 흠님/ 예, 저도 좋은 반론 감사드리며, 말씀을 계기삼아 더 적극적으로 언론강령의 진취적 개선방향을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

  9. 흠 님께

    네. 잘 들었습니다. :)
    장기 비유 때문에 논의가 다소 모호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1. “규범이란 존재법칙(Sein)과 구별되는 당위명제(Sollen)을 말한다”(이재상.형법총론.제5판.)

    즉, 규범이라면 그저 존재법칙(물리법칙/현실적 권력법칙)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당위적인 가치들을 지향하고, 내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법)철학적인 전통을 떠올리면 말씀하신 ‘장기’의 비유는 ‘게임규칙’에 불과한 것이지, 그 비유로 ‘규범’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솔직히 장기 비유는 왜 등장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특수한 영역 안에서 지켜져야 하는 ‘(내부)규칙’과 (사회적 가치로서 널리 지켜져야 하는) ‘규범’은 구별되어야 할 것 같고요. 이점은 이전에 흠 님께서도 당연히 그러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신 것 같은데, 이번 답글에선 다소 이율배반적인 맥락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2. 저널리즘(의 보도행태) 관련한 ‘내부규칙’ 혹은 ‘내부관행’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겠으나, 이것을 비판하는 일에 ‘규범’이라는 표현, 혹은 ‘규범’이라는 관점에서 비판하는 일은 부당한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저널리즘이 갖는 사회적, 공공적 성격에 미뤄 보건대, (앞으로 널리 인정되어야 하는 언론)규범의 관점에서 충분히 비판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

    3. 흠 님이 답글을 보건대, 용어에 내포된 의미한정의 범위와 맥락이 저와는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용어에 대한 개념적 정의가 서로 달라 생긴 문제 같습니다. 그러니 서로 다른 논의 평면에서 이야기하는 느낌이 드네요. 문맥상 흠 님께선 ‘규범’을 ‘법제도’의 동의어로 사용하는 것 같은데, 규범과 법제도는 불가분이지만, 반드시 일치는 것도 아닙니다. 법제도는 규범의 하나(부분)일 뿐입니다. 규칙과 규범을 동의어처럼 쓰신 부분도 다소 이해되지 않구요(장기비유에서). 현재 지배적인 법제도로서의 규범 역시 역사적으로 형해화하고, 소멸하는 일은 얼마든지 생겨납니다.

    용어의 개념규정에 대한 이견 때문에 논의가 다소 산으로 간 측면이 있는 듯 하고, 그런 점에서 제 표현이 부적확했던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오랜만에 이러저런 대화를 나누니 참 좋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