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들 애국이고 파시즘이고 찾고 있는데 난데없이 취향 이야기를 해버리는 바람에, 가끔 난독증을 일으키시는 분들이 적지 않은 듯 하여 친절한 부록 설명. 희대의 걸작 ‘멋지다 마사루’의 진정한 현인, 마사루가 그랬다. “세상은 사실 삼겹살과도 같아! 저기 저 빌딩도!”. 그래, 삼겹살로 살짝 설명해보자.
!@#… 삼겹살이라는 음식이 있다. 요새처럼 비오는 날, 구수한 냄새가 낮게 주욱 퍼지면서 끝내주는 서민적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물론 삼겹살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거나 하는 건 잠시 논외로 하고. 그런데 이 삼겹살, 사실 조낸 기름덩어리다. 웰빙 건강식과는 참 거리가 멀지. 게다가 무슨 와인 삼겹살이니 하고 폼잡는 곳이 아니라 종종 동네 삼겹살집들은 위생 상태도 의심스럽고 반찬 맛도 좀 부실하다. 하지만 비오는 날엔 오히려 그런 삼겹살집을 찾아가서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은 건, 그저그런 한국인으로서의 내 ‘취향’이다.
!@#… 이런 현상은 당연하고 상식적인 것이다:
– 식품영양학자들이 나와서 삼겹살 라이프에 대해서 영양학적으로 깐다. 콜레스테롤 만빵, 비만유발, 불규칙한 식생활, 폭음을 부르고 어쩌고. 이런 이야기들은 1) 대체로 맞는 말이며, 2) 알아두면 여하튼 좋을 말이다. 다만 삼겹살 먹으면서 들으면 기분은 좀 나쁠 수도 있지.
– 언론에서 식품영양학자들 말을 인용해가면서 좀 더 단순화시켜서 설레발을 떤다. “삼겹살, 비만 유발의 주범” 뭐 그런 헤드라인으로 나가겠지. 그러다가 가끔 야매스런 티비 프로그램에서는 이상한 실험을 한다면서 불확실한 불안감을 한층 확장시키고. 이런 이야기들은 1) 여튼 학자들의 분석을 제대로 알아먹을리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정보를 전달해준다는 면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2) 기자/언론의 수준에 따라서 실제 내용의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 사람들은 아 그렇구나 하면서 적당히 삼겹살 계속 먹는다. 물론 그런 정보들도 듣고 했으니 약간 조절하면서 폭음 폭식은 좀 삼가면 좋은거고, 안들으면 어쩔 수 없고. 하지만 삼겹살이 맛있어서 먹는다는데 어쩌겠어. 법적으로 금지된 것도 아닌데. 비계가 콜레스테롤의 주범이야, 라고 이야기하면 “씨바 삼겹살은 비계맛이야” 하면서 먹는다. 그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좀 높아지면, 뭐 자기 책임이고 그 다음에 좀 덜 먹으면 되지. 우리 같이 삼겹살이나 먹으러가자, 라고 제안했는데 상대가 “난 콜레스테롤 수치 땜시 삼겹살 삼가는 중이야”라고 하면 “아 그래, 그럼 딴 거 먹어”하고 땡이다.
!@#…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오버다:
– “완소 삼겹살, 삼겹살은 세계 최고의 음식, 목살도 갈비도 머리고기도 다른 건 죄다 쓰레기”
– “순수 국산 100% 연탄으로 구운 삼겹살 무시하세염?”
– “영양학자들과 언론과 쇠고기 농가와 이슬람교의 음모다 씨바. 삼겹살을 지켜라”
– “미국에서 와이드 릴리즈되어 히트칠 우리 삼겹살이 조낸 자랑스러워염”
– “돼지 농가의 열정이 나를 감동시켜서 조낸 삼겹살이 맛있어요”
…뭐 대충 이런 이야기들이 아프간이 어찌되었던 학력사기가 어찌 되었건 경제가 정치가 뭐가 어찌 되었건 닥치고 이슈 순위 1위가 되는 것.
!@#… 삼겹살 먹어보면 맛있어, 하고 주변에 권하는 것? 정상이다. 삼겹살 싫어하는 놈들은 조낸 나에 대한 모욕이야! 이건 좀 오버질. 삼겹살 싫어하는 놈들을 다 기득권이고 권좌에서 몰아내야해! 이건 좀 위험해지기까지 한다. 삼겹살에 대한 자기 취향의 확신을 가지고, 다른 기준에서의(영양학이든 음주문화 측면에서든 뭐든) 평가는 평가 대로 받아들이면서도, 적당히 즐기는 방법을 알아서 찾아나가는 게 서로서로 덜 귀찮다니까.
PS. 이런 비유적 설명을 하면 항상 예상되는 패턴이, 나름대로 같은 비유를 통해서 반박하는 패러디를 한답시고 리플을 달아서 괴이한 정신세계를 증명하시곤 하는 분들이 꼭 있다는 것. 그냥, 그런 거에 얼마 있지도 않은 활성 뇌세포 낭비하지 마세요.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나중에 추가) PS. 추천 버튼 없냐고 전에 물어보신 분들이 있어서 한번 좀 뒤져보니까… 우와, 진짜로 추천 버튼을 달 수 있네요. -_-; 트래픽 오버를 즐기지는 않지만, 삼겹살이라는 탁월한 음식을 홍보하고자 하는 마음에 한번 시험삼아 여기 달아봄.
… 에이, 공간도 무지하게 많이 차지하네. 하지만 이왕 단 것,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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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생각이 안나네요.
음, 예를 들어 저는 지오**에서 산 티셔츠 두벌을 여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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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을 냈던 가게"였는지에 대해서야 의견이 (나름) 갈려도, 그것에 대한 많은 과도한 옹호 논지들은 확실하게 불량했지. 간만에 추억의 포스팅 다시 읽기 http://3.ly/bWvH http://3.ly/uyA2 http://3.ly/QUV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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