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인질 석방결정, 담론 뒷처리의 시간이 온다

!@#… 결국 아프간 납치사건, 해결의 방향으로. 뭐 돌아오기 전까지는 당연히 어떤 확정도 지을 수 없지만, 이제는 정식 협상 결과와 공식발표된 내용이 있다. 결국 큰 줄기는 이렇게 정해졌다:

아프간 인질 19명 전원석방 합의..”5일내 순차적 석방”(종합)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7-08-29 00:35

협상에서 공식화된 5대 조건은 이렇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껏 담론 설레발이 넘쳐난 것에 비해서 당혹스러울 정도로 평범하다.

*아프간 파견 한국군의 연내 전원 철수
– 이거, 원래부터 하려고 했던거잖아!

*아프간에 체류중인 한국 민간인 8월 내 전원 철수
– 이것도, 원래부터 하려고 했던거잖아! 뭐 타이밍이야 다르지만.

*아프간에 기독교 선교단을 다시는 보내지 않을 것
– 이건 이미 하고 있잖아! 입국금지국가 지정.

*탈레반 죄수 석방 요구를 접기로
– 탈레반이 드디어 한국 외교가 그 분야에 있어서 아무런 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도다. 냉철하게 있는 그대로 ‘무능’을 증명해준(진지하게, 이건 칭찬이다) 외교부 담당자들에게 박수를. 예를 들어 독일 피랍자 Rudolf.B는 아직도 잡혀있으니까.

*한국인 인질들이 아프간을 떠날 때까지 공격하지 않겠다
– 풀어주고 뒤에서 총쏘면 정말… 난감하지. 하지만 원래 현재의 탈리반 자체가 피라미드 점조직 특성이 있다보니 이걸 조건으로 박아놓지 않으면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

!@#… 물론 여기저기서 추측한 것처럼 이면합의가 있을 수는 있다. 아프간 정부의 라마단 특사에 탈리반 체포자들을 일부 포함시키도록 했다든지(솔직히 아프간 정부 입장에서도 잘만 포장하면 자신들의 대민 이미지에 이득이다), 돈 거래가 있었다든지(한국인들의 아프간 불입국이 조건에 있기 때문에, 파슈툰 마을에 대한 건설/투자 형식으로 이루어지기는 힘드니, 이 경우라면 사과박스). 하지만 이면합의라면 어디까지나 이면합의, 공식 발표가 나올 일 따위는 없다. 한 두 정권 뒤에 대북송금 특검처럼 탈리반송금 특검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들춰내면 정권과 상관없이 한국 외교에 득보다 실이 된다. 즉, 그쪽 사실을 캐내는 것은 인질들이 모두 무사 귀국한 후, 닥치고 진실을 부르짖는 고집스러운 독립적인 탐사저널리스트들이 해야 할 몫이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의 한국에서는 그다지 크게 기대하지 않는 쪽이 자연스럽다).

!@#… 결국, 외교부도 국방부도 얼추 원래 하던 것을 하면 된다. 기독교는 물론 대가리 박고 반성해야지. 이왕이면 반성하는 의미에서 사회봉사에 돈과 인력도 지금보다 더 토해내고. 이제 남은 것은, 언론이다. 외교부가 안보내줘서 아프간 현지에 기자 못보냈어염이라는 볼멘소리도 인질들이 귀국하면 유효기간을 상실한다. 외신보도들의 별별 ‘가정’들을(특히 아사히신문은 왜 그런 오보공장이었나 궁금하다) 복사해오며 기정사실화하는 설레발도 이제는 용납해주기 힘들어진다고. 이제는

1) 해외 파병의 리스크와 분쟁지 거주 한인의 안전문제,
2) 과도하게 공격적인 기독교 선교, 나아가 모든 종류의 공격적 사업확장의 리스크에 대한 고찰,
3) 개판으로 돌아가는 세계 분쟁지의 정세와 한국의 역할에 대한 고민,
4) 이번 협상의 전모 및 이를 통해서 드러난 한국 정부와 민간기구들의 위기상황 대처능력에 대한 점검

뭐 이런 것 정도는 최소한 해줘야하지 않겠는가. 설레발 와중에서도 바쁘게 몇몇 꼭지 쓴 경우가 소수 있기는 했지만(한겨레21의 탈레반 특집호는 확실히 내공이 있었다), 대체로 그냥 묻혔던 감이 있다. 차분히 잘 정리해서 확실하게 주지시키는 쪽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걸 읽어주는 사람들도 이런 차원에서 진지하게 다양한 생각과 식견을 교류하고.

!@#…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고? 역시 이럴 가능성이 더 크기는 하다: 쓰잘데기 없는 구출자 인터뷰 (이**씨 스타 만들기 포함), 기독교 비난 여론 확대재생산, “정부는 이면합의를 밝혀라” 사설 + “이면합의 있었겠지?” 소설 한 다스, 그러다가 급속하게 망각의 영역으로 토쓰. 이 경우, 자칭 ‘네티즌 여론’도 그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500원 건다.

!@#… 여하튼, 이제는 뒷처리의 시간이 왔다. 특히 언론과 그에 휘둘리는 일반 개개인들의 차원에서 뒷처리를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이번 사태가 야기한 담론 쌩쑈들이 사회적 교훈으로 새겨질지, 또다른 바보 해프닝으로 역사 호사가들의 안주거리나 되고 끝날지 아니면 애매하게 그 중간 어디쯤에 쳐박힐지 판가름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되어줄 것이다.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그건 그렇고, 요새 참 이해못할 유행이 무슨 ‘세금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운운하는 것. 세금을 거두어가는 국가가 유사시에 비용을 들여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굳이 비유하자면 보험과도 비슷한 것. 그런데 같은 보험상품에 들어있는 이웃집 아저씨가 큰 교통사고가 나서 보험사에서 수리 및 치료비용을 대준다고 ‘보험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캠페인을 하면 좀 웃기잖아? 한국이 이 정도의 위기상황에서 자국민을 보호해줄 능력이 되는 국가시스템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도 난 내가 엉뚱한 곳에 엄한 세금을 헛되이 내고 있는 건 아니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잡혀갔던 사람들의 철딱서니없음을 비판하는건 대환영인데, 이상한 오바질은 “님하 매너염”.

ps2. (8.30.약간 추가) 그리고 난데없이 또 400억 몸값 어쩌고가 갑자기 대세. 아마 이 기사가 소스인 듯 한데(물론, 국내 보도의 원본 기사 – 알자지라, 타임 – 는 뉘앙스가 상당히 다르다… 게다가 두 기사 모두, 기본적으로 한국의 전문가들 의견, 한국의 시민반응들을 위주로 가고 있다) 아프간 현지인이 그런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이야기한 정도가 어느틈에 여기까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인가;;; 하기야 줄기세포 3천억원도 근거없이 잘들 믿었지. 이면의 몸값 지불이 있었을 가능성을 부정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님들하 제발 근거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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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thoughts on “아프간 인질 석방결정, 담론 뒷처리의 시간이 온다

Comments


  1. 공항에 계란 한판 들고 가겠다라는 사람들 보면 capcold님이 말씀하시는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절차들이 결국 묻히지 않을까 걱정되기만 합니다 ㅠ_ㅠ

  2. !@#… dcdc님/ 저는 그런데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번 돈에서 나간) 세금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쓰였다는 것에 열받아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공항까지 가서 그들에게 계란을 던지겠다”는 식의 마인드가 별로 논리적으로 납득은 안 가더군요. -_-;

  3. 인질들 돌아오면 한자리에 세워서 국민들에게 큰절 시켜라. 더불어 개.독 대가리급들 다 나와서 같이 머리 조아려라. 한가지 더…너거뜰 교회차원에서 헌금 걷어서 국가가 세금 쓴 만큼 아니 이자까지 붙여서 바쳐라. 마지막으로 개.독들 앞으로 머리 쳐박고 다녀라

  4. !@#… 길손님/ 협상을 해서 그들을 빼와 준 외교부 담당자들에게 하는 정도라면 몰라도, 뒤에서 조낸 욕만 퍼붓고 총 앞으로 몸던져 죽으라고 저주한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그 따위 ‘국민’ 일반에게 큰절할 이유는 그다지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이번 건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사회봉사 투자를 대폭 늘이는 정도는 매너.

  5. 뒤에서 조낸 욕만 퍼붓고 총 앞으로 몸던져 죽으라고 저주한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그 따위 ‘국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앞으로는 선교활동 자제 좀 부탁드립니다..
    특히 일요일에 초인종 눌러대는 작자들 단속 도 더불어 부탁드리구요~ 또한 나도 일반국민이지만 절 받고 싶은생각도 없고 할생각도 없는븐들이라 요구하진 않지만 당신들의 신념과 당신들의 믿음은 앞으로 당신들끼리만 제발 공유하세요…

    교회는 이번 건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사회봉사 투자를 대폭 늘이는 정도는 매너->도 필요없습니다…
    많은기독교분들을 욕하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당신같은사람들이 말하는 사회봉사는 차라리 하지마시길……음지에서 조용히 봉사하시는븐들까지 욕먹게하는 행위는 제발…
    굳이 해야겠다면 ARS모금활동에 동참하세여…한통에 천원이며 그던이 어려운분들 많이들 도와줍니다….. 이름 과 얼굴이 안나와서 섭섭하신가여?? 졸라 마니 전화하세요…혹시나 나올수있습니다…

  6. !@#… 김기주님/ 대단히 적은 정보로 대단히 많은 추론을 하시고 계신데, 저는 기독교도가 아닐 뿐더러 굳이 그들을 변호할 필요도 느끼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종류의 오바질에(예를 들어 난데없이 ARS 모금 이야기를 꺼낸다든지) 찬물을 끼얹을 뿐이죠.

  7. 종교를 떠나서 의견을 떠나서 좌우지간 오바하지나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오바를 시작하면 그때부터 막장 확정이니까요//

  8. 자기 혼자 흥분해서 난동 피우는 사람들 다루는 법도 잘 아시는 거 같습니다. (지난 쓰레드들에서도 그렇고…) 저 같으면 까칠하게 답변 달아줬을텐데…

  9. !@#… mike님/ 하지만 제가 하는 정도의 반응으로도, 그런 분들은 충분히 삐지시더군요.

    이녁님/ 제가 쓰는 시사성 글의 절반이 결국 그 이야기죠. 오바하지 말자. 오바하며 버럭거리다가 중간에 제풀에 지치지 말고, 꾸준히 집중해가며 제대로 이슈를 미주알고주알 기승전결 다 겪고 교훈으로 소화해내는 것이 민주적 담론형성의 요체…랄까요.

  10. 처음 놀러왔는데 잘 읽었습니다. 쩝. 개인적으로는 이번 일로 인해 블로거들에 대한 기대치가 대폭 하락했다는… ㅠ.ㅠ

  11. !@#… PrinceAB님/ 블로거도 사람들이에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고로 너무 기대치를 높게 잡지도, 너무 낮게 잡지도 않으시는 것이 좋죠. 항상 기대를 뒤엎는(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무언가가 나와주니까요.

    soju님/ 378억의 원 출처는 본문에 인용한 알자지라 통신원이 전한 2천만 파운드 소문인데, 이건 얼추 100만파운드 몸값을 지불한 셈이 된 이태리 기자 사건을 토대로 한 20쯤 곱한 듯한 수치죠. 소개해주신 아사히 신문 기사는 좀 더 신빙성 있어 보이려고 노력한 기사이기는 한데(라고 해도 다 미공개 소스의 증거없는 증언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아무리 그럴듯한 액수라고 하더라도 굳이 신뢰를 하지는 않습니다), 400억에 꽂힌 사람들이, 고작 200만불에 반응이나 하겠습니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