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격투개그만화 – 이장본색 [씨네21 컬쳐하이웨이/1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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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격투개그만화 – 이장본색

농촌이라는 공간과 농업이라는 작업은, 많은 작품에서 기본적으로 향수의 대상이다. 아등바등 각박한 도시와는 다른 곳, 그간 잊었던 무언가를 되찾는 곳, 뭐 그런 식으로 말이다. [은수저] 같은 소수의 작품은 농업이라는 산업분야를 정면으로 직시하여 다른 접근법을 지니지만, 그 대신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이다. 그런 접근도 잘 만들면 물론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만화가 장점을 발휘하기 매우 적합한, 분방한 상상력으로 막나가는 방식으로 농촌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향수도 농업현실도 아니라 농촌과 농업을 소재로 삼아 격투 개그물을 만들어 각종 황당하고 통쾌한 필살기를 주고 받는, 긴장 넘치는 효과음의 의성어가 ‘쿠우우웅’이 아니라 ‘얼쑤!’인 만화가 있다.

[이장본색](지뚱 / 미디어다음 연재)은 귀농 스토리가 펼쳐져야할 법한 설정 위에, 왕년 명랑만화들의 분방한 상상력과 [드래곤볼] 초반의 격투개그감각을 합쳐버리는 작품이다. 대기업에서 파견 나온 주인공이 한 농촌마을에 부동산 개발 동의를 갈취해내기 위해 아예 그 마을의 이장이 되어버리고자 하는데, 그러려면 이장 선출대회에 나가서 농업을 위한 특수한 능력인 ‘농력’으로 대결하여 상대를 눌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히 정상적이지 않은 여러 마을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수련을 하고, 초농력인으로 눈을 뜨며, 무지막지한 바보스러운 상황에 연이어 휘말린다. 그 안에서 설정도 캐릭터들도 한계 없이 망가지면서 시종일관 진지하며, 격투물의 본령까지 지켜나가 점점 더 정신이 혼미해지는 농업성 필살 격투 비기들을 선보인다. 한 회당 한 번의 커다란 반전 개그 같은 공식화된 전개도 아닌, 황당한 상상력의 상황들과 필살기, 인간관계들을 변칙적 리듬으로 시도 때도 없이 때리는, 개그물의 탄탄한 기본기가 일품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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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컬쳐하이웨이’. 주기적으로 특정 문화항목을 강조 편집하는데, 만화가 강조되는 주간에 로테이션으로 집필 참여. 가급적 진행중인 작품에 대한 열독 뽐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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