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재본은 여기로.
세계관에 몰입하기 – [덴마]
어릴적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하는 가장 당연하고도 재미있는 부분은, 여러 서로 다른 설정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하나로 합쳐서 가지고 노는 것이다. 레고피겨와 곰 인형이 필생의 라이벌이며, 전대물 계열 변신로봇과 알고 보니 그 둘의 어릴적 헤어진 아버지였다든지 말이다. 각각의 이야기를 담은 주인공들이, 상상력 속에서 하나의 큰 세계관으로 합쳐지면서 맞아떨어진다. 좀 어설프면 그냥 혼자 머릿속에서 돌리게 되지만, 풍부한 상상력으로 절묘하게 엮어 넣으면 다른 이들도 함께 즐기고, 점점 더 방대하고 섬세한 세계로 발전한다. 그 안에서라면, 이제 풍부한 등장인물들은 그저 저절로 뛰어놀게 된다.
[덴마](양영순 / 네이버만화 연재중)는 작가가 [철견무적]부터 [라미레코드] 및 여러 설정 스케치 등 그간 작품 활동에서 펼쳐놓은 매력적 세계관 설정들이 합쳐지고, 다양한 인물들 각각의 사연이 촘촘히 맞물리며 전개되는 SF판타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우주택배회사에서 일을 하며 초능력을 지닌(‘퀑’) 택배원들이 있다. 택배일을 하며 다양한 물건과 사람들의 사연을 지켜보거나 개입하는 개별 에피소드들이 있고, 악덕 회사에 묶이게 된 개별 주인공들의 사연이 있다. 나아가 택배회사의 배후에 있는 종교재단, 각 행성들의 실력자들간 암투, 그 종교의 근원인 다양한 다중 우주 개념들로 이야기 거리가 계속 확대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설명문이 아니라, 주요 주인공들의 흥미진진한 모험과 대결의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펼쳐진다. 다채로운 상성의 초능력 설정, 시공간을 오가면서도 명료하게 설명되는 전개, 간략하되 뚜려소한 그림체, 뜬금 없는 유머감각, 그리고 무엇보다 마초적 순정 같은 뚜렷한 오락성의 코드로 말이다. 그리고 어느덧 독자들은 던져진 설정 하나, 회수된 복선 하나에 즐거움을 느낀다. 세계관 자체에 몰입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대중서사물의 가장 높은 등급에 안착한 상태의 작품인 셈이다(연재 중지 없이 무사히 지속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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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컬쳐하이웨이’. 주기적으로 특정 문화항목을 강조 편집하는데, 만화가 강조되는 주간에 로테이션으로 집필 참여. 가급적 진행중인 작품에 대한 열독 뽐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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