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와 오타쿠문화 – 4컷용사 [씨네21 컬쳐하이웨이/141124]

!@#… 게재본은 여기로. 옛 단편보다 이번 리메이크판이 워낙 또 오타쿠문화 코드를 강화하긴 했다.

판타지와 오타쿠문화 – [4컷용사]

중세 스타일 판타지라는 장르는, 만화와 게임 등을 중심으로 취향문화에 탐닉하는 속칭 ‘오타쿠 문화’와 상성이 좋다. 덕분에 거친 근육질 중노년들이 이끌어가는 영미권 판타지와 달리, 우리에게 친숙한 아시아권 판타지는 특정 취향 미소년 미소녀들이 넘친다. 그렇다면, 작품 안에 취향요소를 넣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런 문화 자체를 캐릭터들에게 직접 반영해버리면 어떨까. [4컷용사](고지라군 / 레진코믹스)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작품은 용사가 마왕을 죽이고 잡혀간 공주를 구한다는 전형적인 이쪽 장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공주와 결혼하여 왕족이 된다는 계획은 알고보니 왕자라서 실패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백수가 된다. 마왕이 죽어서, 원래 마왕군의 주요 장수들도 나름의 생활전선으로 연명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야기의 큰 사건은 다시 마왕군을 모으려는 음모, 보기와 다른 각자의 관계들, 드래곤의 정체 등 다채롭게 펼쳐지지만, 정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오타쿠 문화에 탐닉한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고스란히 펼쳐내는 주인공들의 일상이다. 이 요소는 이 작품의 모태가 된 초기작보다도 한층 강화되었는데, 메이드 카페, 피겨 수집, 로리콘 등 온갖 소재들이 직접적으로 구현된다.

흔한 드라마에서 멋진 주인공들의 인간적 면모를 강조해서 팬층의 이입을 얻듯, 여기서는 막강한 실력의 판타지 주인공들이 대놓고 오타쿠다. 이 작품이 만들어내는 “나도 비슷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다”라는 공감대와 안도감의 키득거림은, [개구리중사 케로로] 이래로 가장 선명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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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컬쳐하이웨이’. 주기적으로 특정 문화항목을 강조 편집하는데, 만화가 강조되는 주간에 로테이션으로 집필 참여. 가급적 진행중인 작품에 대한 열독 뽐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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