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재본은 여기로. 마치 ‘원펀치맨’이 훌륭한 이야기와 부족한 작화로 제한된 폭의 인기를 끌던 원작이 결국 수려한 작화로 리메이크되며 메이저 인기작으로 재탄생했듯, 이 작품도 그렇게 가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성찰의 우주 활극 – [스페이스킹]
소설 [어린 왕자]나 TV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 같은 작품들이 감상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의미에서는 주인공 자체의 매력보다도, 그들이 떠돌아다니는 우주의 환상적인 각양각색의 별과 그 안에 살아가는 주민들에 있다. 그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바로 우리 세상의 어떤 일면을 좀 더 선명하게,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섬뜩하게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상상의 세계를 통해서 우리 스스로의 문제들을 거리를 두고 성찰하는 도구가 되어준다.
[스페이스 킹](박성용/네이버)은 은하계를 다스릴 대통령을 5년마다 선출하는 먼 미래의 우주를 무대로 하고 있다. 대통령에 출마하고자 하는 택시기사 출신 강대장의 선거 본부로, 출중한 판단력을 지녔으나 유전자 적성 문제로 우주 취업이 안되고 있다가 그의 보좌관이 된 백수인, 지구 소녀로 키워진 초능력 외계인 고은아 등이 우주의 여러 행성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선거라는 큰 이야기 설정과 달리, 이 작품은 선거 전략에 대한 정치극화로 흐르기보다는 너무나 다른 문명을 지닌 각각의 행성에서 현지인들의 풍습과 사건에 말려드는 옴니버스다. 그런데 이들이 계속 휘말려드는 모험들은, 늘 도덕적 딜레마로 가득하다. 선과 악의 경계는 관점과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서 수시로 뒤집히고, 우리와 타자의 범주 또한 계속 도전 받는다.
어떤 별에는, 중범죄자 사형수에게 언제 작동될지 모르는 사형기구를 목에 채워서 사회에 돌려보내 대중 일반의 보복을 받게 하는 제도가 있다. 그리고 이것을 인권침해로 보며 그 사형수들을 도피시키는 외계 단체가 있다. 이것을 통해 사형제의 도덕적 딜레마, 즉 제도화된 살인이라는 문제와 원한 추스리기에 대한 사회적 수요 사이의 갈등이 고스란히 묘사되는 것은 물론이다. 해당 사회에서 필요에 의해 발달한 전통과 외부의 기준에 의한 개입 사이의 마찰 역시,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결코 야만과 문명 같은 단순한 이분법에 대한 기대를 산산조각 낸다. 한발 더 나아가, 그런 상충하는 가치 속에서, 표를 모으기 위해 이곳에 왔던 주인공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그들의 지지를 얻어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이것이 가상 세계의 가상 상황에 끝나는 것이 아님을 독자들은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이렇듯 주제 자체는 꽤 무겁지만, 읽는 재미는 무게감에 짓눌리기보다는 훨씬 경쾌하다. 캐릭터들의 매력은 물론이고 이야기에 최적화된 탁월한 화면 전환 등 연출력이 빼어난 덕분이다. 좀 더 다듬을 구석이 있는 그림체만 슬쩍 보고는 뒤로 미뤄두기에는 아까운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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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컬쳐하이웨이’. 주기적으로 특정 문화항목을 강조 편집하는데, 만화가 강조되는 주간에 로테이션으로 집필 참여. 가급적 진행중인 작품에 대한 열독 뽐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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