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만화 패러디, 카피레프트 이슈가 아니더만.

!@#… 최근 이상하게 블로그 동네에 카피레프트 이야기가 늘어나서 반가운 마음에 돌아다녔더니, 그 발아점은 인기 만화작가 강풀이 자신의 작품을 패러디한 만화에 대해서 버럭한 사건. 아아… 실망. 뭐 특별히 어떤 사람에게 실망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사안 자체의 정치적 이슈나 진짜 해결책이 되었어야 했을 것은 링크한 sonnet님의 포스트에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다), 카피레프트를 장려하기 위한 좋은 이슈메이킹이 되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는 달리, 카피레프트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부족만 재확인한 꼴이라서. 카피레프트에 대해서는 태고적에 썼던 이 포스트 또는 Capcold Copyleft의 공식 안내문를 보시면 되겠고, 좀 더 여력 되시면 위키피디아 항목과 연결 기사들까지 보시길. 여튼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 리플로 달다가 좀 말이 길어진 내용을 오려붙이는 것으로 대신할까 한다.

!@#… 그냥 계속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덧붙입니다. 여러 대안 저작권 운동 가운데서도 소위 ‘카피레프트’라고 불리우는 진영은 (그 구체적인 실현형태는 거의 뭐 만드는 사람 마음이지만) 기본적으로 전염적(viral) 속성을 전제로 합니다. 즉 처음의 원저자가 이용 허가에 관해 내린 규정을 계속 확산할 의무가 있고, 그 조건을 채워줄 때에만 그런 식의 이용이 가능하다는 약속입니다. 예를 들어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라는 게시물이 있다면, 자신이 거기에 더 수정을 가하든 어쩌든, 여전히 당초의 양허 조항을 그대로 포함해주며 또한 자신의 지분에 대해서도 같은 선언을 할 때에만 이동, 수정, 영리활용에 대한 사용권을 자동적으로 허가받는 것이죠. 그 결과, 창작물의 활용은 축적이 되면 될 수록 더 자유로운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다른 강력한 장점이 있는데, 제대로 이 과정이 지켜지면 바로 창작과정이 역시 제대로 기록이 된다는 것입니다. 누가 원래의 창작을 했고, 누가 어떤 부분을 더했는지 버젼 히스토리가 남게 됩니다(특히 프로그래밍에서는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죠). 말인 즉슨, 카피레프트는 본연적으로 저작인격권을 존중합니다. 저작인격권 보호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라이센스 부분을 지맘대로 삭제하고 사용하면 그건 카피레프트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그냥 저작권법상의 잣대로 따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즉 엄밀한 의미에서 애초에 이번 강풀 사건은 카피레프트의 기본 축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가져가서 패러디를 만들었다는 그 분이 강풀의 만화를 카피레프트로서 활용을 하지 않았는걸요 (소스 표시, 카피레프트 규정 표시가 전혀 없습니다). 결국 그냥 정치 패러디로서 저작권법상의 정당한 인용에 해당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아 물론 저는 그 작품이 풍자적 목적이 뚜렷하고 원작과 뚜렷하게 구분지을 수 있으며 새로 만들어진 의미가 주가 되는 정당 인용에 의한 2차 창작물이라고 판단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잘 만들었다고는 보지 않고 정치적 입장도 크게 다르지만, 어쩌겠습니까. 다양성을 존중해야지.

하나 더.

!@#…사실 요지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1) 강풀은 그냥 자유롭게 가져다쓰라는 의미로 별 생각없이(!) 카피레프트라는 용어를 가져다 썼을 뿐입니다. 각 작품에 부착하는 카피레프트 문구에 원저자 및 세부 제한 조건을 뚜렷하게 명시한 적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가져다 쓰신 그 패러디 작품 주인도 별로 카피레프트에 입각한 사용을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즉 애초에 이 사건 자체는 카피레프트와 별반 관계가 없죠. 그냥 저작권법상 패러디의 적법성 이슈일 뿐입니다. 당사자들이 뭐라고 생각하고 주장하든 말이죠.

(2) 그렇기 때문에, 강풀이 패러디 작품의 작가에게 역성을 낸 것 역시 특별히 카피레프트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표명한 카피레프트를 어겼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패러디가 마음에 안들었다, 자기 명예에 먹칠했다는 것이었으니까요. 시사적 이슈를 다루는 만화가가 공격적 패러디와 풍자에 대한 맷집이 그렇게까지 부족하다는 것은 참으로 찌질한 일입니다만, 저작권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싶다면 뭐 주장 못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제 소견은 앞서 밝혔듯, 저작권법의 잣대로 가면 정당한 범위의 패러디로 판명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패러디하신 분이 버로우해버렸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좀 더 독한 분이였다면 강풀의 카피레프트에 대한 얇은 이해까지 같이 세트로 패러디하는 의미에서, “라이센스랑 원작자만 표기해서 다시 뿌렸”을지도 모르죠. 다만 현재는 원저자가 정말로 “내 만화인 것 처럼 돌아다닌 것이 문제였다” 라는 쪽으로 표명하고 있는데… 결국 “사람들은 나를 정말로 그런 정치적 입장으로 돌변할 만한 위인으로 생각한다”라고 주장하는 꼴이 되어버렸죠. 한 번 경솔하게 버럭했다가, 소인배로 낙인찍힐 직행코스로 접어들고 있는 케이스입니다.

!@#… 인격 모독이 아니라 견해의 차이라면,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때로는 모욕적인 것들도 호기롭게 받아들이는 대인배가 되자. 금전적 손해라면 버럭해도 무방. (핫핫) 여튼, 다음에는 카피레프트가 진짜 카피레프트 이슈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할 따름.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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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oughts on “강풀만화 패러디, 카피레프트 이슈가 아니더만.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대안저작권의 방향성, 돈문제를 직시하기

    […] 2009년 포르노 저작권 침해 사건 당시 꺼낸 ‘이해 관계’ 기반 해설 – 카피레프트에 대한 편견 – 한미FTA와 저작권 – 2007년 저작권 개정 당시 해설: 패닉 금물, 그리고 […]

Comments


  1. 음..공지사항에서만 사태를 볼수 있군요. 작가의 말

    -이것은 패러디의 범주가 아닙니다.개작된 만화가 마치 제가 그린 만화처럼 보여진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요.-

    에이…그런 정치적인 변명을 하시다니, 사람들이 실망할만 하네요. 거기 플러스 저작권관련해서 좋은 이슈가 되기는 커녕 퇴보하는 이야기.쩝.

    캡선생님. 지금 한국의 2차저작권시장이 완전히 망하기 일보직전입니다. 애들이 영화 불법다운로드가 왜 문제인지 전혀 감도 못잡고, 극장에서 열심히 봐줬는데 하고 극장타령만 하거든요. 피켓들고 스크린쿼터만 외치던 배우들과 같은 수준의 소비자가 되어버려서 서로 손잡고 2차시장을 완전히 제로화시켰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최근 저작권관련해서 정말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해! 하는데 ..양 모자 작가에 이어서 강 모 작가까지 이런 헛발질을 해대니 안습 그 자체일뿐입니다.

    http://crenzia.egloos.com/1174287 이 링크가 정리가 잘 되어있더군요.

    그 사람 대어를 낚은 낚시꾼인걸…?

  2. 0. 제가 알기로는 원작자에 대한 명예 훼손적 성격이 있는 2차 창작물도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여 패러디로서 보호받지 못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명예 훼손이란 게 꼭 직접적으로 실명을 거론하며 인신공격하는 것만이 아니라 작품을 조롱하여 원작자가 모욕감을 느끼는 것도 포함해서요. 아직 패러디 작품을 보지는 못 했지만 강풀의 정치적 성향을 조롱하려는 의도였다면 저작인격권 침해로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1. 이 기회에 강풀 좀 쓴 맛 좀 봐야 된다는 사람들을 보니 황구라 사건, 심구라 사건 때 이 기회에 mbc 죽어야 한다, 평론가 엿먹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평소에 열심히 잘 깔 것이지 정신나간 찌질이들 뒤에 숨어서 낄낄거리는 한심한 작태들을 보니 입이 쓰군요. 그 당시에도 무수히 많은 속칭 개념인과 본좌 들이 그렇게 낄낄거리면서 mbc가 망하기를 학수고대하다가 지금은 아무 반성도 없이 없던 일처럼 묻어두고 있지요.

  3. !@#… pseudo님/ 0. 그런 경우라면, 어차피 굳이 저작권으로 갈 것도 없이 그냥 명예훼손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심지어 동일성이 유지되더라도).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되는 작품의 경우, 저는 강풀이라는 개인을 조롱한다기보다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니까” 논리 자체에 대한 조롱을 위해서 강풀만화를 이용했다, 정도로 보았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이견이 있겠지만.
    1. 이 기회에 쓴 맛 좀 보라는 식의 쌤통 심리(그것도 무려, 편승 방식)는 확실히 곤란합니다. 하지만 그런 묻지마 안티들마저도 여기저기 잠재적으로 숨어있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되어, 강풀 작가가 그들에게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좀 더 대인배스러운 레벨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nomodem님/ 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포스트군요(시각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지만). 여튼 말씀하셨듯, 좀 더 건실한 저작권 개념 함양에 작가들이 좀 더 효과적으로 움직여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뭔가 전략이 필요합니다 확실히.

  4. 네. 강모 작가가 레벨을 키워야 할텐데에 동감합니다. 좀 한숨나오는건 내공이 좀 충만할줄 알았던 강 모 작가가 저정도인데,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우를 당하면 다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자신에게 유리한부분만 (사실은 유리해지기는 커녕 입지만 안좋아지는) 걸치려고 하는것 같아서 , 작가들 스스로 작품외적인 부분에도 좀 생각을 쏟게 해주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그 전략이나 기획은 캡 선생님이 콜록…

  5.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몸통은 못 보고 여기 저기 적힌 글들만으로 판단하건대 ‘나에게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캡콜님을 부르자’가 되는군요.

  6. !@#… 모과님/ 위에 nomodem님이 링크하신 글에 잘 나오기는 했지만, 감정적 공방전은 다 빼고 사건만 초간단 다시 요약하자면…
    (1) 어떤 사람이 강풀 작가가 탄핵사태 당시 그렸던 “니들이 뭔데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만화에 노무현 대통령 얼굴을 이명박 당선자로 바꿔치기하고 이명박 반대자들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패러디했습니다 (제목은 “강풀만화 다시보기” 뭐 그런 비슷한)
    (2) 그 패러디의 존재를 알게 된 원저자가 심히 버럭했습니다. 강풀닷컴에서 상당히 격한 이야기를 뱉었고, 저작권 침해 운운하며 칼을 뽑았죠.
    (3) 그런데 평소에 펌과 수정을 허용해온데다가 ‘카피레프트’ 운운했던 것을 여러 블로거들 리플러들이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4) 상황은 결국 패러디한 분이 사과를 하고, 원저자는 “문제는 내 만화처럼 돌아다녀서 그런 거였다”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원래 올렸던 곳들에서는 다 내렸습니다.
    (5) 이 상황 속에서 결국 가장 뻘쭘해진 것은 자신의 취약점을 노출시키며, 대인배가 될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강풀 작가.

    …이런 일이 발생할 때는, 제1원칙: 대인배가 되자. 제2원칙: 여하튼 대인배가 되자, 입니다. 누가 내 논지를 패러디해서 그대로 역공하려고 한다, 하면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그 다음에 다시 그 논지를 비틀어서 역공을 하든, 그냥 허허 웃든, 아니면 새로운 관점을 배웠소, 감사하오를 하든. 반면에, 화를 내면 무조건 그 순간에 지는 겁니다. 특히 ‘개인’이 아니라 ‘논지’에 대한 공격이라면 더욱 더. 하지만 당장 화가 나는데 어쩔 것인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선 일희일비하지 말고 침착함을 유지하며, 캡콜닷넷에 연락을. (핫핫)

  7. 김수정선생님이 보여 주셨던 그 미덕을 체화하지 못한 거군요. 전 기본적으로 웹상의 논쟁에서는 매우 비굴해지므로 바로 버럭할 일은 없을 듯합니다. 아니 그 전에 도영형님만큼의 파급력이 없으니 애초에 그럴 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