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불법스캔에 관한 잡설.

!@#… 만화 불법스캔에 관한 capcold식 잡설. 주모씨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합니다.

!@#… 뭐가 왜 불법이다, 하는 식의 이야기는 굳이 꺼내기도 피곤하니까 넘어가겠습니다. 지금의 대처방식이 엉터리다, 라는 이야기는 주모씨님이 이미 했으니 그것도 넘어갑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불법스캔도 사실 그 속에서 여러 범주로 나누어지고, 각각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기에 약간 실용적 잡설.

1) 출판물 스캔본: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불법스캔 층과 실제 만화 독자층이 크게 겹친다고 믿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대표적인 근거없는 두려움일 뿐입니다. 연령대나 장르 취향 정도는 겹칠지 모르지만 말이죠. 첫째, 스캔 하는 사람들은 제가 관찰한 바로는, 자기 책 사다가 스캔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스캔하면 어차피 책이 거의  망가지니까요. 결국 어딘가 대여점에서 빌려온 책을 쓰죠. 즉 어차피 불법 스캔하는 사람들을 고소해도 책 사는 사람이 위축된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둘째, 그렇다면 불법스캔을 보는 사람들은 불법 스캔본이 없어지면 책을 사볼 독자들인가? 그건 반반, 모르는 일입니다. 한가지 확실한건, 불법스캔본을 못본다고 화를 내며 길길이 뛸 사람들은 어차피 ‘굳이’ 서점에 나가고 인터넷 주문을 해 가면서 그 만화책을 사볼 수고를 하는 사람들과는 무척 거리가 멀다는 겁니다.

즉, 두려움을 버리고 열심히 법대로 밀어붙이면 됩니다. 유통은 단속하고, ‘제작’한 사람은 고소하는 겁니다. 다만 고소의 경우, 고소함으로써 뭔가 물질적인 수익이 있어야 파파라치든 법무사든 뭐든 움직입니다. 적발시 상금, 고소를 할 때 요구할 합의금에 대한 기준, ‘누구를’ 고소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등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죠. 아 또한 합의금을 받아낸 것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것도 필요합니다. 그 대상이 중고생들이 대부분이라서 애매하다는 것은 변명일 뿐입니다. 중고생도 충분히 위법할 수 있고, 따라서 합의금을 낼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이 아니면 사회적 물의랄 것도 없죠.

2) 연재 번역: 국내에 아직 안들어온 외국 연재본을 받아서 번역하는 사람들도 불법적이기는 마찬가지. 매니아들이 자국에 금지된 문물을 어떻게든 접하기 위해서 자행하는 불법이야 낭만적 동정표라도 얻을 수 있지만 4-5주만 있으면 어차피 국내 잡지에서, 두어달만 있으면 단행본으로도 볼 것이 확실한 내용들을 공개적으로 뿌리는 것은 확실히 좀 이상하죠. 보통은 그 작품에 대한 애정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조급증을 키울 뿐. 이쪽은 단순 스캔과는 달리 상당한 고급 두뇌노동(?)과 포샵질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니만큼, 정중한 단속안내를 날려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제재효과가 있습니다.

3) 원서: 번역하지 않고 유통되는 연재분의 경우는 어차피 외국에서 만든 불법자료들이기 때문에 제작을 금할 방법따위는 애초에 없고, 국내 저작권 홀더의 권한 역시 한국어판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단속권 없음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어차피 그 해당 외국어(주로 일어)를 할 줄 알아야 즐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제한적이죠.

!@#… 그런데 이런 아이디어들은, 원래 그쪽(모 단체)에서 월급받고 내야하는 겁니다. 또는 월급 받는 사람들이 내주거나. -_-; 왜 ‘쥐뿔도 아닌’ 제가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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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만화 불법스캔에 관한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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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의 역할과 분담. 07/28 18:52 발파공사(valpa)

Comments


  1. [네이버덧글 백업]
    – 발파공사 – 예전에 모애니동에서도 했던 얘기지만,
    왜 독자들이 만화가 밥그릇 찾아줄 궁리를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2005/07/27 17:43

    – 주 모씨 –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그래서 아주 단순하게 불법 스캔만화 중에서 상위 1% 미만의 극악 사례를 법적 소송하자는 것이죠. 차라리 그것이 현재의 깔짝 전법보다는 본질적 효과와 목적을 달성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지요. 하지만 결국 해야 할 몸들이 안 할 때에 옆에서 흥분하기도 대략 낭패스럽답니다. 2005/07/27 22:35

    – geometron – 물자나 컨텐츠의 정상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시장에 참여하는 모두의 몫입니다. 그걸 생산자들만의 의무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도 모자라서,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에게 할 일을 떠넘기고 있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면 곤란하죠. 독자들이 만화가 밥그릇을 지켜줄 이유따위 없습니다. 지키거나 해야 할 게 있다면 “상식” 으로 충분하겠지요. 다른 사회 구성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 공존의 기본이라는 상식말입니다. 2005/07/28 03:52

    – 캡콜드 – !@#… geometron님/ 발파공사님의 발언은, 생산자들이 독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들이 하도 자기 앞가림도 못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자꾸 나설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만. 또한 정상 소통을 위한 노력이 시장에 참여하는 모두의 몫이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각자 어떤 영역을 담당해야 할지는 분명히 원래 서로 나누어져야 정상입니다. 예를 들어 출판사가 해야할 영역을 독자들이 분연히(?) 일어나서 대신 해줘야 하는 지경이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죠. 축구경기로 비유하자면, 당연히 11명 모두 열심히 노력해서 골을 넣고 이기는 게 목적입니다. 하지만 수비진이 너무 엉망이라서 11명 모두 자기팀 골문 근처에서 서성일 수 밖에 없다면 정상적인 경기는 이미 불가능. 2005/07/28 08:41

    – 발파공사 – 짧은 한 줄의 리플로 오해하시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좀 더 상세한 생각을 엮인글로 제 블로그에 적었으니, 혹시 보시거든 무지의 소치를 지적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2005/07/28 18:53

    – geometron – 원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내 행동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가” 하는 신념도 없이 스스로도 의심이 가는 행동을 계속 하는 건 시간낭비가 아닐런지요? 게다가, 축구와 비교하기에는 각자의 목적이 너무나도 판이하군요. 2005/08/01 01:18

    – geometron – 그리고, 유통/생산구조를 바로잡는 일은 어느 한쪽이 전담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알기론 전적으로 작가들의 권리를 위해서 투쟁한 순수독자는 없습니다. 독자는 독자로서의 밥그릇을, 작가는 작가로서의 밥그릇을, 출판사는 출판사로서의 밥그릇을 챙기는 거지요. 그리고 갈등은 남의 것을 넘보는 데서 시작하는 거고요. 공통의 과제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것은 합당합니다만, 그 문제를 밥그릇 차원으로 가져가는 건 “축구로 보자면” 일종의 반칙이군요. 2005/08/01 01:32

    – geometron – … 하지만, 내용 자체를 떠나서 거칠게 적어대느라 적잖이 무례했습니다. 그간의 경솔함을 사과드립니다. 이만 들어갑니다. 2005/08/01 02:04

    – 마근엄 – 딴지같아 죄송하지만…… 자기 책 사다가 스캔하는 인간 여기 있습니다. 제 돈 내고 책 사서 직접 작두질(?)해다가 스캔한 뒤 재활용종이로 내놓고 있습니다. 스캔을 위해 100만원 정도 하는 도큐먼트 스캐너 (50장쯤 걸어놓으면 자동으로 양면 동시스캔해주는 물건)을 샀습니다. 그렇게 스캔된 만화를 여기저기 뿌리거나 하진 않지만요. 스캔을 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 공간이 없어서입니다. 2005/08/06 22:43

    – 잠본이 – 정작 월급받는 사람이 되면 훨씬 사소한 문제들에 얽매여서 아이디어 낼 시간이 없게 되기 때문이겠지요. (…) 2006/02/15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