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마케팅(6) 타겟층의 미묘한 묘미 [만화규장각 칼럼]

!@#… 게재본은 이곳 클릭. 작품으로서의 만화라면 자기 하고 싶은 것 그냥 만들면 된다. 하지만 그걸로 돈을 벌겠다면, “누구의 지갑”을 공략할 것인가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늘 그렇듯, 만화 말고도 꽤 여러가지 것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항들 투성이.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마케팅(6) 타겟층의 미묘한 묘미

김낙호(만화연구가)

산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과정은 다른 여타 장치들을 모두 벗겨내고 나면 결국 하나의 기본 과정이다: 고객의 돈을 받아내는 것. 따라서 돈을 낼 고객이 누구인가를 예상하는 것은 사업설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것을 예상해야 어떤 종류의 상품/서비스를 어떤 식으로 포장해줘야 그 고객들이 지갑을 열어줄지 구상할 수 있다. 나아가 과연 자신들이 상정한 그 고객들이 그런 지불의사가 있는가, 즉 “시장성이 존재하는가”를 냉정하게 평가하여 사업방향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좀 더 복잡하게 가자면, 상품/서비스를 받게 되는 이와 돈을 주는 고객이 다른 간접수익모델의 경우 어떤 식으로 해서 전자들을 후자에게 다시금 수익성 있는 잠재적 시장으로 포장해줄지 같은 전략이 얽혀있다. 특히 만화 같은 문화콘텐츠 상품의 경우, ‘취향’과 ‘유행’이라는 엄청나게 애매하고도 늘 변하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문화적 요소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냥 직관적 확신으로 대충 때우고 넘어가고 싶은 유혹이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하필이면 소비자 조사를 등한시하고도 대성공을 거둔 애플사의 모바일 기기 같은 사례들도 있으니). 하지만 그럴수록 가장 기본적인 토대에서부터 생각을 다져야할 필요성이 있다.

예를 들어 만화산업에서 흔히 고정 타겟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겨져온 아동층, 청소년층을, 사업적 의미에서 타겟층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흔히 하는 기존 히트작을 중심으로 시장규모를 예측한다든지 하는 것은 워낙 기본적인 요소인 만큼 여기서는 논의를 생략하도록 하자. 그렇다면 우선 그들의 문화소비 특성을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연령층은 경제규모는 물론, 경제적 자기결정권마저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문화콘텐츠 상품이라는 것은 자기 취향에 매우 부합하거나, 학교나 기타 또래집단의 선호 압력이 강하기 때문에 기를 쓰고 추구하는 것에 국한된다. 물론 대형히트는 후자에서 나오고, 많은 이들은 후자를 전자로 착각하는 상태에 쉽게 돌입한다. 하지만 취향 개발을 도모하는 것에 인색한 한국의 교육과정이나 사회분위기 속에서 실제로 개인적 장르취향이라는 보다 복잡한 문화향유의 경지에 도달하는 인구는 특히 청소년층에서라면 결코 많을 수 없다. 즉 단순화시켜서 말하자면 청소년 타겟층을 공략할 때는, 장르취향을 중심에 놓고 접근하면 적어도 상업적 잣대로는 실패의 지름길이고, 또래집단의 대세화를 이룰 수 있을 법한 어떤 특정 요소(소재든 주제든 전개의 ‘룰’이든)를 중심으로 제작과 마케팅의 틀을 짜야한다는 것이다. 슬램덩크가 한국에서 히트를 친 것은 딱히 소년만화에 대한 장르취향이라기보다는, 당대 국내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농구라는 소재의 매력과 캐릭터성 강한 또래 친구들의 협력과 경쟁에 의한 성장담이라는 전개방식에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연령으로 내려갈수록, 향유자의 취향과 물주의 선택 사이에 틈이 발생하곤 한다. 아동만화 시장에 소위 ‘학습’만화들이 그토록 넘쳐나는 것을 생각해보자. 학습의 탈을 쓰지 않고 그냥 어린이 눈높이와 취향에 맞춘 모험만화는 아이가 자신의 취향 때문이든 또래집단 압력 때문이든 스스로 강력하게 조르지 않는 한은 선택되지 않는다. 아이의 취향 따위는 대체로 고려하지 않는 평범한 부모들이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경우는 아이가 목숨 걸고 조르도록 만들거나, 부모가 혹할 정도의 학습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상업적 성공을 위한 선택지다. 어중간한 방향성은 그 레드오션 시장의 극심한 격렬함 속에서 앗 하는 순간에 사장된다. 유감스럽게도 종종 특정 코드에 목숨 걸거나 과장된 학습성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 경우에 많은 ‘좋은’ 작품들이 속해 있곤 하지만 말이다. 일례로 학습성과 모험 이야기성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으며 세대를 초월하고 묶어주기까지 하는 거의 이상적인 아동만화에 가까운 『맹꽁이서당』이 지금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가.

타겟층 파악에서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 가운데 하나는, 목소리의 크기와 시장성을 혼동하는 것이다. 뚜렷하게 장르 선호가 있는 이들이 발언을 하면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리기 때문에, 자칫하면 그들의 규모를 과대평가하기 쉽다. 예를 들어 BL소재 야오이물에 대한 선호가 강한 속칭 ‘부녀자’ 청소년들이 전체 청소년 사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한 그들 가운데 호기심이 아니라 정말로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제대로 자기 취향을 추구하겠다는 이들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하지만 만화애호 커뮤니티 안에서 그런 취향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그 존재감에 현혹되어 실제 소비규모를 파악하기보다 잠재력만 믿었다가는 상업적 성공을 이룰 수 없다. 비슷한 예로, 소수의 열성적 지지에 기반한 프리미엄 상품 중심의 오타쿠 시장이 제대로 성립된 적 없는 한국에서 오타쿠적 ‘취향’만을 충족하는 작품으로 수익을 내기란 어렵다. 현존 타겟층을 과대평가한 것이거나, 이 작품으로 인하여 타겟층이 저절로 더 커질 것이라는 순진한 상상을 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타겟층 구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냉정한 평가와 함께, 바로 백업플랜이다. 메인 타겟 외의 서브 타겟들을 상정해야 하며, 그 관계가 바뀔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당초 중점적으로 공략한 타겟에게 먹히지 않을 때 혹은 그 타겟에서 원하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미리 계획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운이 따라주기도 한다. 소년만화 라인업에서 적당히 수많은 작품 가운데 하나로 발간되었던 『신의 물방울』이 기업 간부급 중년을 포함한 성인남성들에게 히트를 친 것은, 애초부터 그들을 노린 대단한 마케팅 요소를 부여하고 출간해서가 아니었듯 말이다. 물론 그렇게 히트를 친 것으로 판명나자, 출판사는 와이드판, 와인박스모양 세트 등 그런 마케팅(즉 중년 남성 특유의 “양장본 중심 서가 과시” 허영)을 포함한 상품을 발빠르게 새로 만들어냈지만 말이다.

타겟층 조사에는 왕도가 없다. 그저 몇 가지 기본 요소들이 있을 뿐이다. 첫째, 노리는 층과 많이 소통해보아야 한다. 포커스그룹의 형식이든, 사연 모집이든, 개인적 관찰이든 충분히 포괄적으로 많이 해야 한다. 그 노리는 층의 생활패턴과 사고방식이 이해가 될 때까지 말이다. 둘째, 돈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 이 작품에 사람들이 열광해주면 성공이다, 라는 생각은 곤란하다. 산업적 의미에서 타겟층 파악과 공략이란, 그 작품으로 내게 돈이 굴러 들어와야 비로소 성공이다. 셋째, 희망은 최대한 버려야 한다. 상정한 타겟층의 현 상태를 넘어서는 대성공이란, 우연이다. 상정한 타겟층 내에서조차 최대한의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싶다면, 백업플랜을 열심히 짜라. “A층이 실패하면 바로 B층을 공략하겠다”로 사업의 지속성을 생각하라.

 

*이전 연재분 링크:

10. 마케팅(5) – 공익마케팅
9. 마케팅(4) – 간접수익을 위한 마케팅
8. 마케팅(3) – 정체성이라는 가치부여
7. 마케팅(2) – 전염 마케팅
6. 마케팅(1): 대세 만들기와 그 어려움
5. 창작을 판매하기 (하)
4. 창작을 판매하기 (중)
3. 창작을 판매하기 (상)
2. 상품과 판촉(下)
1. 상품과 판촉(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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