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란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 Interstellar’라는 크고 아름다운 영화의 몇가지 ‘구멍’들에 대한 약간의 생각들. 블랙홀 말고, 이야기상의 구멍들. 당연히 스포일러 만땅.
!@#… 먼저, ‘플롯 구멍’으로 꼽힌 것들은 대체로 조금만 설정 더 보충하면(장르 관습으로든 상상으로든) 그럭저럭 메꿀 수 있다. 다큐는 당연히 아니지만, 별 무리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
– 우주기술이 그리 발전했는데 지구에서 구식 3단분리 로켓으로 이륙하다니: 그게 가장 싸니까.
– 인간들은 문제투성이인데, 그냥 로봇들만 보냈어야지: 영화 내적 설명은 ‘임기응변’의 필요성 때문인데, 별로 좋은 설명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 동네가 인간의 문제를 과소평가하는 성향이라는게 포인트. 일류과학자가 설마 핵심 데이터를 조작하겠어황우석.
– 왜 자연재해 쩔고 군대도 해체되었는데 인간사회는 폭력과 약탈로 뒤덮이지 않았나: 주인공이 사는 곳은 그럭저럭 먹고 사는 마을인가보지 뭐.
– 왜 나사는 쿠퍼가 스스로 찾아올 때까지 그런 유능한 인재를 스카웃하지 않았나: 그 세계라면 사실 농부가 엄청 중요한 직업이니까 웬만해서는 빼내오기 힘들지 않겠나.
– 나사 입사하자마자 별다른 훈련도 없이 바로 이륙인가: 영화는 실시간이 아님. “1년 후”라는 식의 자막을 넣는 직접적 방법도 있겠지만.
– 가족 소식은 블랙홀 너머로 주고받으면서, 행성에서 보내오는 데이터 신호는 못받아서 그 난리인가: 그 팀 보내놓고, 그간 기술이 발달했음. 이쪽에서 보내는 장비가 그쪽에서 보내는 장비보다 훨 우수함. 기타등등 설정을 붙이면 됨.
– 블랙홀을 어떻게 중력에 박살 안나고 통과했는가: 했다고 칩시다 좀.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었나보죠.
– 첫번째 행성은 그리 블랙홀에 가까운데 어떻게 그런 상태일 수 있는가: 이 영화의 특징은 천체물리학의 개별 메커니즘은 받아들이되 스케일은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만큼씩 대체로 무시한 것(그래서 ‘하드SF’로 칭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음). “거대한 중력원 가까이에 있으니 “시간이 느려진다”는 메커니즘은 활용하고, 1시간=7년이라는 거대한 시차가 발생하려면 중력으로 다들 박살난다는 실제 계산은 무시함. 하지만 그 정도 과장은 그냥 무협물에서 칼 한번 휘두르면 대지가 갈리는 것 보는 셈치고 봅시다. 아, 빛과 열은 블랙홀 주변으로 응축된 광원에서 얻는다고 칩시다.
– 닥터 만은 여기 망했으니 그냥 날 구조해달라고나 하지 왜 끝까지 구라를 쳤나. 그걸 주인공들은 왜 또 제대로 검증도 안하고 살만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 믿었나: 닥터 만은 자존심 + 정신나감. 과학자 히어로의 데이터 위조를 의심하지 않음.
– 5차원 외계인인지 미래인류인지 뭔지 하는 존재들은 왜 블랙홀도 열어놓을 힘이 있으면서 걍 처음부터 중력활용 모스코드로 통일장 공식이나 전달해줘서 플랜A로 가게 돕지 않았나: 초월적 존재가 인류가 스스로를 구하도록 지켜본다는 것은 기독성서 창세기부터 이어지는 테마. 그런 그들이 왜 쿠퍼한테는 결국 치트키(테서랙트)를 줬는가 또한 그런 방향에서 친숙한 신화적 클리셰.
– 두번째 행성이 벌써 그런 얼음행성인데 한참 더 멀리 있는 세번째 행성이 더 살만한 기후라니: 각 행성의 졸라 추운 곳, 졸라 뜨뜻한 곳에 정착했나보지 뭐. 대기구성이나 기타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다고 설정할 수 있습니다.
– 그간 지구에서 80여년이 더 지났는데 왜 인류는 브랜드(여) 박사를 그 별에 그간 혼자 놔뒀는가: 우주콜로니 띄우는게 한 100년동안은 우선순위라고 판단했나보지 뭐. 그쪽 행성도 나름 블랙홀 태양계라서 지구보다 시간이 훨 느리게 흘렀으리라 계산했든지, 이유야 뭔가 지어내면 되고.
!@#… 반면, ‘감정 구멍’은 대체로 수습불가. 즉 왜 저 인간들은 정서가 그 모양인가스러운 것들. 감정이란게 워낙 별별 경우가 있으니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지만, 드라마적 이입은 깨끗하게 망하는 부분들. 놀감독에게 섬세한 감정선 전달 같은걸 바라지 말지어다 – 영화에서 love라는 대사가 나올때마다 묵음처리한 편집본이 향후 출시되면, 별 반 개를 올려주고 싶다.
– 쿠퍼가 우주로 나가려는 감정 동기가 너무 약하다. 딸을 보려고 우주를 거슬러 돌아올 생각을 하는 아버지가, 고작 다음 세대의 인류 어쩌고를 위해 딸과 평생 헤어질 것을 감수한다고? 걍 “우주에 가고 싶은게 가고 싶은거지 무슨 이유가 있어!”가 나았으리라 본다.
– 쿠퍼는 딸은 그리 애틋하면서 아들은 하나도 안 보고 싶어하는가. 정작 아들은 불행 속에서도 아버지가 돌아올 가족의 터전까지 묵묵히 지키고 있구먼.
– 브랜드(여)는 아버지에 대해 어찌도 그리 소쿨한가. 데이터보다 사랑이 우월하다 진지하게 주장할 정도의 멘탈이면서,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은 심지어 부고 소식을 받을 때도 어찌 그리 미미한가.
– 쿠퍼는 브랜드(여)에게 대체 언제 연애선을 탔는가. 브랜드가 에드먼즈 없이 그 별에 홀로 있다는 사실이야 중간에 역사공부라도 해서 알게 되었다치자. 둘이 연애심을 키울 계기도 복선도 쥐뿔도 영화 내내 계속 없잖아.
– 쿠퍼(딸)은 왜 애먼 옥수수밭에 불지르고 난리인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다며 그들의 터전을 거덜내는, 실로 거친 쏘울의 소유자. 라즈알굴인줄 알았다.
!@#… 영화에 대한 개인적 총평은 “SF를 즐기는 입장에서 표현도 전개도 무척 즐겁게 봤다, 하지만 명작SF 일반은 물론이고 놀란 감독 자신의 전작들도 즐겨 담아내는 ‘인간과 인간사회에 대한 성찰적 화두’는 너무나 얕아서 심심했다” 정도. 사랑이 우주적으로 짱먹는 에너지다 정도의 화두라면 리얼리즘의 외피보다는 ‘제5원소’의 뻔뻔한 호쾌함을 시전했어야 했다고 봄. 아니면 거꾸로 스필버그식으로 온갖 가족적 사랑으로 점철하거나. 하지만 TARS가 있으니 무한까방권.
PS. 어차피 지구를 떠야할 이유를 만들기 위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저렇게 된 지구 세상을 무대로 한다면 왠지 농축업과학자들의 분투를 그려내는 작품을 만들어야할 것 같다.
PS2. 엔딩의 이해: 조장이 현지 답사로 모은 – 사실은 코딩알바생이 모아서 전해준 – 데이터를 똘똘한 조원에게 카톡으로 밤새 쏴준 후 장렬하게 뻗었다가 깨어나보니, 발표는 성공리에 끝나있더라. 그런데 같이 답사 갔던 조원은 딴 강의실에 뻘쭘하게 덩그러니 홀로 기다리는 어떤 조별과제의 슬픈 전설.(와이프님께 영감 얻어 재구성)
PS3. 반다이는 MG등급으로 TARS님을 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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