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고라 3명 ‘인터넷 여론’ 조작” 기사를 통해 드러난 경찰의 간쓸개이탈형충성™과 중앙공작소의 아싸한건올렸다정신™이 좀 화제다(클릭). 뭐 기사 제목부터 인터넷 여론은 고작 3명이 좌우할 수 있는 구라덩어리이며, 아고라가 좀 원흉이며, 조작이 횡행한다는 의미가 촘촘히 담긴 제목 되겠다. 그런 악의적 의도가 아니라 그냥 팩트 보도라고 주장하기에는 좀 너무 노골적인 것이, 만약 그랬다면 팩트 그대로 추천수 조작으로 가고, 인터넷 여론이 아니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으로 이야기했겠지. 그리고 평범한 기자와 데스크라면 이 사건의 진정한 뉴스가치가 웬 찌질한 넘들이 추천수 조작이나 하는 잡범질보다는 경찰이 이 사건을 자의적으로 중대하게 취급하고 나서서 여러 달 동안 열심히 추적했다는 대형 코미디에 있음을 포착해줬겠지.
하지만 고작 “우와 이런 나쁜 신문!”을 외쳐봤자 별반 큰 소용은 없다. 그들이 규정한 언어, “인터넷 여론 조작”을 깨면서 다른 더 좋은 틀을 짜서 무력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경찰, 다음 아고라 추천수 조작 수사 논란” 이라든지 말이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약간 그런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도 좋겠다. 상대를 깔 때 쓰는 공격의 수사법 말고, 상대의 담론공격을 무력화하는 언어 만들기.
!@#… 너무 개념적으로 시작해봤자 좋을 것 없다. 예를 들어 최근 종종 튀어나오고 있는 ‘상습시위꾼‘ 이라는 용어를 보자. (클릭) 두 말 할 나위 없이, ‘상습시위꾼’이라는 용어는 특정 진영의 전략적 용어 선택이다. 시위를 자주 하면 잘못된 것이며 심각한 문제라는 식으로 부정적 포장의 효과가 있기에, 시위에서 자동적으로 사회불안의 이미지를 연상하고는 무한한 반감이 자극되는 나름대로 유서 깊은 한국형 혐오조건 루트 발동에 딱이다. 그게 그렇게 싸잡아서 부정적으로 들리게 하는 용어인가 의심이 가시는 분들은, 가깝게 연상되는 단어 ‘상습도박꾼’을 생각해보기를.
하지만 시위를 통해서 자신의 사연을 소통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차도 점거를 핑계삼아 그저 막연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폭력적으로 해소하려는 악성 인자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양한 이들로부터 비롯된 시위일수록 참여자의 다양성의 폭도 더 넓기에, 투철한 신념과 보살의 마음을 지닌 이들부터 쇠빠이쁘로 전경버스 두들기는 게 그저 신나는 멍청이들까지 다 있기 마련이다. 뭔가 그런 시위현장만 있으면 핑계삼아 나가서 이놈의 망할 세상을 외치며 폭력으로 자기 스트레스나 푸는 한심한 족속들이 몇 명이라도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물론 정상적인 사회라면 그들에게 조직의 쓴 맛을 보여주는 것이 합당하고). 실제로 그런 부류가 있는 한, 자꾸 그넘들의 이미지로 시위 전체를 색칠해서 통째로 시위꾼들은 다 족쳐야된다며 시위 자체를 폄하하는 족속들에게 대항하겠답시고 “그런거 아님, 마녀사냥임”이라고 부르짖어봐야 도움이 안된다.
!@#… 자고로 “적들의 담론 전략”(즉, 어느 진영이든 상대를 공격할 때 이런 방식을 자주 쓴다)이란 실재하거나 실재한다고 받아들여지는 부정적 인자들을 이쪽의 정당한 행위와 뭉뚱그려서 한꺼번에 ‘나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서 음모를 부르짖고 그들의 용어를 그대로 받아서 사용하면서 그게 과장이라고 사실은 저 넘들이 나쁘다고 저항을 하든 어떻든 뭐 되는 것이 없다. 아니 저항하는 만큼 상대의 주장만 더 돋보이면서 본격적으로 말려든다(뭐 이런 이야기는 레이코프의 코끼리책이 한국의 정치 호사가들 사이에서 좀 히트한 이래로 수도 없이 퍼졌지만).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capcold라면 상황 자체를 보다 정밀하게 만들어서 상대가 던진 두꺼운 의미를 벗기고, 좀 더 세련되고 객관적인 이미지를 풍김으로써 우월간지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이 나름대로 모범답안이라고 본다. 대략 이런 과정이다:
1) 실재하는 부정적 인자가 있다면 확실하게 특정화하여 왜 부정적인지 인식틀을 짠다.
2) 상대가 깎아내리려고 하는 이쪽의 본질적 행위는, 분리해서 중립적 가치를 부여한 어휘로 정한다.
3) 본질적 행위의 어휘와 분리된 부정적 인자를 특정화한 어휘를 병렬시킨다.
그러니까, 적용하면 이런 것이다.
1) 실제로 우루루 몰려들어 폭력질은 하는 넘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들이 부정적인 이유는 의미 없는 사적 폭력행위를 통해서 시위의 본래 목적에 똥칠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위 동참을 빙자한, 본래의 시위대에 대한 ‘사기‘다.
2) 시위라는 민주사회의 일반적 소통행위와 그들을 분리한다. 즉 부정적 방식으로 임의로 결합시키지 않도록 ‘시위‘라는 단어를 떼어놓는다.
3) 잘 결합해본다. “시위 사기꾼“. “폭력성 사기시위자“. 뭐 이런 풍의 어휘 가운데 가장 뭐 있어 보이는 것을 골라서 열심히 사용한다. ‘시위’는 상대적으로 중립적 위치로 보존하고, 사기꾼, 폭력성 사기 등의 부분을 통해서 부정적 행위를 특정짓는 방식인 셈이다.
!@#… 프레임이 어쨌느니 진보의 언어로 말해야한다느니 원론에서 공회전하고 있어봤자 뭐하겠는가. 패턴을 만들고 전략을 추진하고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떡밥과 단서, 한마디로 소스코드를 열어줘야지. 별로 관심 기울일 만한 이유도 없을 법한 작은 어휘들 같지만, 이런 것들이 쌓여서 결국 세계관이 된다. 이런 쪽으로 전담하는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도 모자란 세상이고, 그런게 바로 담론전략, 특히 미디어 전략에서 해야할 일들이다. 진보성향을 표방하는 언론일수록 당위에 대한 지사정신으로 적들을 향해 근근히 돌격하기 바빠서 도대체 담론의 방어 개념이 없다. 적들을 까는 공격력도 필요하겠지만, 들어오는 담론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는 – 즉 부정이나 반격이 아니라, 문제는 문제대로 특정화한 후 악의적 화살만 무력화시키는 공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좀 머리 속 기어를 돌릴 때가 되었다.
—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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