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소통 특집기획을 읽고, 몇가지 소통 단상

!@#… 경향신문의 소통 특집 기획코너가 최근 실렸다. 신영복/박원순/윤여준 대담 이외의 다른 꼭지들이 크게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가 없고 어째서 이 토픽에 대해서 훨씬 디테일하게 천착해온 강준만이 대담이나 기고에 들어있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혹시 계속 진행될 기획인지도 모르니 기획의 품질에 대한 평가는 유보. 다만 대담은 확실히 읽어둘 만 하고, 대담에서 언급되는 내용들과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한 단상은 간단히 메모해둔다.

불통의 이유: 권위주의, 승자독식, 성장에 대한 집착 등 여러 이유들이 제기된다. 중요한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서는 인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가장 크게 볼 때, 사회든 개인이든 소통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뭘 할 수가 없을 때 비로소 소통을 한다. 즉 불통의 근본적인 이유는, 소통하지 않아도 권력을 장악하고 행사하는 것에 별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소통도 다른 모든 사회적 절차나 장치들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당위가 아니라 시스템적 조건으로 만들어야만 작동하게 되어있다. 필요하면 도덕적 당위마저 시스템적 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정신구조를 걱정하거나 미디어통로를 하나 두개 더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제도 자체를 하나씩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백날 해봐야 제자리 걸음이다.

이념/명분의 과잉: 이념과 명분의 과잉이 아니라, 이념을 표방한 간판만 과잉이고 실제로는 과소의 극치다. 마치 너도나도 한국의 엄청난 교육열을 이야기하지만 기실 대다수가 추구하는 것은 지적 수련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오롯이 ‘입시경쟁에서 승리하기’ 하나이듯 말이다. 만약 이념의 논리적 완성과 명분의 사회적 합치성을 정말로 과잉으로 보일만큼 열심히 추구했더라면 개발독재를 그리워하는 자칭 ‘보수’는 있을 수도 없고, 종교단체화하는 주사파가 ‘진보’ 운운하는 일이 생기겠는가. 이념과 명분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토론의 전문성과 일반성: 실제 필요한 것은 여러 층위들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서로 교류하는 것 – 즉 교류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 그렇게 해서 전문적인 이야기의 대중적/일반적 함의가 풍부하게 유통되고, 다시금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살이 붙어서 전문적 정책으로 가게 만드는 생태계다. 그렇기에 여러 전문성과 대중성 층위 사이에서 교량역할을 해주는 저널리즘의 역할이 중요한데, 통번역이 그렇듯 양쪽 언어 모두에 능숙해야 그런 것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언론사도 지원기구도 교육기관도 기자들의 개별 분야 전문성엔 투자 안하잖아? 덤으로, 긴축하면 외부전문가 연재부터 줄이잖아? 굿바이, 소통.

그래도 역시 담론적 접근으로 소통을 회복시키고 싶다면: 민주주의는 소통 없이는 굴러가지도 않을 뿐더러, 소통을 안하면 애초에 민주주의 같은 거 굳이 할 필요조차 없다는 걸 직면시켜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치 그냥 학교에 기계적으로 다니며 겉으로는 적당히 점수도 따는 청소년에게 제대로 인생상담을 하려면, 넌 무슨 공부를 하고 싶냐 아니 애초에 공부를 하고 싶기는 한거냐 물어보듯. 그냥 때리지 않고 떡고물 많이 떨어트려주는 “어진 왕”을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진짜로 민주주의를 해보고 싶은건지 바닥부터 다시 서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일종의 전사회적 민주주의 재교육이라는 거대한 담론 프로젝트. 아, 물론 이번 정권에서는 거기까지 하는 건 심하게 무리. 다만 결국은 그런 크고 아름다운 덩어리가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조금씩 밑밥을 뿌려보는 정도겠지.

!@#… 그런데 애시당초 capcold식의 이런 팍팍한 발상은 과연 시민 일반에게 제대로 소통될 수 있을까. 메타의 저주라는 것이 결국 메타를 통해 들어와 실시간으로 지지해주는 경우가 희박함을 의미한다는 간단한 상식만 떠올려봐도, 좀 많이 요원한듯. (핫핫)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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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경향신문 소통 특집기획을 읽고, 몇가지 소통 단상

Comments


  1. ‘그냥 때리지 않고 떡고물 많이 떨어트려주는 어진 왕’ 이란 표현, 무지 맘에 드네요. 그러니까 그 표현말이죠.

    마지막에 말씀하신 고민과 관련해서.
    (a) 전문-일반의 교량적 역할을 (b) 좀더 똑똑하고 (c)재미있게 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메타서비스 혹은 movement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 요새 많이해요.

    movement와 관련해서.
    (1) 한국 웹생태계 지도그리기, (2)여론확산경로분석, 그리고 이 두가지에 기반한
    (3) 재치있고 효과적인 ‘아이디어의 캡슐화’ 및 (4) 캡슐생성-전달자간 수직적/수평적 연대형성
    만 어느정도 수준 해놓으면 메타의 저주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과(2)의 체계화가 무르익으면, (3)에 능하신 capcold님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하시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합니다.

    뭐. 최소한 이런 공상, 즐겁다 이거죠^^

  2. !@#… advantages님/ 제가 지어내고도 그 표현 맘에 듭니다(핫핫). 뭔가… 원초적 욕구의 느낌이 좋아요. // 저도 자리 잡고 연구 투자 받고 좋은 파트너들 만나서 (1)과 (2)에도 기여해야죠. 확신하건데, 그 과정에서 advantages님의 중요한 조언 어떤 식으로든 계속 받아먹을 것 같습니다.

  3. !@#… 시바우치님/ SOUND ONLY 가 쓰여있는 모노리스로 대담에 참석하는 모습이 순간 떠올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