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9” 단평.

!@#…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이라는 저예산 SF영화. 피터잭슨 사단 제작이니, Blomkamp라는 듣보잡 신인감독을 발탁했더니 엎어진 ‘HALO’ 영화판에 대한 설욕이라느니, 뚜껑을 열고 보니 지금 미국 평단과 SF팬들이 뒤집어지고 있는 중이라느니, 남아공 출신 감독이 남아공 무대로 차별을 이야기한다는 화제성 어쩌고 하는 수식어들. 하지만 그 전에, 그냥 기본 설정만 따라가도 뭔가 감이 잡히리라. 설정조차도 스포일러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뭐… 결론으로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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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개봉 포스터. Copyright © 2009 by TriStar Pictures.

1) 외계에서 거대한 우주선이 내려와 어느 도시의 공중에 떠있다고 치자.

– 그 동네 사람들은 우선 두려워하다가, 강제로라도 접촉을 해보겠지.

2) 그런데 공포의 침략자가 아니라, 혼란에 빠지고 뭐가 뭔지 모르는 듯한 영양실조로 쓰러져가는 외계인 난민 1백만이 있다.

– 인도주의적 조치 내세우면서 데려오고, 우주선 근교에 난민검역소를 만들겠지. 그러면서 동시에, 외계인들의 기술력을 취득해서 이득을 보려고 하겠지.

3) 그런데 도착한 외계인들은 과학자가 아니라 일자무식 일개미과다. 다시 우주선을 작동시켜서 어딘가 가버릴 능력이 없다. 우주선에서 발견한 막강한 외계병기들의 경우 바이오테크로 움직여서 외계인DNA로만 작동 가능.

– 결국 체면을 유지하려는 국제단체와 기술을 노리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와중에 장기정착모드. 난민검역소는 난민촌이 되고, 인근의 인간 대도시와 관계. 그렇다고 인간사회에 완전히 섞이기에는 지나치게 이질적인 신체, 언어, 문화, 그리고 큰 쓸모 없는 저급노동력. 노골적 종차별 발생. 서로에 대한 불안감 속에 종간 범죄 같은 사회불안 요소 증가. 인간 갱단 주도의 각종 불법시장 성행.

4) 그런데 그렇게 어느덧 20년이 넘게 지나서 사회문제가 곪을 대로 곪는다.

– 정부가 기업을 고용해서, 그들이 나름대로 정착해서 살고 있는 난민촌을 철거하고 대도시에서 200킬로 떨어진 곳의 새 주거단지(그러니까, 강제수용소)로 몰아내고자 한다. 외계인들은 조직화된 저항을 할 정도로 교육수준이나 사회화를 습득하지 못했다.

!@#… 이런 살벌무쌍한 현실감의 설정을 영화에서 고작 시작 10분만에 다큐 형식으로 전달하는데 성공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10분 정도 더 할애해서 현장실황취재 방식으로 철거과정에서 주인공이 당하는 어떤 ‘사고’를 보여줘서 이후 극 전개의 장을 열어내고, 이후 전개는 시속 300km. 사회화된 차별과 편견에 대한 주제의식의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 지난 수년간 본 가운데 가장 끝내주는 SF총기의 향연과 장착형로봇병기 액션이 펼쳐진다면 어떨까. 매트릭스 1편 이래로 가장 만족스러운 엔딩으로 마무리.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다:

– 초반 20분의 동요병(motion sickness)를 버티고 나면, 1시반 반짜리 SF걸작을 목도할 수 있다. (키미테를 붙이거나, 관람전에 1인칭 슈터로 수련을 좀 쌓거나)
– 현실감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플롯상의 구멍이 구멍으로 느껴질 겨를이 없다.
– 사람은 종종 극악한 상황일수록 비열함과 이타성이 오락가락한다는 것을 납득하기 힘든 초딩들에게는 비추(아니 애초에 관람등급이…).
– 이민자 차별, 강제철거 문제들이 있는 나라라면 어디서나 자기 사회를 이입해볼 수 있을 듯. 당연히 한국 포함.
– 기존 걸작 SF의 영향(Alien Nation이라든지)이야 훤하지만, 공포영화들의 뿌리도 꽤 깊어보임. 피터잭슨의 ‘고무인간의 최후'(Bad Taste) 포함.
– 트포2 한편 만들 돈이면 디스9 6편을 만들 수 있다.
–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히트칠 가능성 미미. SF팬들은 미칠 가능성 상당. 즉 한국개봉시, 내린 후 후회말고 첫 주 관람 권유.
– 이공계 인재의 중요성. (백수십만 가운데 둘이라니이이이)
– ZOIDBERG. (아는 사람만 아는 개그)

*예고편: Youtube
*영어공식홈(바이럴): http://www.d-9.com/
*한국어공식홈:
*위키: http://en.wikipedia.org/wiki/District_9
*영화의 모태가 된 Blomkamp감독의 단편: Alive in Joburg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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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thoughts on ““디스트릭트 9” 단평.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Nakho Kim

    근래 최강의 무게감을 준 SF영화, ‘디스트릭트9" 단평. 한국에는 9월쯤 개봉예정이라 함. http://capcold.net/blog/4394

  2. Pingback by Jinjoo Choi

    ‘무게감’과 ‘SF’라는 두 단어의 조합→한국 흥행 가능성 제로라는 결론 도출 RT @capcold: 근래 최강의 무게감을 준 SF영화, ‘디스트릭트9" 단평. 한국에는 9월쯤 개봉예정. http://capcold.net/blog/4394

  3. Pingback by 구피

    District9… 신선한 줄거리의 이 영화, 기억해 놨다가 꼭 봐야겠다. http://www.d-9.com/ http://bit.ly/15vVXV http://bit.ly/hefNd

  4. Pingback by 떼루

    district 9 이 trending topic에 떴네요. 무지 기대되는 영화!!! 소개는 @capcold님 블로그에서… http://is.gd/2yXQs

  5. Pingback by guitarlogy's me2DAY

    바이의 느낌…

    District 9 단평, 그리고 트레일러…

  6. Pingback by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2009)…

    ⓒ Key Creatives, QED International, WingNut Films 무시무시하다. 억! 소리가 절로 나온다. 힘이 넘쳐난다. 온몸이 저릿하고 들썩인다.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 닐 브롬캠프와 피터 잭슨이 야심차게 들고 나온 신작 을 놓고 하는 수식어들이다. 분명 놀라운 건, 이 오만 가지 수식어가 각자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한데 뭉쳐 놀라움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 외계인들의 사투……

  7. Pingback by Image Generator

    District 9, "MUST-SEE" ★★★★★x2…

    * 이 리뷰에 사용된 포스터와 스틸 컷은 소니픽쳐스에서 공식 배포한 것만을 사용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음. 다른 할 말은 없다. 반드시 봐라! 안 보면 후회한다. 반드시 봐라. 꼭 봐라. 당연히 봐야 한다. 이 밑으로 이어지는 리뷰는 사족이다. 그냥 닥치고 영화나 보면 된다. 다만 영화를 볼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래의 리뷰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기 바란다. 밑으로 이어지는 글은 영화의 내용을 미리 짐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함…

  8. Pingback by 떼루

    @lambpi 캡콜님 단평 읽어보삼… ㅋㅋ http://is.gd/3AIGr

  9. Pingback by 벙어리새의 상념저장고

    디스트릭트 9, 인종차별에 대한 불편한 진실…

    외계인이라는 허구적 소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현실성을 부여한 ‘디스트릭트 9’은 결국 인종차별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결코 영리하지 않고, 마치 짐승과 같이 본능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외계인은 인간보다 미개한 동물로 인지시킨다. 영화속 인간들은 외계인을 짐승취급하며 합법적으로 살인과 인권유린을 자행한다. 외국인들에 대해 경계심을 한번쯤 가졌던 우리들도 자유롭기 힘든 불편한 진실. 하지만 사실 왠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

Comments


  1. 엇, 그러고 보니 정말 Zoidberg…!
    주인공의 변화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처음엔 ‘참 주인공같지 않은 인상이다’ 생각했는데… 머리가 한 번 헝클어지니까…
    얼결에 속아서(?) 연기하게 된 거라던데 참 대단하더군요.

  2. !@#… Semilla님/ 미리가 헝클어지자 그 정도인데, 콧수염마저 깎았더라면 가히…(핫핫) // 쓰레기를 뒤져먹고 적당히 우둔한 갑각류 해산물 외계인. 옙, 이제 몇백년만 지나면 그 세상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겁니다!

  3. 우주선 속의 외계인들이 일자무식 일개미과라고 하신 부분에서 Wall E에 나오는 우주선 안의 순딩이 지구인(후예)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사람들이 다른 별에 불시착해서 푸대접 받는다고 생각하니 이 영화에서 외계인들이 무력했던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네요….;

  4. !@#… Semilla님/ 짱드셈. (-_-)b 아아 액시엄호가 기기이상을 일으켜 중앙컴과 로봇들이 꺼진 상태에서 몇개월동안 우주를 헤매면서 영양실조에 걸리고, 실제 자기들의 기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고, 컴에 저장한 정보가 없으면 별다른 사회조직을 만들어 상황에 대처할 만큼의 지식도 없고… 절망이 자포자기에 이르렀을 때 낯선 별에 불시착. 그곳에 그들을 맞이한 건 해산물 외계종족들이었으니… (커헉)

  5. 예전 드라마 Alien Nation 하고는 좀 다를라나요?
    그때도 종간 범죄, 차별 등등 이것저것 다뤘던거 같은데..
    마지막에 어떻게 끝났는지는 기억에 없네요 ;;

  6. (알고보니 퓨처라마 프리퀄이라던가…아무튼 상당히 기대되네요)

  7. 오오, 예고편 보고 기대했는데 더욱 기대가 가는군요.
    덧붙여 외계인 난민들이 운영하는 형식의 블로그 등 홍보도 상당히 나이스~

  8. !@#… 여울바람님/ 다만 윙넛필름 같은 굇수스튜디오가 그만큼 더 많이 있어야 가능하겠지만서도 말이죠.

    kall님/ 묘사하는 현실의 험악함/추악함에 있어서, 디스9가 시사2580이라면 Alien Nation (물론 명작이라 생각하지만)은 뽀뽀뽀였습니다.

    dd님/ 영화잡지들의 소문에는 9-10월경이라고 들었습니다. 정통 추석 가족영화 시즌인거냐 OTL

    네이탐님/ “Lives up the hype” 라는 평가 그대로입니다.

    시바우치님/ 아마 한국에서는 그 바이럴 마케팅을… 당연히 생략하겠죠. 한국에서도 영화홍보에 돈 많이 쓰고 있는데, 단순히 매체광고 폭격과 이상한 투어행사 말고 이젠 좀 21세기적 재미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9. 애초에 관람등급은 정신연령이 아닌 신체연령만 걸러낸다는 한계덕에 ‘정신연령이 저질임’을 나타내는 초딩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죠 ㅠ.ㅜ

  10. !@#… mike님/ 옙 그 결과는 보통… 개봉 1주일만에 막 내림 (핫핫)

    언럭키즈님/ 한국서는 대충 로봇열광으로라도 흥행을 시켜보겠다고 중학생 관람가쯤 만들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폭력에는 또 무지 관대…

  11. 잠깐 미국에 다녀오는 동안 본 거지만, 마케팅 하나 정말 재밌게 잘 하던데 역시 한국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건가요… ㅇ<-< 도시의 벤치에 "인간만 앉으시오" 라고 써있는 거 보고 바로 정보를 알아보게 된 작품인데. 뭐 어차피 이런 마케팅에 혹할 만한 SF팬들이라면 알아서 영화관 찾아가서 보리라 기대해 봅니다. :D

  12. !@#… 매애님/ 한국에서 같은 마케팅을 하면, “아, 인간만 앉고 설치류는 꺼지라는 이야기구나”라고 인식하고 한국산 정치스릴러로 오해할지도 모릅니다(핫핫).

  13. 그래서 국내 개봉은 도대체 언제?????
    링크에 국내웹사이트는 빠져있구요.
    피터 잭슨이 “얘좀짱” 이러면서 감독 맡겼다니 저리가랄정도의 퀄리티일듯 한데 말이죠….

  14. !@#… 별쥐님/ 아 국내 웹사이트는 아직 없어서(흑흑)…;;; 국내개봉은 9-10월 시즌중 언젠가라고만 되어 있는데, 아직 홍보캠페인조차 안들어간 것으로 보아 한참 나중에 하거나 아니면 조용히 하고 막 내리거나 아니면 둘 다일 겁니다. // 옙, 저리 가랄 정도의 퀄리티입니다. 웬만한 드라마영화보다 싼 3천만달러, 참 알차게 썼어요.

  15. 나이지리안 갱만 안 나왔다면 위의 평에 공감하겠습니다만… 전 무척 씁쓸했습니다.

  16. !@#… 그유명한지나가다님/ 뭐, 남아공은 현재도 타 아프리카 국가에서 흘러들어온 난민들과 그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꽤 막장인 갱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제 경우는 기업이라는 세련된 막장과 갱이라는 더 약자를 수탈하는 덜 약자인 막장 두 가지를 다 보여줘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

  17. 정말 이렇게까지 만들어 놨다니 놀라울 뿐이죠. 개봉하면 꼭 다시 보기로 마음먹은 상태입니다 ㅎ
    잘 읽었습니다~

  18. !@#… 그유명한지나가다님/ 음 흥미로운 비평을 링크해주셨군요. 제 경우는 그 글의 8, 11번 리플처럼, 실세계가 오히려 더 막장이라는 것에 대한 배경지식이 사전에 있었던 편이라서 그걸 딱히 racist적 함의로 보지 못했습니다.

    진사야님/ 단체로 새우가면을 쓰고 관람이라든지…(핫핫)

  19. 해외에서는 이미 2000년대 최고 sf라는 평까지 나오더군요..

    본사람들이 모두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하니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지는것이 걱정이라면 걱정입니다

    하여튼..개봉하자마자 보러갈 생각 ^^

  20. !@#… 데이린님/ 기대치가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별반 걱정이 없지만(예, 그 정도입니다), 기대치가 엉뚱한 방향으로(…) 만들어지면 대책이 없죠. 홍보사와 기자들이 일을 제대로 해줄 것을 기원할 따름입니다.